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매드맥스 보고 갑자기 삘이 와서 써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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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모래바람이 지평선 너머로부터 나의 뺨을 쓸고 지나갔다.

녹슨 철 냄새와 석유 냄새가 반씩 섞인 모래가 폐에 매캐한 상처를 남겼다.


“쿨럭, 쿨럭..”

입 속의 모래를 뱉어내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시공간 이동 뒤의 현란한 어지러움이 온몸을 뒤덮고 있어,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빼고는 아무것도 느끼기 힘들었다.


“물, 물 좀…”

이동하기 전에 생겼던 식수 패킷이 있었을 거다.

주머니 속에 담긴 파란 구슬들 중 하나를 꺼내 누르자 곧 한 손에 꽉 들어오는 페트병으로 부풀어 오른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사막에 버려져 있었던 걸까. 타는 듯한 갈증을 달래기 위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기, 그쯤 됐으면 좀 도와주지 않을래?”


“아, 탐정님!”


황급히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탐정님, 아멜리아 왓슨은 봉긋 솟은 모래 언덕에 어깨까지 파묻혀 있었다.

라이트노벨 같은 곳에서 나오는 장면이 아닌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웃지 마, 옷 속으로 모래가 들어와서 죽을 것 같다고. 삽은 가방 안에 있을 거야.”

삽을 꺼내 왓슨을 묻어 버린 모래를 파내기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 이후, 왓슨은 엉망이 되어 버린 옷을 털며 몇 시간 동안이나 묻혀 있었던 모래더미에서 나올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원래는 2047년으로 가려던 거 아니었어요?”

우리는 원래 뒤틀린 시간선을 수정하기 위한 임무를 띄고 2047년의 일본으로 가야 했었다.

이런 사막에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했다.


“하아… 설명하자면 복잡해. 시공간 이동 중에 좌표가 다른 세계랑 꼬인 모양이야.”


왓슨은 품 속에서 그녀와 늘 함께하는 회중시계를 꺼내, 지금 세계의 시간선을 계측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곳은 2047년이 맞아, 하지만 원래 가려던 곳과는 다른 세계고, 위치는… 호주 정도겠네.”


“그럼 우린 어떻게 하죠? 돌아갈 수 있나요?”


“바로 그게 문제야.”


왓슨은 이윽고 회중시계를 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인과량”이라고 적힌 부분의 바늘은 거의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선을 이동하려면 그 세계의 인과량이나 에너지를 연료로 써야 해. 보통 인과량은 그 세계의 사람들이나 중요한 사건들로부터 나오지, 하지만 이 세계는 뭔가 달라. 이상할 정도로 인과량이 적고, 다른 세계와의 접점도 없어. 말하자면 고립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이래서는 시계를 가동시킬 수조차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죠?”


“인과량을 대체할 만한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야지, 융합로나 고대 유물들 같은 걸 당분간 찾아다니다 보면 답이 나올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근데 우리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죠?”


난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사방이 금빛 모래로 덮여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도시가 있을 법한 곳으로 걸어가 보자고. 뭣하면 평행세계의 나한테 도와달라고 해 볼 수도 있고.”


취업할 때 고생이 심할 거라고는 했지만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정처 없이 사막을 걷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앙---

둘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

한 거대한 트럭이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붉은 머리의 소녀는, 착잡한 표정으로 연신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도 그녀는  ‘그레이브 쉽’에서 가장 신임받고 있는 번치의 후계자였다.

곧 있으면 도시의 물을 관리하는 최고위 직책에 오르게 되어 마냥 밝은 상상에 빠진 것도 잠시.

얼마 전, 자신을 빼고 도시 밖으로 3개월간 떠난 대규모 원정 뒤에 자신들의 번치는 반란을 일으켰다며 한순간에 사냥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사막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세력들과의 다툼과, 모래 속에 있을 유물들을 발굴하는 등의 즐거운 기억들은 곧 사로잡혀 끌려가는 친구들의 모습으로 덧씌워졌다.


본인 역시도 도시의 시궁창을 헤메고 다닌 지 몇 개월.

동료들 중 마지막으로 자신을 만난 것은 항상 그녀를 든든하게 이끌어 주던 리더였다.


“긴말은 못 해. 받아. ‘타이틀 매치’의 열쇠야. 그걸 타고 최대한 동쪽으로 가렴.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자, 잠시만요…”


언젠가 몰기를 꿈꿔왔던 전투 트럭의 열쇠를 이런 식으로 받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소녀는 마음을 다잡고,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을 이어서 했다.


“저… 페코라는… 페코라는… 어떻게 됐어요?”


리더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잡혀갔어, 아직 어리고 건강하니까 죽이지는 않고 감옥 가장 깊숙한 곳에 갇혀 있을 거다.”

리더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덧붙였다.


“거긴 우리 번치가 통째로 쳐들어가더라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곳이다. 구하러 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페코라도 그걸 바랄 거다.”


그때, 마침 바깥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들을 때마다 신경 거슬리는 삐걱거리는 쇳소리. 워-로드들이었다.


