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화 프롤로그, 01, 02 화

*성행위 묘사가 있습니다.


03. 본격적인 데뷔

 

 

 

 

 

다음날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뜬 나는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워 주변을 살폈다. 핫산은 이미 자리를 옮긴 듯해 살짝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막 깨어나서 그런지 머리가 약간 흐리멍덩했지만, 곧 어젯밤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미친놈…! 아니, 이제는 미친년이군….’

 

쾌락에 새하얘진 의식으로 이성을 잃은 체 그의 품에 기대 숨을 헐떡이던 모습.

새우처럼 팔짝 튀어 오르며 허리가 꺾이고, 땅바닥에 떨어진 한 떨기 꽃처럼 이리저리 흩날리듯 발버둥 치다 절정과 함께 지쳐  쓰러져 벌러덩 누워 색색 숨을 몰아쉬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씨익 웃으며 다시 서로를 탐하던 광란의 밤.

 

‘아, 같은 침대에서 깨어나 눈이라도 마주쳤으면 부끄러워 죽었을 수도 있었겠다….’

 

최후에는 움직일 힘조차 남지 않아 핫산이 날 안은 채로 움찔거리며 경련하는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며 재웠지. 뭔가 정복감과 승리에 도취한 표정을 봤던 것 같은데…. 내가 부끄러움과 왠지 모를 분함과 씨름하고 있는 사이 오늘도 어김없이 아레인이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다.

 

“아, 감사합니다. 아레인님.”

 

“뭘요. 그것보다 식후에 이 약을 꼭 챙겨 먹도록 하세요.”

 

쟁반을 보니 종이 위에 작은 알약이 놓여있었다.

 

“저기…. 이건 무슨 약인가요?”

 

“피임약이에요. 핫산 씨한테 이야기는 들었답니다.”

 

순간 머릿속이 아찔했다. 평균적인 임신 성공률이 20%. 운이 좋아(?) 배란주기에 맞춰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35% 정도의 확률이라곤 하나, 어젯밤에 기억나는 것만 해도 최소 일곱 번의 관계를 한 것 같았다.

 

‘글러 먹었구나. 바뀐 몸에 적응하기로 해놓고선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생각하지 않았다니….’

 

언덕처럼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침대에 핫산과 반쯤 기대어 누워있는 상상이 떠오르자 자신의 끔찍한 실수에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런 나를 향해 여전히 평소처럼 웃고 있지만 어쩐지 차가움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아레인이 입을 열었다.

 

“아니면 혹시, 핫산 씨의 아이가 가지고 싶은 건가요?”

 

“아, 아니에요! 그것보다 핫산 님이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던가요?”

 

‘그렇군요….’ 라고 들릴 듯 말듯 중얼거리고서야 마치 가면을 벗은 것처럼 다시 밝은 표정을 되찾은 아레인이 말했다

 

“핫산씨도 말렸다는데 제가 이제 와서 말린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시술과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으니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동안 이것들로 연습하세요.”

 

“감사합니다.”

 

“뭘요. 저야말로 좋은 상품을 얻은걸요. 후후”

 

춘화와 몇 가지 성인용품처럼 생긴 도구들을 건네주고선 그녀가 자리를 비웠다. 식사하면서 틈틈이 책을 살펴보니 온갖 체위와 각 종족의 성교 장면과 설명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있었다. 대부분 외형만 다를 뿐, 별다른 것 없었지만 몇몇 종족은 정말로 식욕을 떨어뜨리는 모습에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하…. 잘 할 수 있을까?’

 

뭐 적당히 상황에 맞춰서 하다 보면 되겠지. 핫산이랑 연습도 하면서 저항감도 많이 사라졌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창녀로서 익혀야 할(?) 기술들을 춘화와 몇 가지 도구들을 통해 익혔고 핫산이 돌아올 때면 밤마다 함께 실습…도 해가며 훈련 및 개발 시간을 가졌다. 물론 아직 수줍어서 맨 처음 그날 밤처럼 격정적으로 이성을 잃은 듯이 관계를 맺진 않았지만….

 

 

 

그리고 오늘.

드디어 창녀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할 때가 왔다.

 

”진, 이 시술은 위험하지는 않지만 한번 새겨지면 쉽게 지울 수 없어요. 그래도 정말 괜찮겠어요?“

 

망설임은 없다. 불편함 없이 강해지기 위해서이건 꼭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나는 스스로 둔부를 내민 채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균열을 벌렸다.

 

”부, 부탁…….하겠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레인은 이내 체념한 듯 살짝 엎드려 나의 균열 속에 자줏빛 액체를 흘려 넣었다.

