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씬미포함

근데 내가 쓰는 떡씬이 괜찮나??몰르겟슴

퇴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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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호넷이 가늠한 적병의 숫자였다. 

인간이라면 숫자가 천이 넘어갈 정도에서 정확한 숫자는 몰랐겠지만, 그 호넷이였다. 

틀릴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마인들과 당신은 같은 자리에서 다른 생각을 했다. 


마인들은 저들은 계약으로 치면 인간군인지, 인간이 아닌지를 논의했고, 


당신은 저들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를 고민했다. 


회귀하는 자와 현실을 사는 자.

다음이 있는 자와 다음이 없는 자들 사이의 간극이였다. 


기계병은 헬만이 멸망하지 않고, 스테셀이 혁명군을 물리치고 또 몇 주를 버텼을 때만 튀어나오는 이벤트였다.

지금은 혁명군이 건재했다.

이벤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이 세계는 게임 속이였지만 당신이 빙의한 이후론 게임이 아니였기에,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로 구성된 세계였기에 항상 변수는 존재했지만ㅡ큰 틀은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한 규칙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 규칙이 무너졌다. 


기계병은 집요하게 부유성을 따라왔다.

퇴로를 막고, 성벽에 달라붙어 연신 긁어댔다. 

보급을 막기 위해 주변 마을들을 공격했다. 


마을엔 당연히 인간들이 살았다.

스테셀을 따르는가, 혁명군에 찬동하는가는 그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저 살아가려 하는 자들이였고, 그렇기에 그들은 살기 위해 부유성에 올라타려 했다. 


그러나, 자리가 없었다.

단순한 문제였다.

부유성엔 원래 군대가 있었고, 거기에 더해 만 명이 넘어가는 마물군이 올라탔다.

더 이상 인간이 거주할 공간이 없었다. 


호넷은 자리에 앉아 먼 발치에서 혼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 마을에서, 한 남자에게 이 아이만이라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받은 어린 남자아이였다. 

남자는 아이의 아비인 듯 했다. 


열 밤.

열 밤이 지나면 데리러 오겠다고,

그 남자는 아이에게 그렇게 다짐했다. 


기계인형들은 부유성이 떠나자 마을을 뒤덮었다.

화륵, 불이 피어올랐다. 

건조한 헬만의 기후 탓에 건물은 기름을 끼얹은 것 마냥 아주 잘 타올랐다. 


피어오른 불꽃에 여러 비명이 섞여 타들어갔다.

마인의 강화된 감각은 그 속에서 정확히 방금 전 남자의 목소리를 잡아내었다. 


남자는 죽었을 것이다. 살아남았더라도 아까 그 비명은ㅡ

호넷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 외면하지 말자. 

남자는 죽었다. 

열 밤 뒤의 재회 또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호넷은 가슴이 조금 먹먹해졌다.

아이를 보면 자신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이중인격자가 되어 버린 아버지는 어쩔 때는 포악했고, 어쩔 때는 인자했다.

하지만, 두 인격 모두 형언할 수 없는 포용력이 있었다.

사람으로서의 매력.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특유의 따뜻하고, 미워할 수 없는 분위기.

그래서 그의 주변엔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자신은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노력했다. 

원래 품고 있던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니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마인으로선 어린 나이였지만, 

대부분의 마인을 압도할 수 있는 실력이 생겼다.

당연히 아버지를 따라 마왕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녀에겐 마왕의 재능이 없었고, 아버지는 마왕직을 이세계에서 온 선한 소녀에게 계승하기로 정했다. 


아버지처럼 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더욱. 


항상 마왕 가이, 아버지의 말을 따르며 살아가던 호넷이였다. 

그가 떠난 지금도 그랬다. 


호넷은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다. 


위정자이지만, 한 파벌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다지만,

아직 그녀는 아버지의 그림자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길 잃은 고아에게 자신을 이입한.

그 뿐일 터였는데.



