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


마법으로 만들어낸 로브를 입고 타일이 부서진 거리를 걷는 카트리오나.


빗물로 만들어진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그녀는 머리를 식혔다.


흐린 날씨 때문에, 지금이 몇시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해질녘이 되어보이지는 않았다.


회색빛의 하늘이 너무나도 밝았기 때문이다.


'...구름에 가려있지만, 아직은 태양이 하늘에 떠있는 시기같아. 그렇다면 지금은 대략 정오...정도이려나.'


하늘을 바라보며 곰곰히 생각하던 카트리오나가 대략 시간을 파악하고 마저 걸어갔다.


'어제처럼 기억을 잃어준다면, 참 좋을텐데.'




-'마안'이라는건, 그렇게까지 형편좋은 능력이 아니다. 사용한 마력에 비례해 효과가 좋은 상대가 있는 반면에, 그러한것에 효과가 더딘 사람도 있다.


-페나르핀의 경우가 그러하듯, 같은 마안의 힘이라도 그녀는 고작 움직임을 멈추는것에 그쳤고, 명령 또한 내릴수 없었다.


-이것은 그녀가 카트리오나의 마안에 어느정도 저항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니콜라이의 경우, 그러한 정신계통 공격에 약할 뿐이다 - 라고 카트리오나는 생각했다.


-페나르핀은 200년을 단련해온 검의 달인. 원래라면 마안의 힘으로는 그렇게까지 큰 효과를 볼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페나르핀은 친구로써 카트리오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기에, 소모한 마력이 적음에도 그녀의 움직임을 완전히 멈춰버리는게 가능했었다.


-즉, 정신을 단련한 인간에게 마안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강할수록 더 많은 마력이 요구되는것이다.


-니콜라이 또한 3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전쟁을 겪어오며 단련된 전사. 그런 사람의 정신이 마안의 힘으로 쉽게 꺾이지는 않는다. 그가 그러한 공격에 간단히 당해버린 이유는,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서로가 아직 그 사실을 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이었다.




'...뭐, 그렇게 형편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리라는 법은 없는거니까.'


카트리오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오늘 먹을 식량과 식수를 구하기 위해 도시를 돌아다녔다.


루델리아는 무너져있었지만, 그럼에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있다.


패잔병과도 같이 암울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마음 속 작은 희망을 버리지 못한 병사들.


그들이 있기에, 옛 영광을 간직한 이 무너진 폐허에도 사람이 살고있는것이다.


나라가 분열되어, 기존에 사용해오던 통화들은 백성들의 손에서 사라져만 갔다.


그렇기에, 루델리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물물교환이 기본이다.


여자들은 먹을것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기도 하고, 남자들은 자신이 가진 '돈이 아닌 무언가 가치있는것'을 내놓는다.


어떤 이는 자신의 '재능' 을 지불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단순한 '노동'으로 그것을 지불한다.


카트리오나는 숲에 들어오기 전, 아직 아트리아가 제국이었던 시기의 통화를 가지고 있었다.


한때는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만에 하나를 위해 간직해둔것이다.


그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람이 모이는 거리로 향했다.


어제 있었던 일련의 소동 탓인지, 새의 발을 지닌 후드를 쓴 수상한 여인을 건드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그 수상한 용모의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점에서 돈을 지불하고 나왔던 니콜라이처럼.


그녀는 품 안에 메어둔 가방의 존재를 날개로 확인하며 간단한 식료품을 파는 가게로 들어섰다.


"....어서옵쇼."


카트리오나가 들어선 가게는 허름했지만, 그럼에도 있을건 갖춘 가게였다.


간간히 들어오는 '조합'과의 물물거래 덕분인지, 아니면 주둔군의 배려로 보급된 물건들을 모아 파는것인지는 알수 없었다.


"...먹을거랑 물을 좀 구했으면 하는데. 대략 이틀치 정도."


"....돈은 있나?"


