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오늘 밤도 달이 아름답네요.


몇번을 봤는지 세는 게 의미없을 정도로 수 없이 봐왔지만 변함없이 아름답네요.


마치 밤하늘에 진주 한 알을 띄워놓은 것 같아요.


당신과 처음만난 날에도 이렇게 만월이 떳었어요.


그날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조금도 잊지않고 전부 기억하고 있답니다.


그럼 잠시 옛이야기나 나눠볼까요?


당신은 상처를 입은 체, 제 저택으로 도망쳐오셨고,


쫓아온 불한당들을 제가 쫓아냈고.


그리고 저택 안으로 들여, 상처를 치유해드렸어요.


정신을 차린 당신의 반응은 정말 특이했어요.


리치인 절 보면 다들 놀라거나 도망치기 마련인데


전혀 놀라시는 기색없이 그저 제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며 


그져 고맙다고만 말씀하셨죠.


감사인사를 받으니 가슴 한 켠이 욱신거렸습니다.


부활하고 난 뒤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였답니다.


처음에는 그저 오랜시간 늙은 하녀만 데리고 살았던 탓에,


외간 남자에게 느낀 일시적인 감정이라 생각했지만


당신이 머무는 동안 제 감정은 '사랑'이라는게 확실해졌죠.


제 저택에 머무는 동안 당신은 얼굴에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으셔서


처음에는 굉장히 무뚝뚝한 사람이구나 했지만


당신의 상처가 다 나아서 이제 곧 떠나려고 하셔서,


제가 당신에게 용기를 내서 고백하고, 너무 부끄러워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을 때


싱긋 웃으시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를 껴안아 주시면서


'저도 사랑합니다'라며 고백을 받아들여 주셨을 때 너무나 따뜻했답니다.


그렇게 당신이 상냥한 사람이란걸 알아버렸어요.


그 날밤, 저와 당신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눴죠.


기쁘면서도 지금껏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은 알몸을


보인다는게 너무 부끄럽고,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과 몸을 겹친다는게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또다시 눈물이 났습니다.


그 때 당신은 상냥하게 제 얼굴을 어루 만져주시면서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를 끌어안으시며 서늘해서 기분좋은 몸이라고 칭찬해주시곤, 저를 끌어안으셨답니다.


가슴끼리 닿자 누구껀지 모를 두근거림이 느껴졌어요.


달빛에 비친 당신은 처음으로 미소를 보여주셨죠.


이렇게 서로 맺어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당신은 만신창이가 되고, 굉장히 야윈 


살아있는게 기적이라 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려오셨죠


당신은 그 아이를 할멈에게 요리를 배워가면서까지 직접돌보셨고,


그 아이가 어느정도 기운을 차리고 저택안을 돌아다녔을땐 정말 기뻐보이셨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쇠약해졌던 탓인지 결국 다시 병석에 누웠고,


사경을 해매며 아빠를 찾는 아이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결국 아이는 숨을 거뒀을 때 그 표정은 너무나도 슬퍼 보이셨고, 저 또한 굉장히 슬퍼서


저도 모르게 제멋대로 사령술을 써서 아이를 밴시로 부활시켜버렸죠.


반사적으로 한 일이라 저도 놀랐고, 당신도 굉장히 당황했지만,


'아직 죽기엔 너무 어렸으니깐'이라며 이해해주셔서 안심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희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제가 애교를 부리면 싱긋 웃으시면서 거칠지만 따뜻한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


같이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춤을 춘다거나, 


그 아이가 은혜를 갚겠다고 할멈에게 집안일을 배우는걸 지켜보거나,


모두 다 같이 어디론가 놀러가고,


당신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정원을 거뉜다던가


그 아이와 할멈이 잠든 걸 확인하고 나서 서로 사랑을 나눴죠...


하지만 영원한 행복이란 없었죠

  

행복이 크고 오래갈수록 상실감은 배로 돌아왔어요

 

오랫동안 저를 모셔와준 할멈의 임종을 지킬 땐 저도 모르게 또 되살릴뻔 했답니다.


하지만 할멈이 자신은 계속 현세에 남기보단,


이대로 신의 곁으로 가서, 오래 전 사별한 영감과 이제 만나고싶다며


웃으면서 말했기 때문에 정말 꾹 참았습니다.


할멈을 관으로 안장하고 묻을때는 정말 서 있기도 힘들었죠.


그 때 느꼈답니다. 당신도 언젠간...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얼굴엔 주름이 늘어나고, 머리의 색이 빠져갔죠.


그걸 볼때 마다 할멈의 일이 생각나서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전 당신을 되살리기로 이미 마음먹었기에 불안을 억누를 수 있었죠.


근데 저의 마음을 알아차리셨는지


당신은 제가 묻기도 전에 제게 말했죠


'제가 죽더라도 되살리지 말아주세요'


철렁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제가 이유를 물었지만, 당신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였죠.


정말 많이 생각했답니다.


역시 제가 싫어졌다고 밖에는 생각할수 없었답니다.


하지만 상냥한 당신은 차마 입밖으론 내지 못하고 그저 놓아달라는걸


그렇게 표현하신거겠죠...


그래서 남은 시간이라도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서,


전 알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괴로웠답니다...


그런 괴로운 시간이 지나,


당신의 임종이 다가왔을 땐 전 곁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숨을 거두면 저도 모르게 사령술을 쓸꺼 같아서 제 방에서 문을 걸어 잠근 체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샜고,


결국 밴시가 당신이 숨을 거뒀단 이야기를 전해줬고,


정신을 차려보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사령술로도 되살릴 수 없었고,


당신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켰답니다.


어때요? 저 잘했죠...? 저 잘한거 맞죠...?


대답해주세요... 늘 그러셨듯이 싱긋 웃으시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세요...


제가 눈물을 보이면 항상 달려오셔서 닦아주셨던 것 처럼말이에요. 


왜 말씀이 없으신가요? 피곤하신가요? 그럼 어서 주무시는게?


아 오랜만에 춤추고 싶으신가요? 저도 좋아요 정말 오랜만에 춰보네요.


손을 이리 주세요, 아... 여전히 서투시네요. 늘 그렇듯 제가 리드해드릴게요.


제 말에 따라서 해주시면 되요.


처음에는 발을 왼쪽으로 딛고 이렇게 하나 둘 하나 둘.....


"마님 차를 가져왔습...."

항상 하던대로 차를 우려서 방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잠시 멈췃습니다.

마님은 주인님의 백골과 함께 춤을 추고 계셨습니다.

커다란 창은 달빛으로 두사람 만을 비추면서

아름다운 여성과 백골이 서로 손을 맞잡고 춤추는 모습은 어딘가 신비로우면서도 애처로웠습니다. 

주인님이 돌아가시고 매일 보는 관경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우면서 애처로운 광경입니다.

저는 마님이 행복하신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그 애절한 춤을 그저 바라만 볼뿐입니다.

행복한 시간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것마냥 춤은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지만, 곧 마무리 동작이 나오겠죠

춤이 끝나면 마님은 다시금 현실을 깨달으시고, 다시금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주인님이 돌아가신 날처럼요.

그때마다 마님을 위로하고, 차를 드려서 진정시키는게 벌써 100년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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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땜시 알바못 나가서 심심해서 써봤는데,

두보가 된 마음으로 고치고 또 고쳤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네요.

현 제 능력상 최고로 다듬을 수 있을만큼 다듬어서 올려봅니다.

재밌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