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고 계신 거로 보아 아마 우리 농장 새 소유주분이시겠군요. 사실 팔고 싶지 않았지만, 사정이 힘들어져서요. 아무튼, 농가 관리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남기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비 내리는 날이면 지하실에 물이 찰 거예요. 비가 멈추고 조금 기다리면 알아서 물이 빠질 거니까 굳이 직접 빼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혹시 물이 첨벙대더라도 뭐 때문에 그런지 찾아보려고 하지는 말아요. 그냥 비 내린 거잖아요?

비 온 후 들리는 10대 아이들 웃음소리가 궁금하다고 해도 굳이 가서 확인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혹시 반려견이 있으면 일출 절이나 일몰 후에는 밖에 내보내지 마세요. 우리도 실수로 해가 없을 때 내보냈다가 변을 당했어요. 동네 어르신들은 들개들이 한 짓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왜 그걸 보고도 소리치지 않고 대신 웃기만 했는지 물었을 땐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옥수수밭을 밟고 지나간 흔적 때문에 따라가 봐야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따라가지 마세요. 그들은 누가 따라오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에 갑자기 풍경이 울린다면 그냥 도로 자세요. 그다음에 들려올 소리는 달가운 소리가 아닐 겁니다.

벽 긁는 소리는 무시하면 돼요. 그냥 쥐예요. 긁는 소리가 커져도, 비명이 들려와도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입니다. 그냥 쥐니까요.

우리 농장에는 허수아비가 없습니다.

돌아다니며 기부해달라고 하는 노부인은 무시하세요. 부인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닙니다.

우물 바닥에서 누군가 울며 애원하는 소리가 들려도 무시하세요.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넘었습니다.

'프라실리아'라는 이름의 거주민은 더는 살지 않습니다. 약 20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0-12세 사이의 아이가 있다면 밤 9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꼭 방 안에 있도록 하세요. 그는 어린이를 좋아하거든요.

이미 오래전 새들은 이 농가를 떠났습니다.

콩이 나는 계절, 한낮에 그림자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더라도 못 본 척 해주세요.

운전 중 '켁' 도로가 나오면 피해서 가세요. 내비게이션 안내처럼 마냥 짧지만은 않답니다.

운전 중에 타이어가 펑크나더라도 절대로 차에서 내리지 마세요. 바로 호출 신고하고 최소 4명이 도착할 때까진 무장한 상태로 차 안에서 기다리세요.

들판을 똑바로 바라보지 마세요.

매일 자정이 되면 전력이 차단됩니다. 그편이 우리에게 더 안전해요.

검은색, 회색이 섞인 털을 가진 야생 고양이가 다가오면 입이 하나인지 꼭 확인해보세요.

식사 후 남은 고기가 있다면 꼭 밖에 던져주세요. 그것들이 직접 들어와서 가져가는 걸 원하는 건 아니겠죠?

​밤에는 창문 밖을 보지 마세요. 당신은 못 볼지 몰라도 그들은 당신을 볼 수 있으니까요.

굳이 안 지켜서 내가 직접 찾아오게 만들지 말아요.

- 프라실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