 

”하 으아 앗…!!“

 

갑자기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면서 좀 더 깊은 여성의 근원으로 향하는 액체의 질주에 나는 참을 수 없는 쾌감을 느끼며 허리를 튕겼다.

액체의 성분인 마력의 뜨거운 성질과 슬라임의 격정적인 움직임이 질벽을 긁고 자궁을 두드리며 나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고 이내 자궁을 침범당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뜨거운 쾌감과 함께 아랫배에 분홍색 문양이 떠올랐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군요. 괜찮은가요?“

 

아레인이 안위를 물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으……. 으읏……. 하아……. 하아….“

 

핑크색 문양만큼이나 붉게 달아오른 몸은 이미 완전히 흥분해서 유두는 빳빳하게 서 있었고 가랑이 사이에서는 끈적한 애액과 흡수되고 남은 슬라임의 체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그저 늘어져 있는 나를 바라보며 아레인은 긴 머리칼을 살짝 쓸어 넘기며 이마에 입 맞췄다.

 

”정말이지…. 핫산이 왜 당신에게 반했는지 알 것 같군요. 조금만 기다려요. 그를 불러 방으로 옮겨달라 할 테니.“

 

'남자 잘 홀린다고 이런 미녀에게 뽀뽀를 받다니…. 어떻게 된 거지 내 인생은.‘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욕실 문이 열렸다.

 

”마침 근처에 있었소.“

 

늘 입고 다니던 검은색 무복이 아닌 현대적인 정장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핫산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머리도 두건을 안 쓰고 포마드처럼 살짝 틀어 올렸네. 평소에는 저렇게 입고 다니는 건가.

 

”푸흡! 당신이 그렇게 차려입은 것도 처음 보고 이렇게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처음 보네요. 큭큭“

 

”...무엇이? 딱히 평소와 다르지 않네만.“

 

”후후후. 잊지 마세요. 문양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절대로 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는 거.“

 

난처한 표정을 짓던 것도 잠시. 그는 피식 웃으며 양손으로 나를 번쩍 들어 올려 방으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서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으로 넘겨 정리해줬다. 달뜬 숨을 계속 토해내는 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의 목을 내가 팔로 감싸며 말했다.

 

”저…. 시술 당일은 참아야 한대요……. 그런데에, 너무 애가 타서……. 어쩌죠?“

 

붉은 등불보다 더 붉어진 나의 얼굴을 보며 핫산은 대답 없이 목에 감긴 손을 풀고 달콤한 술을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왔다. 그리고 그대로 내 입술에 입 맞췄다.

 

”꿀꺽…. 흐읍……. 쪽….“

 

그의 타액과 섞인 뜨겁고 달콤한 술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막힌 숨과 함께 뜨거운 한숨을 토해내자 핫산은 다시 나를 침대에 눕히며 일어섰다.

 

”독한 술이니 금방 잠들 것이오. 내일 다시 오겠소.“

 

”아아…. 아직……. 조금 더 마시고 싶은데엡…….“

 

입술에 묻은 술인지 모를 반짝이는 액체를 핥으면서 낮은 비음을 터뜨리며 자그마한 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며 그를 유혹했지만, 그는 애써 눈을 돌리고선 무거운 발걸음을 뒤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쓰러져 잠들었다.

 

 

다음날 침대 눈을 떠보니 옆에 신분증과 식사가 놓여있었다. 원래라면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을 텐데, 창관에서 일하게 되면서 핫산과 아레인의 보증으로 쉽게 신분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물론 자유인 신분은 포기하고 정보 길드에 소속된 창녀로서의 신분이지만….

천천히 식사를 끝마치고서 능력창을 확인해보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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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진 성별 : 여 신체 나이 : 19 레벨: 2

직업 : 고블린 성노예(性奴隸), 자유인, 창녀(娼女)

근력 : 15 구강 흡수율 14%

체력 : 18 피부 흡수율 6%

내성 : 13 질 흡수율 30%

민첩 : 21 자궁 흡수율 45%

마력 : 9 항문 흡수율 28%

종족 : 인간 음란도 49%

기술, 특성 : 언어 이해, 제조 하급, 체액 미약 성분 Lv5,
 독 저항 Lv 5, 형질변환 Lv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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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있었던 전쟁으로 지금은 멸망한 마족 중, 서큐버스의 음문(淫文)을 마법적으로 재해석해서 이식하는 시술이라 들었는데…….”

