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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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인들은 이미 잠에서 깨어났을 이른 오후의 시간대에 멍멍이는 침대에 누운 채로 잠에 빠져들고 있었으나그녀의 얼굴은 마치 악몽을 꾸기라도 하는 것처럼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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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괴로워…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루시너 때문에 내가 칼에 찔리게 된 거야너만 아니었다면 내가 이런 고통을 겪을 일도 없었어…!”

 

“26번째제가 치아를 뽑는 고문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어버린 순간입니다.” 

 

저는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 당신을 구해내었으나당신은 그 행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군요당신은 왜 아직도 살아 있는 겁니까?”

 

언니… 왜 우리들이 죽었어야 했던 거야언니만 없었더라면 우리들이 죽을 일도 없었던 거잖아그런데… 그런데 왜 언니는 혼자서 살아남은 거야?”

 

이럴줄 알았다면 병원에서 떨어지는 널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다우리들에게 있어서 너는 저주 받은 존재.”

 

죽어왜 살아 있는 거야죽어버려혼자서만 살아남다니 치사해죽으란 말이야네가 죽을 때까지 이 행위를 멈추지 않겠어.”

 

살아서도죽어서도 영원히 고통 속에 몸부림 치기를 바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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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과격한 발차기와 함께 잠에서 깨버리게 된 멍멍이는 바닥에 널브러진 이불을 바라보더니생생하게 떠오르고 있는 악몽의 기억에 대하여 괴로워하면서고개를 바닥으로 떨군 채로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어내었다.

 

“…아직은아직은 죽을 수 없어나는 너희들의 원한을나의 죄를 최대한 덜어낼 수 있을 만큼 덜어내지 않으면 안돼그것만이 나의 죗값을 치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정신을 차린 멍멍이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방 문을 열기 위해 한 쪽 팔을 뻗어내려 하였으나멍멍이의 양 팔은 아주 약간의 움직임을 내는 정도에서 그친 채로 그녀의 생각대로 움직일 생각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끼긱… 기긱… …”

 

움직여… 움직이라고빌어먹을

 

‘…무언가 필요한게 있다면 그리즐리를 부르도록 하게나.’

 

“…그리즐리대답해 그리즐리내 말에 답하라고 그리즐리!

 

“…”

 

자신의 현 상태로는 방의 문을 열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멍멍이는 굴욕적인 기분을 느낀채로 레온이 말해주었던 그리즐리의 이름을 불렀으나이 집안을 가득 채운 것은 돌아오지 않는 대답과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침묵 뿐 이었으며그것은 악몽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로해 있던 멍멍이의 상태를 점점 더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그녀를 더욱 폭력적으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내가 단순히 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재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내가 이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옆에서 나를 돕도록 하라고!” 

 

그런데왜 내가 부르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는 거야왜 내가 도움을 요청하는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거냐고!”

 

정말 짜증 나네.”

 

콰앙! …콰사삭!”

 

말을 마친 멍멍이가 자신의 다리에 분노를 가득 담아낸 채로 문을 걷어 차내자그 문은 그녀의 발 모양이 선명하게 찍힌 채로 방의 바깥쪽에 있는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으며그녀는 바닥에 흩뿌려지게 된 문의 파편들을 맨발로 밟으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언제어디에무엇을 위해 이 자리를 비웠는지는 모르겠지만이 집안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 그 순간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 그리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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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사건이 진행되면 진행 될수록자신이 소중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면서결국 자신이 가장 혐오했던 이성아처럼 괴물이 되어버린 비극적인 광녀.

 

“…그런 그녀의 곁에서 재활을 돕는다는 건 신에게 제발 죽여달라고 비는 거나 다름없지.” 

 

그녀의 처지는 안타깝지만이런 별 볼일 없는 빈유를 가진 수인으로 빙의하자마자 죽는 것은 사양이야.”

 

이른 아침부터 혁명군의 본부를 찾아오게 된 그리즐리는 레온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중 하나인 그녀의 집무실의 앞에 도착한 후에호흡을 가다듬은 채로 노크를 시작하였다.

 

똑똑똑… 레온 대장님혁명군의 그리즐리입니다지금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허가하지안으로 들어오게나.”

 

끼이이익…” 

 

마침 나도 그대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 있던 참이라네일단은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도록하지.”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리즐리의 앞에 레온이 직접 준비한 커피가 놓이게 되자그리즐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긴장감이 한번에 사라지게 되면서바로 눈 앞에 있는 그녀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레온이 맞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역시 레온 마망이야… 수인들에게 만큼은 한 없이 친절하고 따뜻하신 분… 마음 같아선 그 풍만한 가슴에 뛰어들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즐리 리즐리 그리즐리!”

 

?! 아 예!” 

 

본인이 계속 말을 하고 있는데도 다른 생각을 하다니… 어딘가 아픈 곳이라도 있는 것인가감기약이나 두통약 정도라면내 서랍에 있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주도록 하겠네.”

