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쿠야의 부름을 받고 향한 객실에는 코메이지 사토리라는, 이상한 눈동자를 든 소녀가 앉아있었다.

PC 환경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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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달이 시작이 되었는데도, 따뜻한 물을 시간이나 양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건,

홍마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해도 좋을것이다. 듣기로는 물을 따로 데우거나 하는게 아니라,

지저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아서 안정적으로 난방에 사용한다고 하는만큼 환상향의 이런 부분에서

묘하게 뛰어난 기술력에 대해서 한번 정도 더 굉-장-해!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시트...가 구겨지긴 했지만 괜히 정리를 했다가는 또다시 사쿠야에게 한소리를 듣겠지. 정리를 해서

한소리를 듣는게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쿠야의 경우는 괜히 어중간한 정리를 해놓으면

그것에 대해서 얼마나 더 귀찮아지는지를 자신의 방식을 말하면서 잔소리를 해오는만큼 차라리

하지 않고서 그냥 두고 가는것이 가장 낫다. 갈아입은 속옷 같은것도 바구니 가장 안쪽에 넣어

호텔의 것마냥 일정한 장소에 두고 가면 방에 돌아왔을 때는 깔끔하게 세탁이 완료된 것들로

교체가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나중이 곤란하게 될까 걱정이다.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해야 몸도 편안해진다고 말을 하지만, 몸이 편안하면 마음까지도 따라서

편안해지는 것이 아닐까? 혼자서 쓰기에는 조금 큰 느낌이 드는 더블베드 쪽에 걸터앉아서 셔츠에

팔을 꿰어넣는다. 솔직히 티셔츠에 대충 머리를 구겨넣는것이 편하기야 가장 편하지만, 넥타이를

차라고 강요하지 않는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이제 와서는 생각하고 있다. 셔츠가 구겨진 부분이

보이면 또 한참 동안 잔소리를 듣는 지옥을 아는가. 그것은 정말로 끔찍한 지옥이라 해야 한다.


그래도 미소녀인 메이드에게 그런 관리를 받는다는건 행복한 일이 아니냐고? 사흘이면 충분했다.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괜히 두근거리던 자신이 또 그 뒤에 기다리고 있을 잔소리에 질려서

스스로 거울을 보고 생전 하지도 않는 옷깃 정리라던지, 열심히 몸가짐을 가꾸게 되는것에는.

이제 와서 사쿠야에게 느끼는 것들 중에 두근거림이란건 밥풀 하나 정도의 비중밖에 없다.


"ㅡ실례합니다만, 당신을 찾아온 손님이 있어서 그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누군가의

험담을 타인과 나누지는 않더라도, 타인의 험담이란게 애초에 나쁜 것이라 깨닫기를 바라지요."

등골이 서늘해지는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자, 무표정한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는

사쿠야와 눈이 마주쳤다. 한 치의 표정변화도 없이 다가와서 깃을 세우는 손길이 무섭다.

살려주세요, 심부전마냥 두근거리는걸 보니 분명 두근거리기는 하고 있어요. 살려줘.


"그러면 오늘의 점심은 아무래도 드시기가 어려울것 같으니 요정의 아이들에게 특식이 되겠네요.

전혀 화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찾아온 손님의 응대는 제가 동반하지 않을테니 직접 '잘' 해서

돌려보내주시길 부탁드리지요. 사쿠야는 누군가의 험담에 피로해져서 같이 어울려 드릴수가

없을것 같으니까요. 그러면 아가씨와의 놀이 시간이 되면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저건 분명히, 순도 100 % 로 짜증과 분노가 섞여있는 표정과 행동이었다. 스스로

3인칭으로 부르는 행동을 할 정도라니 도대체 얼마나 짜증이 난것일까. 물론 자신의 말과 행동이

한창 때의 외견을 하고있는 사쿠야의 자존심을 건드린것은 맞을지도 모르지만 기숙사의 사감이,

얼마나 예쁘고 젊던간에 그 깐깐함이 우선 떠오르지, 두근거림을 떠올리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객실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던가, 더 기다리게 하면 민폐를 끼치는 꼴이니 어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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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이 떨리기에 지진 같은게 있는걸까 했지만, 손이 떨리고 있는걸까요. 어차피 한 차례 도망쳐버린

시시한 상대를 만나는 것에 불과한데 왜 이런 식으로 긴장을 하는건지 스스로도 모를 노릇이에요.

뭐, 코메이지 사토리의 '연인' 이라고 해봤자 객관적으로 보면 별것도 아닌 남자였는데 말이지요.

