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됐다.
나는 해양탐사선의 기록담당관이다.
적어도 어제까진 말이다.
태풍을 만나 돛이 부러지면서 암초와 충돌했다.
태풍이 멎은 후 선장이 탈출선에  탑승하지 못하였다.
나침반을 주었지만 육지까지의 거리가 너무멀다.
이 배는 가라앉는중이다. 선장은 나에게 자원을 확인하라고 명령을 내린 뒤 창고에 간 사이 바닷속에 몸을 던진거 같다.
배가 좌초되면 책임을 물게뻔하니 자살을 택했을것이다.
창고를 확인해본 결과 건빵 열자루에 절인고기와 과일절임들, 식수와 술들이 든 통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이 배는 가라앉는중이다. 
앞으로 나흘. 나흘안으로 구조되길 바래야된다. 
남은 선원은 네명이지만, 이들은 날 외부인취급한다. 
뱃머리에서 담배를 말은 뒤, 성냥을 딱딱거리며 불을 붙인다.
스읍... 아마 내일즘이면 그들이 식량을 제한하지않을까
한달은 먹고도 남을 음식인데도 말이다. 혹여 나를 바다에 내던질지도 모른다.
'찰박'
무슨소리지? 물이 여기까지 차오를리가 없을텐데?
'첨벙'
나는 갑판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금방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원들이 배 바닥을 자르고, 돛을잘라내어 돛단배를 만든것이었다.
그들은 뒤를 곁눈질로 보더니 마치 짐덩어리를 버리는듯 고개를 다시 앞으로 향하였다.
"하...하하...."
눈물도 웃음도나오지않았다 그대로 턱이 굳은듯 입을벌린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생각을 정리해보자


-사람이 4명이나 나가 배의 가라앉는 속도가 느려졌다. 
-식량을 좀 버리면 1주일은 버틸것이다.
-주변에 바위섬이 있다.
-태풍에 밀려 멀어졌고 밤에 충돌해 어디있는지 모르지만 그곳에 탈출선을 탄 선원들이 있을것이다.
(물론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는놈들은 탈출 못한 인원을 구하러 왔겠지만)
-탈출선엔 식량을 많이 실지 않았을것이다. 다만 식량을 옮길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바위섬에 합류하면 어떻게든 될거같은데젠장..
굳은 머리를 어떻게든 굴리려했지만 시간만 지날거같다.
일단 배가 가라앉는속도를 줄이기위해 식량을 바닷속으로 던져야겠다.

끄응....얼굴이 터질거같다. 
본래라면 3명이서 들어야되는 무게를 혼자 굴리고 있으니. 
이미 해는 떨어지고 손은 이미 동상에걸린듯 떨고있었다.크으으윽! 등으로 식량통을 들어올린다. 
그대로 난간을 넘겨 바닷속으로 둔탁한 음을내며 식량이 빠진다.
커헉헉...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다. 
허리의 통증으로 몸을 내던지듯 몸을 눕혔다
손을 들 힘도없다 좀만 쉬어야겠다. 
먹을 식량을 제외하고 남은 식량은 전부 버린채 나는 바닥에 기듯, 
갑판을넘어 서재로 들어왔다.침대에 몸을 던지듯 누웠지만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않는다.
시발 시발 시발.. 머리속엔 온통 살고싶다는 말만 욱여넣은채, 눈을 감았다.


빌어먹을 아침이 되었다.눈은 떳지만 몸은 움직이질않는다. 바위에 끼인듯 몸이 무겁다."쿠당탕"몸을 굴려 침대에서 떨어졌다.오늘은 내 계산이 틀려 물고기밥이 될지 안될지 검증하는날이다나는 옷걸이대를 지팡이삼아 갑판에서 계단을타고 내려간다.어제 표시해놓은 물높이와, 지금의 물높이를 계산하기위해 뱃속으로 들어왔다.
...계단을 내려오자그리고 그곳, 창고엔 상어 형체의 무언가가 배의 내부를보며식량통을 까뒤집고 있었다




뭐야 이거 상어?인간? 인어?세이렌인가? 날개도 달려있고...눈을 부비고 있을때, 그녀가 킁킁거리며 이쪽을 본다.

