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일 가문.






이곳은 벨린스 왕국 4대 가문 중 하나인 노일 가문으로 내가 집사로 고용돼있는 가문 중 하나이다.






꽤나 유서 깊은 가문으로 벨린스 왕국 내 4대가 문중 가장 특출나고 재력이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압도적이기에 다른 가문에 비해 왕국에서 노일 가문은 명성이 꽤 높았다.






이런 근본 있고 유서 깊은 가문에 내가 왜 집사로 고용이 되었냐면 그건 우리 부모 노일 가문에 거액에 빚을 져버렸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리 부모는 노일 가문에 거액에 빚을 져버렸고, 부모는 기한 내 그 빚을 갚지 못해 나는 노일 가문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나를 빚의 1/3 되는 금액으로 팔아 버린 뒤 그들은 잘 사나 싶었지만, 마을에 퍼진 전염병으로 인해 얼마 가지 못하고 죽어버려 그 빚은 자연스레 내가 떠안게 돼버렸다.






그렇게 나는 14살이 되던 때 팔려가게 되었고, 시간은 지나 나는 어느새 19살이 되었다.






처음 왔을 때부터 나는 이곳에서 가주의 막내딸의 집사를 맡았으며, 5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가주의 막내딸의 집사로 생활을 하고 있다.






저쪽 평원에서 검을 잡고 누군가와 대련을 하는 그녀가 나의 주인이다.






" 클로에님, 점심시간입니다. 검술 그만하시고 가시죠. 최근 재능에 눈이라도 뜨신 겁니까? 왜 갑자기 검술을 연습하시는지. "






가주의 막내딸인 클로에.






그녀는 올해로 24살이 되었다.






노일 가문의 막내딸로 성인이된 지금도 여전히, 가주의 이쁨을 받고 있다.






5살 정도의 나이 터울이 있지만 그래도 얼마 차이는 안나기에 서로 친남매 처럼 어색하지않게 붙임성 좋게 지내고 있다.






아마 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아 그런지 카리스마가 넘치는 여자였다.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가주인 노일 타비스는 나를 클로에의 집사로 붙여 나이대에 맞게 적당히 나를 끼워 넣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가문 집사에 있기에 클로에와 비슷한 나이며 대화가 통할 수 있게 나를 붙인 거 같기도 했었다.





그렇게 클로에와 나는 5년을 지내왔고, 우리는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며 이해해 주는 깊은 사이가 되어버렸다.






가주의 이쁨을 받는다 한들 불안하며 외로운 아이였기에 때로는 나는 항상 집사일을 하며 옆에 붙어 다녔고 친오빠처럼 클로에를 따뜻하게 보살피곤 했다.






" 글쎄, 검술을 하는 건 내게 있어 재능이라기보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 기사단이 왕을 지키기 위해 그렇듯 나도 언젠가 누군가를 지켜야 하기에 검술을 연습 중이지. 이참에 너도 배울래? 다이어에게 말해줄 테니 같이 배우자고."






" 아뇨 괜찮습니다. 검술이야 제게는 단검이 있으니 저는 단검술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오늘 점심은 에리나와 합작한 요리라서 꽤나 맛있습니다. 에리나는 저보다 요리를 잘해서 상당히 맛있게 만들더군요. 아마 맘에 드실 거예요. "






최근 검술에 흥미를 느낀 건지 기사단을 교육하는 교관 하나를 데려와 연습을 하는데 옆에서 보면 죽일듯한 눈빛으로 검을 들고 있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데 말릴 이유가 있겠는가,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검술에 임하는데 나도 섡불리 클로에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시시한 잡담을 떠들며 우린 저택 안으로 들어갔고,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걸어가 에리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식사를 내오는 메이드 인 에리나와 오래간만에 클로에한테 줄 점심을 만들며 내왔는데, 클로에는 심기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아마 에리나와 같이 만든 것 때문일까 그녀는 기력을 꽤 소모하는 운동을 했음에도 그리 많이 먹지 않았다.






수저를 들다가도 에리나와 나를 언급하며 ' 이건 누가 만든 거지? '라고 질문을 하며 골라 먹는 행동을 보였다.






