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처음 보았습니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대는 눈이 퍽퍽히 나려 앞이 보이지 않는 겨울에 고요히 쓰다듬는 햇살처럼 밝게 빛나는 분이셨지요.
어둡고 차단한 방에 갇혀 홀로 외로이 살아온 저에게 당신은 좁은 창 틈으로 들어온, 한 줄기 따듯한 햇살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러니 제가 당신을 사모하게 된 것은 시간이 감에 계절이 변하는 것 같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너무 밝은 그대에게 가기에 저는 너무나도 어두워 그대를 함부로 범할까 두려워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대를 멀찍이에서 지켜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여야 그대가 빛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여야 어두운 제가 그대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부유하여
여린 새싹을 쓰다듬는 초봄의 햇살같은 황금으로 짠 천과,
배부른 달빛을 받아 조요롭게 빛나는 은의 천이 있다면
제가 능력이 있어
풀벌레 소리만 울리는 고요한 가을밤에 내린 푸른 어둠의 빛과,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희뿌연 빛으로 천을 짤 수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앞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이 한 몸뿐이라
나의 정성과 마음과 꿈을 그대의 발 아래 깔았습니다.
나의 모든 것으로 천을 엮어 그대 앞길에 깔아드리려니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서있는 곳 나의 정성이오니.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가는 길 나의 마음이오니.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