"당신이 이거 바다에 갖다 버렸어?"
뭐.. 뭐야 저건
꿈이라도 꾸고있는건가? 그것이(그녀가) 입을열어 말한다.
"너가 이거 버렸냐고!"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난 모양이다.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그것은 얼굴을 찡그린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 배의 기록담당관입니다. 항해를 하는 도중 사고를 당했고, 선원들은 전부 이배를 떠나여 저 혼자 고립된 상태입니다. 그 식량들은 제가 버린게 맞습니다. 이 배가 가라앉고 있는 중이기에 가라앉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고했습니다."
그것은 꼬리를 뱀처럼 움직이며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가까이서보니 7피트정도는 되보인다!
"사냥하는 도중에 이런게 떨어져서 말이야. 이거 머리에 맞고 기절한사이에 사냥감들이 다 도망가고 쫄쫄 굶었는데.."
그 누런 눈동자로 내 목덜미를 노려본다.
"어떤놈이 내 식사를 방해했는지 궁금해서 낯짝이라도 볼까해서 찾아왔는데 말이지. 듣기는 했지만 인간이 진짜로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 표정이 어떨지 상상도 못하겠다.
공포심에 아랫입술을 본능적으로 씹었는지 입에 피맛이돈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저 서슬퍼런 이빨에 목을 뜯기는것일까?
"살려주세요...."
울먹이며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
분명 잡아먹히겠지 저건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한 괴물이니말이다.
어릴적 동화에서나 나오는줄 알았던 그런 괴물이 실제 했었다니.
"%%^^_/~*"
그리고 그 괴물에게 잡아먹히는게 내 최후라니..
갑자기 그녀가 귀를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안들리냐고 이 멍청아! 어떡할거냐고!"
"히히익...!"
천둥보다도 더 큰 그녀의 목소리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털썩 주저앉자 그녀가 허리를숙여 얼굴을 들이민다.
"저...저식량을...입에 맞으실진 모르겠지만...."
그녀가 연 식량통을 가리켰다.
"아까 먹어봤는데 너무 짜고 냄새나서 못먹겠더라 인간들은 이딴걸 먹는거야?!"
"보...보존식은 원래 물에 씻어서 먹어야됩니다. 소....소금에 절여놓은거니깐요..."


-


작은 나무통에 소금기를뺀 고기들과 과일절임을 옮겨담아 그녀 앞에 놓았다.
엄지와 검지로 고기를 들고 수초간 보더니 한입에 집어삼켰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본다.
"캐핵...육지것들은 왜 이딴걸 먹는거야?"
"아무래도 장기간 항해를 하다보니 오래먹으려고 소금에 담가놓은거다보니.."
그리고 뱉어내듯이 내팽게치더니
"이유는 됐고 이쪽으로 와라."
그녀가 손짓을한다 그러더니 꼬리를 바닥에 팡 하며 내려치는것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그녀가 꼬리로 내려친곳으로 갔다.
"인간이 여기까진 무슨일이야?"
그녀가 손을들어 내턱을 잡았다. 개구리 같은게 내 얼굴에 들러붙은듯 끈적이고 미끌거렸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해양탐사를 위해 나온것입니다...아직 밝혀지지않은 지구의 섬을 조사하기 위해 나왔죠.."
그리고 턱을 놓고선 조용히 흐음 거리더니 팔짱을 꼈다.
그리고선 다시 나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맘같아선 잡아먹고싶지만 궁금한게 많아서 말이야. "
그러고선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육지의 생활부터해서 인간의 종류며 인간은 어떻게 사는지 인간은 무리를 짓고 사는지등을 물어보더니 계속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인간들은 그렇게들 사는구나." 라고 말하곤 쓸쓸한 표정을 내비쳤다.



그렇게 몇시간을 떠들어대자(일방적으로) 그녀가 졸립다며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러고선... 배를뒤집은채로 잠에 빠진듯하다
.. 얘기해보니 위협적인 생물은 아니었다. 
처음엔 경계하면서 듣더니 하나둘 질문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꼬마애들이 물어보듯 하나하나 질문하면서 
눈동자를 계속 반짝이는것이었다.
특히 인간의 동화를 들을 땐 '어떻게 됐는데'를 연발하며 영락없이 어린아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난 아직 그녀가 궁금하다.
그녀는 어떤존재일까?