 

어제 받은 시술은 본래 서큐버스의 음문을 마법적으로 재해석하여 임신과 성병을 막아주는 시술이다. 물론 진짜 음마(淫魔)의 음문처럼 문양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정액 흡수율과 음란도가 증가했고 체액의 미약 성분이 5레벨로 증가했다.

 

“음문을 강제적으로 정착시키는 만큼 부작용으로 성욕 과다가 생길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음란도의 증가와 관련된 건가…. 체액 미약 성분은 뭐 페로몬 같은 건가?”

 

그리고 질 내에 들어간 마도구 슬라임으로부터 형질 변환 Lv3을 얻은 것 같다. 실험 결과 신체를 크게 변형시킬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거근 정도는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육체를 조절할 수 있었다.

 

“설마 슬라임으로부터 유용한 능력을 얻을 줄이야.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일반적인 성행위 말고도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해야 하는 걸까…. 이종간은 꺼려지는데…. 아, 애초에 다종족 사회니까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가? 그래도 지성이 없는 건 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변화였다. 다만, 예상치 못한 변화였기에 조금 혼란스러울 뿐….

쓸데없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중저음의 목소리에 고개를 획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핫산이었다. 잔뜩 멋을 부린 채로 들어온 그는 싱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몸은 괜찮은가?”

 

'몸? 그러고 보니 어제 시술을 받고 난 뒤에…….‘

 

흘러내린 가운 덕에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나를 힐끔힐끔 훔쳐보던 핫산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어제 일이 떠올랐다. 미친놈…. 뭐가 애가 타고 더 마시고 싶은 것이냐.

하얀 피부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며 얼굴이 화끈거렸고, 나는 수치심에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그런 나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핫산이 가볍게 손사래 치며 말했다.

 

“무리할 필요 없네. 딱히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니니깐.”

 

“그런 건 아, 아니에요! 어제 일은 시술…! 시술 때문에 잠깐 정신이 나갔던 거니깐!!”

 

“오늘이 첫 일 나가는 날이라고…….”

 

“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인기척이 들렸다.

 

“앗, 제가 방해했나요?”

 

아레인이었다. 그녀가 작은 향주머니를 들고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힐끔힐끔 아레인과 내 눈치를 살피던 핫산은 손을 꼼지락거리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난 준비할 일이 있어서…. 아레인 잘 부탁하지.”

 

핫산이 돌아가자 아레인은 신난 듯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자 그럼 갈까요?”

 

“아…. 으 설마 가, 같이 들어가는 건가요?”

 

“그럼요! 원래 처음은 제일 큰 언니가 준비해주는 게 전통이랍니다.”

 

활기찬 얼굴로 내 손을 잡아끌며 아레인이 욕탕으로 향했다. 일전에 시술을 위해 사용했던 욕탕보다 더 넓은 욕실은 이미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물이 준비되어 있었고 목욕을 위한 도구까지 다 정리되어 있었다.

 

내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아레인은 이미 훌러덩 옷을 벗고 내 몸을 닦아 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저 벗습니다?”

 

“?”

 

아레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의 아랫배를 응시했다.

 

“진. 혹시 시술이 잘못됐어요? 그래서 숨기는…….”

 

“아. 그건 아니에요.”

 

“그럼 제가 벗겨도 괜찮죠?”

 

당황해서 빨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레인이 내 몸에 돌돌 감긴 타올의 긴 줄에 손가락을 가져댔다. 길고 가냘픈 그녀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타올이 스르르 풀리며 이윽고 전라가 되었다.

 

“아…!”

 

낮은 신음성과 함께 나는 부끄러움에 눈을 내리깔았다. 천천히 벗겨진 타올 안에 드러난 부드러운 살결 위에 커다란 봉오리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소담히 자리 잡은 분홍빛 유두는 추운 듯 파르르 떨리며 긴장감에 앙증맞은 발가락을 꽉 오므리고 있는 모습을 그녀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에잇!”

 

“꺅!?”

 

손끝으로 딱밤 때리듯 내 젖꼭지를 때렸고 낯선 아픔에 내가 신음하면서 가슴을 부여잡고 울먹이며 그녀를 노려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큭큭. 미안해요. 너무 부러워서 장난 좀 쳐봤어요.”

 

“하으…. 정말 아프단 말이에요.”

 

“그래도 긴장은 많이 풀렸죠?”

 

정말로 처음에는 어찌할 줄 몰라 안절부절못했는데 지금은 그나마 평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것도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일까? 아레인이 부어주는 따뜻한 물로 몸을 닦아내고 향주머니를 탕 안에 풀어 넣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여태 미지근한 물로 몸을 씻어낸 게 전부였는데….’