"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왜 안 드시는 거죠? 꽤나 배고프실 텐데. "






" 누누이 말했을 텐데 엘빈. 난 네가 한거 아니면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 누군가와 같이 만든 걸 난 딱히 먹고 싶지 않다. 공복만 채울 뿐. 내가 먹길 바라면 네가 음식을 해와 난 네가 한 것 말고는 딱히 끌리지 않으니까. "





" 또 그러시는 겁니까. 왜 자꾸 제가 하는 음식만을 고집하시는 겁니까. 식사용 메이드가 있음에도 안 먹고 저보고 음식을 해오라니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거면 차라리 저를 음식 쪽으로 보내 주셔야죠."






식사용 메이드가 있음에도 나를 고집하며 내가 만든 음식만 먹는 클로에는 1년 전부터 이런 짓을 하기 시작했다.






1년 전 클로에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 클로에에게 직접 음식을 만들어 떠먹여줬더니 생기 없던 눈에 조금이나마 빛이 들어 먹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몇 번 부탁하는 태도를 보이더니 이제는 내가 만든 음식이 아니면 그녀는 전혀 아무것도 먹으려고 하지 않고 있었다.






" 말 같잖은 소리 하지 마. 너도 알면서 왜 그런 소리를 해. 내가 괜히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잖아. 이해해 주면 안 돼? "






" 자꾸 이러시면 저 앞으로는 다시 별관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막무가내도 정도가 있습니다. 이해하기에도 이젠 지쳐요. 그러니 오늘은 맛있게 드셔요. "





" 뭐? 너 미쳤어? 별관에서 자겠다고? 내 앞에서 그게 할 소리야?"






" 오해입니다. ' 자꾸 그러시면'이라고 말한 거지 지금 당장 그런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원래 별관에서 묵는데 당신이 작년부터 방에서 묵게 했잖아요. 원래 규율은 집사나 메이드는 잘 때 별관에 있는 겁니다. 근 4년 동안 별관에서 지냈는데 지금 가는 거야 고향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노일님께서 허락해 주고 눈 감아주셨는데 이러시면 곤랍합니다. "






먹으면 되잖아!라고 크게 소리치고, 온갖 불만 섞인 표정으로 식사를 하는 클로에는 하는 수 없이 먹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인지 클로에는 애정을 받을 사람이 없었고, 공허한 마음은 대상을 헤매다 나를 찾았고, 그런 내게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빈도는 잦아져 밥은 물론이고 잠자리에 내가 없으면 자지 못하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유년시절부터 특정 대상이 아니면 감정을 들이지 않았고, 특히나 애정 부분에서 누군가에게 집착하거나 갈구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가주에게 들었었다.






청소년기 들어서 잠잠해지나 싶었지만, 단 하나뿐이고 자신을 사랑해 주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게 의존하게 된 거 같았다.






애석하고 클로에를 봐온 나로서는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딛고 일어서야 했기에, 클로에의 어머니가 떠난 그날.






그녀를 안아주며 옆에 있어주겠다고 단언을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고 시동이 걸린 건지 내가 아니면 밥은 물론이고 잠도 들지 않는다.






" 저도 같이 만든 거니 너무 그렇게 안 좋게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빵 한쪽 정도는 저도 같이 먹어드리죠. "






같이 내온 빵 한 쪽을 입에 물고는 서서 얌전히 먹었다.





클로에의 눈에 띄지 않게 벽 모퉁이서 입모양으로 괜찮냐고 묻는 에리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안심한 듯 에리나도 제자리도 돌아갔다.






창밖으로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 메이드들을 보며 이곳은 한없이 평화롭다는 걸 하루에도 몇 번이나 느낀다.






가장 더운 시간을 알리는 내리쬐는 햇빛과 더운 날씨라 그런지 저택 밖은 짧은 복장을 한 메이드들이 정원을 가꾸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친하게 지내던 메이드들이 있었고, 그녀들과 별관에서 자주 놀며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별관이 아닌 클로에의 침실에서 묵기에 한편으론 아쉽기도 했다.






등불 하나 켜놓고 카드놀이를 한다든지, 밤 하는 별을 보며 별자리를 보고, 꽃을 하나 키우며 이름을 지어주는 등 그날의 모든 업무를 끝내고 별관에서 잠들기 전 그들과 즐긴 일들이 이따금씩 떠오르긴 하지만 그저 추억으로 묻어둘 뿐이었다.





