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얀붕이랑 얀순이는 대학교 1학년 CC였음

1학년을 마친 후 어느 남자들이 그렇듯 얀붕이도

입대를 하게 되는거임

그리고 어느 군인들이 그렇듯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일병 말쯤에 헤어지자고 통보받는거임 ㅋㅋ

얀순이와 헤어진 뒤 얀붕이는 상실감을 극복하고자

중동 어느 나라의 지원단에 자원을 해서 파병을 가는거임

그 곳에서 열심히 복무하며 상실감이 점차 회복되던 그 때

밤중에 테러리스트들에게 기지가 기습공격을 당하는거임

얀붕이도 죽기살기로 적을 향해 총을 빵! 쏘는거임

새벽에 동이 틀 무렵 테러리스트들이 궤멸되어 전투가 끝남

하지만 전투 중에 너무 끔찍한 광경들을 목격한 탓일까

전역 할 때 쯤의 얀붕이에게선

입대 전 쾌활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음


어쨌든 전역한 얀붕이는 복학해서 다시 학교로 왔음

강의실로 가던 도중 복도에서 얀순이를 마주치게됨

얀순이는 나름 얀붕이와 좋게 헤어졌다고 생각했는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얀붕이에게 인사를 하는거임


"얀붕아! 그동안 잘 지냈... 어...?"


거의 2년 만에 만난 얀붕이의 상태가 이상해보이는거임

머리는 산발에

다크 써클이 진하게 내려왔고

눈은 초점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겠고

아무튼 뭔가 정상은 아닌것 같아보였음


"얀붕아? 너 괜찮아?"

"....."

입을 꾹 닫고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그저 잠깐 얀순이를 쓱 보고 강의실로 들어가는 얀붕이

얀순이는 쟤가 왜 저러지 싶었지만

그저 전역해서 적응하느라 잠을 못 잤나 싶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며 뒤이어 강의실로 들어감


강의 도중 얀붕이를 힐끔힐끔 처다보는 얀순이

얀붕이의 행동이 아무리봐도 이상한거임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턱을 괴고 멍을 때리다가

이내 엎드려 잠을 자는거임


"학점이 제일 중요하니까 공부 열심히 할꺼야!"

라면서 강의 내내 집중하던 2년 전 모습이랑 너무 다른거임

그러던 도중 갑자기


"우아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난 얀붕이

강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일제히 얀붕이를 쳐다보는거임

얀붕이는 잠깐 숨을 헉헉 쉬다가

"죄..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고는 소매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슥 닦고나서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가버리는거임


이런 얀붕이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얀순이는

얀붕이랑 같은 부대를 나왔던 얀붕이 친구에게

얀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음


"사실 얀붕이 일병 때 너랑 헤어지고 많이 힘들어했어"

"그래서 그 것 좀 극복해보려고 지원단으로 파병간거였는데..."

"거기서 테러리스트들한테 습격을 받았거든"

"그 때 거기서 전투하면서 못 볼걸 봤나봐... 에휴..."

"그 이후로 쟤 병원 다니면서 약도 받아먹고다녀"


이제서야 얀붕이의 이상 행동의 전말을 알게 된 얀순이

왠지 자기와 헤어지고나서 얀붕이가 저렇게 됐다는

생각이 문득 드니 죄책감이 밀려오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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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난 후 곧바로 얀붕이를 찾아나서는 얀순이

얀붕이가 자취방으로 향하는걸 봤다는 소식에

얼른 얀붕이네 자취방으로 달려가는거임


띵동-


"얀붕아! 안에 있어? 얀붕아!"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두들겨도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락도어 비밀번호를 눌러보는 얀순이


1 0 2 9


아직 얀순이의 생일이 비밀번호로 설정되있던거임


"....."


띠리릿-


자취방 안으로 들어가는 얀순이

현관에 바로 연결된 주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음

냉장고를 열어봐도 안에 있는건 고작 생수 두 병

이 때, 닫혀있는 방 안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나는거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그 이름을 거룩하게 여김을 받으소서..."




쿠당탕-!


"....."