난파 3일차에 대화가 가능한 존재를 만났다. 아무래도 신이 날 버리진 않았나보다. 그럼에도 희망적이진 않다.
램프를 챙긴다
낮에 보지못했던 수심을 보러 내려갔다.
"윽..."
아직 한층더 내려가야 하는데...
물이 종아리까지 차올랐다!!
내 계산보다 더 빠르게 올라오고있는 것이었다.
'마루의 무게가 생각보다 더 무거운건가..'
어제 말아놨던담배를 안주머니에서 꺼내어 불을지핀다.
스읍.... 
이대로 죽어야만 되는것인가?
아직 못해본일이 너무 많다.
"하시발"
이런 망망대해에 기적같은건 없을것이다.
저 위에 자고있는 저것도 내게서 흥미가 사라지면 떠나겠지.


바다로 나올생각은 없었다.
되는대로 살다가 남들처럼 공부하고 남들처럼 학교에가고
남들처럼.. 징병대신 대학원에서 지도를 공부하고 기상을 공부를 했다. 군인이 되어 차출되는것 보단 적어도 이쪽이 더 나은 삶이라 믿었으니까.
해양탐사선에 지원했을때엔. 적어도 바다는 내 무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웩.. 인간은 정말 이상해 맛대가리도 없는 음식에 이어 이젠 불까지 마시잖아"
"으악!"
순간 놀라 발이 뒤엉켰다
쿵 소리를 내며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담배가 치이익소리를내며 물에젖어들어간다.
그녀의 남색 머릿칼이 부스스떠있다 아마 자다일어났겠지
"언제 깨신거에요?"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고약한 냄새가나서 말이야."
싯누런 눈동자로 나를노려본다.
"앗 죄송합니다 높이가 좀 되서 못맡으실줄 알았는데.."
"상어라는게 코가  예민해서 말이야. 미안할거까진 없는데 무슨냄새인지는 확인해야될거 아냐."
"육지것들은 물에 오래 못있는다던데 빨리 나오기나해."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은 왠지 물속에 뜬 옷감을 만지는듯 차갑고, 묘한 점성때문인지 기분좋은 위화감이느껴졌다.
내가 일어서자 그녀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일어난 김에 얘기좀 더하는게 좋겠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지간히 이야기하는것이 좋은가보다.
"좋아요. 대신 이번엔 이쪽에서도 질문할겁니다."
그녀는 싱긋 웃었다
"서재에서 이야기 하죠. 아까처럼 창고에서하는건 여의치 않을거같아요."
"거긴 또 어딘데?"
"아 음 이얘길하려면 이 배의 구조에대해서 말씀 드려야겠군요. 시간도 많으니 올라가면서 설명하죠."


ㅡㅡㅡㅡ









배의 구조를 얘기하며 서재에 들어섰다. 

서재에 들어서기 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아니 그냥 갈아입으면 되잖아?" 라고 그녀가 답하였다.

그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얘졌다.

"아니 그.. 뭐랄까..."

"인간은.. 그렇게 나체로 다니는 것이 성적으로 부끄럽다고나 할까.."

"뭐...?"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너 그럼 날 보고 욕정한거야?"

정말 예상외의 답변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성적으로 부끄럽다는게 설마 인간이 나체를 본다는게..."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난 네 앞에서 구애를 한거야...?"

"아니에요! 그런 사소한건 넘어가도록 하고 제발 나가주세요!"

그녀의 어깨를 밀어내었다.

 그러자 그녀가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이거 완전 짐승이잖아?" 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그런거 아니니까 제발 나가주세요!" 

분해서 눈물까지 글썽이자 마지못해 그녀가 나가주었다.

얼굴을 만져본다. 얼굴이 뜨겁다.

나와 그녀는 다른 존제일텐데 무엇이 부끄러운 것일까?

옷을 갈아 입은 뒤 램프를 들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들어왔다.

"가릴것 좀 줘, 네가 그런 눈으로 날 보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햇는걸"

어떻게 해야 오해를 풀 수 있을까....

포기한채 그녀에게 모포를 주었다.

반즘 장난이겠지만 반즘은 진심일 것이다.

"진짜 오해에요.. 전 당신을 그렇게 보지 않았어요..."

그녀가 붉어진 내 얼굴을 내려다 본다. 

"아 난로 끌까요?"

그녀가 물끄럼히 계속 나를 바라본다.

"뭐 아무래도 좋아."

이미 그녀는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거같다.

이전의 그녀라면 난로가 무엇이냐고 물어봣을 테지만,(사실 화두를 돌리려고 난로를 끄겠다고 했지만) 

온 신경이 나를 놀리기 위해 집중되어있는거 같다.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뭐가 부끄러운지. 창관에 처음 들어간 숫총각처럼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뭐라도 얘기를 꺼내야겠다.