 

이 세계에 와서 성행위를 제외하고서 본래 세계와 가장 비슷한 수준의 만족감을 누리고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깔끔하게 씻고 나오니 새롭게 마련된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기를 닦아내고 옷을 입고 거울을 보자 몸매가 확연하게 드러나도록 달라붙는,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검은색 천이 피부를 완전히 가리고 있는데도 그 고혹적임이 드러나는 가슴과 등이 깊게 파여있고 스커트가 짧은 드레스…. 어깨에 끈만 풀어도 그대로 흘러내리는 기능성(?)을 고려한 차림이었다.

 

“저…. 속옷은…….”

 

“세탁물이 늘어날 뿐이잖아요?”

 

생글생글 웃으며 바라보는 아레인의 시선에 기가 막혀 식은땀이 흘렀다.

 

'아무리 입었다 벗었다 할 일이 많아도 그렇지. 속옷 자체를 안 입다니…. 남자일 때도 노팬티인 적은 없었는데…. 설마 호의를 거절한 것에 대한 앙심일까?‘

 

“그나저나 정말 하급 창녀로 괜찮겠어요?”

 

“네. 제가 원하는 바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더욱 많은 상대와 관계를 맺을수록 빠르게 성장한다고 했다….‘

 

고급 창녀의 경우 준비된 방안에서 지정된 손님을 맞이하고 간단히 술자리를 가진 뒤 관계를 맺고 침대에 걸터앉아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다가 마음에 든 사람들은 큰돈을 내고 하루 동안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즉, 고급 접대부처럼 많아 봐야 하루에 두세 명의 손님을 받는 것이기에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 손님들이 강하고 돈이 많은 상대라고 할지라도 나에게는 이미 핫산이 있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스킬을 얻어야 하는 나로서는 좋은 방에 누워서 손님을 가려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반면, 나 같은 하급 창녀의 경우 침대 하나 들어가 있는 방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유리문 사이로 지나가던 손님들이 보고 마음에 든다며 지명이 들어오면 그대로 관계를 하고 다음 관계를 위한 준비를 마치면 다시 지명이 들어오기 전까지 대기하는 방식이다. 고로 하루에 지명이 들어오는 대로 한도 없이 손님을 받을 수 있으니 그만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겠지.

 

“지금이라도 말만 하면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어요?”

 

설마 진짜 호의를 거절한 것 때문에 앙심을 품은 건 아니겠지?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굳은 결심이 담긴 눈으로 아레인을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저만 특별대우 받는 건 옳지 않으니까요….”

 

“어휴……. 아까워서 그래요 아까워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따라오라는 듯 아레인이 손짓했다.

그녀를 따라 별관으로 가자, 기다란 복도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말로만 들은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일자로 길게 늘어진 복도식 건물은 한칸 한칸 나뉘어 있었으며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문이 달려있어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모험가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면 값을 흥정하고. 협상에 성공하면 그대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커튼만 치고 관계를 맺었다. 방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곳곳에서 열락에 젖은 소리가 새어 나왔고, 그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곳이 오늘부터 일할 곳이랍니다.”

 

그녀로부터 내가 쓸 방을 안내받던 도중 한 남자가 다가왔다.

 

“어? 아레인 씨 아닙니까.”


“어머, 오래간만이에요. 경비대장님.”


“이야~ 옆에 있는 아이는 누굽니까? 굉장히 이쁜데…. 설마 아레인 씨의 따님이라든지…!”


“호호. 그럴 리가요. 정인도 없는데”

 

부끄러운 듯 살짝 웃으며 아레인은 나를 힐끔 본 후 말했다.

 

“이번에 새로 일하게 된 아이랍니다. 이름은 진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잠시 멍하니 있던 경비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레인을 향해 말했다.

 

“얘가요?”


“네”


“왜요?”


“네?”


“아니,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답니까. 왜 하필 여기에…….”

 

그가 의아해하며 말하자 아레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가 그럴 필요 없다고 해도 특별대우는 싫다고 하네요. 화대도 10골드면 충분하다면서 고집을 피우지 뭐예요.”

 

1골드가 만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평균적인 하급 창녀의 화대는 10에서 15골드 정도이다. 나 같은 경우 돈이 주목적이 아니기에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최저가를 고집했다.

삼왕국 중에서도 경제적 지원을 담당하는 왕국답게 높은 물가와 세율을 자랑했지만, 높은 물가에 비해 화대가 싼 이유는 성범죄율 감소를 위해서가 첫 번째고 두 번째로는 땅이 별로 많이 안 들어가서라고….

