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스폰, 필요하지 않아?"
"...잘못들은걸로 하겠습니다."

하반신 마비에 걸려서,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랑스런 친여동생의 치료비(사실상 악화를 막는 정도였다)와 간병인을 쓰는데 필요한 돈 등을 벌기 위해서 얀붕이가 할수있는 유일한 선택은,  범죄나 전문직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돈을 버는 헌터 정도였다.

살아서 나오기만 한다면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고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재능과 노력만 있다면 단순 전투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이 올라갈 수도 있다.

미래도, 현재도 있는 직업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얀붕이에게 헌터로서의 재능은 그리 많이 쥐어지지 않은 모양이였다.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장애를 얻은 여동생이 생겨버렸고, 그때문에 얀붕이는 중학교마저 그만둬버리고 이 업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얀붕이는 마나를 다루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였다. 수준은 저급하며 재능또한 부족하지만 말이다.

F급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C급. 여동생을 부양하기 위한 금액도 충분하고, 저축과 재테크 등도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얀붕이에게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언니... 또 오셨네요. 힘드실텐데... 감사해요."
"야! 김얀붕! 왤캐 늦게다녀... 좀 빨리빨리 다녀. 알았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런 여동생, 중학교 때 홀연히 사라진 나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와준 친구, 그리고 얀붕이.

그렇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크으으윽...!"
"이봐 얀붕이! ...제길, 한쪽 눈은 이미 끝났어. 후퇴해라! 후퇴!"

A급 헌터, 재벌 4세, 육감적인 냉미녀 등, 각종 수식어는 다 붙어있는 어느 미친년한테 스폰 제의를 받았던 것이 떠오르기라도 한걸까.

평소에는 저지르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며, 왼쪽 눈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의사의 판단은, 전투를 나갈 수는 있겠지만, C급은 무리다. 안전을 고려한다면, 기껏해야 E급을 잡는 것 정도가 당신에겐 적절하다.

C급과 E급의 수익은, 대충 따지자면 약 8~9배였다.
E급을 잡아서 나오는 수익으로는, 여동생을 지킬 수 없었다. 좀 모았다고 생각했던 저축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고, 시야가 부족한 탓일까, E급을 잡는것 마저도 잔실수가 늘어나 조금씩 수익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었다.

그때 얀붕이의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자신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생각 있으면 연락해요.' 라는 그 미친년의 명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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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다고 해야할까.
재미가 없다고 해야할까.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얀순1에게, 무언가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였다. 뛰어난 육체, 훌룡한 재능, 명석한 두뇌,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배경.

24년을 살아왔지만, 그녀의 세계는 흑백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것이.

세상이 시궁창이 되서일까, 사람들의 눈 또한 회색일 뿐이였다.

A급 헌터로서 토벌을 나간 어느 날이였다. 팀장이 말하길, '믿을 수 있고 총명한 아이입니다.' 라던 C급 헌터.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눈에 어딘가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는게, 마치 컬러처럼 보이는 인간이였다.

뒷사정을 알고보니, 무지개색이라 할만한 것이였다.
19세, 고아, 장애가 있는 여동생을 지키고 있음. 외모도... 합격. 얼핏 보아하니 그곳도 쓸만해보이고.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흥분되는 이야기였다.
무채색의 세상에서 볼만한 것은 기껏해야 로맨스나 판타지 소설 정도였다. 시련을 겪는 용사가 이겨내는 것도 즐겁고, 희망에 가득찬 이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서 허우적대다 끝에 익사하는 것을 보는것도 즐거웠다.

그 눈이... 좌절의 바다에 빠져서, 나만을 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래서일까... 충동적으로, 다른 이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말해버렸다.

"스폰 생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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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빠.
나를 지켜주는, 오빠.

얀순2는, 최근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오빠의 이상을 감지했다.

절대 기르지 않던 머리를 길러서는(그것도 왼쪽 앞머리만) 눈을 가리는 스타일을 시도하질 않나, 평균적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늦어지고, 심지어 어느날은 나갈 때의 속옷과 들어올 때의 속옷이 다른 날도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 무방비한 상태의 얀붕이는 얀순2의 심장을 벌렁벌렁 뛰게 만들며 움직이지 않는 하체조차 뜨겁게 만드는 것이였으니까, 그런 변화정도는 항상 체크하고 있었다.

