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사이비무림
개념글 모음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는 천마를 보니 뭔가 불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껏 이 소녀를 데리고 다니며 얼마나 많은 고역이 있었던가.


지금에야 무림맹도 이 사이비 천마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경계를 다소 풀었다지만은, 그것은 정파.


사파의 일원들은 무림맹의 인정이 있든 없든, 아니 있으니 오히려 더 천마에게 달려들어댔으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객잔들이 걸레짝이 되었던가.


걱정되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객잔은 무려 그 천마가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며 데려온 객잔.


외부와의 교류가 극도로 적은 마교에 살며 살아남기 위해 이것저것 주워먹으며 살았던 천마다.


입에 고기만 들어갔다하면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해했던 천마다.


그런 이의 입맛을 과연 믿을 수 있기는 할까?


자신만만하게 "이번엔 그대에게 은혜를 갚도록하겠네!"라고 외쳤건만, 정녕 제대로 전낭을 가져오기는 한걸까?


여러모로 신뢰가 가지 않는 이였다.


그에 반해 목청만큼은 확실히 컸는지 점소이가 천천히 우리가 앉아있는 자리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천마와 외견상 나이가 얼마 차이나지 않아보이는 점소이는 살짝 불만인 듯 미간을 찡그린 채였다.


"점소이, 듣지 못했는가? 소롱포와 소면을ㅡ"

"손님."


여전히 기대된다는 표정을 하며 점소이에게 주문을 하는 천마의 말을 짜증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점소이가 가로막았다.


"점소이는 말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말을 높여주시죠?"


"이 무슨...?"


"그리고 가지고 오라니, 저희가 손님의 종인줄 아시나요? 참. 어이가 없어서."


"내, 내가 누군지 모르는가...!!"


자칫 잘못하면 모가지가 날아가는 곳이 무림이다.


적어도 상대가 고수로 보인다면 무림인이더라도, 특히 무위가 없다시피한 점소이는 무림인 상대로 사리는 것이 정상이거늘. 저 점소이는 너무나도 당당했다.


당연히 그 철칙을 알고있는 천마 또한 당황해서 점소이에게 대들었지만, 그럼에도 점소이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천마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점소이는 품속에서 커다란 나무판을 꺼내더니 우리에게 내밀었다.


그 나무판에서는 천마가 시키려했던 소롱포와 소면 같은 글자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주문은 이 기오수구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양손을 붙이며 부탁한다는 손동작을 취하고는 점소이는 멀리 떠나갔다.


...요즘 점소이들은 참 MZ하구나... 


여느때처럼 요동치기 시작하는 속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멍한 표정으로 점소이의 뒷모습을 바로보고 있는 천마였다.


"...요즘 세상이 많이 변하기는 했구나...? 자, 잠깐 그대여...??"


"그 맘 알지...!! 아주 잘 알아...!!"


동지가 생겼다는 기쁨, 아니 슬픔에 나는 천마를 껴안은채 한동안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ㅡㅡㅡ


흑흑 글 쓰는 폼이 너무 떨어져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