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믿어줄 수 있어?

라고 지인에게 말하자


"하?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하고 바보취급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게 보통인거군요... 


적어도 이런 발언으로 더이상 멍청이 취급을 받지는 않게 되었다만....

이런 곳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점점 나의 개성이 희미해져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조금 복잡한 기분입니다.


바꿔 말하면 저의 개성은 시간을 멈출 수 있다... 이거 하나뿐이라고 할 수 있는거죠.... 네...





01. 표류


이곳은 환상향... 환상이 실제로 세상에 현현하는 신기한 장소인듯 합니다.

뭐 이건 제 개인적인 감상이라 실제랑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제가 어떻게 이런 곳에 와있는지 설명하기는 사실 조금 복잡합니다.

저도 왜 제가 이런 곳에 있는지, 지금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저를 처음으로 보호해준 이가 말하기를 대나무 숲을 거닐던 도중 우연히 두부에 심각한 출혈을 일으킨채 

쓰러져 있던 저를 발견하고서는 근처의 병원으로 옪겨주었다고 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 또한 어느 길목을 건너다가 무언가에 머리를 치었던 듯한 느낌이 든다... 뭐... 이런것밖에 없는데,

분명 지나가던 이세계 트럭과 충돌했다거나, 뭐 그런거겠죠.


다행히 제 상처는 그렇게 심각한 수준의 것은 아니었고, 후유증도 없이 어느정도 회복하자 그대로 그곳에서 떠날 수 있었습니다.


뭔가... 퇴원이라기 보다는 내쫒겨진 것에 더 근접한 모습이었지만, 뭐....



그 이후로 여차저차 이리저리 해서  하쿠레이 신사라고 불리우는 작은 신사에서 더부살이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집안이 대대로 불교에 가까운 집안이었던지라, 사찰은 많이 가봤어도, 신사나 교회에 가본적은 별로 없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신사가 고 2 시절에 친구와 돈을 모아 오사카 여행을 갔을때, 그곳에서 본 '쿠쿠 니 타마' 신사라는 곳인데, 

이 하쿠레이 신사도 그 곳과 규모 자체는 대충 비슷해보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 본 바 그곳은 오사카의 인기 관광 스팟이였던 모양이니 하쿠레이 신사는 꽤나 커다란 신사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죠




본제로 돌아가서, 저는 이 곳에 단순히 요리나 작은 허드렛일을 위해 고용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은, 어느 순간 신관복을 몸에 두르고, 청소, 요리, 세탁, 편지 배달, 접견 등등등


한순간 이곳에서 필요로 하는 온갖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휴일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이고, 신사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편지 배달을 부탁해, 안마해줘, 방 청소해줘, 같이 놀아줘, 술좀 구해와줘 등등등


이 년들은 제가 없었을땐 대체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던 걸까요?



크흠!!



하지만 이런 저에게도 휴일에 가장 가까운 날이 있다면, 그것은 매주 토요일이오

하고도 오전 12시부터 오후 10시에 해당하는.... 딱 지금 이쯤 되는 시간입니다.


고용주와 목숨을 담보로 협상한 끝에 쟁취해낸 귀중한 시간이죠



이런 귀중한 시간을 제가 어떤 곳에 할당하고 있는가 하면.....


그냥 걸어다니는 거네요... 네....



이 곳은 인터넷도 안되고, 인간 마을 쪽은 몰라도 신사에는 일단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며 한가로이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좀 어렵습니다.


보통 그렇게 쉬고 싶은 심정이 되노라면 십중팔구 신사를 나서 향림당으로 향하지만, 

그러한 것이 질릴때면 아직 가보지 못한 이런저런 장소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것을 즐기고는 합니다.


사실 보통의 인간이 인간 마을 바깥을 돌아다니는 일은 매우 드물며, 또 들으면 납득할만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 덕분에 그러한 위협들로부터 대부분 안전하게, 그리고 빠르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02. 시간


저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원리요, 언제부터, 왜 제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만은 하여튼 선천적으로 시간을 멈추고 견디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이 능력은 제가 환상향에 떨어지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인데,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시간을 정지시키는 능력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어떠한 대상을 가리켜 시간을 뭠췄다가 재생하는 방식의 능력이죠


만약 정말로 단순하게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만이 제 능력이라면, 

저는 그 멈춰진 시간속에서 이동하는 것도, 무언가와 상호 작용을 하거나 하는 것도 거의 완전히 불가능할 겁니다.



또 견딘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저는 시간을 멈추고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단순히 시간을 멈추는 것만이라면 좀더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겠지만, 그렇게 멈춘 시간속에서 무언가 행동을 하거나, 멈춘 시간속 무언가를 움직이거나 하면, 그만큼 정신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금방 지쳐버리고 말죠


그래서 시간을 멈추고 청소를 하는 짓이 보통으로 하는 것보다 배는 힘들며, 

공부를 하거나 하는 머리를 쓰는 활동은 거의 불가능 하다시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길을 걷거나 하는 일은 육체적인 피로가 그대로 적은 정신적 피로로 치환되기 때문에 미묘하게 더 편하죠.