"그러고보니 당신은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당신의 정체가 궁금했어요. 당신은 무엇인가요?"

"나는 너희 인간들이 이야기하는 인어야. 바다에 사는 사람."

"인어라니 저희 인간은 인어가 실존하는지도 몰랐는걸요"

"음 우리도 인간을 조우하는일이 많지는 않으니깐."

"당신들도 무리생활을 하시는건가요?"

그녀가 쓸쓸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다른 인어들은 무리생활을 하지만.. 나같은 돌연변이는 무리에서 버림을 받아."

왠지모르게 그녀의 아픈곳을 찌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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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땐 그녀를 위로해야겠지..
어떻게 말을꺼내야할까.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시선은 바닥에있고 손을모아 주뼛거린다.
의외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지만 이대론 대화하기힘들것이다.
"인간도 어딘가 다르게태어나,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로 또 눈동자가 다르다는 이유로도 이단의 취급하고 내쫓습니다만."
난 그녀의 얼굴을 정면에서 마주봤다.
"진화론을 보면 살아남기 위한 형질로 돌연변이가 태어나게 되고 이때 이 변이된 특성이 좀더 ....


....... 다르게 태어난게 죄가 된다면 그건 생명자체를 부정하게 되는거겠죠. 모든 생명은 살아있음으로 그 의미를 갖고있는것입니다. "
"어....음....위로는 고마운데 이 손 좀 놓을 수 있을까?"
화들짝 놀랐다. 나도모르는 사이 그녀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쥐고있었다. 황급히 놓고선 그녀에게 손을 잡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미안한데 어려워서 중간부터 못들었는데 그러니까 음 .." 
"간단히 말해서 당신같은 사람이라도 소중하다는거죠."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잘도하네"
경직된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어깨를 찰싹 하고 때린다.
"한가지 더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응? 뭔데?"
"저도 당신에게 있어서는 먹잇감으로 보이나요?"
"그 뭐랄까 의사소통이 되는 걸 잡아먹는건 뭔가 꺼림직해서 말이야. 고기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게 들리면 어떻겠니."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었다
"여기는 굉장히 맛있어 보이지만♡"
그녀가 내 목을 노려본다
황급히 목을 손으로 가린다.
"농담이야"
"그런 살벌한 농담이라면 앞으론 사양하겠습니다. "
"그럼 한입만 먹게해줘~"
"절대안됩니다."
그녀가 입을 삐죽내민다.
물론 그마저도 농담식으로 하는거겠지만.


-8화 유실됨 대충 배만들고 뚱땅뚱땅 하겟다는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


그녀는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다.
흐아암하며 눈을꿈뻑거리더니, 내쪽을 쳐다봤다.
"아 일어나셨군요. "
"뭐하는거야 지금??"
"도면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이 배도 곧 가라앉을거에요."
"뭐어?"
"여기들어오실때 배에 뚫린 구멍으로 오신거 아니였어요?"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지?"
"그곳으로 물이 차올라서 가라앉고있습니다. 저도 어떻게든 살아야지요."
"인간이란건 참 피곤하게사네. 뭣하면 안고 헤엄쳐줄수 있는데"
"안고 가신다면 바닷 물을 많이먹어서 숨을 못쉴거 같아요."
그러자 그녀가 배를드러내며 눕더니,
"이렇게 안고가는건 괜찮지 않을까?"
"확실히 일리는 있지만 그렇게 가도 체온이 떨어져서 죽을수도 있어요."
"흐으으음 어렵구나." 그녀는 손등으로 턱을 괴었다.
"그래도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살 방안을 궁리해보겠습니다."
"그럼 난 잠시 식사좀 하고 올게."
"바다속으로 들어가시는건가요?"
"그럼 여기있는 음식은 너무 고약하거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갑판위에서 몸을던지듯 다이빙을했다.
"그럼 심심할 때 찾아올게."
그녀가 바닷물속으로 손을 흔들며 들어갔다.
그리고 마음속엔 막연한 불안감이 솟았다.



