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이없는 소원에 어이가 없어진 흑발의 기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나보고 그대의 몸을 핧아달라는 말이오?"


"예 기사님의 입으로 소녀에게 사랑을 증명해주세요. 기사님의 뜨거운 사랑을 소녀의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세요. 소녀 이래뵈도 이 순간을 위해 장밋잎을 띄운 물에 목욕까지 하고 왔답니다. 기사님이 제 몸을 핧아주실 이 순간을 위해 열심히 피부도 관리했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닌것 같소만..."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실 건가요? 기사가 소녀와의 약속을 저버리시는 건가요? 소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시는 건가요? 소녀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울어버릴지도 몰라요? 소녀 이래뵈도 마음이 여린 아가씨랍니다? 이 순간을 오랜 세월 기다려왔답니다?"


그렇게 말하는 클로에의 애원에 어쩔 수 없었던 흑발의 기사는 클로에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등에 발린 초콜릿을 핧았다.


"아흣... 기사님의 입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소녀의 손을 통해 느껴지고 있어요 너무나 기뻐서 소녀의 뇌가 떨리는것 같답니다 아아 너무 기뻐서 말을 제대로 하는것 조차 어려워졌어요."


흑발의 기사가 그녀의 발목을 핧자 클로에는 그 모습을 보며 황홀경에 젖어있었다. 세상 어떤 쾌감도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것에 비할바가 되지 못하리라. 초콜릿이 전부 닦이자 그녀는 제 가슴팍에 초콜릿을 발라 내밀었다.


"오늘 이 조그마한 항아리에 있는 초콜릿이 바닥나기 전까진 보내드리지 않을 생각이랍니다.  소녀가 기사님을 위해 준비한 디저트니 끝까지 드셔주시리라 믿고 있답니다?"


"알겠으니 몰래 항아리에 물을 부어 초콜릿 양을 늘리는 행위는 그만두시오."


"어머 이정도는 소녀의 애교 정도로 넘어가 주시는게 매너랍니다? 기사님을 향한 소녀의 마음을 표현하기엔 이정도의 양은 턱없이 모자르답니다?"


흑발의 기사는 이 이상의 대화는 쓸모없으란걸 알고 조심스레 그녀의 가슴골에 입을 가져다대어 달콤쌉쌀한 초콜릿을 핧았다. 흑발의 기사는 방금 전까지는 경황이 없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제대로 맛을 보니 매우 맛이 좋은 양질의 초콜릿이었다. 분명히 그녀가 만들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제의 요리도 그렇고 클로에는 그 성정만 제외한다면 현모양처의 기질이 있는 여자였다. 흑발의 기사는 가사 일은 커녕 검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조카를 떠올렸다. 


"아아 따듯해요 소녀의 가슴으로 느낀 기사님의 온기가 소녀의 심장까지 전해졌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아직 부족해요 소녀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답니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몸 이곳 저곳에 초콜릿을 바르기 시작했다. 흑발의 기사는 그것들을 전부 핧아주었다. 목덜미도 핧아주었다, 가슴 근처에 발려진 초콜릿도 핧아주었다. 말하기 부끄러운 여러 부위에 발린 초콜릿을 강아지처럼 핧았다. 그 과정 중 클로에는 너무나도 기뻐 눈물까지 흘렸다.초콜릿이 전부 동나자 흑발의 기사는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러자 클로에가 일어나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소원은 한 개 아니었소?"


"아직 초콜릿이 남아 있답니다?"


클로에가 입을 살짝 벌리자 그녀의 입과 혀에는 초콜릿의 향이 느껴졌다.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한 흑발의 기사는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는 다시 침대로 향해 걸어가 몸을 굽혀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입맞춤에서 끝나지 않고 혀와 혀가 서로 얽히고 서로의 혀가 서로의 입안을 청소해주었다. 얼마나 오랜시간이 났을까 입을 떼자 침으로 이어진 끈이 그들의 입을 이어주었다.


"기사님 설마 여기서 끝내시려는건가요?소녀와 함께 밤을 보내주시지 않을건가요?"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과 밤을 보내는 취미는 없소."


"결혼도 하지 않은 소녀의 몸을 핧는 취미는 있으시다는 이야기인가요? 소녀 기사님에게 그러한 취미가 있다고 해도 변함없이 사랑해드릴 자신이 있답니다?소녀가 결혼을 하지 않은게 문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기사님과 식을 올려도 상관없답니다?"


"그대의 몸을 핧은건 그대의 소원이었기에 그런 것이고 약속을 어기는 것이 싫었을 뿐이오.  그리고 그러한 취미도 없을 뿐더러 식이니 뭐니 그런 문제는... 하아 내일 아침 하도록 하시오."


"그럼 적어도 소녀를 끌어안아 주실 수 는 있나요?"


"그러한 것이라면..."


흑발의 기사가 클로에를 안아주자 클로에도 흑발의 기사를 꽈악 끌어안았다. 말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행위를 해놓고 고작 포옹에 보이는 반응 치고는 지나치게 격해 보이는 그녀의 황홀한 표정은 아름답게 조각한 조각상을 떠올리게 했다. 고작 안아주는 것 만으로도 그녀는 기뻐서 견딜 수 가 없는듯 했다. 그녀는 흑발의 기사와 함께 하고 싶던 것들을 하고 있었지만 그 욕구는 조금도 충족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향한 사랑과 집착이 더욱 심해져 더욱 많은 것들을 바라기 시작했다.



남자주인공 외모도 궁금하다길래 대충 그림판 씀... 채색은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