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퐁퐁공대를 나와 세계적인 기업 깔끔그룹에 입사해 어느덧 과장 승진을 앞둔 틋붕씨.

그의 아내 시우는 그에게 항상 냉담했다.


주말이어도 집에 있으면

"회사 안 가? 오늘은 안 바빠? 그럼 애 좀 봐 줘."

그에게 집은 아내라는 여자랑 그녀와 함께하는 딸이 있는 숙소에 불과했다.


사실 딸을 만들 때도 아내는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었다.

어쩌면 이혼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고자 마지못해 품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산후조리원, 유모차, 이유식으로 끊임없이 고급화를 추구할 뿐이었다.

소득수준이 높았던 그는 주변 엄마들이 다 그렇다는 말 하나만 듣고 그대로 해줬다.



그가 시우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연애에 대해, 여자의 감정과 여자가 어떻게 남자의 마음을 사는 지 전혀 모르던 틋붕이는

살갑게 다가오는 시우를 보며

드디어 나에게도 연애의 타이밍이 돌아오는구나 생각하며

이 여자를 놓치면 평생 솔로로 늙어죽겠다는 두려움 반이 섞여

그대로 결혼했을 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어차피 헤어질 연애는 하지 않겠다고 공부만 했던 학부 시절?

논문에 파묻힌 대학원 시절?

아니면 대학만 바라봤던 고등학교 시절?



틋붕이는 오늘도 불꺼진 집에 홀로 돌아와 맥주를 깔 뿐이다.

냉장고에는 이유식은 있지만 반찬은 없다.

그저 깡맥주를 먹고 잠들려던 틋붕이는

맥주캔을 보고 아이 교육에 안 좋다고 성질내는 시우의 얼굴이 생각나

슬리퍼를 끌고 분리수거장으로 내려간다.


늘 들고 다니는 백팩에 넣어뒀던 맥주였기에 시우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았다.

통근버스에서 내려 한 번씩 들리는 집 앞 편의점의 새로 나온 맥주.

좀 싸게 팔길래 투 플러스 원으로 샀다.

아직 두 캔은 그의 백팩에 들어있다.


틋붕이가 산 차도 명절을 빼면 시우의 차가 되어버렸다.

어차피 틋붕이는 통근버스를 타니까.

시우는 그 차를 타고 딸이랑 같이 문화센터를 가거나 카페에 간다고 들었다.

아무튼 틋붕이가 탈 일은 별로 없는 차다.


시우 차, 아니 틋붕이 차는 분리수거장 근처에 주차되어있다.

시우는 차를 세워두고 딸이랑 둘이서 어디를 간 걸까.

틋붕이는 알 수 없었다.


키도 집에 있거나 시우가 갖고 있을 것이었기에

틋붕이는 그냥 왔던 자세 그대로 들어갈 뿐이다.


조금 더 편한 옷차림과 조금 더 높아진 알코올 농도와 함께

틋붕이는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시우랑 딸은 다른 방에서 같이 자고 있고

틋붕이는 출근을 위해 알람에 맞춰 눈을 떴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