반나절에 걸친 결과 그럴싸한 도면이 나왔다.
이것에 맞는 재료를 구하기위해 톱과 망치 그리고 못을 준비했다.
땟목으로 표류하기엔 험난한곳이기에 적당히 쪽배를 만들기로 하였지만, 과연 이 배가 가라앉기전에 만들수나 있을까?
그나마 희망찬것은 아버지 등 뒤에서 곁눈질로나마 목수일을 배웠다는 것이다.
배워두고 못써먹을것은 없다더니...
측량도구는 전부 서재에있으니 애먹을필요는 없다.
다만 이젠 잠잘시간도 아껴야 시간안으로 완성시킬수있을것이다.
수리용목재들이 얼마나 적절한것이 있느냐에따라 작업시간이 달라지겠지..
-
배의 수리용 목재들을 갑판위로 옮기고 있는사이 그녀가 온듯하다. 등 뒤에서 그녀가 말한다.
"어디갔나했는데 바쁜가봐?"
"뭐 보다시피 좀 바빠요. 작은배를 만들려구요."
"잠깐 여길좀 봐봐"
그녀가 두손으로 자기 얼굴만한 물고기를 들고 서있었다
"이건..돔이로군요..!"
"알고있는거야? "
"그럼요. 내륙에 있을때 많이 먹었거든요. "
"바다로 나온이후론 선장과 간부들만 먹을수 있던건데 여기서보다니 반갑네요."
"바다에 있으면서도 생선을 못먹는거야?"
"낚시로 잡혀들어오는게 적다보니 밑에것들은 손톱만 뜯는게 전붑니다."
"뭐야 그런게..."
"조리장과 친한게 아닌이상에야 구경도 못하죠."
"그럼 모처럼이니 맛있게 먹어야지. 깨끗한 물좀 가져와줘."
그녀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바다에서도 요리를할수 있는것인가?
하지만 토를 달기엔 그녀가 뭔갈 해줄 의도로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깨끗한물이 든 통을 준비해서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손톱으로(갑자기 길어졌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도미의 껍질을 벗겨내더니 생선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고 속을 말갛게 씻는것이었다.
역시 생선을 많이먹으니 능숙하구나하며 지켜보다가, 그녀는 생선을 세로로 갈라 뼈를 빼내고 그대로 살점을 도려냈다.
그러고선 접시에 곱게 올렸다.
이걸가지고 찜이나 굽는건가? 하던 찰나에 그녀는 웃으며 살점을 집어 내게 보여주었다.
"자 이대로 먹어."





뭐?




"이걸 그대로 먹는건..."
이제보니 내게 보여주는게아니라 먹여주려고 했던것이다.
생글생글 웃으며 아~하는 그녀...
표정이 굳은게 보이는지 그녀가 얘기한다.
"인간들은 이렇게 안먹어? 이렇게 먹는게 제일 맛있는데."
생각해보니 그녀는 날것 그대로 먹는것에 익숙해져있을것이다.
그럼에도 이걸 그대로먹는건...
그녀가 기대감에 부푼 눈으로 바라본다. 어쩔수없이 눈을감고 입에 넣었다.
입에 넣자 생선의 속살이 탄력을내며 입안에서 은은한단맛을 뿜어내고있었다. 생각지 못한 맛에 눈을 휘둥그래 뜨자 그녀는 옆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이게 제일 맛있지?"
"생각지도 못했어요. 찌거나 굽는게 더 나은줄 알았는데.."
"일단 먹고 일하자. 하는거 도와줄게."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덕에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있었다.


식사를 끝마친 뒤
그녀는 짐을 금방금방 나르기 시작했다.
짐 옮기기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고 나는 자를 부분을 그리기 시작했다.
"더 도와줄건 없어?"
"음... 배를 조립할때 도와주시면 될거 같습니다."
"이건뭐야?" 그녀가 톱을 가리켰다.
"이건 나무를 자를때 쓰는 도구입니다. "
"어떻게 잘라?"
"여기 들쭉날쭉한부분으로 맞물리면서 자르는겁니다.
그러고보니 당신의 이빨과 상당히 닮아있네요."
그녀는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으 내이빨로 저걸 위아래로 갈아내는생각을하니까 많이 오싹한데.."
"당신이 그 말을 하니까 벌써 이가 저리잖아요... 뭐야 돌려줘요 내 이빨"
그녀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배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해가 다시 떠올랐다.
가조립도 끝났고 이제 못질만 마무리하면 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됐네요."
"난 졸리니깐 이만 자러갈레.." 
"안그래도 곧 완성될거 같습니다. 못질하느라 시끄러울테니 배 밑에서 주무시는건 어떤지요?"
"그렇게할게 흐아암..." 그녀는 크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 배밑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내려간 것을 확인하고 망치질을 시작했다.
두시간즘 걸렸을까.
망치질을 끝마친후 마지막으로 한번더 배의 상태를 검토한 뒤, 저을 노를 배에 싣고 짐을 준비했다.
이제 이 가라앉는 배와도 작별이로구나.
챙길것을 전부 챙긴 뒤 난 침대에 쓰러지듯이 몸을던졌다.
그리고 누워서 식량과 물, 천, 양동이 등  빠트린 물건이 있는지 셈을하다 그대로 잠이들었다.
요 최근3일간은 편히 일어난적이 없는거 같다.
비명을지르듯 기지개를켰다.
어깨는 쑤시는걸넘어 이미 기력을다해 떨리고있다.
오늘은 배를띄우고 바다로 나갈것이다.
배에서 배를띄우고 바다에서 바다로가는게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갑판위의 놓인 쪽배를 본다.
문득 알수없는 불안감이 가슴을 찔렀다.







