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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트레이너씨~♬ 마마가 왔어요~.”

 

환한 표정의 슈퍼 크릭이 한 손에 바구니를 들고 문을 열었다하지만 안의 풍경을 보자마자 슈퍼 크릭의 표정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같은 우마무스메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뭔가요제 트레이너에게 꼬리치는 이 암말들은?”

네 트레이너뭔 소리야트레이너는 내거거든?”

 

붉은 빛의 트위테일 머리카락을 가진 우마무스메가 가장 먼저 반박했다.

 

다이와 스칼렛 선배말이 헛나오셨네요내가 아니라 다이아라고 하셨어야죠.”

 

연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우마무스메가 우아하게 말을 고쳐주었다.

하지만 우아한 그녀의 표정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오히려 약간 화가 난 표정이었다.

 

네 이놈들~, 이미 트레이너는 나와 아일랜드로 가기로 약속했단 말이다.”

 

연갈색의 단발을 한 우마무스메가 컵라멘을 뜯으려는 것을 멈추고 말을 꺼냈다.

 

아니야... ...오라버니는 라이스랑 평생 같이 살기로 했는걸?”

 

검은 머리카락의 우마무스메는 허리춤에 찬 칼을 만지작거렸다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남자의 옷을 하나씩 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순간 TV에서 한 남자와 여자자 마주보고 앉아있는 장면이 나왔다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왼쪽에 앉은 남지는 누가 봐도 잘생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올해의 트레이너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안녕하세요얀붕 트레이너님시청자들에게 인사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얀붕 트레이너입니다.”

 

방청객들에게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그보다 더 큰 박수가 트레이너 실에서 터져나왔다.

트레이너 실에 있는 모든 우마무스메들이 저마다 야광봉이나 손수 만든 굿즈를 들고 트레이너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 오라버니멋있다!”

트레이너씨마마랑 같이 살아요!”

트레이너네 놈은 나랑 같이 아일랜드에 가야한다!”

트레이너씨~! 원하는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다 사드릴게요!”

트레이너너한테 내가 1착 맞지배신하면 안 돼!”

 

각자 얼마나 치열하게 외쳤는지 옆 방에서 신고가 들어올 정도였다그 주인공들이 얀붕 트레이너의 담당들이라는 걸 알고 금방 취소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이 학원에서 얀붕 트레이너의 학생들은 엄청나게 유명하다.

스토킹이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기본이고 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주위에 다가오는 여자들을 엄청나게 견제하는 등 다양한 이력이 있다실제로 학원생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이들을 아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올해 G1 우승을 무려 7번이나 이끌어 내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글쎄요제가 한 게 뭐가 있겠어요제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했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트레이너의 학생들은 다들 감동이라도 받은 듯 가슴을 부여잡았다.

 

트레이너씨어쩜 저렇게 친절하시다니...”

트레이너좀 자랑해도 되는데아니야그러다 또 달려드는 녀석이 있을 수도 있잖아?”

 

하지만 이런 반응도 금방 끝났다얀붕 트레이너가 인터뷰하는 기자에게 미소를 한 번 지어보이자 기자는 그들에게 순식간에 죽일 년으로 낙인찍혔다.

 

오라버니... 어째서 저런 녀석한테...”

저기도 꼬리치는 년이 있었네요~.”

 

심지어 어디선가 나타난 경호원한테 뭐라고 하는 파인 모션의 모습도 보였다.

 

그럼 가장 중요하고 재밌는 시간인데요최고의 인기남얀붕 트레이너의 이상형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우선 여자친구는 없으시죠?”

하하네 없습니다이상형이라...글쎄요.”

 

파인 모션은 뭐라고 하던 것을 취소했고 슈퍼 크릭은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공을 꽉 쥐었다라이스 샤워는 쥐고 있던 칼을 놓쳤고 다이와 스칼렛은 얼마나 집중했는지 TV 속으로 들어갈 뻔했다그리고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 드디어 징... 징크스를 깰 수 있는 건가요!”

 

이런 소리를 하며 눈을 TV에 고정시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트레이너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물론 그 말을 기다리는 우리 학생들에게는 그 5초의 짧은 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을 테지만.

 

우선 애교 많고 귀여운 성격이면 좋겠어요.”

 

다이와 스칼렛의 눈에 생기가 사라지고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머지 학생들의 입에는 약간의 미소가 생겼다.

 

그리고 연상보다는 연하 같은 성격이 더 좋아요제가 더 챙겨주고 싶거든요.”

 

슈퍼크릭 역시 눈에 생기가 사라지고 표정이 굳었다심지어 갖고 있던 아기 용품을 떨어뜨릴 정도였다.

당연히 나머지 학생들의 표정은 조금 더 밝아졌다.

