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청곡 리조트를 가게 된건 터널에서의 악몽을 겪고 난 후였어. 아저씨가 말한 루트를 따라 얼마 지나지않아 나타난 그곳은 리조트라 하기엔 규모나 시설면에서 좀 부족함이 있는 그런 곳이었지.처음에 들어설때 왠지모를 부조화가 느껴지긴 했는데 비성수기고 한밤중이라 적막해서 그런가 싶었어. (그 부조화중 하나는 멀리 떨어진 계곡물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던 것)


차를 세우로 아저씨와 입구에서 관리인 아저씨를 찾는데 공터 느티나무 아래에 왠 꼬마 여자애가 앉아있더군. 다가가서 너 지금 몇시인데 여기서 뭐하냐고 물어봤지. 자기는 아빠를 기다리는데 물어보니 출장을 가셨고 엄마는 집에 계시다나 가을철에 이런델 놀러와서 무슨 애새끼를 버리고 갔나 생각했어. (지금도 기억나는데 정말 예쁜꼬맹이였다 한 20년만 젊었으면 할 정도로... 뭐 그렇다고)





꼬맹이한테 여기 관리인 어디 계시냐 물었더니 모른다면서 펜션으로 쪼르르 들어가 버리더라. 그러고 있던 차에 옆건물에서 주인 아줌마가 나오길래 아저씬 방을 잡고 난 형을 깨우러 차에 갔지. 차에서 초췌한 몰골로 비시시 일어나던 형이 두리번대더니 갑자기 날보고 아아악 소릴 지르는거야. 너 정말 왜이러느냐고 도대체 여기가 어딘데 날 왜 끌고왔냐면서 까무라치는데 그냥 봐도 정신나간 사람의 표본이었어.난 형이 완전 미쳤구나 생각했지 생각보다 상태가 많이 심각해 보이던 형은 끝까지 안간다고 괴성만 질러대길래 그럼 그냥 차에서 자라하고 펜션으로 돌아왔어.


낼 아침까지 저러면 병원엘 데리고 가든지 해야겠네 생각하며 펜션으로 돌아가는데 주인아줌마가 날 붙잡더니 "학생 그쪽방 말고 요앞 건물에서 자요 학생보니까 아들생각나서 좋은 방 주는거야" 라며 측은한 눈길로 보더군. (왜 학생이라 했는진 모르나 그때분명 나보고 학생이라 했었다 - 잘생긴 사람은 동안이다 라는 말이 진리인듯)


나야 뭐 남자끼리 자기도 거시기했는데 고맙다고 하고 아저씨께 인사나 드리고 자려는데 이미 잠든사람한테 다가가는거 아니라고 하시길래 음 주무시나보다 하고 방으로 돌아왔지. 방에 들어와보니 화장품이며 가방에 흡사 누가 자던방같아 보였었는데 그땐 피곤한 탓인지 별로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 난 잠을 청했고 거의 잠들어갈 무렵 밖에서 천둥과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어 지금 농장에 아무도 없는데 어떻하나 걱정을 하며 잠이 들었지. (다음날 일어나서 보니 비는 전혀 오지않았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난 단잠을 잤고 안타깝게도 그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리조트의 전부야.

 

하지만 형이 본 리조트는 많이 달랐고 다음날이 되서야 난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어. 정오가 되서야 형이 깨우러 왔는데 지금 몇시냐고 벌떡 일어나며 보니 왠걸 바닥에 흙먼지며 온갖 잡기들이 흐트러져 있는게 말 그대로 폐가인거야. 밖을 뛰쳐나가 봤더니 사방에 폴리스라인이 쳐져있고 바닥은 온통 황토색 흙먼지뿐이고 곳곳에 부서진 건물들..(그곳은 강원도 수해재해지역이었고 불법시설 및 토지확장으로 좁아진 계곡폭으로 인해 더욱 큰 피해를 입은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해복구지원이 없어 폐건물 상태로 남아있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난 하룻밤을 잔거였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형에게 묻기도 전에 형이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어.


"너 임마 지금은 좀 정신이 돌아왔냐 너 어제 장난 아니었다 혼자 계속 중얼거리면서 날 이딴데 끌고온거 알아? 안그래도 터널에서 미칠것 같았는데 너땜에 진짜 차에서 뛰쳐내리고 싶더라."