메이드들을 보며 짧게 추억을 회상하던 때 클로에는 식사를 마치고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 다 드셨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시죠 디저트를 내오겠습니다. 오늘 점심과 맞게 딸기 케이크를 준비 해올 테니 잠시 기다려 주시죠. "






"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오늘은 이거면 충분해. 그런데 넌 뭘 보고 있던 거지? 창밖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던데.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던 게 아마 클로에의 눈에 띈 건지 내게 물어왔다.






"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멍 때리고 있었을 뿐 딱히 뭘 보고 있진 않았습니다. 낮 업무까지 시간이 남았긴 했지만, 날도 더우니 야외활동은 자제하시고 방으로 쉬러 가시죠. "






고개를 저으며 아무 일도 아니란 걸 말한 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클로에의 업무를 도와주기까지 1시간이나 남았다.





아무래도 클로에가 가업을 이어받으려면 업무를 조금씩이나마 배워야 했기에, 적응하는 식으로 들어가 점심 이후부터 저녁 전까지 업무 시간으로 가주는 정해놨다.






그 이외의 시간은 모두 프리하기 때문에 이때라도 집중하여 그녀 일을 가르치는 겸해서 도와주고 있다.






" 아, 그리고 저는 잠시 시내에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 업무시간부터 저녁시간까지는 없을 겁니다. 저 대신 수업을 가르칠 메이드에게 이미 다 말해놨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택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한 생각 가지실 필요도 없고요."






그 말을 듣고 눈을 치켜뜨며 무슨 소리냐며 물어오는 클로에의 말의 나는 다시 한번 그대로 말해주었다.






금발을 띄며 어깨까지 내려온 클로에의 머리가 열어둔 창밖의 바람에 휘날리고 의자를 뒤로 빼내더니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 카리스마가 넘치는 클로에는 내 앞으로 걸어와 나를 보며 가지 말라며 협박하듯이 권유를 했다.






클로에의 살기에 잠시 몸을 멈칫 했지만, 대체 뭐가 맘에 안 든다고 그러는 것일까.





내가 없다는 것? 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있는 것? 암만 봐도 그녀의 분노 포인트를 못 잡겠다.






열심히 업무를 배우고 하다 보면 금방 지날 텐데, 자신의 아버지가 나를 부를 때 제외하고 내가 자신의 곁에서 잠시라도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는 걸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았다.





" 가지 말라 할 때 안 가는 게 좋을 거야. 가뜩이나 기분 안 좋은 거 알면 대충 업무 째고 내 옆에 있지 뭘 그리 빠지려 해. 업무 하루쯤은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와. 그딴 개집 일은 메이드한테 시키라고. 넌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말하는지 몰라? 다시 한번 말해줘야 돼? "





" 메이드들 보면 아시잖습니까. 말라빠진 인간들 데려가 뭘 합니까. 툭 치면 부러질 여자들인데.... "



" 그래서, 가겠다? 주인 말 어기고 상인들이랑 쓸데없이 떠들면서 시간이나 보내겠다. 이거지? "






" ​​​말씀이 참... 나중에 가겠습니다.... 며칠 뒤 자리를 비우고 시내에 갔다고 뭐라 하지 마시죠. 하필 관리인도 휴가를 나가자마자 자택 네 망가지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아져서 골치 아파요. 메이드들 고쳐달라고 아주 그냥 얼마나 쪼아대는지.... 저는 잠시 쉬다 오겠습니다.





불길한 예감만이 감돌지만, 지끈대며 아파지는 이마를 잡고 클로에를 지나쳐 머리를 식힐 겸 화장실로 향했다.






세차게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에 정신이 멍해진 듯 여러 번 얼굴을 적셨고, 거울을 보며 다크서클이 잔뜩 낀 얼굴을 만졌다.






근 몇 달간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이 안 좋아진걸 확실히 느꼈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했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며 매일 아침 클로에의 집 사역을 맡았다.






​자는 시간 보지 못하는 게 아까워 나를 자신의 침실로 데려놓고 자는 클로에는 중증의 집착인지 내가 없으면 불안한 듯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져 있었다.






사실 클로에의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내게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안아달라고 징징대는 게 몇 번이고 느껴졌지만 그래도 그땐 귀여웠기에 나도 클로에의 응석을 자주 받아주었다.






