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첫 창작인데 재밌게들 봐줘 

미안하지만 커플링은 없어 





하나뿐인 인연은 그만큼 붙잡기 어렵고, 그만큼 떠나보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 인연이 더는 하나뿐인 인연이 아니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 물음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답은 간단하다. 붙잡기는 어렵더라도, 떠나보내기는 쉬울 것이다. 내가 그들을 포기해도 또 보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망쳤다 해도 다음 기회에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하면 된다.

다음 기회에, 다음 기회에, 다음 기회에... 다음 기회에... 다음 기회...

그렇게 그들은 언제부턴가 나의 도구가 되었다. 그들에게 정을 붙일 수 없다. 사람이 도구에게 정을 붙일 수 없듯이. 그들은 나의 온전한 도구가 되어 나의 뜻대로 움직일 것이다. 도구가 망가진다면, 새로운 도구를 얻으면 되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자. 나는 유능한 도구 몇 개를 잃어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것들이 없다면 '끝'으로 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들을 버린다면, 내가 없어진다면, 남은 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작은 물음에서부터 시작된 그 고통은, 이내 나의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나의 오만함과 이기심 때문에 그들은 몇 번이고 버려졌다. 남겨지고, 고통 속에 홀로 있어야 했다. 그러한 생각들이 나의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아주 사납게, 마치 굶주린 짐승이 오랜만에 먹이를 찾은 듯이. 어쩌면 그건 자신의 대한 역겨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들을 도구 취급한 자신에게, 그들을 버렸던 자신에게, 그들을 구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그래서 몇 번은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했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나는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고, 그들은 또 남겨졌다.


힘들다.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할까. 애초에 나는 '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나는 애써 그것에 대한 답들을 무시했다.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었으며, 답을 내놓는다면 내가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들을 보았다. 그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도구 취급하는 걸 알고 있을까. 내가 만약 그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떤 생각은 굵게, 어떤 생각은 짧게, 어떤 생각은 길게, 어떤 생각은 얇게. 나는 눈을 감았다. 차마 앞을 볼 수 없었다. 내 눈앞에는 내가 해결해야 할 속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한다.


세상에는 구원이 있는 걸까. 만약 있다면... 그렇다면...

나도 구원받고 싶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때까지 내가 한 행동들을 보면 나를 구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구원은 내가 이용한 저들에게 필요하다.

















그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나에게 구원은 사치이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그런 내 생각을 비웃는 듯한 사내가 있다. 나의 구원이면서, 그들의 구원. 내가 몇 만 년 동안 못했던 걸 저 존재는 하고 있다.


구원과 마왕이라는 두 모순된 단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 모두에게 구원을 가져오고, 마왕이라는 이름답게 크나큰 슬픔을 주는. 하지만 결국 그 슬픔도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가져가는 사내. 내가 그를 만난 건, 행운이다.

아니, 구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