..












이걸 어떻게 띄워야 되지??







"대충 이렇게하면 되지않을까 로프를 던져서... 이러면 짐들이 가라앉을텐데..."
머리를 싸맨체 어떻게해야되는지 고민하고있었다.
이대로 배가 가라앉는걸 기다리면 가라앉는 물살에 같이 빨려들어 갈수도 있기에 도박을하고싶진 않았다.
그녀가 갑판위로 올라온다.
"일어나셨나요?"
그녀에게 아침인사를했다.
"먹을것좀 가져왔어"
이번에도 물고기였다.
"벌써 다만든거야? 손 진짜 빠르네"
그녀가 쪽배를보며 감탄했다.
"다 만들긴 했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예상치못한 해결책을 건내주었다.
"배를 먼저 던진다음에 짐을 내가 건져주면 되잖아. 간단한데?"
"...그렇군요...! 그런방법이 있었을 줄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실줄은.. 저는 당신에게 구원받고 있는거 같아요. "
그녀가 쑥쓰러운듯 뒷머리를 긁적거린다.
"뭐랄까 그렇게 칭찬하면 부끄러워"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인걸요 "
그녀는 쑥쓰러운듯 쪽빛 머리칼을 두손으로 잡아 얼굴을 가렸다.
"그럼 밥먹고 시작할까요? "

식사를 마친 뒤 쪽배를 뒤집혀지지않도록 수평으로 던졌다.
배는 참방하며 흔들거렸다.
그리고 그녀도 바닷속으로 뛰어들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 맞춰 짐을 던지자, 그녀가 하나둘 건져올리며 배에 오롯이 놔주었다.
그리고 나도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잘있거라 바다의 원수여.
물개해엄을치며 쪽배위에 올라타자 그녀도 따라올라탔다.
"어쩔 수 없네~내가 없으면 하루라도 불안해서 어쩌시려나~"
그리고 그녀가 날 내려다 보며 웃었다.
"따라와 주시는 겁니까?."
"네가 해주는 이야기 재밌거든.."
쑥스러운듯 고개를 숙이며 웃는 그녀
그렇게 우린 육지를 찾기위해 새로운 배를 탔다.
이 앞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녀도 나도 말이다.
한가지 확실한건 이 바다 위에서 그녀와 난 육지를 찾아다니며 항해를 하겠지.
"고맙습니다. 당신이 없었으면 벌써 죽은 목숨이었을거에요."
그녀에게 재차 감사인사를 했다. 그와 동시에 난 노를 들어 바닷물에 담갔다.
그녀는 엷은 미소를 띄웠다.
"그럼 또 재밌는 이야기해줘."
그녀의 눈은 기대감으로 빛나고있었다.
"그러면 이 이야기는 어떠신지요?"