"이리 데려와 봐." 


"...?" 


호넷은 이젠 익숙해진 남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서 당신이 다가와, 남자아이에게 가볍게 공을 던졌다. 어린 마물들이 가지고 놀던 걸 본 적 있었다. 


콩. 

아얏.

남자아이의 머리에 공이 살짝 튕겨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는 짐짓 두려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더니, 공을 집어들어 당신에게 살짝 던졌다. 


당신은 공을 발목과 발로 잡아 무릎으로 튕기더니, 하늘에 높이 차올려 트래핑을 반복했다. 와아. 남자아이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가르쳐 줄까?" 


남자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당신은 남자아이와 열심히 무언가 얘기하더니, 서로 번갈아 공을 차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남자아이는 결국 공을 차올렸다 다시 받기를 성공했다. 

당신은 웃으며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 호넷이 보였다. 


"아이를 좋아하나요." 


호넷은 가만히 입을 열었다. 

당신도 조용히 대답했다. 


"싫어하는데요. 엄청 싫어요." 


"...?" 


호넷은 얼굴을 찌푸리며 당신을 살폈다. 당신은 호넷을 보고 있지 않았다. 시선을  어딘가 두고 온 것을 보는 듯 멀리 저 편에 두며 계속 이야기했다. 


"그래도 놀아 줄 순 있잖습니까. 계속 도망치느라 할 일도 없는데. 애들도 심심할 거 아니에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호넷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여인이였다.

싫다면 싫은 거지, 그래도 놀아준다는 건 또 뭔가.

이미지를 관리하는 거라기엔 주변엔 자신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이러면 어떱니까." 


"읏?!" 


호넷은 순간 손등에서 누군가가 꼬집는 듯한 따가움을 느꼈다.

적습인가ㅡ 

호넷은 순간적으로 탐지 마법을 발동해 주변을 훑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적결계가 깨져 있었고,

능글맞게 웃는 남자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보였다. 


호넷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고, 당신을 노려보았다. 


"화 났어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

호넷은 거기에 진지하게 답했다. 


"...무례합니다. 아무리 갑을 관계에 있다지만, 마음대로 희롱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화 났냐고요." 


하, 호넷은 한숨을 한 번 쉬고 답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건지. 


"났습니다. 됐습니까?" 


"아...재미없게, 반응이 왜 이래요. 평소에도 이렇게 딱딱하세요?" 


호넷은 순간 더욱 열이 올랐다.

무섭다ㅡ긴장된다ㅡ재미없다-융통성이 없다-딱딱하다-차갑다ㅡ등등.

평소 주변 마물들이 호넷을 수식하는 단어들이였다.

물론 면전에서 하진 않았지만, 상시 주변을 경계하는 호넷은 바로 옆 방이나 문 앞에서 하는 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항상 마왕 가이를 본받아, 자신이 생각하는 마인다운 모습으로 있으려고 하던 호넷은, 당연히 마물 위에 군림하려 했다.

그 결과였다.

마물군은 호넷을 존경하였고, 두려워했다. 


내심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안 그래도 신경에 거슬리는 당신마저 그런 말을 하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대화는 그만 하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도 그냥 놀아 주고 싶어서 놀아 준 거고, 장난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윽,

호넷은 침음성을 흘리곤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당신에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ㅡ?" 


"저도 대화는 그만 하고 싶네요. 그럼ㅡ." 


당신은 호넷의 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손등을 꼬집을 때와 똑같이, 호넷은 당신이 사라지는 모습을 눈으로 쫒을 수 없었다. 당신은 어느 새 저 멀리 복도에서 등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릴 때 보았던 아버지의 등과 전혀 달랐지만 또한 비슷했다. 


그 감정은 하루 종일 계속 호넷의 안에서 널뛰었다.

자신에게 저렇게 대하는 존재는 처음이였기에, 


혹은 멸망하는 마을을 보고 생긴 우울감을 무시하기 위해 일부러 당신에게 집중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그녀가 당신의 수작질에 넘어가버렸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였다.




