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의 결핍이 이성을 잠식하여
나를 작아지게 만드네
차라리 본능을 느끼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존재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신은 왜 나를 일륜이나 장미가 아니라
난쟁이와 비료로 만들었는가
술로 고통을 잊으려 해도
담배로 열등인생을 도피하려 해도
커피로 이성을 깨우려 해도
도무지 알 수가 없네
무엇을 빌려도 안되는 성찰이 있다면
칠생보국의 끈을 가진 
귀족 나으리를 따라가려 해도
나한테는 내 복혈(腹血)로
하나의 지화(地畫)를 뿌리려 해도
무사의 용기가 나지 않으니
진퇴양난이구나
본능의 결핍이 강한 난쟁이는
오늘도 술로 현실을 도피하니
누군가 이 검의 산을 허물어주고
나의 저주의 삶을 끊어다오

나는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혁명으로 가득 채울 수 없는
한낱 나약한 범부에 지나지 않으니
본능의 공허가 나를 짓누르네
저 둘이 공존하였다면
범부는 심연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