10년쯤 전에 혼자 여행 갔다가 신주쿠에서 꼬치구이에 일본식 소주 몇잔 걸치고 걷다 보니 길을 잃었음


어차피 술도 좀 깨야겠다 싶어서 거리 구경하면서 걷는데 어떤 흑형이 갑자기 말을 걸더라


나보다 덩치 1.5배는 커보이는 인간이 난데없이 자기 아냐고 묻길래 시비 털려는 건가 싶어서 그냥 스미마셍 하고 지나가려고 했음


근데 갑자기 명함을 들이밀길래 받았더니 근처에 자기가 일하는 가게가 있으니 오라고 함


명함 디자인 보니 딱 봐도 그짝 성향 유흥업소길래 노들짝 놀라서 노노 했는데 이번에는 나더러 어디서 왔냐고 묻더라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흑형이 자기는 부산 출신이라는 믿지도 못할 소리를 함


나한테 어깨동무를 하고 번호를 묻는데 술에 꼴은 상태이기도 했고 잘못 말했다가 진짜 봉변 당할까봐 병신같이 국제전화 가능한 번호를 그대로 말해줌

그러고나서 자기 가게 오면 연락하라고 하고는 어깨에서 손 풀어주더라


암튼 존나 쫀 상태 그대로 숙소까지 와서 씻고 자려니 모르는 번호로 우리 스페인에서 만난 적 있지 않냐고 영어로 문자가 와 있음

아무리 봐도 그 흑형 같은데 어차피 이틀 뒤에 귀국이고 하니 맘 굳게 먹고 문자 정도는 씹었다


그리고 나아아중에야 알게 된 건데 내가 술 마시던 거리가 은혼에도 나온 그 가부키초 바로 근처라더라

그때 판단 잘못 해서 자칫 그 흑형 따라갔으면 무슨 험한 꼴을 당했을지 씨발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 ㄹㅇ 걸붕이들은 여행 갈 때 사전 조사 열심히 하고 다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