토지가 필요한 농업 같은 경우 세율이 60%에 달하는데 창녀들에게 부과되는 세금과 수수료는 합해서 40%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었다.

 

“이 아이로 하겠습니다.”

 

아레인은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였다는 듯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발이 넓고 좋은 분이니깐 첫 상대로 나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 테니 좋은 시간 보내세요.”

 

아레인의 인정(?)을 받은 경비대장은 콧김을 뿜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아끌었다.

 

끌려가다시피 방에 들어가자 경비대장이 금화 주머니를 통째로 침대 위에 던져놓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서의 섹스가 처음은 아니고 매춘에 대한 교육도 받았고 핫산과 실습도 했지만, 실제로 매춘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있을 무렵 그가 입을 열었다.

 

“설마 새로 왔다는 게 처음 이 일을 한다는 뜻이었어?”

 

“네, 네…….”

 

그의 시선이 얇은 옷만 입고 있는 내 몸을 훑는다.

 

“정말로? 이런 야한 몸을 가지고서?”

 

경비대장이 나의 젖꼭지를 가볍게 꼬집듯이 비틀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하읏! 그, 그마안….”

 

경비대장이 손을 뻗어 천천히 내 옷을 벗겼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새하얀 피부에 정교하게 조각된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몸….

나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풍만한 가슴을 감추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는 더는 참을 수 없는지 그대로 나를 안아 들고 침대에 눕혔다.

 

“사, 상냥하게 할게. 응? 상냥하게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애원하듯 조르는 말투와는 다르게 이성을 잃은 듯이 흥분한 숨결이 몸에 닿을 때마다 뜨거웠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마저 못한다면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하으……. 그. 그렇다면….”

 

가슴을 가리고 있는 손을 치우자 풍만한 가슴이 흘러내리듯 나오며 출렁였고, 곧이어 경비대장이 두 손으로 나의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거친 손의 감촉이 가슴의 끝을 스칠 때마다 오싹오싹한 쾌감이 올라오며 나도 모르게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아……. 하읏….”

 

나의 가슴을 마음껏 즐기던 경비대장의 시선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한 손을 들어 올려 서서히 가슴에서 배. 그리고 허리를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손길…. 그의 손을 의식하여 나는 가늘게 몸을 떨며 살짝 두 다리를 벌렸다.

 

“하으읏!”

 

그의 손가락이 내 균열에 닿자 날카로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미 젖어있던 음부에서는 질척한 애액이 그의 손을 더럽히며 무언가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넣는다?”

 

아무런 말도 없이 헐떡이고 있는 것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그는 팽팽하게 발기한 페니스를 나의 몸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아아앙!”

 

“크윽! 뭐야 이거 엄청난데.”

 

나의 육벽에 뜨거운 물건이 앞뒤로 지나갈 때마다 짜릿한 감각이 척추를 관통했다. 가슴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내려와서 음핵을 어루만지자 참을 수 없는 쾌감에 나는 침대 시트를 거칠게 움켜쥐며 울부짖었다.

 

“하으윽….♥ 하앗.!”

 

나의 이런 반응이 기뻤던 걸까? 경비대장은 신이 나서 더욱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고, 커다란 가슴도 그 리듬에 맞춰 출렁였다.

 

“사…. 상냥하게엣…♥ 해준...하아아아앙…!! 거짓말쟁이잇…”

 

“으하하! 착한 경비대장님께서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네가 너무 기분 좋은 게 나쁜 거라고!”

 

그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내 안에 사정했다. 자궁을 때리는 그의 정액을 느낌과 동시에 엄청난 쾌감이 밀려와 양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싼 채 격렬하게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오옥……. 으히잇…. 헤엑….♥

 

“후유…!”

 

그는 몽롱한 표정으로 뻗어 기절하기 직전의 나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까 침대 위에 돈주머니 기억나?”

 

“헤엣.♥?”

 

“특별히 한번에 15골드로 쳐줄 테니까 재밌게 놀아보자고.”

 

그는 순식간에 부활한 자신의 자식(?)을 쓰다듬으며 나에게 덤벼들었고 잠시 후 체력이 다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째서인지 체력이 되돌아왔고 몸이 개운했다.

정신을 차린 내 눈앞에는 팽팽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기세를 뽐내며 서 있었다.

질 안에서 애액과 정액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거품이 일어나있는 양물을 얼굴에 들이대며 입으로 해결해줄 것을 재촉했다.