“리더…”

“죽지 마라, 효쇼.”


리더는 이윽고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긴 작별 인사는 한 순간이면 부스러질 사막의 전사들에게는 필요치 않은 것이었다.


“하아…”

호쇼는 긴 한숨을 내쉬며 바깥을 둘러보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황금빛 사막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둥---- 둥----- 둥-------”

울리는 북소리, 황무지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외치는 구호들…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수많은 사람들이 외치는 가운데, 사람들 앞에 있는 바위 위로 한 사람이 낡은 기계 하나를 끌고 왔다.


“다들 조요오오오옹!!! 위대하신 홀로라이브의 일원께서 연설하시겠다!!!!”


가라앉는 함성 속에서, 그는 기계의 스위치를 올리고, 통신을 연결했다.


푸른색의 거대한 비전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위대한 우리 홀로라이브의 신민들이여.」


사람들은 모두 경외에 차 비전 속에 나타난 여인을 바라보았다.


「지난밤. 그레이브 쉽에서 반란자의 일원이 전투 트럭을 훔쳐 도망쳤다.」

「충성스러운 제군들이라면 이 반란자들이 얼마나 악독한 자들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황무지의 적들과 내통하여 우리들의 귀중한 식량과 물을 훔치고, 영광스러운 우리들의 거처를 유린하려 하였다.」

「허나, 나의 충성스러운 병사들은 이 반란자들의 무리를 이 땅에서 쫓아내는 데에 온 힘을 다해 주었다.」


그 말이 끝나자 모여 있던 전사들로부터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 누구보다 충직한 나의 부하인 그대들에게 하나의 임무를 더 내리고자 한다.」


「도망친 반란자는 우리에게 있어 귀중한것을 가져갔다. 그녀를 잡아, 우리들을 유린한 반란자들에게 마지막 심판을 내려라. 홀로라이브는 항상 그대와 함께한다.」


“와아아아아아아!!!!!!!”


“얘들아, 가자! 사냥이다아아아!!”


어딘가 많이 뒤틀린 듯한 이 연설이 끝나고, 이 도시를 지배하는 홀로라이브에 광신적인 충성을 보이는 병사들은 일렬로 늘어선 전투 차량들에 시동을 걸었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라, 그 트럭을 따라간다!”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홀로라이브!”







“헥..헥.. 이놈의 사막은 어디까지야!!”

“아메, 걸은 지 30분밖에 안 지났어요.”

“아 몰라! 마을이나 좀 쉽게쉽게 나올 것이지!”

“이게 무슨 RPG에요?”


특유의 그렘린 보이스로 짜증을 내며, 아메는 땀으로 흥건히 젖은 채 주저앉았다.


“하아… 날 여기로 떨군 새끼가 있다면 곧장 그라운드 파운드 해버리겠어.”

“일단 어떻게든 돌아가야 그렇게 하죠.”


나 역시도 달아오른 몸을 조금이나마 식히기 위해 아메의 옆에 앉았다.

땀에 젖은 미소녀라, 평소라면 좋은 눈요기가 되었겠으나, 거친 숨만 몰아쉬는 지금은 그럴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히치하이크라도 해 볼까?”

“더위 먹었어요? 이런 사막에서 지나가는 차가 어디 있다고…”

“하아, 이럴 거면 지원하는 게 아니었는데…”


“뭐? 너 말 다했어?”

“아니 그렇잖아요! 아틀란티스 밑의 고대 문어 하며, 뭔 이상한 비밀결사랑 엮이고, 심지어 시간의 수호자한테서 죽을 뻔하기까지 했잖아요! 모험 나갈 때마다 전부 잃어서 돌아와서 줄 봉급조차 없다고 하시고, 그럴 거면 휴가라도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젠장할, 이젠 여기서 조난당해서 말라죽게 생겼고! 그 수상한 광고지에 낚이지만 않았어도 KFP에서 일하면서 지금쯤 존나 넓은 집이랑, 새끈한 차랑… 차?”


아메는 때만 되면 돌아오는 조수의 신세 한탄이 또다시 시작됐다고 생각하며 귀를 막았다.


“차…? 차. 차. 차. 차. 차. 차. 차. 차……”


갑자기 그녀의 조수는 먼 곳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드디어 니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라도 했니?”


“차.차. 차라고요! 차! 차!!!!!!!!”


이쯤 말하면 게슈탈트 붕괴가 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메는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메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정말이었다.


지평선 가까이로 차가 지나갈 때 생기는 모래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얼른 가요! 놓치면 우린 진짜 죽을 거예요!!!!”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게!!”

아까까지는 힘들고 희망도 없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저 앞에 그들의 희망이 있었다!


다시 한번, 그들은 남은 힘을 모두 짜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둘은 모든 일이 잘 풀려서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 시원한 맥주를 마시리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몇 달간 그들이 이 사막을 떠돌게 되리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로.














“이 새끼들은 뭐야?”


“가진 거 있으면 다 내놔!”


“탐정님?”


“왜?”


“아무래도 좆된 거 같아요.”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말이야.”




반응 좋으면 계속 쓰려고 노력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