그녀와 항해를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녀가 배를 밀어주기도하고 (생각보다 무거운지 오래 못밀지만)
보존식을 자기앞에서 먹지 말라며 생선을 잡아다 요리해주기도했다.
마실물은 넉넉하다만, 최대한 아끼고있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 그래서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왕자님의 입맞춤으로 저주에 풀리게 되었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노를 저으며 이야기를 끝마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기.."
"입맞춤이라는거 동화에 자주나오는데 인간들에겐 입맞춤이란게 마법같은거야?"
"음 그렇다기보단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가까워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흥미롭다는듯 호오..하며 끄덕거렸다.
"동화에서 입맞춤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해야할까요. 뭐 사랑은 마법같다고들 합니다만."
"그럼 우리도 시험해볼까?"
하며 그녀가 몸을 이쪽으로 숙였다.
그녀가 야릇한 눈으로 이쪽을 본다. 난 두팔로 몸을 가렸다.
"농담이라면..."
"글쎄..? 농담일까?"
그녀가 그 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손을 내린다.
그녀가 웃음을 못참는듯 얼굴을 찡긋찡긋거리며 입꼬리를 올리기시작헜다.
"역시 농담이야ㅡ"
그녀와 항해를 한지 2주일이 지났다.
"육지에 도착하면, 자주 놀러와 주시는겁니다?"
"너야말로 모르는척하고 바닷가로 안나오기만해봐?"
우린 이 바다를 나가면 어떻게 만날지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원래 육지가 이렇게 멀었는지 아득하네요"
"나는 육지까지 나갈일이 없으니 어디라곤 집어주진 못하겠네."
"그래도 당신과 함께라서 다행입니다."
"그렇게 자꾸 부끄럽게 하지마." 그녀가 어깨를 찰싹때린다.
"자꾸그러면 바다속으로 사라질거야~"
"바다는 어떤곳인가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이번엔 내가 이야기하는거야? 그게 말이지.."
우린 잠을깨고 다시 잠이들때 까지 얘기하길 반복했다.





부끄럽다. 술먹고 저지른 모양이다.

그녀는 사랑스럽다는듯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

부끄러움에 말문이 막힌채 그녀의 품에 기대었다.






그녀와 항해를 한지 두달이 지났다.
태풍에 어딘지 모를곳까지 떠밀려 내려갔다.
나침반이며지도며 모두 망가졌다.
그녀는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그렇겠지. 이젠 물이 없다.
지독한 현기증으로 이틀을 내리 누워있었다.
그녀는 울고있었다.
서늘한 온기가 손을 감싼다 그녀가 손을 잡고있는거겠지.
그녀에게 남은 힘을 쥐어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뱃사람은 인어의 입맞춤을 받고 그녀의 앞날을 축복했답니다."
그녀에게 애써 미소를 짓지만 두눈이 뜨겁다.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입술에 그녀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래도 알 수 있다.
현실엔 기적같은건 없다
"마지막은 당신과 함께여서.. 당신 곁에 있어서 다행이네요."
"..#:^♡_(^:.."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대답은 듣고 싶었는데..
너무 졸려... 지독한 현기증이 멎자 모든게 조용해. 이대로 잠들고 싶어.




"옛날옛날에 한 뱃사람이 있었어요.
이 뱃사람은 배에 혼자 남겨진채로 울고있었답니다.
뱃사람은 어느날 외톨이인어를 만나게 돼요. 
뱃사람은 외톨이인어와 이야기를했답니다.
'인어라니 제가 헛것을 보고있는건가요?'
뱃사람은 인어를 처음보았고 외톨이인어도 인간을 처음 봤었답니다.
둘은 처음엔 티격태격했지만 서로의 외로움에 이끌려 친구가 되기로 했답니다.
외톨이인어는 처음생긴 친구가 너무 좋았어요.
뱃사람도 외톨이인어를 마음에 들어 했답니다.
뱃사람과 외톨이인어는 배에서 육지로 모험을 떠나기로하고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났답니다.
바다에서 뱃사람과 인어는 태풍도 견디고 굽이치는 파도를 넘었어요.
하지만 뱃사람이 사악한 괴물의 저주에 걸려 그만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었어요!
저주를 푸는방법을 찾기 위해 인어는 괴물을 쓰러트리러 갔답니다. "
"엄마! 이 두사람은 어떻게 됐어?"
상어처럼 생긴 인어소녀가 어미의 품안에 누워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외톨이인어는 괴물을 쓰러트렸답니다. 뱃사람은 괴물이 쓰러져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녀는 쓸쓸한표정을 짓는다.
옛기억이라도 떠오른것일까.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의 딸아이를 쓰다듬는다.





..






..





그리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인어는 눈물을 흘리며 뱃사람에게 입맞춤을 했어요 그런데!
뱃사람의 몸에서 빛이 나더니, 기적처럼 잠에서 깨어났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기쁨에 겨워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면서 웃었어요 이윽고 육지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그렇다 이제 내가 나타날 차례인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게되었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