 

그리고 저랑 사회적인 지위가 비슷해야죠너무 높은 분이면 좀 부담스럽거든요.”

 

파인 모션이 눈에 생기가 사라진 채로 SP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이쯤 되니 나머지 학생들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얀붕 오라버니이제 끝이지더 없는거지?

얀붕 트레이너씨이제 슬슬 제 이름을 불러주셔야죠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나 저랑 재산이 비슷하면 좋겠네요너무 많으면 받기만 할 것 같아서요.”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눈이 죽었다그러더니 지갑에서 선택받은 부자들만 이용 가능한 블랙 카드를 꺼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 헤헷드디어 나한테도 행운이...”

 

라이스 샤워는 사랑하는 트레이너에게 선택 당했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세어나오는 웃음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었다그 정도로 행복해했다.

트레이너가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밝은 성격이면 좋겠네요어두운 성격이면 저까지 우울해질 것 같아요.”

 

라이스 샤워의 눈이 무섭게 가라앉더니 떨어뜨렸던 칼을 다시 꽉 쥐었다.

그 순간다섯 학생들의 서로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맞았다.

그렇게 함께 문을 나서려는 순간 TV에서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건이 터지기 전그들이 그토록 바래왔던 말이 그의 입으로 나왔다.

 

조건이 엄청 어려우신데요?”

하하그런가요사실 이런 조건들보다 저 좋다고 하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그 소리가 들리자 다섯 학생들은 다시 눈치를 보더니 서로 거리를 벌리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협력 관계에서 다시 경쟁 관계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트레이너씨~♪ 마마 놀랐잖아요~. 이거 오구오구 놀이 10시간 아니, 20시간은 해야겠는데요~?”

오라버니... 배신 당한 줄 알았잖아... 찌를 뻔했어...”

그래! 내가 너한테 1착이 아닐 리 없잖아! ...아니었으면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르지만.”

전세기는 안 띄워도 되겠구나~.”

아버지, 일단 납치는 취소해도 될 것 같아요. 조금만 나중에 할게요.”

 

다들 의자에 앉아 저마다의 방법으로 가슴을 쓸어 내리고 안심하고 있는 순간 기자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요그럼 지금 담당 우마무스메 분들은 어떤가요다들 하나같이 귀엽고 예쁘시잖아요혹시 마음에 드신 분 있으세요?”

 

시끄러웠던 방 안이 순간 정적으로 가득찼다얼마나 조용했는지 지나가는 개미 걸음걸이 소리도 들릴 정도였다.

트레이너가 입을 여는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재생되고 긴장감에 심장 박동이 요동쳤다다섯 학생들은 숨조차 쉬지 못했다학생들이 긴장에 쓰러지기 직전목소리가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걱정 마세요절대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담당들은 그저 제 소중한 학생들입니다.”

 

절대...?

죽었다 깨어나도...?

없어...?

그저...학생...?

 

다섯 학생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그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서로를 한 번 씩 응시하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서는 같이 숨을 참고 있던 파인 모션의 SP들의 한숨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 날, 이사장의 핸드폰에 다섯 학생의 번호로 문자가 왔다.

 

[죄송합니다. 오라버니를 만나러 갈게요]

[마마의 도리를 하러 갑니다]

[1착을 따러 가겠습니다]

[국제 문제 처리]

[돈 주고 살 수 없는 걸 가지러 갑니다~]

 

예상언젠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본인이 본인 무덤을 팔 줄은 몰랐네.”

 

이사장실 한 쪽 벽면에 걸려 있는 TV에서는 곧 본인에게 무슨 일이 닥칠 지 모르고 해맑게 미소를 띄고 있는 트레이너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들어 다섯 학생들에게 동시에 문자를 보냈다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부탁제발 적당히만 해주게!]

 

******

 

한적한아니 사람이 없는 곳에 한 별장이 멋지게 지어져 있었다.

 

얘들아이제 그만... !”

트레이너 입은 내가 막아야겠네.”

 

하지만 얀붕 트레이너의 입은 금방 다른 입으로 막혔다.

 

이제 내 차례야... 오라버니 기다렸지?”

아쉽네... 트레이너조금 이따 다시 올게요~.”

네 이놈빨리 나오거라기다리다가 라멘도 다 먹었구나~.”

 

슈퍼 크릭은 한 쪽 구석에서 분유를 타고 있었다물론 그 분유가 평범한 분유는 아니었지만.

 

얀붕 트레이너~♬ 배고프거나 힘들면 마마한테 말씀하세요분유 드릴게요~.”

 

한 남성의 괴성이 별장 곳곳에 울려 퍼졌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오히려 다섯 학생들의 흥분만 자극해버렸다.

아마 그는 오랫동안 이 별장에 머물 것 같다그것도 아주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