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나는 어려서부터 여성을 동경해왔다.

내 성적 자아가 여성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여성의 그 신체를 동경했다. 여성 특유의 곡선과 부드러운 살결, 그 우아한 아름다움을 동경했다. 하지만 현실의 내 신체는 이러한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근육들로 인해 각진 몸과 성장과 함께 여기저기 자라나기 시작한 억센 체모들, 툭 튀어나온 아담스 애플까지, 내 이상의 그것과는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모습이었다.

 한 때는 성전환수술도 고민을 해봤다. 나의 이러한 동경이 혹시 내 자아가 여성이기에 그러한 것인가? 그러나 그 어떠한 검사에서도, 내 스스로의 자아성찰에서도, 내 자신이 여성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 했다.

 나는 결국 체념하고 말았다. 나의 이러한 동경은 단순한 결핍. 여성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상의 여성을 만나지 못하였기에 내 스스로가 여성이 되고 싶다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욕구가 왜곡된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꿈을 꿨다. 그것은 무엇이라 해야 할까? 정확한 모습은 생각나지 않는다. 꿈은 깨어나는 순간 대부분의 내용을 망각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꿈에서 나는 그것을 '악마'라고 인지하였다.

 악마는 내게 말했다. 여성의 몸이 되고 싶냐고.

 무의식 속에서 나는 답했다. 그러하다고.

 악마는 내게 하나의 조건이 있다고 하였고 나는 알겠다고 하였다. 그 조건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나 꿈은 깨어나면 잊게되기 마련이니까.

 눈을 떴을 때 내 몸은 흘린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것 아는가? 사람은 잠을 잘 때 사실 여러 개의 꿈을 꾼다고 한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정도일 뿐인 것이다. 잠자고 일어났을 때 여러가지 기억이 뒤죽박죽 섞여있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는 당신이 여러 개의 꿈을 꾸었고 그 중 일부만을 조각조각 떠올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떠올릴 수는 없지만 악몽을 꾸었던 모양이다.

 시계를 보이 새벽 5시. 한숨 더 자도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이런 땀에 축축하게 젖은 몸으로는 자려고 해도 잠이 들 수 없다. 어쩔 수 없나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갔다. 간만에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던 중 깨달았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말았다. 길게 자라 허리 근처까지 내려온 흑발과 조그마한 얼굴. 세상 모든 순수함을 다 담은 듯한 커다란 눈동자와 마치 립스틱이라도 바른 듯이 빨갛고 두툼한 입술,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백옥같은 피부. 너무 크지는 않지만 적당히 융기한 가슴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허리와 골반. 이전의 내 모습이라고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내 이상의 아름다움을 갖춘 소녀가 거울에 비쳐보였다.

 어떻게 된 것일까? 꿈에서의 일이 실제로 있었던 것일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했던 고민들은 왜곡된 욕망도, 자아의 혼란도 아니었다. 나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동경했다. 이상의 몸이 되었다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그 뒤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흔히 성전환을 마친 여성들은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남성과의 데이트, 사랑하는 연인과의 잠자리 등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일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 관심사는 오직 이 아름다운 신체를 세상에 자랑하는 것 뿐이었다. 남성과의 사랑? 성교? 아쉽지만 나는 철저한 이성애자이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난 이성애자조차 아니다. 내가 사랑한 것은 이 아름다움. 어떻게보면 나르시즘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그 어느 누구보다 내 아름다움을 가꾸고 그를 감상하는 것에 나는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오늘이 왔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세상은 아름다웠다.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이 세상은 그 무엇보다 내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남성은 물론 여성들의 시선마저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지만 관심 밖의 일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나 자신 뿐이다. 그러할터였다.

 언제부터였을까? 갑작스럽게 몸이 뜨거워졌다. 얼굴은 달아올라 새빨갛게 되었고 호흡은 거칠어져 내 의도와는 별개로 숨을 내쉴 때마다 야릇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무엇보다 충격인 것은 내 속옷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는 것이다.


 "이건 대체......"


 단번에 깨달았다. 여성의 성적 흥분 상태. 그렇다. 나는 발정해버렸다.

 납득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내가 어째서 남성의 물건을 탐하여 이렇게 흉한 모습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남성과 관계를 가지는 나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나체가 되어 남성의 아래에 다리를 벌린 채로 깔려 육봉에 찔러질 때마다 짐승같은 신음소리를 흘리고 더러운 정액을 몸에 받아들이는 그러한 모습.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런 추한 모습은 내 이상의 아름다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음흉한 눈을 한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말을 걸고 손을 내밀었지만 모두 뿌리치고 가까스로 집에 돌아왔다.


 그 날 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때가 몇 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두웠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한밤 중이었던 것 같다. 잠에서 막 깨어나 몽롱한 상태로 나는 음부를 마구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성을 잃고 본능만으로 성적 쾌락을 탐하다니, 마치 짐승과 같은 추한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그러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몸이 너무나도 뜨거웠다. 거울에 비추어보며 귀엽다고 사진 찍어댔던 파자마조차 방해였다. 나는 모든 의복을 벗어던지고 쾌락만을 탐했다. 음부를 단순히 문질러대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채워지지 않는 쾌락에 괴로워 온 몸을 비틀고 입에서는 발정기 암캐같은 신음소리가 세어나왔다. 그렇게 마구 문질러대다 그만 클리토리스를 찔러버렸다.