예전 의의 클로에로 돌아오길 이따금씩 바라지만, 다른 메이드들과 대화하는 걸 지켜보며 손톱을 물어뜯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저주를 퍼붓는 걸 보면 이젠 내가 아는 클로에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갈 곳 잃은 클로에의 애정이 나를 향해 꽂힌 게 마치 독 사과처럼, 서서히 퍼져나가 나를 좀먹는 거 같았다.






부디 내가 나가게 되기 전까지 이 몹쓸 마음의 병을 모두 고쳐 해맑게 웃는 클로에가 보고싶다.






물론 그날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x x x






다음날이 되어 나는 조금 여유로울 수 있었다.






이유는 오늘은 클로에가 아버지인 노일 타비스와 동쪽으로 나가 달마다 있는 가문들의 친목회에 나갔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있는 시간이 적어 아쉬움을 잔뜩 느끼는 거 같았지만 그래도 정기적인 친목회 같은 곳에 가야 했기 때문에 가기 싫다는 의사를 내며 마차에 올라탔다.






창문에 고개를 내밀며 내 이름을 세차게 부르는 게 들렸지만 아버지의 저지로 그녀는 마차에 제대로 탑승할 수 있었다.






클로에가 가고 난후 오래간만에 자유를 얻은 나는 무엇을 할까 싶어 고민했지만 그것도 잠시 에리나가 나를 불러 마을로 가자고 말했다.






​" 엘빈! 오랜만에 나가서 좀 노는 거 어때? 어차피 클로에님 늦게 오시잖아. 한번 모임 가시면 저녁 늦게나 돌아오시니 우린 자유나 마찬가지라고? 응? 나가자, 지금 말고 기회는 없으니까. "






아마 그동안 못 논게 쌓인 듯 에리나는 외출을 재촉하며 촉촉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들키면 둘 다 목숨을 부지 못할 게 뻔하디 뻔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가고 싶다는 에리나의 간절함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다.






" 7시까지는 돌아와야 돼. 너 한번 놀면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니까 오시기 전인 7시까지는 저택으로 오자. 그러면 가줄게. "






" 야 장난해? 밖이 얼마나 넓고 놀고먹기 좋은데. 오래간만에 자유고 외출인데 그렇게 빡빡하게 해야겠어? 진짜 실망이야 엘빈. "






" 그럼 혼자 가시든가, 난 여기 누워서 잠자도 상관없는데. 같이 잘래? "






미친 소리 하지 말라며 옆구리를 치고 데려가는 에리나는 외출이 즐거운지 콧노래를 부르며 밖을 나섰다.






포장이 덜된 길이라 돌들이 밟히는 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프진 않기에 적당히 털며 우린 마을로 걸어갔다.






​그렇게 10분 정도 걸었을까, 드넓게 펼쳐진 왕국과 곳곳에 자리 잡힌 상가들은 외출이 제한된 우리를 홀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 와...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엘빈? 우리 거의 반년 만에 와보는 거잖아. 그 미친년이 자꾸 나가지 말라 해서 겨우 나갔고 어제도 또 뭐라 했다며! "






" 한두 번이냐? 말도 마라 어제는 물품 사러 업무 빼고 시내 간다니까 개집 일은 너네 시키라고 하며 가지 말라 하드라. 봐, 나보고 내오라고 하면 뻔하지. "






유일한 친구며 말동무가 에리나밖에 없는 나는 그동안 쌓인 게 있어 신나게 떠들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점심도 해결하며 간식거리도 사 먹고, 쇼핑하며 우리는 나름 소소하게 자유를 즐겼다.






머리끈을 자주 매는 에리나에게 예쁜 머리끈도 사주며 선물도 해줬고 어울릴만한 목걸이도 사주며 걸어준 뒤 잘 간직하라며 마을을 걸었다.






기쁜 마음에 내 손을 잡고 걷는 에리나는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매우 행복해 보였다.






" 이거 전에 갖고 싶어 했잖아. 어차피 올 일도 별로 없는데 사줄게. 옷걸이가 좋아서 그런지 잘 어울리네. "






" 푸흡, 엘빈, 니가 남 칭찬도 할 줄 알고 다 컸네? 마침 사고 싶었는데 고마워! 그러면 나도 하나 사줄게! "






자기도 보답을 해준다며 액세서리 가게에 들리는, 에리나는 반지를 두 개를 사서 하나는 내 검지에 껴 넣었다.