 

‘몸이 뜨거워…. 도대체 얼마나 한 거지?’

 

평소라면 저렇게 더럽혀진 남성기를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오히려 그의 요구가 아니더라고 입을 열고 정성스레 핥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아니야. 생각하지 말자. 그럴 기분이 들면 된 거야. 어차피 필요한 일이잖아? 기분 가는 대로 맡기자’

 

나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경비대장의 다리 사이에 몸을 웅크렸다.

더럽혀진 페니스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혀로는 감싸듯 핥으니 움찔움찔 떠는 그의 모습이 언뜻 귀엽게 느껴졌다.

 

“츄웁……. 핥짝.”

 

“으윽….”

 

그의 귀두 끝에서 반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혀끝으로 콕콕 찌르며 말을 걸었다.

 

“저기이~ 이름이 뭐야?”

 

“레. 레온. 경비대장 레온이다.”

 

“아까 상냥하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 그건”

 

“벌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페니스를 입안 가득 머금고 머리를 움직이는 속도를 높였다.

촉촉하고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녹아내리는 입속에서 긴 혀는 끊임없이 귀두를 자극해나갔고 도톰하고 아름다운 입술 사이로는 칠칠치 못하게 투명한 타액이 흘러내리며 음란함을 더했다.

 

“히익! 그. 잠끄…. 안!”

 

그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 자극을 해나가던 순간 그의 물건이 움찔거리며 한 차례 더 커졌고 그와 동시에 뜨거운 정액이 입안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하읍……. 꿀꺽…. 꿀꺽.”

 

“허억…. 허억…….”

 

다 삼키지 못한 새하얀 정액이 입술을 따라 흘러내렸고, 나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슥 훔쳐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레온을 바라보며 핥았다.

 

“여기서 끝…. 은 아니지?”

 

“그. 그게….”

 

나는 씨익 웃으며 그의 하물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 때문일까? 흠칫 놀란 그는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가린 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아닌……. 이건 아니야!”

 

어느새 손으로 자신의 쪼그라든(?) 물건을 가리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 도망쳐 나갔다.

 

“아앗…. 저기 돈!”

 

“충분하니까아!! 남은 거 다 가져도 되니깐!!!”

 

“아아아…. 도망쳐버렸네.”

 

레온이 도망치고 난 뒤. 뒷정리를 위해 몸을 내려다보고 흠칫 놀랐다. 온몸이 정액투성이인 것은 그렇다고 쳐도 침대 시트까지 정액 웅덩이를 만들어 적셔버릴 줄이야.

 

‘능력의 상승과 기술 연습을 위해 핫산과 함께 할 때는 스위치가 들어와도 첫날의 부끄러움 때문에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는데…. 돈에 팔리는 처지가 되고 나서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끝까지 절정 당하고 나니 그 뒤부터는….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스스로 원하게 되었어….’

 

내가 이렇게 음란한 여자가 되었다니…. 아니, 단지 적응의 과정일 뿐이다. 비참해할 필요 없어. 원래 이런 세상이고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이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나라는 주체가 변하지 않았다면 이런 것 따위 아무런 의미가 없어. 수단에 목적을 망각하지 말자.

 

그리고 즐길 거리 하나 없는 야만적인 세계에서 오락이라고는 이런 원초적인 것밖에 없지 않은가? 그걸 돈을 받으면서 즐긴다고 생각하자. 원초적인 유희지만 즐기면서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버리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화장대 밑에 있는 서랍에 금화 주머니를 대충 던져넣고 나는 조그마한 욕조에 들어가 무릎을 감싸며 웅크렸다.

 

─ 스륵….

 

곧이어 몸을 타고 오른 은색의 끈적한 슬라임이 전신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흐응…….”

 

─ 쯔륵…. 찔걱….

 

풍만하고 탄력적인 엉덩이를 타고 넘은 슬라임은 별다른 저항감 없이 균열 속으로 손쉽게 파고들었다.

 

“하아아……. 후우….”

 

─ 찔꺽!! 쭈르륵!

 

“하으읏!”

 

가벼운 충족감을 주고 빠져나온 은색의 슬라임은 몸의 청소를 끝마쳤다는 듯 침대로 가서 남아있는 분비물들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청소용으로 만들어진 슬라임이라니…징그러워. 정말이지 이 세계 사람들의 발상은 충격적이군.’

 

뭐 생각해보면 수로도 발달하지 않았고, 마법 없이는 따뜻한 물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저런 물건조차 없다면 찬물로 씻어내고 다시 손님을 받길 반복하다간 얼마 못 가 폐렴으로 죽고 말 거니깐.

