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츤데레→얀데레는 어떻게 생각하니
  • RHB
  • 2020.06.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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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것 개정판이긴 한데






중학교 2학년 남주. 친구들과 다이나믹 로동한 학교생활을 하던 어느 날 3학년 선배인 여주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같은 미술 동아리에 들어가게 됨. 여주에게 대놓고 호감을 표시하면서 그녀를 졸졸졸 따라다녀.

근데 선배는 감정표현이 서투른 츤데레라서 거기에 제대로 반응을 못해. 왜 그런 느낌 있잖아. 같이 사진 찍자고 하면 손 마구 휘저으면서 '아이 뭘 사진까지 찍어!' 하고 부끄러워하는 그런 타입.

물론 여주도 자기를 따르는 남주에게 조금 호감이 생기긴 하지만 애써 그 감정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반대로 남주를 계속 밀어내게 되지. 근데 그게 남주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어서 남주도 조금 좌절하기도 해. 그래도 남주는 포기하지 않고 껌딱지처럼 선배를 따르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도와줘.


그렇게 1년 뒤, 여주가 졸업하게 됐어. 여주를 떠나보내야 하니까 남주 너무 슬픈 거야. 졸업식 날 남주는 여주 앞에서 꺼이꺼이 울면서 슬퍼하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남주를 보며 여주도 조금 슬퍼졌어. 그래도 츤데레라 대놓고 위로는 못하고 서툴게나마 '나, 나 없어도 잘 살잖아! 뭔 슬픈 일이라고 울어!' 라며 나름대로의 위로를 해. 그렇게 여주가 교문을 나서려는 찰나, 남주가 달려와서는 여주의 손을 붙잡으며 이렇게 말을 했어.


"1년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꼭 갈게요, 꼭!"


자신의 고등학교를 오려면 성적이 좀 되어야 할 거라며 여주가 말리지만 남주는 굳세게 다짐을 하며 돌아가.


여주의 고등학교 생활은 나름 평범하게 시작돼. 하지만 뭔가 가슴이 아파.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자신 옆에 있어주던 남주가 지금은 없으니 그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거야. 여주는 개학 초니까 그런 것이려니 생각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이 가슴 아픈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단 말이지. 그러면서 여주도 확 와닿고 깨닫는 거야. 아, 나는 남주를 좋아했구나 하고.

하지만 아직 남주를 직접 만나러 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 게다가 남주가 1년 후에 꼭 오겠다고 다짐까지 했기도 하고. 결국 여주는 1년 동안 속앓이를 하며 남주가 자기 고등학교 명찰을 달고 자신의 후배로 다시 재회하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로 해.


1년 뒤 3월. 개학날이 됐어. 여주는 존나 이날을 위해 자신은 태어난 것이라고 느끼며 미치도록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1학년 교실로 향했지. 체면도 내다버린 채 1반부터 6반까지 모든 교실을 들락거리며 남주의 얼굴을 찾는 여주. 하지만 남주의 얼굴이 바뀌었는지 오늘 오지 못한 것인지 남주는 보이지 않아.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그래서 여주는 교무실로 달려가서 선생님 하나를 붙잡고 1학년 학생들의 명단을 모조리 살펴보는데, 몇번을 다시 훑어봐도 남주의 이름이 없어.

입학하지 못한 거야.


여주는 절망에 빠지지. 1년을 기다렸는데. 꼭 오겠다고 약속까지 받았는데. 혹시나 하는 부질없는 마음으로 1학년 교실을 멍한 사람처럼 걸어가고 있을 때, 여주의 눈에 남주의 중학교 친구가 보여. 저 녀석이면 남주가 어디 갔는지 알 수도 있겠다 싶지. 그래, 너 잘 만났다. 너 일로 와봐라. 여주 다가가서 따지기 시작해. 남주 이녀석 어디갔느냐. 여기 오기로 분명 약속했는데 무슨 일 생겼냐. 아주 화풀이하듯이 따지는데, 그 친구의 대답이 이래.


'성적이 좀 애매해서 여기로 올까 B고교로 갈까 고민을 했는데, 결국 B고로 간 모양이에요.'


아이고, 도대체 그놈의 성적이 무엇이관데 우리의 사랑을 갈라놓는단 말이냐. 여주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어. 근데 뭘 어떡해,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겠고.

헌데 마지막에 친구가 덧붙인 말이 또 골때린단 말이지.