그래요. 그저 마음을 읽는 사토리 요괴를 혐오하지 않았을뿐이지 그 외에는 한심한 남자였는데,

'주인님.' 이라면서 따라다닌 그 회차의 '코메이지 사토리' 가 애정에 굶주렸던 것에 불구해요.


...만약, 그 남자가 정말로 저희 자매를 사랑했더라면 죽을 방법을 피하지 않고 그렇게 죽어버리는

일은 없었겠지요. 천인에 선인, 봉래의 불사약, 죽음이란 개념이 없는 월인들과 지옥의 지배자들.

그 수많은 이들이 죽음을 바라지 않았는데 곡기까지 끊고서 죽어버렸던건, 남겨진 이들을 버린

일에 불과하잖아요. 당신은 그 여자의 죽음이 그렇게 슬펐던건가요? 다른 남겨진 모든 이들을

버리고서 한낱 혼으로도 남지 않고 사라져버리고 싶었을 정도로. 당신에게 있어서 저희들은

도대체 어떤 의미였던걸까요? 한순간 육신이 남아있는동안 관계를 맺을뿐인, 그런 상대?


물어보고 싶네요, '그 여자' 를 제외한 저희 모두가 당신에게 보냈던 감정은 한순간에 끊어낼만한

동전 서 푼어치의 가치도 없는 것이었나요?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왜 저희에게 이러한 기억들을,

결국에는 지금의 자신들에게는 없는 그런 행복한 기억들로 희망고문을 하려 드는건지 말이에요

만약 당신이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그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것을 억울하다 해도,

감정이라는게 과연 그런 식으로 쉽게 끊어내고, 또 누군가의 책임이 아니라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면 적어도 세상의 문제의 반절은 없어지고도 남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솔직히 말해서, 코이시의 문제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곳으로 찾아올 생각도 처음부터 없었어요. 

가끔 당신에 대한 기억 같은게 떠오를때마다 억지로 눌러버리고 하루 이틀이면 괜찮아질테니까.

그렇지만 코이시...코이시에게 당신은 반지를 주지 않았지요. 아직 어리니까, 자매 둘 모두에겐

조금. 같은 소리를 하면서 주지 않았지만 저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당신의 생각을요.


"코이시에게 반지를 주면, 다른 이들의 시선이 조금 많이 따가울텐데." 였던가요? 분명 그랬지요.

고작해야 코이시는 당신에게 그 정도 가치였다는거잖아요? 저울에 다른 이들의 시선을 올리고,

다른 이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여서 반지를 주지 못할 정도의 싸구려 가치나 다름없는 감정을

잘도 숨기고서 코이시에게 귀엽다, 사랑스럽다. 라면서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코이시가 성장을 해도 그건 변하지 않았지요. 이 홍마관의 악마의 여동생에게도 주고서.


이제 와서 보면 코이시가 반지를 받지 않은건 차라리 다행인 일이지만요. 전부 기억을 했었더라면, 

자기를 분명히 아끼고 사랑해줄 오빠가 있다면서 기뻐하지 못하고 지금쯤이면 자기는 결국에는

언니의 부속품, 귀찮은 아이. 라면서 집을 나가거나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 알고있나요?

오린과 오쿠까지도 반지를 받았어요. 그 바보같은 오쿠지만 자기가 반지를 받은 것은 절대,

코이시 앞에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정도로 그 작은 새대가리로도 신경이 쓰일 정도라고요.


당신에게 지금이라도 그런 식으로 거짓말로 상냥하게 대하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아요, 서드 아이.

사토리 요괴들이 가지고 있는 이 추악한 눈동자는 자기가 원하지 않더라도 들려버리고 마니까.

기대하고, 애정을 품고 있는 이에게 처음으로 '들려진' 것이 기억도 하지 못하는데다, 귀찮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코이시의 서드 아이는 꽉, 하고 닫혀지겠네요.

오히려 그런 측면이라면 당신은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이렇게 아직 오지도 않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는 속내가 추하니까, 정말로 추하니까 사토리의

요괴는 지저로 내쫓겨버린 것이겠지요. 이렇게 추한 속내가 아니었더라면 당신은 그 기회들을

버리고서 떠나는대신, 언제까지나 저희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었을까요?

아니면...이런 생각까지도 당신을 저희의 기준대로 재단하려 드는, 추한 욕망에 불과할까요.

왜, 저희가 이런 욕망을 품도록 지나치게 행복했던 기억들만 당신은...남겨버린건가요...?


모두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어요. 모두가 처음에는 당신의 험담으로 시작했었지요. 