난 뭐라 할말이 없었지. 지금 이 상황이 분명 꿈은 아닐테니까 그러다 문득 아저씨는 어디가셨냐고 물으려다 퍼뜩 뇌리를 강타하는 한가지 기억이,  분명 아저씨는 어제 우리랑 밥을 먹고 건초갖다 놓는다고 먼저 들어가셨다는 것이었어.. 그래 애초에 아저씨는 계시지도 않았던 거야. 난 어제 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거지? 문득 간밤에 꼬맹이가 달려갔던 그 쪽, 아저씨가 주무시던 펜션을 봤더니 거긴 휑한 낭떠러지였고 그 아랜 퍼런 계곡물만 보였어 이미 예전에 급류에 깎여 나간 곳이었지.


내가 환상들을 본것인가? 형 말로는 터널 이후로 눈빛부터 이상해져서는 혼자 계속 중얼거리면서 자길 여기로 끌고왔다는거야.

흡사 귀신들린마냥... 평생 귀신따위는 이라며 살아온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어. 하지만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지.

 

어느날엔가 소똥좀 치우다 점심먹고 낮잠좀 자려고 했을 때였어. 방에 누워있다가 머리맏에 달력을 봤거든. 난 첨에 그 달력이 누워서 편히 보려고 여따 달아놨나 생각했었지. 근데 치마도 들춰보고 싶은게 남자의 욕구라고 무심결에 달력을 들췄는데 거기에는 흡사 누가 교묘히 가린것처럼 누런 피얼룩에 전에 말한 낙서들이랑 '이곳은 저주받았다' '살고 싶으면 이 농장을 떠나라' 이런 낙서들이 써 있던거야.

 

그러면서 형에게 소에게 밟혀죽은 최씨아저씨 얘길 들었고, 당연히 이방에선 최씨아저씨가 묵었을 것이며 그 아저씨가 쓴 것이라 장담할순 없지만 내가 sex라고 응답한 그 낙서는 분명 나에게 아니 이방에 묵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경고메시지 였던것 같아.

 

이후로도 농장 길바닥에서 피까 뿜어져나오는 꿈을 꾸질않나 까마귀들이 내 몸을 뜯어먹는 꿈부터(그때 까마귀가 내 존슨을 쪼려는 순간 안되 거기만은!! 이라며 깼던것 같다) 밤마다 울어대는 정체모를 짐승소리에 공허한 눈빛으로 아무곳이나 응시하며 미친듯이 짓어대는 개들.

그리고 그에 맞춰 점점 짙어지는 아저씨의 주사...

그렇게 얼마지나지 않아 난 소무덤을 목격하게 되었지만 난 그곳을 뛰쳐 나와서야 그 낙서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지.

 

아저씨의 집중 타겟이 되었던 3구의 소들, 그 소들이 바로 전에 같이 일하던 최씨아저씨를 밟아 죽인 젖소가 있던 우사였고 전에 영양실조로 부실한 새끼를 낳았던 우두머리소가 있던 곳이기도 했지. 전에도 말했던 그 최씨아저씨의 죽음은 그냥 들어보면 그럴만도 하겠구나 생각들 수 있겠지 하지만 소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의문을 가졌을 거야. 요점은 최씨아저씨는 떠밀려 오는 소들에게 채여 죽은게 아니라 소들에게 밟혀 죽었다는 말이지 쉽게 말해 우두머리소를 선두로 최씨아저씨를 그냥 밟아죽였던 거야. (구태여 부연설명은 안하니 의아한분은 사바나초원의 누우떼한테라도 물어보시길)


그곳에서 미친건 아저씨 뿐만이 아니라,  이미 소들부터가 아니 농장 전체가 미쳐있었고 심지어 나까지도 미쳐가고 있었던거지.

 


그 농장은 예전에 농촌진흥청인가에서 소에게 질병테스트를 하던 곳이라 들었고 속칭 소들의 마루타가 있었다고 하는 곳이었어. 때문에 소농장이 깊은 산중에 있게 된 까닭이고.. 이 얘기는 내가 처음 왔을때 지하수를 벌컥들이켰다 배탈로 개고생을 했을때 아저씨가 해준 얘기였지. 그때 죽은 그때 죽은 소들의 사체가 2006년 강원도 수해때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인가... 이 농장은 미쳐가기 시작했던 것이지. 우리 옛날 초딩때 보던 괴기랜드 같은 책에 그런말이 있었잖아. 동물의 사체에서 나오는 인화수소성분이 도깨비 불을 만드는데 그 인성분을 지속적으로 흡입하게 되면 환각이나 정신분열을 일으킬수 있어서 때문에 무덤근처에 미친사람이 나도는 거라고... 뭐 그런 연유 였을거야..하지만 아직도 많은 의문을 남긴채 그 강원도 의 경험은 내 인생의 최대 미스테리로 남아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