" 왠 반지? 우정반지인가 그런 거야? "






" 응, 우리가 연인은 아니지만 만난 지 벌써 5년이잖아. 서로를 기념할 거 라도 있어야지. 반지 어때 기억에도 남고 이니셜도 새기면 좋잖아. "






" 아니 근데 이거 연인이 하는 거 아니냐? 우정이면 그냥 사고 말지 이니셜을 새길 필요가 있어? "






뭐 어때?라는 표정으로 서로의 이름을 새긴 반지를 검지에 끼우고 우린 바라보았다.






내 이름이 새겨진 반지는 에리나 손에, 에리나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는 내 손에.






보이지 않게 반지 안쪽에 새겨놨지만 의미는 서로 잘 알기에 손가락을 부딪히며 다시 걸었다.






한 손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빵 봉투를 잡아 한입 물며 다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에리나에게 웃음을 지었다.






서로 연인처럼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다 된 듯 돌아가야 했었다.






" 음... 이대로 가기엔 아쉬운데, 너 필요한 거라도 사다가 갈래? "






" 나쁘지 않네, 얼른 사고 가자. 여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찍 오실 수 있으니까. "






마을 안쪽으로 더 깊게 들어가 저택 보수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가고 등불이 빛나는 거리를 바라보며 걸어갔다.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하나둘 거리엔 빛이 나기 시작했고, 강을 보며 맥주 한 잔씩 드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입맛을 다셨다.






상가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고 밖으로 나와 마을 앞을 10미터쯤 남겼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멈췄다.






" 엘빈? 너.... 여긴 웬일이야? 그 옆은 ....... 뭐야, 둘이 왜 같이 있어? "






나를 부르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고 에리나와 함께 뒤를 돌아봤을 땐 이미 깜짝 놀란 눈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는 클로에가 있었다.






" 아... 아.... 크... 클로에님! 이.. 이건 다름이 아니고.....저, 그... 필요한게 있어서 온거에요! 너무 이,이상하게 생각안하셔도 되요! "






깜짝 놀라 빵 봉투를 떨어트리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해 가리고 있는 에리나는 내 손을 꽉 잡으며 벌벌 떨고 있었다.






맞잡은 두 손에 시선이 떨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클로에의 어깨를 잡고 뒤에서 가주가 나와 말을 건넸다.






" 저택에 필요한 것들을 사러 둘이 간 건가? 어차피 우리도 없으니 편하게 갔겠구나. 난 별로 신경 안 쓴다. 둘이 워낙 성실하니까 이 시간을 생각하며 온 거겠지. 놀라지 마 우리도 행선지가 여기로 바뀌어서 온 거니까. 먼저들 돌아가게 나와 클로에는 마저 볼일이 있으니. "






아마 도착은 밤늦 게라며 손으로 돌아가라는 제스처를 남긴 가주는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우릴 되돌려 보냈다.






우리와 대화할 틈 없이 헛웃음을 작게 터트리던 클로에의 모습에 지금이라도 싹싹 빌어야 한다는 생각이 굴뚝처럼 솟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에리나는 내 소매를 붙잡았다.






맹수를 만난 초식동물처럼 벌벌 떨며 시선을 떨구는 모습의 나는 안쓰러워 맞잡은 손을 굳게 잡았고 괜찮다는 말을 속삭이며 에리나를 안정시켰다.






그저 말없이 침묵하며 나와 에리나를 번갈아가며 눈동자를 굴리며 쳐다보는 클로에는 마치 ' 집에서 보자? '라는 것처럼 고개를 살짝 치켜세운 뒤 뒤를 돌아가던 길을 걸어갔다. ​






​불같이 화내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침묵하던 거라고 했던가, 지금의 상황이 딱 그거인 거 같다.






" 미안해 엘빈. 나 때문에..... 너만 또 피해보게 됐네. 정말 .. 미안해 엘빈. 미안해. "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처럼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보며 나는 에리나를 안아줬다.






