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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조금의 전조 없이 튀어나온 뜬금없는 소리에 크론슈타트가 약간의 당황이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동공도 살짝 커져 있었다.

 

이전까지 대화하던, ‘단검 vs 야구방망이.’라는 주제와는 완전히 딴판이었으니까. 아니, 주제가 무엇이었다 한들, 갑작스레 맥락을 뚫고 튀어나온 소리는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현재 그녀의 반응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보이지?”

 

하지만 사내, 지휘관은 조금의 이질감도 없이 바꾼 주제를 이어나갔다. 손목을 살짝 걷더니, 그대로 주먹을 꽉 쥐어 보이는 것이다.

 

즉시, 선명하게 갈라진 근육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의 말대로 근육이 팽창한 까닭이다.

 

바뀐 주제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품던 크론슈타트의 머릿속 안개가 싹 걷히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오롯이 지휘관의 팔뚝을 향해 있었다.

 

…….”

 

약간 맹한 눈은 덤으로.

 

,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 건데?”

 

큼큼, 빠르게 정신을 되찾은 크론슈타트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약간 흐릿했던 동공도 어느새 본래 빛을 되찾은 지 오래였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지휘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지그시, 특정한 부분을 바라볼 뿐.

 

보다 진지한 모습, 공기가 한 층 가라앉았다. 필히 중요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판단한 크론슈타트는 조용히 시선을 따라갔다.

 

다행히 그 종착지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크론슈타트가 두 눈을 깜빡였고, 지휘관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

 

그녀의 가슴이었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살짝 핏줄이 비쳐 보이는.

 

……???”

 

그것을 인지하는 행위와 별개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본의를.

 

피부 위로 핏줄이 드러났다는 건, 주변 근육이 팽창했기 때문이야.”

 

때문에 사내는 친절히 입을 열었다. 방금 전 했던 말과 같았지만, 뒤에 이어 나올 말은 따로 있었다. 사내의 눈빛이 노골적으로 변했다.

 

그럼 네 가슴에 팽창할 근육은 역시…….”

 

하나, 크론슈타트가 자신의 가슴을 바라본다. 이어 사내의 눈을 마주친다. 이 시점에서 그녀의 얼굴은 차츰 붉어지고 있었으며, 표정도 어색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 사내가 시선을 살짝 내린다. 의복이 가리지 못해 드러난 윗가슴에서, 브래지어와 겉옷이 동시에 가리고 있는 정중앙으로.

 

마지막으로 셋.

 

지휘관 동지!!!”

 

빼액그녀가 소리친다.

 

마침내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한 크론슈타트의 고성이 방을 가득 채운다부끄러움에 크게 일그러진 얼굴은 살짝 눈물이 고인 듯 투명하게 반짝였다.

 

여자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이거 성희롱이야!”

 

억울함을 크게 호소하며 소리치는 그녀였으나지휘관은 여전히 묵묵부답가만히 그녀의 가슴그 한 가운데 팽창했다 생각되는 부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몇 번 그런 짓을 한 사이라고 해도그래도 그렇지이렇게 대놓고 성희롱은 너무하잖아!”

 

억울함분노부끄러움그 외 여러 가지 감정이 혼합되어 말한다그 정확한 비율은 본인도 모를 것이 분명했다.

 

허나 그런 와중에도 크론슈타트의 가슴에 그려진 핏줄은 차츰 선명해지고 있었다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상황이지만유달리 눈썰미가 좋았던 지휘관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 그런 걸 신경 쓰는 그가 이상한 게 맞지만 하여튼 중요한 건.

 

만져보면 알겠지.”

 

사내가 손가락을 뻗고 있었다는 사실.

 

잠깐!”

 

상황을 뚫고 나오는 상식 밖의 행동에 그녀가 당황하는 사이지휘관의 손가락은 이미 크론슈타트의 그것을 향하고 있었다반응하려 했지만이미 늦었다.

 

이미 손가락은 크론슈타트의 가슴 바로 앞에 도달했다함선 소녀인 그녀로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행위였던 지라그녀는 무방비하게 가슴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쿡하고그것을 찌른 순간.

 

하읏……!”

 

간드러지는 교성과 함께 느껴지는 익숙한 감촉.

 

……?”

 

지휘관이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필히 이전에 겪어본 감각사내가 당황하는 몇 안 되는 순간해명이 필요한 듯 그가 크론슈타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날 선 반응은 어디로 간 건지조용히 양손으로 자기 가슴을 감싼 그녀가 안절부절못하며 사내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크론슈타트?”

 

…….”

 

우물쭈물바닥과 지휘관을 번갈아 바라보던 크론슈타트가 기어들어 가다 못해 찌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에 매일 만져대니까당신 얼굴만 봐도 나도 모르게…….”

 

마침내 밝혀진 충격적인 진실정적이 흘렀다크론슈타트의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부끄러워서…….”

 

이어 들리는 소리는 지휘관의 이성을 찢어발기기 충분했다하고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사내는 한 걸음다가갔다.

 

하나그녀의 뒤로 이동한다.

 

으에……잠깐!”

 

당황한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그대로 들어 올린다흔히 풀 넬슨이라 부르는 그것이 맞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그가 말한다.

 

즉시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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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베라에서 이런 내용을 본 게 생각나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