또다른 변화는, 우울과 죄책감 같은 것이였다.

사실 변화랄 것도 없다. 얀붕이는 얀순2와 부모님에게 항상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더 잘해줘야 하는데 미안하다, 같은 소리를 머릿속에 달고 있는 인간이였으니까.

그러나 뭔가 조금 더... 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빠가 고용한 간병인에게서.

"세상에... 이거 얀붕씨 아니에요?"
"뭔데...요?"
"여기요."

말로만 따지면 당장에 세상에서 모든 괴수들을 멸절시키는 존재들이 있는 헌터들 끼리의 커뮤니티였다.
그곳에 올라온 사진은, 한번도 본적 없는 옷차림을 한 채로 그 유명한 얀순1과 오빠가 둘이서 호텔을 들어가는 사진이였다.

"어머어머, 얀붕씨 좋은 여자 잘잡으셨네."
"오빠가... 여자를 만나요?"
"네. 이사람 아시죠? 그 ○○그룹 재벌 4세인 얀순1같은데."

어딘가 비틀렸다고 해야할까.
가슴 속에서, 심장이, 정신이, 머리가.

아니다. 따지고보면, 얀순2는 이미 비틀린 인간이였다.

자신의 친오빠의 알몸을 보며 뜨거워지는 하반신을 느끼고, 눈치도 없이 자신과 오빠의 사랑의 보금자리로 계속 기어들어오는 그 중학교 동창이라는 년도 엿같고, 오빠가 자신에게 모든 신경을 쓰게 만들어준 사고에 감사를 하고 있었으며, 그가 일을 하러 나가있을 때에, 홀로 손을 움직이며 그를 상상하며 하반신을 차갑게 만드는 것도 그녀였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비틀린 인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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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가 말도 없이 홀연히 사라졌을 때, 얀순3은 심장이 뛰지 않음을 느꼈다.

가슴이 자신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갔을 때, 그의 집은 텅 비어있었다.

몇달을 수소문한 결과, 그가 헌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얀붕이를 찾았을 때, 비로소 가슴이 뛰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살아있다와 움직인다를 느꼈을 때 느낀 또다른 하나는, 당연하지만 행복감이였다.

이제 다른 그 누구도 그를 신경쓰는 이는 없었다. 학교도 다니지 않고, 기껏해야 F급인 헌터인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그는 내 것이 될거야.'

그러나 그녀의 바램은 하늘에 닿지 않았는지, 금세 그는 높은 등급으로 아득바득 기어올라갔다.

또다른 엿같은 점은, 전부터 그를 바라보는 눈이 위험하다 생각했던 그의 여동생이였다. 그녀는 그를 볼때마다 눈에는 하트가 박힌듯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눈을 하고, 얼굴은 빨개지고, 움직여지지도 않는 하반신이 여자의 냄새를 풍기는 것을, 또다른 여자인 얀순3은 놓치지 않았다.

얀붕이를 위해서라도, 친여동생인 그녀가 그를 원하게 둘 수는 없었다. 거기에 그라면, 그녀가 간곡히 부탁한다면 해줄 인간이니까.

계속해서 그의 집을 찾아가고, 자신을 웃는 낯빛으로 대하는 척을 하는 가증스러운 년에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며, 그에게 달라붙는 모습을 보이며, 견제도 하고.

그렇게 조금만 있으면 그가 자신에게 올 것이란 생각을 할 때 즈음에, 그는 어딘가 달라졌다.

조금 더.. 퇴폐적이라 해야할까.

그런 얀붕이의 모습은 물론 얀순3의 자궁을 떨려오게 만드는 모습이였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였다.
다른 암컷이, 그를 노리고 있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요약

얀붕
-19세, 미소년, 왼쪽 눈 실명, C급 헌터(현 전력은 E급 정도)

얀순1
-24세, 미녀, A급 헌터, 그가 망가져서 자신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싶음, 판타지(and 로맨스) 소설 중독자

얀순2
-16세, 미소녀, 하반신 마비, 친여동생, 사랑하는 얀붕이의 머릿속에 자신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함

얀순3
-19세, 미소녀, 일반인, 오랜 기간동안 얀붕이를 잡아채기 위해 노력해옴

뭔가 더 쓸맛이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