작은 체구를 감싸 안으며 등을 토닥이니 가슴팍에서 흐느낌이 자그맣게 느껴졌고 에리나는 한참을 내 품 안에 있었다.






서로 부모도 없고 좋지 않은 유년시절을 겪었기에 의지를 나름대로 많이 했기에 잘 버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광기가 들어가는 클로에의 눈에서는 에리나가 방해물 1순위였기에 항상 이런저런 이유로 갈굼을 자주 받아왔었다.






근데 또 하필 예민한 시기에 이렇게 눈을 떼니 에리나는 어떤 보복을 당할지 감당이 되지 않아 강인한 모습은 사라지고 비 맞은 개처럼 내 안에서 떨고 있었다.






괜찮다는 말을 반복이며 안아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훌쩍임을 그칠 때까지 따뜻하게 토닥여주었다.






" 집으로 가자. 피곤해. 미안 엘빈. 예전에도 몇 번이래서 겨우 넘어갔는데 또 이렇게 되네. "






" 그럴 리가, 난 걱정 마. 가서 몸이나 잘 사려 불러내면 비위 잘 맞춰줘. 어머님 기일이 다가와서 더 예민한데 하필 걸렸네.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자. "






" 응. 하필.... 돌아가자. "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마차를 대여해 우린 노을이 져가는 저택으로 향했다.






" 오셨습니까, 시간이 늦었으니 침실로 가서 숙면을 취하셔야 합니다. 저번처럼 발코니에서 책을 읽으시다 잠드시면 위험하니까요. "






" 걱정할 필요 없네, 나 역시 저번처럼 멍청하게 그런 짓은 안 할 테니. 어서 자네들도 가게. 밤이 늦었으니 말이야. "






종종 친목회가 있는 밤에 노일 타비스는 발코니로 가 책을 읽다가 잠들곤 했다.






입돌아가는건 아는지 모르는지 달빛이 아름답다며 항상 그래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고개를 젓는 가주의 말에 허리를 숙이며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뒤, 뒤를 돌아 클로에의 침실로 향했다.






두 번 정도의 노크를 하고 이름을 불렀다.






" 클로에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말이 없으시군요. 들어가겠습니다. "






그녀의 옆에서 잠든 지도 벌써 1년.






평소라면 빨리 오라며 닦달했을 텐데 오늘은 그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에 클로에가 찬 귀걸이가 반짝이고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과 같이 휘날렸다.






열린 창으로 바람이 불어 들릴락 말락 하게 귀걸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마침내 클로에는 입을 열었다.






" 재밌었어? 손을 잡으면서 상가 쪽을 걸어가는 걸 봤는데 웃음꽃이 피어나던데. 뭐길래 그리 웃었던 거야? "






" 클로에님. "






" 처음에 너희들인 줄 모르고 평범한 연인인가 싶었어. 근데 어디서 본가 싶은 머리색이며 얼굴이 있는 거야, 설마? 싶어서 생각했는데 목소리까지 똑같더라. 혹시나 해서 불렀더니 너하고 에리나 더라. 차라리 지나가지 그랬어. 그게 더 나았을 텐데."






여전히 창을 붙잡고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나의 행적에 대해 말했다.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쪽을 지나가실 줄은 ....."






" 더 많은걸 말하고 싶지만 시간이 늦었으니 짧게 얘기할게. 누가 가자 그런 거야? 너야? 아니면 걔야? "






청아하면서도 잔잔하게 귀를 채우는 목소리의 나는 조용히 입을 열며 물음에 답했다.






" 접니다. 정원 앞에서 혼자 일하고 있길래 제가 가자고 말했습니다. 마침 쉬는 날이라 여유 좀 즐기자며 데려갔습니다. "






" 거짓말, 내가 네 성격 훤히 아는데 그럴 거야? 너 권유 같은 거 안 할 사람 아는데 그냥 말해. 그러면 용서해 줄게."






필사적으로 내 입으로 말하게 만들려는 걸 알았지만 이것만큼은 나도 물러날 수 없기에 완강하게 클로에에게 말했다






' 어차피 등불 몇 개 나간 거 사 오고 그년이랑 시시하게 잡담이나 떨며 보낼 거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나? '라고 말을 덧붙이며 클로에는 내가 해야 할 일까지 꿰차고 있었다.





