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나티엄에선..."


"..."


"그리고 주목하셔야하는건..."


"하아..."


"시장님?"


"어 왜"


"아닙니다. 제 얘기를 안 들으시는 것 같아서 불러보았습니다."


오늘도 모나티엄의 시청에서는 아멜리아가 어김없이 엘레나에게 도시에 관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어 듣고있어 계속해."


"시장님? 혹시 무슨 일 있으십니까? 요즘 따라 얼굴이 안좋습니다."


"아냐... 별 일 없어"


"최근 일주일 동안 시장님의 입꼬리 각도가 평소보다 13.8도 내려가 있습니다. 이는 결코 평범한 신호가 아닙니다!"


"아..."


"혹시 누군가 시장님을 괴롭히는 겁니까? 요정? 교주? 아니면 그 이상한 노래나 부르는 거렁뱅이? 비서인 저에겐 감추지 말고 말씀해주십쇼!"


"아멜리아"


"모든 엘프들과 모나티엄를 책임지시는 시장님을 언짢게 하는건 모두 없애버리겠습니다! 그러니 누군지 말만 하시면...!"


"아멜리아!"


"저희 칸나 반장이 지휘하는 엘프 기동 타격대는 언제나 준비되있습니다! 그니까 시장님을 괴롭힌 그 악당의 이름을 어서...!"


"아멜리아!!!"


'쾅'


엘레나가 고함을 지르며 책상을 내리쳤다.


"시...시장님?"


"나가"


"저는 그저 시장님을...!"


"알아 알고 있어. 근데 그냥 좀!!!"


엘레나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다시 이어나갔다.


"...나가라고"


엘레나의 말을 들은 아멜리아는 잠시 엘레나를 바라보다 중얼거리며 방을 나갔다.


"이런... 시장님의 기분을 파악하지 못하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그건 그렇고 이건 분명 보통 일이 아니야 어서 칸나 반장에게 연락해야..."


"하아..."


아멜리아가 방을 나가자 엘레나는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 만지작거렸다. 


'꾹'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윽고 그 무언갈 가동시켰다.


'뚜루르르~~'


"여보세요?"


장치 너머에서 교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주?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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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너가 먼저 보자고 하고"


엘레나의 연락을 받고 온 교주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냥..."


"응?"


"그냥 좀 지쳐서..."


"아하..."


교주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나의 말을 들은 교주는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가 제일 잘 알잖아"


교주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기... 이 엘리아스에서 나갈 수는 없다는걸"


"알지... 아주 잘 알지... 벌써 4500년 째인데..."


"..."


교주와 엘레나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뭐라 해줄 말이 없네..."


"나도 교주가 해결해줄거라 생각해서 부른건 아냐..."


"그럼 뭐 그냥 같은 처지끼리 신세한탄하자고 부른거야?"


"푸흡"


엘레나가 비웃듯이 조그마한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그걸로 불렀을까..."


"그럼?"


"음... 한 천년 전인가? 이천년 전?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나지도 않네... 아무튼 여기서 못나간다는걸 깨닫자마자 내가 만든 장치가 하나있어."


"장치?"


"응 뭐 쉽게 말하면 뇌사로 만드는 장치야"


"...뭐?"


엘레나의 말을 들은 교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그리 놀라고 그래?"


"아니 잠깐만...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후..."


엘레나는 숨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죽게..."


"엘레나!"


"난 너무 지쳤어... 매일매일 아멜리아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부하고 다른 동족들은 점점 더 멍청한 짓을 반복하고 거기다 요정에 수인까지... 더는 싫어"


"..."


엘레나의 한탄에 교주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 정도면 난 충분히 수고한거 같아... 어차피 내가 없어도 도시는 잘 굴러갈거야 그러니까..."


"난 좀 쉴래"


"그런 말을 왜 나한테..."


"너라면 내 부탁이자 유언을 제대로 들어줄 것 같아서 말이지"


"부탁?"


"뭐 뻔한 말이야 남은 엘프들을 잘 부탁해줘. 특히 아멜리아는 좀 잘 달래주고"


"..."


"그리고 그 교단 지하에 들여보내줘 거기라면 아멜리아도 날 못찾을테니까..."


"너..."


"기껏 죽으려고 했는데 아멜리아가 찾으면 다시 깨어날꺼 아니야? 그러니까 좀 숨겨줘"


"후..."


교주는 천장을 보며 한 숨을 쉬었다.


"일주일...?"


"응?"


"일주일 동안 다시 생각해보고 그래도 쉬고 싶다면 교단으로 찾아와..."


"뭐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라는 거야?"


"..."


교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떤 결말이 나올진 너도 대충 짐작하고 있잖아?"


"그 짐작이 틀리길 바랄뿐이야 난..."


말을 마친 교주가 일어났다.


"그러니까 다시 생각좀 해줘"


방을 나서는 교주를 보며  엘레나가 피식 웃었다.


"교주 넌 역시 좋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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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교주?"


"결국... 그렇게 하기로 한거야?"


"응 일주일 동안 아주 잘 생각해 봤는데..."


엘레나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역시 이게 맞는거 같아"


"..."


엘레나의 말을 들은 교주는 말없이 교단 지하로 가는 문을 열어줬다.


엘레나는 아무 말 없이 열린 문을 향해 나아갔다.


"엘레나"


교주는 계단으로 발을 들이려 하는 엘레나를 보며 말했다.


"응?"


"...좋은 꿈 꿔"


교주의 말을 들은 엘레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교주"


이 말을 끝으로 엘레나는 뒤돌아보는 일 없이 저 지하 깊숙한 곳 까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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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어느 방


여러 사제가 누워서 잠을 자는 어느 방


엘레나는 그 사이로 들어가 편하게 눕는다.


그리고 귀에 무언갈 넣는다.


그 후 주머니의 스위치를 꺼내고 천장을 향해 손을 들었다.


"안녕 세상아!"


엘레나는 힘차게 웃으며 스위치를 눌렀다.


'픽'


스위치를 눌렀던 엘레나의 팔이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그 방은 다시 고요와 적막으로 가득쳤다.


하지만 엘레나의 얼굴은 은은한 미소를 띄고있었다.


그녀는 썩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그녀가 없어 모나티엄에는 혼돈이 찾아왔고 아멜리아는 반쯤, 아니 아예 정신이 나가버렸지만 뭐 어떠랴


어차피 알 수도 없고 알 생각도 없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