03. 약점


시간을 멈추는 일이 생각보다 지치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편리한 능력인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환상향의 외각에는 인간을 덮치는 요괴 같은것이 많은듯 한데, 이러한 놈들도 시간을 멈춘채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고 있는 저에게 절대 위해를 가할 수 없죠


하지만 절대 만능은 아닙니다.

전술한 패널티도 있지만, 대상을 가리켜 행사하는 제 능력의 특성상 큰 약점이 존재하죠.


"뭐? 왜?"


즉 아주 드물지만 제 능력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대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평소에는 확실히 제 능력의 영향을 받지만, 의식하면 이 멈춘 시간 속에서 맘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대상이 되죠.


자 그럼 여기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나는 야쿠모 란. 

요괴현자 야쿠모 유카리의 식신이며 꼬리가 아홉개 달린 요수여, 유카리 님의 명을 받아 네놈이 저번과 같은 해괴한 짓을 하지 않도록 지켜볼 것을 명령받은 감시역이다"


'저번과 같은 해괴한 짓' 이 무엇인지 설명하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니 다음 기회로....





04. 란과 첸


이 꼬리 아홉개 달린 요수와 처음 만난것은, 제가 환상향에 떨어지고도 그럭저럭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 였습니다.


대충 다섯 달 전이던가?


그 날도 오늘과 같은 토요일에 날씨가 흐릿하고 금방이라도 폭우가 떨어질것임을 암시하듯 하는 구름의 모양이 있었기에, 

'오늘은 실내에서 노는 것이 낮겠군.' 이라는 생각으로 그 당시 제가 있던 곳 근처에 있던 누군가의 자택으로 놀러갔습니다


그 자택의 주인이 누군가 하니, 쇼토쿠 태자를 자칭하는 어느 기인와 그녀의 추종자들로 이루어진 작은 공동체가 거주하는 자택이였는데...

그녀들과는 사실 환상향에 떨어지고 나서 비교적 금방 대면하고 친해진 부류에 속했기에, 지금은 자주가는 향림당의 점주 다음으로 가장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이들입니다


그중 후토라는 이름의 이가 있었는데, 그 때 그녀가 나에게 푸념하기를 사람만한 쥐..... 요괴랑 친하.... 궁시렁.... 궁시렁.... 그러던데

사실 전혀 안듣고 있어서, 기억나는게 요괴랑 사람만한 쥐라는 키워드 밖에 남아있지 않았단 말이죠


그로부터 또 며칠 후,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도중 문득 그 때의 푸념이 떠올랐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은, 대충 쥐 요괴가 계속 무단 침입하는 것에 대한 푸념이라는 문맥상의 이해가 있었기에, 마침 제 손에 들려있던 로프로 자택 바깥 구석진 곳

보통은 사람이 지나가지 않을만한 곳에 작은 트랩을 설치해 봤습니다.


길을 거닐다가 트랩을 밟으면 약하게 고정되어 있던 올가미가 하늘로 당겨지고 그곳으로 사람이 발에 묶여 거꾸로 매달린다고 하는 간단한 구조죠


왜 쥐인데, 인간용의 트랩이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지금까지 본 환상향의 요괴는 모두 인간과 비슷한 형태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이 트랩을 놓은것 자체에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고전적이고 티나는 트랩에 누군가가 걸릴 것이라고는 사실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죠.

단순히 그냥 심심해서 설치해본 것일 뿐이지...



그런데 설치하고 그곳에서 떠나려는 순간


"아!!!"


 하고 매섭게 배후에서 트랩이 작동하는 소리와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니던가요?


설마 진짜로?

하는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니 어떤 유녀가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


확실히 귀가 인간의 것은 아니니 저건 아마 요괴일 것인데....

쥐라고 하기에도 거리가 좀 멀고?


꼬리와 귀가 쥐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고양이의 그것과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넌 누구니?


라고 물어보니, 대답하기를 이 소녀는 첸이라는 이름의 어느 고양이 요수인듯 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꽤나 귀여운데....


크흠!!


쨋든 아무 생각없이 트랩을 설치하는 일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제가 이곳을 완전히 떠난 시점에서 이 소녀이 이 트랩에 걸리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그러니 착한 어린이들은 이런 짖궂은 장난은 따라하지 말도록 합시다.



하여튼 저는 이렇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그녀의 결박을 풀어주기 위해 가까이 접근했습니다.


팬티 핑크색이네, 귀여워라



"체에에엔!!!!!!"


바로 이 시점에서 누군가가 제 머리를 가격하고, 한순간 지옥을 보았을 정도로 엉망진창 두들겨 맞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한순간 저에게 지옥을 피로한 이가, 지금 바로 제 옆에 있는...... 이 꼬리 아홉개 달린 요수.... 였던거죠



"야쿠모 란입니다! 야쿠모 란! 사람 이름 정도는 제대로 기억해!"








예전에 심심풀이로 tw배경의 옴니버스 일상물 쓰려다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거 같아서 그만뒀던거임....

말그대로 심심풀이로 쓴거라 올리기전에 나름대로 검수는 했다만 서술 오류가 남발되어 있을 수도 있음


지금으로써는 이 정도 뿐인데, 니놈들 반응보고 괜찮다 싶으면 계속해서 써볼 계획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