이후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거임

불안해진 얀순이는 문을 열어볼까말까 고민하다

결국 문을 열기로 함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얀붕이가 목을 매달고 있는거임


"아, 안돼! 얀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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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는 전역 후 복학을 하면서 괴롭지만 버텨보자! 하고

다짐했지만 막상 학교에 가니 자기 뜻대로 안되는거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때마다 그 날의 참상이 떠오름


총에 맞은 팔을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김 중사

얼굴 반쪽이 날아간 채 뒹구는 시체

탕 탕 탕

콰광

매캐한 화약 냄새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느껴지는거임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얀순이를 마주쳤을때도

당당하게 반갑다고 인사하려고 했지만

머릿속에 그 때의 기억이 계속 맴돌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거임

결국 어찌어찌하여 강의실 책상에 앉는 것까지 성공한 얀붕이

하지만 강의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깜빡 잠이 들어버리는거임


'얀붕 병장님... 얀붕 병장님...'

꿈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음

"누, 누구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파병지에서 같이 근무한 후임

"얀붕 병장님...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후임은 등을 지고 계속 얀붕이에게 말을 걸고 있었음

"야, 뒤돌아봐봐 나 여기 있어"

후임이 얀붕이의 목소리를 따라 뒤를 돌아보자

얀붕이는 경악 할 수 밖에 없었음

후임은 안구는 파여져 피가 줄줄 새는 모습을 하고 있었음


"얀붕 병장님... 제 눈 좀... 찾아주세요..."


"우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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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 도착한 얀붕이

아 나는 치료받아도 더 이상 사회에 적응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심한 자괴감에 사로잡히는거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문득 정리하지 않은 이삿짐 상자 속에 들어있던

오래된 줄넘기가 생각나는거임

상자를 뒤적거려 줄넘기를 꺼낸 얀붕이

곧 의자에 올라가 커튼봉에 매듭을 묶고 목에 걸어버리는거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그 이름을 거룩하게 여김을 받으소서"


발로 의자를 확 밀어버리는 얀붕이


"크아악!"

목이 졸려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이내 곧 의식이 희미해지며 눈이 스르르 감기는거임


"...얀붕아...!"


'응? 누구지?'

'뭐 됐어... 어짜피 난 이제 죽는데...'

'썩기 전에 시체가 발견되서 다행이다..."


"...붕아! 얀붕아!"

누군가 자신의 뺨을 찰싹찰싹 치는 느낌에 깨어난 얀붕이

힘겹게 눈을 뜨니 얀순이가 울면서 자신을 깨우고 있었음


"흐윽... 얀붕아.. 제발 일어나봐... 흑흑..."

"일어났어"

"아아! 얀붕아! 살았다! 흐어..."


오열하며 얀붕이를 꽉 안아주는 얀순이

"얀붕아... 내가 미안해... 네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아니.. 이게 네 잘못은 아닌데..."

"...아! 맞아...! 어서 병원에 연락을..."

"아, 병원은 안돼!"

"왜 그래?"

"만약에 병원에서 내가 죽으려고 했다는걸 알면 날 정신병동에 가둬놓을거야"

"아!"

"난, 진짜 괜찮으니까... 병원에다가 연락 안해도 돼..."

"....."

"후우... 얀순아. 지금은 좀 혼자 있고 싶어서 그런데..."

"안돼! 너 혼자 놔뒀다간 또...!"

"아니야 이제 진짜 그러고 싶은 마음 싹 사라졌어 괜찮아"

"그래도..."

"약속할게 더 이상 이런 짓 안하겠다고"

"....."

결국 얀붕이의 완강한 태도에 얀순이는 일단 물러나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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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매일 얀붕이의 집으로 찾아오는 얀순이

처음엔 그저 잘있나 확인차 방문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후 와서 밥도 해주고 학교에서도 꼭 붙어서 하나하나

일일이 케어해주기 시작하는거임

얀붕이는 이미 헤어진 마당에 얘가 왜 이렇게 잘해주나 싶기도 함


"자, 오늘 점심 도시락 가져왔어"

"어, 어.. 고마워..."

"약은?"

"아침에 먹었어"

"이거 먹고 약 꼭 챙겨먹어"

"알았어..."

"그럼 나 잠깐 볼 일 좀 보고 올게"

"응"

"공강이라고 또 누워만 있지 말고"

"... 얀순아?"

"음? 왜?"

"... 헤어진 사람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거야?"

"글쎄... 왜 그럴까... 갔다 올게"

"....."


'얀붕아 내가 많이 미안해...'

'... 평생 곁에서 속죄할게'


주머니에 넣은 얀붕이의 집열쇠를 만지작거리며

얀순이는 열쇠가게로 향하는거임






와 이거 쓰면서 나도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여기까지 밖에 못썼는데 누가 대신 써주면 안되냐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