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리리리!-


 귀청을 때리는 알람 소리에 몸을 뒤척였다. 내가 핸드폰을 어디에 뒀더라?

 아직 완전히 떠지지 않은 눈동자를 억지로 움직여 핸드폰을 찾았다.

 시간은 아침 10시. 주말이니까 이 정도의 늦잠은 필요하다.


 "...5분만 더 잘까..."


 팔을 뻗어 스마트폰 화면 속의 스누즈 버튼으로 손을 향한다. 그리고 뻗어진 팔뚝 아래로, 아무 것도 달려있지 않다는 걸 눈치챈다.

 멍하니 5초 정도를 바라보고는 그제서야 기억해냈다.


 시뻘건 불꽃, 그 불꽃을 가리는 시커먼 연기. 매캐한 냄새와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구워진 냄새.

 환청처럼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날카롭고 끔찍한 비명소리들.


 "..."


 가슴 속이 다시금 답답해지는걸 외면하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천장이다.

 천장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역시 몇 번이고 쳐다봐도 팔뚝 아래로는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은채, 색바랜 붕대만이 칭칭 감겨져 있을 뿐이었다.

 익숙한 광경이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알람소리를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

 익숙한 소리다.


 "오케이 구글. 나 일어났어."


 시끄럽던 알람 소리가 사라진다. 

 간신히 허리 힘만으로 상체를 들어올려 밖의 광경을 쳐다보았다. 저 높은 하늘에 걸려있는 구름이, 벌써 가을이 됬다는걸 알려준다.

 처음에 여기에 왔을 때는...몇 월이었더라.


 "일어나셨나요."


 아무런 생각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사람들을, 시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다.


 "...응."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면서 나는 말을 덧붙였다.


 "오늘도 일찍 왔네."


 멋쩍은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자, 상대도 엷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도저히 사람이 입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크기의 갑옷. 다른 사람이 본다면  분명 그것뿐이겠지. 하지만 내 눈에는 그 육중한 갑옷 사이로 사람의 형체가 보이고 있었다.

 리빙 아머.


 그리고 '그 날' 나를 살아있는 지옥에서 이곳으로 데려다준 생명의 은인.


 "주말이니까요."


 그녀는 변함없이 갑옷을 두른채 내 옆에 걸터앉는다. 갑옷 때문에 나보다 높아진 앉은 키에, 자연스레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면 그녀는 자연스레, 내 어깨에 팔을 둘러 나를 끌어앉는다. 처음 당했을 때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지만 이제는 익숙하게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온도가 느껴질리가 없는 갑옷에서, 이유모를 사람의 체온을 느꼈다.

 이제 머리와 몸뚱이 말고는 남아있지 않아,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진 나에게 그녀 말고는 남아있는게 없다.

 분명 그녀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엄하게 나를 혼내키겠지. 그렇지 않다고, 팔다리가 사라진 것쯤으로 사람의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확신은 들지 않았다.


 "고마워."


 이 고마움의 표현은 더 이상 남아있는게 없는 한낱 인간의 어리광일까,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일까.

 그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하는건지, 어깨에 둘러진 갑옷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