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사비누스와 빌리아가 동의했다. 

우리는 항해를 시작한다! 


아버지께서 멋진 항해를 위한 배를 사기 위해 자금을 조달해주시겠다 하셨지만, 

그 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오로지 우리가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책벌레 사비누스는 아마도 대학 도서관에 필적하는 문서를 가져올 게 뻔하니, 

적어도 배 위에 있을 동안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빌리아와 나는 그 놈 몰래 물고기 먹이로 책 쪼가리를  줘버릴지도 모르겠지. 


헤츠펠드 형제는 사비누스가 가져올 책 중에서 신학서를 제일 읽고 싶다고 했다. 

쓸데없이 신실한 놈들같으니.


어쨌든 내일은 아버지께서 제국에 있는 모든 배들 중에서 최고의 배를 찾으실 것이 틀림없다.







오 신이시여! 

이 배는 제국의 배들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으리라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저 매끈한 돛은  임페리얼 시티의 성벽만큼 튼튼해보인다! 

빌리아와 사비누스는 들떠서 출항 준비를 하러갔다. 


나는 식량을 구하러 가봐야겠다. 

아버지께서 서쪽 성문 지역에 상단 지역이 있다고 하셨다. 

아카토쉬께서 우리의 앞날을 축복해주시길. 


탐리엘 모든 곳을 둘러봤다고 자랑할 사람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들 말고는! 


우리는 이 튼튼한 배를 타고 돌아다니며 새 시대를 열 것이다. 


그리고 저 책벌레 사비누스는 우리 곁에서 위대한 역사서를 써내릴 수 있겠지.








우리는 출항했고 곧 해머펠에 다다를 것이다. 


사람들이 아비신 해적단에 대해 말했던 것들 중 절반이라도 사실이라면, 

우리의 항해는 엄청 위험할 것이었다. 


그러나 부두 노동자들은 우리의 배라면 그 어떤 해적선이라도 추월하며 달릴 것이라며 걱정하지말라고 호언장담했다.







빌어먹을! 노동자들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게 틀림없다! 


나와 빌리아가 재미없는 낡은 책들을 바닷속으로 떨어뜨리고 있을 때, 

배 뒤 암초에서 그 망할 실루엣을 보고 말았다. 


아비신 해적단!  


우리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 놈들의 배가 훨씬 빨랐다. 


한데 그 놈들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돌아가버렸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앞으로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우리는 별 문제없이 해머펠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하이록으로 향하는 길은 더 순탄했으면 좋겠다. 


사비누스 덕에 미쳐 정신나갈 일은 없었다.  

그 긴 항해시간동안 선원들이 읽고 내다버린 책만 100여권은 넘었을 것이다. 


사비누스는 틀어박혀 자서전을 쓰고 있다. 







빌리아가 어젯밤 거대한 고래를 봤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맨날 부풀려 말하기를 좋아하는 그녀니까.. 


뭐 어쨌든 사실이라면 우리는 고래를 보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우리 배를 뒤따라오는 것만 같다. 

나와 빌리아가 바다에 책을 버릴 때마다 거대한 그림자가 바다 아래로 보이는 듯 했다. 


물고기가 사람 이야기를 좋아하던가? 


저게 계속 따라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비누스는 우리가 자기 몰래 책을 버려왔던 것을 알아채고 하루종일 고함을 지르며 짜증을 냈다. 

당분간 책을 버리는 짓은 그만둬야겠다.







오, 아카토쉬여. 우리를 구하소서! 


이유모를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을 때, 나는 우리가 유령의 바다에 들어와버리고 말았단 것을 깨달았다.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마치 고대 서적에 그려져 있던 악마처럼 

수많은 검은 눈을 부라리며 끈적해보이는 촉수를 휘두르고 있었고, 

기괴한 흐늘거림을 반복하면서 우리에게 바다에 책을 던지라고 명령했다. 



우리는 겁에 질려 그것이 시키는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바다에 내다버릴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꿈이었다는 듯이 그 괴물은 사라져있었다. 


그 모습은 대체.. 헤르메우스 모라였던 것일까? 


사비누스는 우리가 지식의 군주를 본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빨리 이 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얼른 육지로 가야만 해.





그가 보인다. 

우리를 끊임없이 따라온다! 



육지! 육지는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거지? 



계속 던져야 한다. 

책! 책! 더 많은 책!



항해, 책!



서적!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책!






으악 촉수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