시시하게 잡담은 아니지만 클로에의 입장에서는 자주 거슬렸기에 아마 오해를 한거 같기도 했다.






등불이라든지, 접대용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사 와야 하는데 그 말을 꺼낼 틈 없이 클로에는 빡빡하게 나를 압박해왔다.






솔직히 말해 몇 시간뿐이라도 그녀에게 벗어나 휴식을 맛보고 싶지만 자는 조차도 붙어있기에 24시간 중 대부분을 그녀와 함께 보낸다.






변질된 애정과 집착의 빈도가 갈수록 높아져 잠깐이라도 내가 없으면 클로에는 극도로 예민하고 패악 질의 심해져 그 누구도 쉽사리 다룰 수가 없었다.






메이드들조차도 그녀를 피해 별관으로 숨어갈 정도라 나의 부재중 클로에한테 있는 분노와 사이코 기질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역시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명령조로 말하는 클로에에게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제가 했습니다. 저도 가끔은 놀러 나가고 싶어서 말한 겁니다. 클로에님을 제외하고 그나마 친한 사람이 에리나뿐이어서 징징대며 가자고 졸랐습니다. "






" 이야, 우리 엘빈 참 꼬박꼬박 말 잘해. 언제부터인지 변명도 하고 말대꾸도 하고 이젠 주인 앞에서 개수작까지 부리고 말이야. 어떻게 해야 될까? 목줄에 달고 저택을 좀 누벼야 되나? 아니지 화장실 안 보내고 3일을 굶겨 놓으면 되려나? 어떻게 할까, 좀 고민이네. "






" 용서해 주세요 클로에님! 벌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빨개벗고 밖을 뛰던 한이 있더라도 클로에님의 명령에 복종하겠습니다. 에리나만은.."






" 복종? 하, 과연 네가 그럴까? 지금도 내 말을 이리 안 들어 처먹는데 과연 말로 해서 듣겠냐고. 그리고 끝까지 에리나를 커버 치려고 하네? 빨개벗고 빌어도 모자랄 판인데? "






흰색의 잠옷용 레이스를 입은 클로에는 한 발자국씩 다가오며 내 주변을 맴돌았다.






달빛만 들어오는 방안에 유난히 눈동자만이 빛을 내고 맨발인 듯 카펫을 밟는 소리만이 목소리와 같이 들리며 심박수를 올리고 있었다.






" 지금의 상황에서는 no라는 선택지는 없어. 그리고 그년을 커버하는 선택지도 없는 거야. 그저 주동자를 말하고 뭘 했는지 말하는 거뿐이지. 감이 잘 안 잡히나 봐 엘빈? 에리나 그 개 같은 년이 내가 없으니까 신이 나서 나가자고 한 거도 알고 놀기 좋아하는 년이 뭘 했는지도 알아. 굳이 숨겨야 할 필요가 있었어? 내가 그리 쉬운 존재였어? 그 쓸모없는 고아 년이 나보다 좋았냐고!"






" 죄, 죄송합니다! 한번 만 용서해 주세요! 제발 이렇게 빌게요 클로에님 제발.... 쉽다는 의미가 아니고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잠시 바람 쐬어 나간 건데 그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클로에님. 부디 용서해 주세요. "






" 대답해, 그 폐급년이 나보다 좋았냐고. 응? 대답해! 남의 가문에 빌붙어 처 살면서 목숨 하나 겨우 붙잡고 사는 버러지 같은 년이 그렇게 맘에 들었던 거야? 그런 병신 같은 년이 네게는 사랑스러운 거냐고. 말해! "






말을 할수록 밀려오는 분노에 참지 못한 클로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 방안을 울렸고,






온몸을 휘감는 공포에 말조차 더듬어 제대로 말하지 못하며 눈에 눈물만 맺힐 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클로에의 동공은 확장되어 겁에 질려 하는 내 모습만이 비칠 뿐이고 옷깃은 악력을 버티다 못해 뜯어져 실밥이 이리저리 나와있었다.






절제되지 않는 분노가 갈수록 오르는지 회색빛의 나의 잠옷은 클로에의 손에 갈가리 찢겨 종잇조각이 되어버렸다.






