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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 글레어 프로필: https://arca.live/b/tsfiction/5000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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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씨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는데,

『레빈, 아까 휴게실로 오면 돼! 준비는 끝났거든.

그리고 모르는 척하면서 주변을 돌아야 해. 그래야 범인이 올 거야』


라는 주문도 같이 적혀 있었다. 음, 그런데 내 아츠를 사용해서 잡을 수 있을까? 궁금하여 답신을 보냈다.


『클로저 씨, 제 아츠로 은신, 투명한 아츠의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시도해도 괜찮을까요?』


문자를 넣자마자 거의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역시 컴퓨터 전문가답다 싶었다.


『좋아, 혹시나 잡을 수 있으면 바로 포박해줘 알았지?』


나는 알겠다고 답변하고, 아까 문제의 휴게실로 이동했다.



*

*

*



클로저 씨는 보이지 않았고, 냉장고는 다시 깔끔하게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손대지 마시오 라는 글자가 적힌 메모도 있었고.


나는 일단 모르는 척 하면서 준비하라는 클로저 씨의 말에 따라 통신단말기를 꺼내서 이리저리 만져봤다. 매점 근처 테이블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하면서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는 대학생처럼.


물론 통신단말기만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면 작전은 실패하는 것이니까 은밀하게 아츠를 흘려봤다. 혹시나 내 단말기가 망가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잘 작동했다. 소위 말하는 러기드폰 인가보다. 튼튼하고 비싼 그런 종류.


아츠를 휴게실 주위까지 폈는데, 내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뱀에게 처음 손을 달아주면 뱀 또한 적응하지 못할 것 아닌가? 그런 종류였다.


손으로 만지지도 않았는데 느껴지는 소파, 테이블, 냉장고, 자판기, 벽, 천장, 바닥… 으윽…


머리가 아파서 아츠를 중단시켰다. 훈련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나중에 작전에 나갈 때 유용할 것 같아서 폈다가 껐다가 폈다가 껐다가를 반복했다. 


머리가 띵하다가 띵하지 않기를 반복하니까 뭔가 미묘하게 중독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내가 고통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이 아츠 -어쩌면 레이더 스러운 것- 를 계속 껐다 켰다 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무언가가 새롭게 잡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자판기에서 느껴지는 크기랑 비교하면 조금 작은데…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약간 작은…. 어쩌면 사람?


움직이고, 크기는 자판기보다 작다. 그러면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


나는 통신 단말기를 보는 척하면서 눈을 살짝 위로 올렸다. 딱히 무언가 보이진 않았다.


그렇지만 나의 아츠-레이더에서는 무언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은신이나 투명 아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재빠르게 클로저 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클로저 씨, 제 아츠에서 무언가 잡혔어요. 사람 같아요.』


역시나 빠르게 답변이 돌아왔다.


『좋아, 그러면 레빈, 한번 붙잡아줘. 놓치면 바로 연락하고.』


긴장된다, 물론 어차피 범인은 내부 직원일 것이고, 딱히 저항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실전은 실전이잖아? 


나는 조심스럽게 통신단말기를 넣고, 주머니에 있는 포박용 수갑이 있나 확인했다. 음, 이 차가운 느낌. 확실히 있긴 하다.


아츠 레이더를 켤 때마다 조금씩 냉장고 쪽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클로저 씨의 간식을 노리는 것이 분명했다.


아픈 머리를 진정시키며 집중 또 집중했다. 


내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도 모르나 보다, 냉장고의 자물쇠를 아주 멋있게 해체한 다음에 쿠키를 슬쩍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쿠키가 허공에서 증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은신 아츠인가?


월드 오브 탱크라는 게임이 있다. 하다가 사람 잡는 갓겜. 15대 15가 아니라 1대 29로 싸우는 그런 게임. 아무튼, 그걸 말하는 건 아니고, 리드샷이라는 필수적인 스킬이 있다. 말 그대로 적이 가는 방향보다 조금 앞에다가 쏴서 맞추는 것이다.


나는 재빠르게 스태프를 꺼내서 전기 아츠를 바로 앞쪽으로 쐈다. 오, 훈련의 성과가 있었나?


나 자신도 감탄스러운 반응 속도였다. 전기 아츠는 전기답게 아주아주 빠르게 내가 조준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쿠헥!”


괴이한 비명과 함께 은신이 풀리는 것이 보였다. 그저 금속 재질의 벽에서 스르륵 하고 사람의 모양 같은 것이 생겨났는데, 파충류 특유의 커다랗고 민트색의 꼬리, 까무잡잡한 피부, 흰색 옷의 남자가 당황하고 있었다. 


머리 속에서 생각나는 오퍼레이터가 한 명 떠올랐다. 에단, 특수전 오퍼레이터. 감염자로서 통합운동에서 심리전과 단독 정찰을 수행하다가 탈주 후에 로도스 아일랜드로 왔다고 한다. 과거가 힘들어서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아무튼, 당황한 그에게 나는 수갑을 바로 채워버렸다. 처음 써보는 것이지만 잘 작동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알아낸 거야?”


“안녕하세요, 그리고 비밀이에요.”


“의태가 완벽했는데! 크흣.”


“곧 오겠네요.”


클로저 씨는 내가 보낸 문자를 보자마자 어딘가에서부터 엄청 빠른 속도로 뛰어왔다. 자신이 운용하는 드론 몇 대와 함께. 


“내 간식의 원수!”


그녀는 조심스럽게 쿠키를 회수한 다음에 나와 마주했다.


“잘했어! 역시나 허점을 노릴 줄이야, 좀 더 보안을 강화해야겠어.”


“차라리 엔지니어링 부서에다가 보관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말했잖아, 내가 거기다가 보관하면 다들 무슨 챌린지인줄 알고 뜯으러 온다고.”


“그, 클로저 씨? 봐주시면 안 될까요~?”


구속구에 손이 묶인 채 아양을 떨어보는 에단, 하지만 클로저 씨는 웃고 있었다.


“당연히 안되지. 공범이 있나 확인도 해야 하고, 벌로 며칠 동안 우리 부서의 조수가 되는 거야!”


“무, 무료봉사라니!”


이 재미있는 꽁트를 보는 와중에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면 내 호기심을 해결해주지 않을까?


“저, 클로저 씨.”


“응? 왜 무슨 일이야?”


“혹시 엔지니어링 부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불렀다고 말하면 될 거야.”


로도스 아일랜드의 고위 간부치고는 엄청 쉽고 간단하게 허가해줬다. 드디어 오랜만에 다시 기계를 만질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 * *


고닉 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