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은 정말 공주님을 아끼시네요."

"응? 뭐, 어릴 때부터 봐왔으니까."

부유성을 향해 아무런 생각없이 걷던와중 청초한 모습을 한 미래기사가 불현듯 말을 걸어왔다. 예전에 이름대신 자신을 미래기사라 소개한 그녀는 내 손에 들린 리버레이터를 보고는 입술을 달짝였다.

"공주님이 많이 좋아하시겠네요. 이 귀한 무기를 선물 받으시니까요."

"하도 변변찮은 무기를 쓰길래 내가 못 참겠더라고."

"그렇군요..."

부럽다는 듯이 리버레이터를 흘겨보던 그녀는 싱긋 미소짓고는 시선을 돌렸다.
어느 누가 저 모습을 30대라고 생각할까. 외양만 보자면 한창 활발할 20대의 풋풋함을 뿜어낼 모습인데...

그렇게 실없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걸었을까, 숲길이 끝나고 부유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저기 공주님이 마중 나오셨네요."

미래기사의 말에 정문 쪽을 바라보니 평소처럼  드레스를 입지않고 긴 바지를 입은 공주가 삐딱한 자세로 서있었다. 이제는 20대가 되어버린 공주는 웬일인지 인상이 찌푸려져 있었다.

어릴 때가 귀여웠는데... 지금 진중한 모...

"한남소추 기사 아니노?"

"공주...?"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는 공주의 모습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잘 못 들은거겠지...

정신을 차린 나는 선물로 줄 리버레이터를 건네주기위해 손을 뻗었다.

탁!

"나한테 말걸지 말라 이기야. 내게 강제로 전용 장비를 끼워 명예자지로 만들 생각인거 모를거라고 생각했노?"

"...공, 공주? 그게 대체 무슨..."

"공주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옆을 보니 미래기사가 걱정어린 시선으로 공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물음에 공주는 두 눈을 날카롭게 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전용 장비를 준다는 건 여자를 남자의 애완동물로 본다는 여혐사상이 가득한 짓 아니노? 성차별주의자인 기사는 번식탈락이 답이다 이기야."

"공, 공주......"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라 이기야. 6.9cm 소추소심 한남충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며 찬란한 황금색 회중시계. 아니, 이제는 빛바랜 회중시계를 꺼내들어 손바닥 위에 세워보였다.

"함몰갈잣 커엽노 이기"

빛바랜 회중시계에 반사된 햇빛이 나와 공주의 간격을 메꾸었다.

"운명의 회중시계는 나와 페미니즘을 이어주는 악세였노 이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마구 내뱉는 공주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페미니즘을 알기 전까지는 에브리데이가 드림이었다 이기야."

이미 기절해버린 미래기사를 보며 나는 이 상황이야말로 꿈이기를 바라며 정신을 잃었다.




일하는 중에 할 짓 없어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