 

“킁킁….”

 

‘정액 냄새가 조금…. 아. 아침에 그래서 향주머니로 목욕을 했구나. 향수는 비싸니까….’

 

드레스를 몸에 걸치고 침실의 청소가 끝난 걸 확인한 뒤 커튼을 걷고 다시 손님을 받을 준비를 시작했다.












04. 일상 아닌 일상

 

 

 

 

 

레온이 도망가고 난 뒤, 몇 명의 손님을 더 받고 나서 근처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끝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쉬고 있으니 살짝 젖혀진 커튼 사이로 엘프와 드워프, 인간치고 장신에 덩치가 커다란 세 사람이 고개를 내밀고 나를 엿보고 있었다. 나는 의아함에 문을 살짝 열고 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말을 걸었다.

 

“저…. 무슨……?”

 

“아, 엿보려던 건 아니야! 다만, 레온녀석이 울며 도망쳐 나왔다길래…너무 궁금해서.”

 

“초회복이 있는 녀석을 쓰러뜨리다니…. 처음 보는 아인데 혹시 신입이야? ”

 

“이미 네 소문이 자자하단다.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명기라고…. 꿀꺽”

 

노골적인 시선과 육욕의 열망을 느꼈기 때문일까? 살짝 식었던 몸이 다시 달아오르며 숨이 들떠 오르기 시작했고, 덩달아 가랑이 사이가 축축이 젖어가면서 흥분이 고조되었다.

 

“아 네. 신입인 진이라고 해요. 그런데 같이 오신 분들이신가요? 친구끼리 오셨다거나…. 혹시, 괜찮으시다면 한꺼번에 해도 될까요?….”

 

“!!”

 

순간 그들의 눈에 광채가 번들거리더니 서로 눈을 마주치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나에게 말했다.

 

“우. 우리는 평소부터 한 파티로 다니는 모험가지!”

 

“아 글쎄, 어디 파티만 한답니까! 형, 동생 하는 사이 아닙니까!”

 

“그, 그럼! 그렇고 말고 내 비록 드워프지만 엘프랑 형님 동생 하기로 했지!”

 

서로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집단으로 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라는 걸까? 이게 뭐라고…. 단순히 슬라임으로 씻는 게 아직 익숙지 않고 몬스터와 하는 것 같은 거부감이 있어서 최대한 횟수를 줄이고 싶을 뿐이었는데….

 

황홀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바라보면서 벌써 빳빳하게 발기한 남자들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내가 아직 남자였다면 저들처럼 행동했을까? 아니…. 생각해보면 남들이 싸놓은 곳에 다시 삽입한다는 건 조금 저항감이……. 아, 지금의 나 정도 되는 외모가 상대라면 가능할지도….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상념을 정리하고 문을 활짝 열어 그들을 맞이했다.

 

“후후. 들어오세요.”

 

침대와 화장대 그리고 조그마한 욕조 하나가 겨우 들어갈 비좁은 방 안으로 세 명의 남자가 따라 들어오자 바로 뒤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고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스르륵-

 

옷을 벗고 뒤돌아서서 남자들을 바라봤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마주 바라보는 남자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제야 아차 하는 표정으로 허겁지겁 옷을 벗어 던졌고 살짝 땀에 젖은 남성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아득해지려는 의식을 붙잡으며 자그맣게 열린 입술 사이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근데…. 어떻게 할 거예요?”

 

“뭘 말이냐?”

 

“그. 하는 순서라든지…….”

 

엘프 사내가 기침을 했다.

 

“크흠…. 말하지 않았나 우리는 다 의형제라고.”

 

“그럼요 형님!”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며 하는 것도 아니고 동시에? 지금 내 몸으로 도원결의를 하겠다는 건가?

생긴 것도 보아하니 제일 귀큰 엘프가 큰형님이고 키 크고 덩치 좋은 인간이 둘째, 드워프가 막내인 듯했다. 살다 살다 내 몸으로 삼국지를 찍을 줄이야….

 

“저, 아직 뒤는 많이 해본 적 없는데…….”

 

“괜찮네! 우리가 다 알려줄 테니! 으하하하!!“

 

”그럼 그럼! 자 그럼 잠깐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어서…….“

 

구석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인상을 쓰더니 언성이 높아졌다. 의견통합이 잘 안 되나 본데, 아! 가위바위보 한다.

 

결착이 난 것인지 가장 연장자인 엘프 사내가 다가왔다.