 이전까지 단순히 음부를 문지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클리토리스만을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바닥으로, 그러다가 손가락으로 자그마한 그것을 문지르고 튕기고 꼬집기까지 하였다. 미친듯한 쾌락의 파도 속에서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처음 겪은 경험이었다. 남자의 몸으로도 몰랐던 쾌감이었다. 이대로 죽는게 아닐까 싶은 쾌락에 등줄기가 오싹해지며 허리가 절로 활처럼 휘었다. 처음으로 여성의 절정을 맞이한 나는 그 상태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때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제 밤의 일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의복마저 다 벗어던지고 이성을 잃어 동물같이 자위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추한 모습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 덕분인걸까? 어제 하루종일 달아올라 뜨거웠던 몸이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았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거리로 나갔다. 



 

***



왜 이렇게 된걸까? 어제 그 자위행위로 진정된게 아니었을까? 그렇다. 번화가 한복판에서 나는 또 발정해버리고 말았다. 어제보다 더 심하게 몸이 달아올랐다. 다리는 힘이 풀려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어 안짱다리로 겨우 버티고 있었고, 음부에서 흐르는 애액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게 치마 아래로 보일 정도였다.

 아니나다를까 이런 내 모습에 남자들이 손을 내밀며 다가왔다. 음심에 가득한 눈. 날 어떻게든 해보려는 생각밖에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더러웠고 추잡했다. 평소처럼 나는 그 손을 쳐내려했다. 하지만...... 왜일까? 남자가 다가오는 순간, 남성의 향기가 코를 찌르는 순간 몸이 더욱 달아올라 입을 떼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향기? 지금 남자의 더러운 땀냄새를 향기라고 생각했다? 어째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려 더 이상 서있을 수조차 없게 되버린 나는 내게 손을 내민 남자의 품에 안겨버렸다. 아까와는 비교조차되지 않는 남성의 내음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 남자는 내게 어디가 아픈거냐고 묻다가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아니, 나는 그게 어느 방향인지 알고 있다.

 정신을 반쯤 잃은 상태로 모텔까지 오게된 나는 침대에 눕혀져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이성이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냈다. 내 이상의 아름다움은 이런 것이 아니라고, 더 이상은 안된다고 말이다.

 남자는 나를 눕혀놓고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안된다.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남자는 내게 입술을 겹쳐왔다. 혀가 입속으로 들어와 희롱해댔다. 손가락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내 음부를 찔꺽거렸다. 벗어나야된다는 생각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입술이 떼지며 입과 입 사이에 체액으로 긴 다리가 만들어지고 남자는 자신의 자지를 내게 들이댔다. 그러면서 입으로 물어달라하였다.


 이 더러운 물건을 나보고 물라고?


하지만 그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지에서 나는 지독한 남성의 향기. 그것을 들이쉬는 순간 뇌세포가 파괴되는 것만 같았다. 동공이 풀리고 온몸에 힘이 빠지며 보지에서는 애액이 쉴 세 없이 흘러나왔다. 아무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저기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좀 부끄러운데"


 남자의 한마디에 정신이 들었다.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나도 모르게 자지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마치 맛있는 먹거리를 보는 것처럼 입에선 추하게 바보같이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안돼..... 이대로는 도저히 안돼..... 지금도 이런데 여기에 찔리기라도 한다면...... 절대 아름다운 나로 남을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던 중 남자는 갑자기 내 머리를 마치 애완동물처럼 쓰다듬기 시작했다. 천천히. 상냥하게. 나는 나도 모르게 녀석의 자지에 입술을 대고 말았다. 마치 어색한 첫키스를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남자의 물건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조금씩, 어색하게 그것을 핥아대고 빨아댔다. 마치 그것이 맛있는 사탕이라도 되는 것마냥 말이다. 남성 아래에 무릎 꿇고 앉아서 애완동물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지금이 마치 내가 여성의 몸이 된 이유처럼, 나의 행복처럼 느껴졌다.

 

 "이쯤하면 됬어"


 그러더니 남자는 내 입에서 자지를 빼냈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남자는 나를 눕히더니 자지에 무언가를 끼워넣기 시작했다.


"그게..... 뭐에요....?"


"응? 뭐긴. 콘돔은 끼고 해야되잖아?"


 콘돔? 그렇다. 남자는 지금 나와 성교를 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여기 끌려올때부터 이미 알고있었던 사실이다. 두려웠다. 남성의 냄새만으로도 흥분해버리고 남성의 성기를 입에 무는 것만으로 쾌락에 정신을 잃을 것 같은데, 만약 저기에 박히게 된다면? 그 때는 정말로 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아니 두려움이 맞는걸까? 기대감에 몸을 떠는게 아니고? 이젠 나 자신조차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던 이상의 아름다움이라는건 무엇이었을까? 잠시 뒤 나는 얼마나 추하게 울부짖게 될까? 무섭다. 너무 무서워서 몸이 떨려온다. 그런 흉하고 추한 모습이 되고 싶지 않다. 정신을 잃고 자아를 유지조차 못하게 되는 것이, 고작 남성기 하나에 그렇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