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글에서 주문한 부품으로 시작한 개조인데 드디어 오늘 성공함

https://arca.live/b/guitar/100761585



내 첫번째 이펙터인 DS-1.


기타 입문하고 꿈에 그리던 좡좡대던 소리가 안나와서 좌절하던 와중 스쿨뮤직에서 4만 8천원이라는 저렴이 가격으로 사서 마르고 닳도록 썼음.


지금에야 저거보다 훨씬 좋은 페달들이 많아져서 내 페달보드에서는 사실상 내려온지 오래이긴 한데


찬장 속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 페달에게 새 생명을 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러던 중 눈에 띈게 바로 이것.




https://youtu.be/fjAI9gvPeL0


킬리 아재가 예전에 해주던 DS-1 모디 버전중에


Seeing Eye Mod라는 모디랑 Ultra Mod라는 모디가 있음


이 Seeing Eye Mod라는 모디가 괜찮아보여서 이걸 한번 도전해보고자 했음.


요새 JHS도 그렇고 킬리도 그렇고 기존 페달들 모디해주는 사업은 다 접어서


저거 써보려면 웃돈주고 중고로 사든가 아님 DIY로 개조해야됨



각설하고 이 모드가 되게 특이한 부분이


기판 위에 붙어있는 이 D5 다이오드에 적용하는 모드인데


토글 스위치를 달고 기존에 붙어있던 D5 다이오드를 잘 사용하면 기본 모드/다른 다이오드 모드를 바꾸면서 쓸 수 있음.


근데 여기서 쓰는 그 다른 다이오드가 기존에 페달 작동 여부를 알려주는 3미리 짜리 빨간색 LED라는거지


그래서 이 모드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페달에 인풋 신호가 들어오면 이 LED가 인풋 신호 강도에 따라 반짝반짝거림


LED도 다이오드의 일종이라는 걸 잘 사용한 사례라고 생각함



아무튼 쉽게쉽게 개조하면 D5 다이오드를 떼어내고 그냥 LED로 교체하는 방법을 써도 되지만


난 기존 다이오드도 같이 쓰고싶었기에 제법 난이도가 있는 편인 이 방식으로 개조하기로 함


일단 페달에 토글 스위치 하나 달려있으면 모디(인도 총리 아님) 감성도 나고 좋자너?



전체 모디파이 정보는 https://www.diystompboxes.com/DIYFiles/up/Build_Your_Own_DS-1_Distortion.pdf 문서에 ROBERT KEELEY DS-1 “SEEING EYE” / “ULTRA” MODS 부분을 참고했고, 혹시 이 글 보고 참고할 사람이 있을까봐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봄.


가장 처음으로는 모딩을 위해 필요한 부품들을 주문함.


이때 주문했던건 여기 챈에도 올렸었음



0.1uF 메탈 필름 커패시터 - 5개


1uF 메탈 필름 커패시터 - 4개


0.047uF 메탈 필름 커패시터 - 1개


220pF 마이카 커패시터 - 1개


47pF 마이카 커패시터 - 1개


2.4k옴 메탈 필름 저항 - 1개


20k옴 메탈 필름 저항 - 1개


1.5옴 메탈 필름 저항 - 1개


SPDT 토글 스위치 - 1개


3.0mm 고휘도 LED (녹색) - 1개


LED는 어떤 색을 쓰든 상관 없는데 빨간색은 너무 식상하고 파란색도 별로라서 유니크한 녹색으로 고름


도착한 부품들 중에 필요한 애들만 꺼내다가 나열해봄


부품 몇개가 또 해외에서 온다고 2주 좀 안되게 걸린거같음


사족으로 이 개조는 말레이시아로 생산공장 옮기기 전 연식 DS-1들에서만 가능한 작업임


구분하는 방법은 페달 위쪽에 9V 전원 넣어주는 구멍이 위에 사진처럼 세로로 약간 긴 형태면 개조가 가능한거고 가로로 긴 형태면 불가능하다는거


뒤판 나사를 풀고 뚜껑을 따서 기판을 꺼내줌


어떻게 차례로 잘 풀면 이렇게 기판만 똑 꺼낼 수 있음


그 다음으로는 빈 케이스에 LED가 옮겨갈 구멍을 뚫어줌


킬리 아재가 원래 해주던 방식도 그렇고 TONE 글자에 O 부분을 뚫어주는게 국룰인가 해서 나도 똑같이 함


다이캐스팅 알루미늄 재질이라 집에 있는 전동 드릴로도 생각보다 잘 뚫림


그 다음으로는 토글 스위치가 들어갈 구멍을 뚫어줘야 하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협소해서 잘 계획해서 뚫어야됨


나는 미리 컴퓨터 사인펜으로 뚫을 위치를 찍어주고 뚫었음


잘 들어간 모습


기존에 빨간색 LED가 박혀있던 온오프 LED는 새로 사온 녹색 고휘도 LED로 교체해줬고,


빨간색 LED는 나중에 쓸거니 잘 모셔둠.



