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먼저 말하자면, 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선 내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해결법을 찾으려고 한다.

이능관리부는 나름대로 돈도 잘 버는 부서고, 세상을 구한다는 의무와 그에 따른 명예도 충분히 주어지는 편이니까.



"그래서요?"


"보통은 돈이나 명예로 해결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이 있다면 믿겠어? 아, 주식 투자같은 행위는 제외하고."



하지만 세상엔 그런 일들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게 돈과 명예로 해결되지 않는 일, 오직 시간을 충분히 사용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

내가 아무리 부자가 된다고 한 들 문자 그대로의 '시간'을 구매할 수는 없다.



"네. 당연히 믿죠. 저도 그런 상황을 많이 마주치니까요."


"그러니까, 이런 일도 분명 있을 수 있는거지."



딱콩-

이마에 딱밤을 맞았다. 아프진 않지만, 억울했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또다른 대표적인 예시로 '다이스 갓' 이나 '행운' 따위를 들 수 있겠다.

말 그대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주사위에서 6을 15연속으로 띄운다는 일 자체가 가능할거라 생각하는가.



"큭, 그러게 누가 운게임에서 능력 쓰라고 했슴까?"


"아니, 진짜로 안 썼다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소한 일에마저 내 능력을 사용해 무언가를 조작했을 거라고 의심한다.

심지어 이마루 소장이나 주시아 주무관도, 가끔씩은.



"한번 다시 굴려볼게. 진짜라니까?"



또르르륵.

정육면체 주사위 5개가 다이스 컵에서 벗어나 바닥을 구른다.

바닥에 떨어진 주사위의 눈금은 6이 5개.

30이다.

...



"음, 이러면 의심해도 할 말이 없네."



다행히도 여기서 66666이 나온 덕분에 오히려 의심이 풀린건지, 눈썹이 화난 고양이의 그것에서 다시 강아지 상으로 돌아가는 주시아 주무관.

반대로 소장은 지금 상황이 신기하기만 한지, 주사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굴렸다가 놨다가.

항상 가로로 가늘게 뜬 눈에 약간의 비틀린 미소를 머금은 표정만 짓는 그의 생각을 유추해내는건 어려운 일이지만, 아마 그랬을거다.



"무조건 6만 나오는 주사위라. 허."


"별다른 이능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안에 장치같은 게 있나?"



주사위를 흔들어도 보고, 나눠도 보고, 잘라도 보고.

특별한 기계장치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한 추 같은게 보이진 않는데.

그걸 주시하고 있던 '주시'아 주무관은 계속해서 고개를 기웃거리면서도 주사위를 지퍼백에 착실히 담았다.



"뭐, 연구부 쪽으로 보내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앗, 잠깐. 주시아 씨. 이거 제가 가지면 안됨까?"



어느샌가 주시아 주무관을 막아서는 이마루 소장.



"...의도가 뭔진 알 거 같은데, 왜요?"


"점심 내기 때 써먹으려고 그럼다!"


"안돼요."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했음에도 손으로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주사위를 건네준 그녀는, 이내 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서 다시 지퍼백을 탈취하려 들었다.



"아이쿠, 감사함다~"


"아니, 세라 씨!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도와줘요!"



그녀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물론 난 안 도와줄거다.

연구부 애들, 뭐만 하면 내가 만든거 아니냐면서 의심을 해대는 통에 조금 심퉁이 났거든.

그 중에서는 분명하게 20퍼센트 정도만, 내 과거의 흑역사가 만들어낸 도구들이었다고.


그 대신, 나는 코를 쓱 훑으며 주시아 주무관을 응원하기로 했다.



"하하, 개판이네."


"이, 이이익!!"



물론 한바탕 사무실이 뒤집어지고 난 뒤에, 나는 결국 응징의 꿀밤을 맞게 되었다.

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