카트리오나는 날개목뼈 앞에 마력으로 가상의 손을 만들어 가방 안의 지갑을 뒤져, 금화 두장을 꺼냈다.


"....이정도면 될까?"


"............."


금빛으로 빛나는 투명한 손으로 테이블에 내려놓은 금화 두장을, 가게의 여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봤다.


카트리오나가 내민것은 전쟁 전의 아트리아의 중앙은행이었던 '안드레이 국고은행' 에서 발행된 금화임이 분명했다.


".....당신, 이걸 어디서?"


"전쟁 전에 구해둔거야. 진품인지 아닌진...직접 깨물어보고 판단하던가."


턱짓을 하며 상점 주인에게 요구하는 카트리오나의 태도.


".....거짓말인것 치고는 참 뻔뻔하군."


"거짓말이 아니니까."


"...하!"


여자는 맘에 들었다는듯이 호탕하게 한번 웃고는, 그녀를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배짱 하나는 마음에 드네. 그래, 이틀치 식량이랑 물이였나?"


카운터 아래를 뒤적이던 여자는 포장되어있는 소시지와 베이컨, 그리고 빵 몇조각과 자우어크라우트를 꺼냈다.


"식량은 이거면 되겠지?"


카트리오나는 꺼낸 제품들을 찬찬히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식수는?"


"수통 내밀어봐. 담아줄테니까."


여자가 카트리오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좋아."


카트리오나는 방금 전처럼 가상의 손을 만들어 여자에게 수통을 건네주었다.


"....꽤 특이하게 생긴 수통인걸."


"먼 이국에서 만든 수통이야. 수상한건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사실은 내가 만든거긴 하지만..'


적당히 이유를 둘러대며 여자를 안심시키는 카트리오나.


여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건네받은 수통에 물을 채워넣었다.


"여기, 식량이랑 식수 전부 지불했어."


"....고마워."


"....내 역할은 여기까지야 아가씨. 가게를 나가거든 조심하라고."


".......흐음."


카트리오나는 묘한 눈빛의 여주인의 눈을 보고, 그 의미를 파악했다.


여주인의 가게가 무사한 이유는, 무언가 뒷배가 있기 때문이기에, 그녀의 가게 안에선 그 누구도 카트리오나를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에 깔린 불량배들을 처리했다는 소문이 퍼져있더라도 식량을 가진 사람이 거리를 걸어다닌다면 소문으로 퍼진 위험을 감수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전쟁이 길어지며 난민들은 늘어만 가고있고, 난민이 늘어날수록 배를 곪는 사람 또한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마법사라 할지라도, 쪽수로는 우리가 위' 라며, 몽둥이를 들고 앞을 막아서는 경우도 있는것이다.


"......이봐, 거기 로브 쓴 아가씨."


....바로 지금, 카트리오나가 처한 상황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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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


마안이란, 특정 마물들이 지닌 '고유의 마법' 과 비슷한 능력이다.


바실리스크나 메두사, 아울메이지와 같은 이들이 지닌것으로, 눈으로 마력을 소모해 특별한 능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울메이지인 카트리오나가 본인 능력을 잘 모르는 이유는, '마안의 힘'이란것은 '해명되지 않은 많은 힘들 중 하나' 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바포메트의 사바트 등의 마법의 연구를 하는 집단에서는 이러한 능력의 한계 등을 해명해내보이기 위해 연구를 하는 집단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러한 연구에 그다지 진척은 없다. 다른 사람을 향한 임상실험을 멋대로 해볼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안과도 같은 타고난 성질을 지니고 태어난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내고 싶은 그 탐구심에 자기 자신으로 실험을 하는 마법사들 또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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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망상을 봐주고 있는것 같지만


드래곤 좀비때만큼의 화력이 안나오니까 내 망상이 재미가 없나보다 싶음


그러니 이런 내 십노잼 망상글 꾸준히 읽어주는 몬붕쿤들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