 

아닙니다단지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잠시 멍을 때린 것 같습니다!”

 

흐음… 그건 좋지 않은 버릇이라네 그리즐리상대와 대화를 할 때는 눈을 마주치고대화에만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서로 간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라네.”

 

말을 마친 레온은 그리즐리를 향하고 있던 엄격한 시선을 거둔 후에자그마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머리를 정돈해주면서평상시의 따뜻한 모습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아픈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군내게 있어서 그대 또한 소중한 대원들 중 한 명이니 말이야.”

 

레온 마망…”

 

“…마망?”

 

아닙니다그게… 말 실수를…”

 

아니빙의를 해도 내가 가지고 있던 버릇은 안고쳐 지는 거냐원래 세계에서도 이 버릇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곤란했었는데…’

 

크흠… 말 실수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어찌 되었던 간에긴장도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으니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네.”

 

그리즐리그대는 무슨 용무로 나를 찾아온 것인가?”

 

그녀의 호칭에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던 레온은 헛기침을 몆번 내뱉은 후에이야기의 화제를 본론으로 돌려 내었고그리즐리 또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로 무거운 말을 자신의 입에서 내뱉어 내었다.

 

“…레온 대장님저와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을 다른 수인에게 배정해 주십시오.”

 

“…저 같은 말단 중의 말단이 그녀처럼 위태롭고 불안정한 존재를 맡는 것은 위험합니다그러니 이런 일은 저보다 적합한 이를 찾아서 그 자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즐리그대는 자신의 능력을 심각할 정도로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네.” 

 

자네는 다른 대원들과는 달리 자주 엉뚱한 모습도 보이면서 진지한 면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이 들리지만…”

 

꼬옥...”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혁명군의 대원들 중에서 그대보다 타인의 감정과 마음을 잘 이해해주며 그들의 상처를 어루어 만질 수 있는 수인은 없다네.”

 

레온 대장님…”

 

돌아버리겠네… 레온 마망저는 마망이 알고 있는 그리즐리가 아니라평범한 여고생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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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그리즐리는 한숨을 내뱉으면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집을 향해 이동을 하고 있었다.

 

위험했네… 하필이면 레온 마망을 거의다 설득하려는 찰나에 라이노가 찾아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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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격부대의 라이노대원들의 훈련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들어가겠… 그리즐리네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라이노 부 대장님…”

 

그리즐리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 코뿔소의 라이노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면서 자그마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하였으나그 정도의 살기조차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호흡이 괴로워지는 수준에 속해 있었다.

 

돌아버리겠네… 숨을호흡을… 제대로…’

 

.”

 

“…레온 대장님?”

 

라이노 군그녀라면 내가 따로 호출을 했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것이니그렇게 노려볼 필요는 없다네그러니이제 그만 살기를 거두지 않겠는가?”

 

레온 마망…’

 

레온이 라이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부드럽게 말을 내뱉자라이노는 순순히 살기를 거두어 내었으나공격적인 자세 만큼은 여전히 처음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레온 대장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괜찮으시다면 대체 무슨 용무로 이 녀석을 부른 건지 여쭤보아도 괜찮겠습니까?”

 

“…아로미의 유산 때문이라네.”

 

한 줌의 희망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말입니까? …전해 들은 정보에 의하면 양 팔과 한쪽 눈을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그리즐리 양을 곁에 붙여 그녀가 하루라도 빨리 재활에 성공하여조금 이나마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네.”

 

그 녀석은… 강합니까?”

 

라이노나는 그녀를 전장에 세울 생각이 없다네이 이상 그녀에게 아픔을 안겨주고 싶지도아픔을 주게 만들고 싶지도 않아그리고 그것이 아로미의 바람이겠지.”

 

레온의 말을 듣고 있던 라이노는 집무실의 책상에 서류뭉치를 올려 놓은 후에그녀들의 사이에 있는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은 채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건 어디까지나 궁금증에서 내뱉게 된 질문입니다저 또한 싸울 의지가 없는 수인을 전장에 데리고 가는 멍청한 짓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그러니 말해주시죠.”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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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도착했네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도 아니니까 별 일 없었겠지?”

 

끼이이익… 벌컥.”

 

다녀왔습니다아직 주무시고 계신 거…?!”

 

별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게 된 그리즐리가 마주하게 된 광경은 피로 만들어진 발자국이 가득한 바닥과 날카로운 이빨 자국이 새겨진 냉장고의 손잡이그리고 이곳 저곳에 흘러내리고 있는 음식물들의 흔적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도둑이라도 들은 거…”

 

“…늦었네?”

 

히이익!”

 

갑작스럽게 들려온 스산한 목소리

 

그것은 먹거리를 들고 있던 그녀의 다리를 단숨에 풀리게 만들었으며그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멍멍이의 붉은 눈동자는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고 이렇게나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는 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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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밖에 남지 않았지만, 추석 연휴 잘들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