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썰을 풀 생각은 없었는데...
학식챈에 올라 온 썰들을 보니 너무 오버스펙들이라 나처럼 시궁창 + 막장 인생을 살았던 사람의 썰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 글을 적어 봐.

나는 어렸을 때 영어유치원에 다녔었는데, 영어유치원에서는 한국어를 절대로 못 쓰게 하거든.
무조건 영어로만 얘기해야 하고 만약에 한국어로 얘기하다 걸렸을 시에는 벌점을 받거나 반성문을 써야 했어.
문제는 그 때 6살이었던 내가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는 거지...
그래서 영어유치원에 다녔던 2년 동안 유치원에서 말을 한 마디도 안 했어. 진짜로.
그렇다 보니 유치원 애들이 나더러 말 한 마디도 할 줄 모른다고 왕따시키더라.
이렇게 지옥 같았던 영어유치원 생활을 보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지.
참조로 내가 2n년 동안 살면서 "공부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때가 초등학교 1학년 때와 2학년 때 밖에 없어.
수행평가도 전부 만점으로 해내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전부 만점으로 받고...
학교 담임 선생님들께도 칭찬 받고 사랑 받고.
참조로 이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국어였어.
왜냐하면 영어유치원 때와 달리 초등학교에서는 한국어로 마음껏 얘기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 어머니께서 보시기에는 만점만 척척 받아 오던 내가 많이 부족해보였었나 봐.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양으로 문제집을 풀어 놔라고 시키시더니 문제집을 다 못 푼다 싶으면 그 날 저녁밥과 다음 날 아침밥을 아예 안 차려 주셨었어.
즉, 학교에서 점심 먹는 거 빼고 나머지는 굶었다는 소리지...
덕분에 초등학생 때 반에서 내가 키가 제일 작았고 체중은 항상 저체중이었어.
거기다 문제를 한 문제씩 틀릴 때마다 회초리로 한 대씩 맞고 그랬었어.
이렇다 보니 문득 공부하는 게 너무 지옥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학원에 가던 길이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차에 치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렇게 다사다난하게 초등학교 생활을 보내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이혼을 하게 되셨어.
그리고 나는 지옥 같았던 공부에서 해방됨과 동시에 게임에 빠져 들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소아청소년 정신과로 달려 가서 우울증이랑 게임 중독 치료부터 받았어야 했는데.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정신을 못 차린 나는 계속 게임 중독자로 살았어.
낮에는 학교에서 자고 밤에는 밤새가며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밤새가면서까지 게임을 했는데 게임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는 거.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내신은 전교 최하위권이었고...
전교 꼴찌 보다 3번째로 높은 등수가 나올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그런데 웃기게도 이 때의 나는 "공부해봤자 이미 늦었고, 어차피 안 될 거야" 라는 생각으로 자포자기하고 있었어.
그리고 이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아주 먼 훗날 성인이 되어 삼수를 하게 되면서 깨닫게 되고...
어느 날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공부 잘하는 친구와 수다를 떠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너는 왜 공부를 안 해?" 라고 묻더라.
그래서 내 생각을 그대로 얘기해줬더니 "중학교 문제도 솔직히 너무 쉬운데... 너도 공부만 하면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라고 얘기하더라.
그 때 나는 그냥 그 친구가 공부를 잘하는 편이니 저렇게 얘기하는 거라고 흘려 넘기면서 "와 역시 공부 잘하는 사람은 뭔가 다르네" 식으로 감탄만 했었지.
이 때 공부 잘하는 친구 말대로 내신을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우울증이 심해짐과 동시에 사춘기가 오는 바람에 극단적인 시도를 하려다 아버지께 걸려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게 돼.
하지만 내가 약을 멋대로 먹지 않았던 탓에 치료 효과는 별로 없었어.

이렇게 질풍노도 같은 중학교 시절을 보냈던 나는 운이 정말 좋게도 학교 배정을 잘 받아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그러면 고등학교 때는 드디어 정신을 차리는 건가? 싶겠지만 아니. 전혀...
이 때도 정신을 못 차리고 게임에 계속 빠져 살았어.
그런데 학군이 좋은 학교라 그런지 내가 공부 못한다는 걸 애들이 귀신같이 눈치채고 나를 은따시키더라.
학교 선생님들도 나를 공부 못한다고 대놓고 무시하시고 그랬었어.
이 때 열등감이 생겨 났던 것 같아.
꼴에 "나도 4년제 대학에 가야지" 하는 생각도 생겨 났었고.
결국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전문대라도 가자고 말씀하시는 담임 선생님 앞에서 "재수해서 4년제 대학에 가겠습니다" 라고 정신 나간 선언을 함으로써 완전히 막장의 끝을 달리게 되는데...
더 막장인 건 "어차피 재수할 거니까 현역 수능은 보지 말아야지" 싶어서 수능 당일 날 일부러 늦잠을 잤었다는 거.

그리고 성인이 되자 마자 재수하게 됨과 동시에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자취하게 된 나는 생애 처음으로 공부라는 걸 시도해봤지만...
학창 시절 때 공부에 손을 놨다시피 했던 내가 단 1년 만에 공부 습관을 들이고 목표 대학(4년제 지거국)에 갈 수 있었... 다면 그건 진짜 기적이었겠지.
보다 못한 아버지께서 전문대 한 곳에 안전빵으로 원서를 넣으라고 하셔서 지거국 두 곳과 전문대 한 곳에 원서를 넣게 되고, 그 결과 지거국 한 곳은 광탈, 지거국 한 곳은 예비 번호 15번을 받고 불합격, 전문대 한 곳은 합격하게 되어서 전문대로 가게 돼.

하지만 전문대에 와서도 정신을 못 차린 나머지(그나마 다행인 건 게임을 드디어 끊음), 학점은 개판이 되었고...
그나마 다행인 건 교수님들의 배려로 어찌저찌 전문대를 졸업하게 되었으나 삼수를 결심함과 동시에 수능 공부에 다시 재도전하게 되면서 학창 시절 때 내신을 완전히 포기했던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되지.
그리고 현재까지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

이렇게 쭉 써놓고 보니 진짜 극단적이네.
내가 과연 목표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학식챈에 올라 온 입시 썰들을 쭉 읽어 보니 나처럼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온 사람은 내가 유일무이한 거 같아서 안심도 되고.(?)

더 이상 쓸 얘기가 없네...
긴 글 읽어 봐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