네, 팬티를 훔쳐갔다는둥. 뿔로 술이 잘 담가졌다면서 서드아이를 술에 담가보려다가 걸려서 

있는대로 잔소리를 들었다거나, 그런 이야기들을 말이에요. 험담이 나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한 번 죽은 이상 찾아와서 잔소리를 하겠냐고 다들 낄낄거리면서 시작했어요. 분명히

중간부터는 다들 자기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떠올리며 웃고, 또 울어버렸지만 말이에요.


단 한명도, 당신을 진심으로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거기에 없었어요.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그 '있었을지도 모르는' 과거의 기억들에 매몰되어서 영원정으로 쳐들어가서 해를 끼칠까,

그런 이들을 서로 암묵적으로 감시를 하자고 결론이 난 회의였지...이야기가 새버렸네요.

당신이 저 객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저는 서드 아이로 당신을 보지 않을 생각이에요.

만약 제가 당신의 마음을 읽었을때, '알지도 못할, 귀찮은 말을 들이미는 여자' 라고

생각을 한다면 서드 아이를 다시는 뜰 수 없을것만 같은 기분이 드니까 말이에요.


ㅡ그렇지만, 당신이 만에 하나, 억에 하나라고 해도 당신을 웃으면서 따르는 '사토리'에 대해서

기억을 하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 해도 사토리 요괴에 대해서 두려움 같은것을 보이지 않고서

웃으며 맞아준다면 과연 저, '코메이지 사토리' 는 그때도 당신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계속해서 품을 수 있을까요? 또다시, 혼자만 남아서 외로움의 끝에 죽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 메이드와, 요정 메이드의 것과는 다른 발걸음 소리. 분명히 당신이 객실로 찾아온 것이겠네요.

그 메이드가 정말로 당신에게 말을 전해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운이 좋다고 말해야할지,

아니면 운이 정말로 없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 가슴의 두근거림은 분명, 부정맥이겠지요.

설마 제가 어떤 의미로든간에 당신을 만나는 것을 '기대' 하고 있을리가 없으니까, 분명하게도.

한 번, 당신에게 배신을 당해버린 '코메이지 사토리'가 당신을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을리...


...귀찮게 되었네요. 분명 잘난 외모도 아니고,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오던 그런 목소리도 아닌데

'사토리' 와 '저' 가 두근거리는 감정을 공유하게 되어버리다니. 서드아이로 읽어낼 수도 없어,

그래서 오히려 원망스럽고 의심이 가야하는데 그런 이성적인 생각들, 당신을 눈으로 보기전

수없이 떠올렸던 말들은 전부 해체되어 저 밑으로 가라앉아버리고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분명히 우습기 짝이 없을 말더듬이 흉내나 다름없겠네요. 알아듣지 못했기를 바라지만.


당신은 분명히 나를 사랑하지 않아. 당신은 분명히 나를 기억하지도 못해. 그리고 빌어먹게도,

'코메이지 사토리' 라는 사토리 요괴는 또 다시 당신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이 모양 이 꼴이고.

그런데도 기뻐하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걸까. 기억 속의 '사토리' 도, 당신과 마주한 '나' 도.

그러니까...차라리, 당신을 순수하게 원망하고 미워할 수 있었던 때가 차라리,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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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코메이지 사토리와 긴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 남자'에 대해


2. 당신은 코메이지 사토리와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은 '그 남자'에 얽힌

인연을 마주하는것은 이미 카구야 공주와 후지와라 모코우, 그리고 다른 이들로도 충분하다.


3. 당신은 코메이지 사토리와 말없이 눈을 마주치고만 있었다. 조교전의 능력을 해제한 자신은

지금 누군가가 죽이려 든다면 피할길도 없이 죽어버리고 말것이다. 마음을 읽는다는 사토리는

자신에게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고 싶기에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4. 댓글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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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메이지 사토리 쪽은 조금 더 감성적으로 반발각인 3 의 연모 느낌이란걸

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사토리 쪽의 심리 묘사에 집중을 해보려 했지만 괜찮을까요?

사쿠야를 깐깐한 사감으로 느끼면서 두근거림이 없다고 했다가 공포에 두근거림을 느낀 태붕이.

삐져서 객실로 안내도 해주지 않고 점심 식사도 없다고 말을 해버린 사쿠야. 사쿠야는 좋네요.


코메이지 코이시의 이야기도 있지만, 1회차 텍붕이가 도레미 엔드를 보기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약간의 떡밥이 던져졌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텍붕이가 곡기를 끊고 따라서 죽음을 맞이해버린

상대는 누구일까요? 그것은 아직 저도 모르지만 이미 나왔던 이들 중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상과 입력의 댓글은 언제나 환영하며, 추천은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다음 화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표류에는 도레미 트루엔드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