잠시 후, 카나미와 마법사들의 탐지로 얻은 정보로 혁명군은 결론을 내렸다.

주변에 케셀링크나 사도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으니, 여기서 헬만 국민들에게 더 피해가 가기 전에 여기 있는 인형 병사들을 전부 처리한다. 


마물군은 참여하지 않으니, 10만 대 이천 가량의 병력차. 


압도적인 병력 차이였지만, 스테셀에겐 아쉽게도 루드라시움 대륙에서의 전쟁과 전투란 단지 숫자놀음이 아니였다. 


이번 전투엔 마인 전원이 참가했다. 호넷의 명령이였다.

사적인 감정은 없었다ㅡ호넷은 그렇게 주장했다.

아이는 부유성에 있었다.









"씨발!!!" 


쾅! 


스테셀의 탁자에 쩌적 하고 금이 갔다.

일주일 전까진 하나였던 마인이 이젠 일곱이 넘고,

게다가 전부 혁명군에 합류했다?

스테셀의 집무 탁상이 남아나질 못했다. 


준비 중인 인형병기가 갑자기 '신이 조작한 듯'  완성되고, 수까지 몇백 배로 불어나게 된 건 천운이였지만, 운에는 불운이 따른다는 말이 있듯 곧바로 마인 여럿이 헬만에 들어왔다. 


그리고 결과는 만들어진 인형병기 20만 중 7만이 소실.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지만, 7만을 바로 복구할 순 없었다. 


나머지 13만은 마물군과 케셀링크의 사도들을 상대하는 데 상대하고 있으니, 단숨에 혁명군을 토벌하고 마물군 또한 격퇴할 것이라는 스테셀의 낙관론은 무너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반란을 일으킬 조짐이 보이던 미네바 마가렛의 기세가 한 풀 꺾이고, 황궁의 방비가 더욱 강고해진 건 다행이였지만. 


스테셀은 욕심이 많은 인간이였다. 


"젠장...그 년이, 그것만 들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황궁 지하에 잠들어 있는 최강의 투신 M.M.

그것을 가동시키는 M.M 룬의 영혼이 담긴 상자.

시라 헬만은 황궁을 탈출하며 그 상자를 훔쳤다. 


다른 투신들은 전부 세계 각지에 잠들어 있어 활용할 수 없었고, 딱 하나, 확보한 다른 투신 오메가는 영혼 역할을 하는 프리크 파라핀이 혁명군에 가담한 상황. 


즉, 당장 가동이 가능한 투신은 M.M 룬 하나뿐이이였고, 그 열쇠마저 시라가 가져간 것이였다. 


스테셀은 주먹을 으스러질 듯 쥐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침착해야 한다. 

어떻게 올라온 자리였는데, 이대로 몰락할 순 없다.

설령 헬만이란 나라를 버린다고 해도 자신의 안위가 더욱 중요했다. 


똑똑.

적막이 감돌던 스테셀의 방에 노크 소리가 울려퍼진 건 그때였다. 


"추...추가 보고가 있습니다." 


"...뭐냐?" 


스테셀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보고하러 온 장교를 노려보았다. 장교는 재빠르게 허리를 구부리며 이어 말했다. 


"마인 바보라를 쓰러트린 영웅이." 


"...영웅이?" 


"반란군에 합류했다 합니다." 


쾅! 


그리하여 그의 두 번째 책상은 마침내 운명을 달리하였다.

한번 더 몸을 움츠린 장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그리고," 


"그리고? 이번에는 또 뭐냐?! 다른 마인이라도 또 기어들어왔어?" 


장교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곡이였기 때문이다. 


헬만 서쪽 인근 요새, 마물군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무저항으로 함락.

성 안의 모두가 어느 순간 잠들었다고 정찰병은 보고했다.

마인 와그의 참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