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브리스와의 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짧은 평화 속, 로스카는 홀로 그레이스 시티를 걷고 있었다.

정확하겐 세니아가 부탁한 심부름을 처리하러 포츈 캠프로 걸어가는 중이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한때 자신이 내려다보던 인간들 사이를 걸어가며 신의 몸이 아닌 인간의 몸으로써 느끼는 햇살, 불어오는 바람, 기분 좋은 새들의 노랫소리 등등... 신일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었다.


"이것이 행복이란걸까요."


위대한 아카샤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인도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지금 이 순간.

9명의 소울워커가 테네브리스를 쓰러뜨리고 켄트를 저지한 지금만큼은 신이 가진 막중한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포츈캠프에 도착하고 그 책임감은 무거운 죄악감이 돼 자신을 짓눌렀다.


"의...무병... 제발... 제발... 약을 줘...!"

"날 왜 살린거야... 차라리 죽여줘..."


플레마의 래피드 플레임에 이어 테네브리스가 이끄는 데자이어워커들과 소울정크들의 군세, 로스카가 걸어오며 느꼈던 평화는 지금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이 병사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피로 일구어진 평화, 희생으로 만들어진 안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미리엄은 자리를 비운지 오래였다. 

당연했다, 치유 이능력자인 미리엄의 힘은 중상자들을 구하기에도 벅찼고 죽음의 위기에서 임시방편으로 간신히 생명만 연장시킨 병사들이 수두룩 빽빽했다. 아무리 네드 컴퍼니가 지원한다해도 전쟁통으로 소란스러운 이 상황 속에서 모든 병사를 신경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로스카는 피비린내와 살이 썩어가는 냄새가 나는 텐트를 조용히 지켜봤다. 

감정은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죄악감은 커다란 가시가 돼 아주 명확하게 자신을 찔렀다.


"아 로스카씨."


피범벅이 된 라텍스 장갑을 벗으며 소라가 걸어나왔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맺힌 땀이 흐르고 있었다.


"세니아 님이 부탁한 겁니다."

"고마워요. 마침 힐링 젤리가 부족하던 찰나였거든요. 그나저나 표정이 어두우신데...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아닙니다."

"아니긴요 얼굴에 대문짝만하게 '나 고민있어요~' 하고 써붙이셨잖아요."


소라의 추궁에 로스카는 얼굴을 더듬었다.

자신의 얼굴에 그런게 쓰여있을 리가 없는데... 인간은 고민거리가 얼굴에 글자로 적히는걸까?


"그게 아니라... 아니지 일단 밖에 나가서 이야기 할까요? 마침 저도 교대 시간이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소라를 따라 걸어가는 로스카의 귓전에 끊임없이 병사의 신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아무리 캠프에서 멀어져도 로스카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이쯤이면 괜찮겠죠. 그래서 고민이 뭐에요?"

"...그게..."

"아, 잠시만요 잠시만요."


로스카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려는 찰나 소라가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입에 털어넣었다.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던 소라는 이내 느긋하고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로스카를 바라봤다.


"후우... 자 이제 말씀해보세요."

"..."


소라를 믿어도 되는건가 하는 불안함도 잠시, 로스카는 입을 열었다.


"...소라님은 본인이 조금만 더 잘했다면, 하는 후회를 해보신 적은 없었습니까."


로스카는 입을 열었다. 포츈 캠프에서 숨이 끊어지는 병사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 켄트의 농간과 계략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한 것 등등... 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다 할 수는 없었지만 적당히 숨겨가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것이 개운함이란걸까, 로스카는 마음 속의 짐을 하나하나 토해내는데 집중하다 소라를 돌아봤다.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슬픈 듯한 표정이 언뜻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소라는 호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선물을 하나 드려야겠네요오. 받으세요."

"이건...?"


로스카의 손에는 작은 알약이 하나 떨어져있었다. 젤리와 비슷하지만 좀 더 작고 바스라질 것 같은 알약.

소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로스카를 쳐다보며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


"후후... 그건 무려 고민을 없애주는 행복의 약이랍니다아!"

"행복의 약이요...?"

"원래느으은 안 되는건데~~~ 저도 로스카씨랑 또오오옥같은 고민을 했그든요? 그러다가아 환자들이 너무 힘들때 먹는 약을 먹었는데 글쎄 고민이 싹 사라졌지 뭐에요? 로스카씨도 한 알 드셔보시겠어요? 먹고서 아작! 하고 씹으면 돼요오."


로스카는 소라와 알약을 번갈아봤다.

지금까지 봐 온 인간들은 악에 물들기도 하지만 분명 선한 감정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조금 못 미덥긴 하지만 소라 역시 자신을 걱정해주는 마음일 것이다.

로스카는 말 없이 약을 삼키고, 아작 씹었다.

그리고 


로스카의 눈 앞에 별이 펼쳐졌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전류 속에 쾌감이 있었고, 자신의 고민이 너무나도 덧없이 느껴졌다. 

로스카의 유두가 발딱 서기 시작했다,

로스카가 다리를 배배 꼬기 시작했다.

뭔가 뭔가가 곧 나올 것 같았다.

지금까지 희미하던 감각과 감정이 마치 거대한 쓰나미가 돼 로스카를 삼키는 것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격류에 로스카가 소라에게 매달렸다.


"소... 소라니이임... 이, 이건 대체...?"

"기분 좋죠? 기분 좋죠?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잊고~ 행복해지자구요~."

"받아...들여...? 다 잊고...?"

"하나 더 드릴까요오? 같이 기분 좋아지자구요~."


소라가 혀에 작은 알약을 하나 더 얹고 내밀었다. 로스카가 덜덜 떨리는 입을 벌리고 소라의 혀와 맞닿자 소라는 탐욕스럽게 로스카의 혀를 휘감아 들어왔다. 

로스카의 눈 앞에서 빙글빙글 돌던 별이 이내 아름다운 오색찬란한 빛을 뿜으며 폭발했다.

신이었을 적 자신이 만들어내던 아름다운 빛, 뜨거운 섬광이 로스카의 몸을 덮쳤다.


"으기이이이이이이이이익!!!"


로스카의 은밀한 곳에서 물이 분수처럼 쏟아져나왔다. 마치 스프링쿨러가 터지듯, 지금까지 참아왔던 감정을 배출한 것처럼 로스카의 아랫배에서 엄청난 쾌감과 전류가 밀어닥치고 이내 로스카의 치마를 흠뻑 적셨다.

허리가 쾌감에 벌벌 떨리고 발로 꼴사납게 바닥을 밀어젖히는 로스카의 모습은 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꼴사나웠다.


"오혹... 으오오오오오오옥... 뭐야 이거어언!!! 뭐야 이거어어언?!!! 이상한 기분이 안 멈춰요오오오오...!!! 아래쪽이 간질간질해애애애!!"


로스카가 꼴사나운 비명을 지르며 본능에 맞춰 작은 콩알을 문지르기 시작하자 행복의 약으로 증폭된 쾌감이 로스카의 뇌를 직격으로 찔러들어왔다.


"깔깔깔 로스카씨 울부짖는게 돼지같앜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나도 어디~"


소라는 미친듯이 웃으며 팬티를 벗어 두툼한 둔덕을 지나, 뻐끔히 열린 로스카의 동굴에 자신의 음부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광기와 쾌락에 절여진 두 사람의 춤이 발걸음이 닿지 않는 으슥한 포츈캠프 뒤쪽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귀찮아짐 뒷부분은 나중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