" 난 그년이 미치도록 싫어 진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년이 너랑 같이 붙어서 헤실헤실 웃을 땐 칼로 난도질해 망가트리고 싶고 너와 빵을 나눠먹을 땐 아가리를 찢어놓아 벌레를 잔뜩 쑤셔놓고, 손을 잡으면 잘라서 돼지 새끼 먹이로 던져버리고 싶어. 같이 밥을 해왔을 때는 펄펄 끓는 솥을 부어버리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단 말이야. 너 때문에 참고 있었는데. 이젠 참을 이유가 없네? 한번 말해봐 내가 어떻게 할까? 그냥은 못 넘어갈 거 같거든? "






" 한 번만, 제발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클로에님. 그 어떤 부당한 명령을 하든 곧잘 듣고 클로에님 곁에서 떠나지 않겠습니다. 부디, 한 번만. 딱 한 번만 기회를 주고 용서해 주세요. 다신,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






" 착각하지 마 엘빈. 넌 그냥 내 명령이나 듣고 따르면 돼. 뭘 이제 와서 합의하겠다는 듯이 하는 거야. 죽여버리고 싶게. 쓸데없이 그년 몸에 손대지 마 그런 더러운 것에 네가 왜 손을 대고 그러는 거야 기분 잡치게. 넌 나 말고 다른 년 몸에 손대면 팔 한쪽 자르고 수갑 채워놓을 거야."






감히 일반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






그런 걸 늘 머릿속에 지니며 클로에는 다른여자가 나를 손대지 못하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적나라하게 탈의된 상의를 가릴새도 없이 나는 클로에의 손을 붙잡으며 빌고 또 빌었다.






머리를 조아리고, 바닥을 기며, 어떻게든 화를 풀고 용서를 구하고자 해봤지만 아무 소용없는 듯 나는 클로에의 손안에 놀아나고 있었다.






그저 둘만의 목소리가 방안을 메우고 저택은 물 흘러가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말을 많이 한 건지 목은 쉴 대로 쉬어 기침만 나오고 정신은 붙잡을 틈도 없이 심연으로 추락한 것만 같았다.






고작 친한 메이드랑 장한 번 본 건데 어찌 이리도 매정할 수가 있는 걸까?






그냥 평소에 이리 눈엣가시 같던 에리나가 걸려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나를 클로에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뻇어가는거같아 질투를 심하게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는 게 클로에의 감정이다.






부디 이 불안정하고 쉽게 휘둘리는 마음이 가라앉히길 바라며 나는 고개를 떨궜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것이 뒷통수 너머로 은근히 느껴지지만 쉽사리 얼굴을 들수없어 나는 침묵을 이어갔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떨려 움찔했지만 아무것도 입지않은 상의라서 조금 춥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와 클로에의 긴 침묵이 이어지고 후에 일은 나중에 처리한다는 듯 클로에는 머리칼을 정리한 뒤 침대에 살포시 앉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귀에 달고 있던 귀걸이를 하나씩 빼곤 푹신한 베개를 툭툭 치며 다음을 기약하며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 고개 들어. 오늘은 밤이 늦어서 넘어가지만. 조만간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엘빈. 재밌는 보여줄게. 이리 와. 늦었으니 어서 자. "






" 감.. 감사, 감사합니다. 목이 아파서 말이 잘... 우읍! 클로에님! 저 옷 좀 입...! "






떨리는 몸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억지로 뱉었고 피폐한 몰골의 내가 클로에 안의 또 다른 무언가의 스위치를 올렸는지 입을 맞췄다.






말라가는 입에 클로에의 타액만이 감쌌고 부드럽게 혀가 내 입안을 휘저어놓았다.






숨이 희박하게 쉬어질 때쯤 키스를 멈추고 얼굴 몇 번 만지더니 자그맣게 웃고서 다시 내 입을 덮쳤다.






새벽시간임에도 클로에는 흥분에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아침이 와 갈 때쯤 그제서야 우린 눈이 감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주일 뒤 에리나는 별관에 칼이 꽂힌 채 시체로 발견이 되었다.






반지가 꽂힌 왼손 검지와 흰피부에 걸린 검회색 나비 목걸이가 사라진 채로.












-




첨으로 판타지?중세? 조금 섞어서 써봤습니당.




사실 판타지나 중세물 잘 몰라서 대충 처넣음.




가볍게 봐주세요.




노잼이면 이대로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