'아마 그것도 있을 거예요. 미술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탄 적이 있는데, 그때 심사위원 중 한 명이 B고 미술선생님이었거든요. 거기서 자기 학교에 들어오라고 제안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선생님이 예뻐서 그랬나, 하하.'


그 말에 여주 눈이 뒤집어지는 거야.


이런 씨발, 약속을 깬 게 다른 이유도 아니고 바람나서? 빡친 여주는 수업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학교를 뛰쳐나갔어. 당장 남주를 되찾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뿐이었거든. 한달음에 B고교로 달려간 여주. 1학년 교실 하나하나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뒤져보니 정말로 자신과는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은 우리 남주가 보여.

만감이 교차하지. 모습은 1년 전 기억한 그대로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저 옷은 뭐냐 말이야. 여주 눈에는 다른 학교 교복을 입은 게 꼭 다른 여자랑 결혼하려고 신랑 예복을 차려입은 것처럼 보인다고.

거기에 자기 따위는 다 잊은 듯이 고등학교 친구들과 희희낙락거리고 있다? 여주는 당장 달려가 손목을 붙잡고는 교실 밖으로 끌고 갔어.


'서... 선배??'하며 크게 당황한 남주를 학교 건물 바깥 외진 곳으로 끌고 나와 벽에 몰아붙이는 여주. 여주는 울먹거리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꼭 올 거라고 했잖아. 나보고 기다려 달라고 했잖아!!' 라고 소리를 지르며 따졌어. 그렇잖아? 자기는 1년을 남주만 기다리며 살았는데 그 결과가 이럴 수는 없는 거라고. 남주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을 하지만, 여주 눈에는 그저 자신을 잊고 딴년에게 홀려 자신에게서 도망친 사람으로 보일 뿐이야.

근데 남주 입장에서는 100% 츤데레였던 여주가 갑자기 자신을 쫓아와서는 바람을 폈다며 죽일 듯한 표정을 짓고 있게 좀 무섭지. 다짜고짜 바람을 폈다 그러니까 남주는 일단 진정하고, 학교 다 끝나고 만나서 얘기하자고 그래.


근데 여주는 그게 더 얄미운 거야. 자기가 여기까지 와줬는데, 바람피운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 사과도 해명도 없이 일단 돌아가라고? 이미 야마가 돌아있는 여주는 이 모습을 보니까 얘가 정말 그 선생년에게 홀린 게 틀림없구나 확신이 들면서 동시에 화가 뻗친다고.


그래서 남주에게 따귀를 한 방.


갑자기 얻어맞아 놀란 남주에게 다시 한 방.


느닷없이 따귀를 두 대나 얻어맞은 남주, 그 귀여운 얼굴로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

근데 그 모습을 보는 여주 뭔가 묘한 흥분감이 느껴지네. 어째 눈빛이 달라진다?


'1년 동안 외로웠던 거, 그리고 그 선생년한테 홀려서 약속 깨버린 거, 네 몸으로 갚아줘야겠어.'


보는 눈도 없겠다, 여주는 남주를 벽에 밀어붙이고 입술을 훔쳤어. 1년 동안의 외로움을 분풀이하듯 남주의 몸 곳곳을 만지며 타액을 나누는 여주...


...근데 남주는 흥분보다는 무섭지, 여주가.


여주가 남주의 옷을 벗기려던 찰나, 남주는 여주를 밀쳐내고 도망쳐버렸어.


여주는 믿을 수가 없어. 자신을 항상 따라주고 믿어주던 남주가, 키스 한 번 했다고 이렇게 뛰쳐나간다고? 너무도 차가운 행동에 여주는 마치 남친에게 차인 듯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울음이 터져버리고 말았어.


우리 남주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순진한 애가. 그 착한 애. 그 남주를....


"...그 선생년이 망쳐버렸어."


그럼 여주 결론은 정해졌지.

선생년을 조져버리고 우리 남주를 되찾는다. 간단하잖아?

물론 좀 힘들기야 하겠지만 그 값은 침대 위에서 남주의 몸으로 톡톡히 받아갈 거고.


그보다는 그 선생년.


그년은 절대 용서 못 해. 죽여버릴 거야.


여주는 그렇게 다짐하고 다시 일어서서 학교를 떠났어.














그리고 그 광경을 창문 밖으로 몰래 보고 있던 문제의 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