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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글 모음

조그만하게 열어둔 창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달빛.

숨소리와 웅웅대는 컴퓨터.

그것들만이 생기없는 작은 방을 메우고 있는 그나마 덜 정적인 요소일 뿐이다.


하는 일이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소설을 보는것,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밤이 깊어져 오면 약을 먹는다.

단지, 그것들의 반복.


밤이 다가오면 하늘은 어두워진다.

비오는 봄날의 새벽 하늘같이 우중충해져가는 마음은 나를 더 좀먹어갈 뿐이고,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기압이 높아져 먹구름이 개어지는 때를 기다리거나, 직접 하늘을 가르는 것 뿐.

그것들마저 안개낀 시야가 날 방해하니,

난 먹구름을 뚫고 나아가거나, 하늘이 개기까지 기다리는것이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우중충한 생각이 70% 이상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자극에는 무감각해진다.

그나마 가장 강한 자극이라 해봤자 통증이라던가 니코틴, 음악, 게임이니.


그런 삶을 사는 나이기에 일어났더니 시야가 낮다거나, 컴퓨터 빛 사이로 반사되는 내 모습이 15살도 채 안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로 바뀌어있던것도 별로 중요치 않다.

내가 느끼는 건 그저 냉장고 문이 약간 높아진 것 뿐이고, 키보드 자판에 닿는 손가락이 얇고 작아진 것 뿐이고, 안그래도 없던 근력이 조금 더 떨어진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책상 옆에 놓아둔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쓰흐... 흐우..."


바뀐 몸의 탓인지, 연기가 약간 더 맵게 느껴졌지만, 이내 타르섞인 연기가 몽롱함으로 그 느낌을 덮어씌워줬다.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인터넷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구독해둔 채널에 영상이 올라왔나 왁인하고, 팔로우 해둔 스트리머가 방송을 하는지 둘러 본 뒤, 보고싶은걸 켜 보기가 할만한 일이 되겠다.


그리고 이내 뇌세포가 도출해낸 할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고, 폐인마냥 하던 게임은 구미가 당겨오지 않는다.

그럴때는 작업 표시줄에 있는 메모 프로그램을 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내면에 담고 있는 우울한 감정을 전부 글로써 표출해낸다.

내 심상을 터놓을 사람조차 없으니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나 혼자 꾸역꾸역 버텨나가는 것 뿐이니까.


장마철의 여름같이 습하고 끈적끈적한 기분이 내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그런 무의식의 감정들을 타이핑해 억제해나가야한다.

아직 아침이다.

아닌가, 5시 이후는 오후일테지.

아직 밝으니 아침이라 불러도 상관 없을려나.

내 알 바는 아니다.

그냥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게 편하겠지.


어찌되었건 아직 살점을 그어나가기엔 밝은 창밖이기에 어떻게든 우울한 감정의 현실을 피해 도망친다.

모니터속 글자로서, 몇바이트도 안나가는 데이터 쪼가리로서 내 감정이, 느낌이, 전자기기속 작디작은 메모리를 채워나간다.

감정이란건 너무나도 작은 용량을 차지하지만, 그건 조잡한 창 생성 바이러스와도 같아서 금방 몸에 영향을 주고 만다.

조그마한 감정에서부터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이윽고 그 감정이 내 뇌의 행동에 간섭한다.


'하아...'


소리내지 않고 속으로만, 타이핑하는 손가락으로써로만 한숨을 뱉어낸다.


난 왜 이렇게 사는걸까.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않고 이루고 싶은것만 엄청나게 많아서는 실패하고 좌절한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노력이란걸 해보지만 그마저도 결국 감정과 성격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또 좌절하고 만다.


성공이란 개념은, 그런 객관적인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눈 앞에 다가왔을때 점점 멀어져간다.

더 높은 좌표로, 내가 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향해간다.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그 이유까지 생각이 닿지 않는것인지 더이상 귀찮은 일에는 생각을 하지 않기 시작한것인지는 아마 후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냥 원래 난 그런 사람이니까.

그렇게 자기합리화하고 멀리 넘겨버린다.

생각의 지평선 너머로, 무의식의 저장고로, 감정의 쓰레기장으로 강하게 던져버린다.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 던져져 날아가는 도중에 사라지는건지, 바닥같은건 너무나 아래에 있기에 그런건지.

사소한 잡생각조차도 멀리 던져버린다.

이번에도 역시 소리는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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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때 가끔씩 쓰던 글이에요
기분이 가라앉을땐 글로써 그 감정을 표출하는것도 방법이더라구요...
틋붕이 여러분들도 기분이 안좋으면 글을 써서 올려보는건 어떨까요???
참고로 이건 강요에요! 권유가 아니라!!
빨리 써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