이제 커패시터랑 저항을 떼어다가 새걸로 교체해줘야 하는데,

위 사진에서 각각


빨간색 네모 부분은 0.1uF 메탈 필름 커패시터로,


청록색 네모 부분은 1uF 메탈 필름 커패시터로,


파란색 네모 부분은 0.047uF 메탈 필름 커패시터로,


보라색 네모 부분은 220pF 마이커 커패시터로 교체해줌.


저항은 그래도 3개만 바꾸면 됨


R13 저항을 2.4k옴 저항으로,


R14 저항을 1.5k옴 저항으로,


R39 저항을 20k옴 저항으로


근데 내 경우는 새 부품 실장하기 전에 솔더윅으로 쓱 닦아주다가 실수로 기판에 빵꾸를 냈었음


정확히는 기판 위에 전류 흐르는 부분이 인두기 열땜에 떨어져 나가버린거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저항 다리 자르고 남은 꼬다리로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줌


도전 테스트 해보니까 전류도 잘 통해서 기능상 문제는 없겠더라


이게 대충 새 부품 실장 직후 사진


사실 여기까진 납땜만 할줄 알면 그럭저럭 쉬움



이제 여기서부터가 제일 까다로운 부분인데

47pF 마이카 커패시터를 D5 다이오드와 D4 다이오드 두쪽에 동시에 납땜해줘야됨


근데 이게 부품이 실장되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방향에 납땜해야 된다는거


실제로 납땜하면 이렇게 어딘가 어색한 모습임


심지어 내가 마련한 마이카 커패시터는 크기도 좀 커서 나중에 뒷판이 잘 안닫혀서 고생함


동일한 용량에 크기만 작은 애들도 찾아보면 있을테니 가능하면 그런걸로 사자


그거 말고도 아까 박아놨던 토글 스위치랑 LED, 뜯어낸 D5 다이오드를 조합해서 잘 배선을 해줘야되는데


이게 좀 까다로운 편임


D5 다이오드가 있던 방향의 -극 단자에 떼어낸 D5 다이오드랑 빨간색 3.0mm LED를 병렬로 배선해줘야 되는데


LED랑 D5 다이오드는 극성도 맞춰줘야되고 회로기판이 복잡해서 납땜 포인트도 헷갈리고 반대쪽에 박힌 마이카 커패시터 안떨어지게 신경도 써줘야되고


신경쓸게 참 많은 구간인데


나도 여기서 배선 방향을 헷갈려서 피를 좀 봤었음


나는 위쪽 다이어그램에 파란색 병렬 배선을 그냥 전선끼리 죄 꼬아버려놓고 글루건 떡칠로 마감함


빨간 동그라미 쳐놓은 저긴데 겉보기엔 많이 흉하지만 어지간한 충격엔 안떨어질거라 기대중임


LED도 멀티미터로 극성 찍어보고 방향 잘 맞춰서 아까 뚫어준 구멍에 박아줌


얘도 고정 안하면 충격에 떨어질 수도 있어서 글루건 살짝 발라서 마감해줬고


이제 테스트를 해보면 영롱한 초록색 LED가 들어오는걸 볼 수 있음


밝기도 기존 LED보다 훨씬 높아서 눈뽕수준으로 잘보임


사실 테스트중에 배선해놓은게 떨어진다거나 뜯어져 나간다거나 해서 여기서 똥꼬쇼를 이틀정도 했었음


토글 스위치 붙어있는 다이오드 부분도 어딘가 배선 잘못한거 찾는데 하루종일 걸렸고


특히 저 빨간 LED 부분 배선 불이 안나와서 정말 미쳐버릴뻔함



하지만 결국 이틀에 걸친 똥꼬쇼 끝에 빨간 LED에 불 켜는걸 성공함


이때 진짜 우는줄알았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으로 해서 조립해놓고


모디 감성 한스푼 더 추가해주려고 마스킹 테이프 붙이고 MODIFIED라고 휘갈겨줌


이걸로 외관 만족도는 합격


40주년으로 나온 검정색 DS-1에다가 이 개조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나중에 한번 시도해볼지도



이건 유튜브 사운드 샘플처럼 대충 찍어본거


소리가 아주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진 않았는데 부품 몇개 갈아낸게 있어서인지 일반 DS-1보다는 훨씬 쓸만한 소리가 나와줌


일반 모드도 저음이 순정 DS-1에 비하면 꽤 보강되었다는 느낌인데 Seeing Eye 모드(LED 반짝이는 모드, 1분 37초부터)에서는 그게 더 강해지는 느낌



집에 남아도는 DS-1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자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