 

”흠흠. 내가 뒤, 저기 있는 키 큰 친구가 앞. 그리고 막내가 입으로 하기로 했네.“

 

”아…. 네. 근데 그게 동시에 되나요?“

 

”걱정도 많구먼. 시키는 대로만 해보게 먼저….“

 

엘프 사내가 알몸으로 침대에 대자로 누우며 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침대에 누워있는 그에게 올라타 커다란 자지를 촉촉하게 젖은 보지 입구로 비벼가며 적셨고, 그것을 윤활유로 삼아 항문에 양손 끝으로 엉덩이를 벌려 조심스럽게 귀두와 항문을 맞춰가며 살짝 열린 틈새로 천천히, 집어넣었다.

 

“으응, 읏….”

 

미약한 아픔과 저항감이 느껴졌다. 이전 세계에서도 보고 이쪽에 와서도 춘화로 보기도 했고 아레인이 빌려준 도구를 사용해서 개발도 해뒀고 핫산과도 몇번 해봤다. 물론 조금 아프기도 하고 별다른 쾌락을 느끼지 못해서 한두 번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형질 변환도 얻었으니…. 그리고 혹시 모를 실전을 대비해 오늘 슬라임으로 직장(直腸) 청소까지 했으니까….

 

“하아…. 하앗….”

 

미끌미끌한 슬라임과는 전혀 다른 실물의 감촉은 여전히 낯설었다. 겨우 뿌리까지 박아넣자 내 장벽이 뜨거운 자지에 찰싹 달라붙어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낯선 이물질에 놀랐는지 꿈틀대며 짓이겨지는 것이 오히려 틈을 좁혀가며 자극을 더 해 신경이 타들어 가듯 예민해져 숨을 헐떡이며 쉬고 있었다.

 

“자 자, 두 분만 즐기지 마시고…!”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기세로 키 큰 인간 청년이 단번에 육봉을 박아넣었다.

 

─ 철퍽!

 

가득 찬 직장 때문에 더욱 좁아진 질안이 한 번에 꿰뚫리자 참을 수 없는 비명이 터져 나오며 허리가 붕 떴다.

 

“흐아앙!♥ 우웁?! 웅…“

 

비명을 지르던 와중 갑자기 뜨거운 물건이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당혹스러움에 그쪽을 바라보자 드워프가 능글맞게 웃으며 날 내려다보며 말한다.

 

”그…. 남은 곳이 하나밖에 없잖아? 으하하! 기분 좋게 빨아 재껴봐.“

 

“응, 흐응♥ 응, 응……. 으읏….”

 

당황도 잠시. 이내 그의 요구대로 혀를 사용해 물건 사이사이로 얽어가며 훑으며 빨았고 뒤늦게 적응한 항문에서의 자극이 천천히 파도처럼 몰아닥치기 시작하면서 다시 전신에 쾌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욱 좁아진 질은 남성기를 더 밀착해 조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자극으로 생긴 쾌감에 애액이 쉬지 않고 흘러내려 보지와 항문은 물론, 박아대는 남자들의 허벅지마저 물에 젖은 걸레처럼 축축하게 적셔버렸다.

 

철퍽, 철퍽 하는 물소리와 비명이나 신음조차 되지 못한 옹알이가 울려 퍼지며 뜨거운 열락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아우 동생 해가며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신나게 박아대던 삼총사는 침대에 뻗어서 움찔거릴 뿐. 더 이상 발기조차 하지 못했다.

저렇게까지 죽은 것처럼 있으니 왠지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흐응, 더 못하겠으면 슬슬 나가 주시겠어요? 다음 손님 받을 준비를 해야 해서….”

 

아무런 대꾸 없이 죽은 듯 숨만 몰아쉬고 있는 삼총사를 보고서는 한숨을 쉬며 욕조로 향한 나는 슬라임 앞에서 살짝 주저앉아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마치 후배위 같은 자세. 잘 익은 사과처럼 생긴 새하얀 엉덩이가 훤히 보였다.

그 상태로 손가락을 이용해 성기와 항문을 벌리자 털 하나 없이 새하얀 균열과 핑크빛 속살의 항문이 찔꺽 이는 소리와 함께 벌어지며 탁한 액체가 엉덩이와 허벅지를 타고 줄줄 흘러나와 욕조 바닥에 정액 홍수를 이루었다.

 

─ 뷰르릇. 주륵, 쥬르륵….

 

“하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침대 쪽을 돌아보니 삼인조가 다시 자지를 세우고 있었다.

 

“어머, 다시 할까요?”

 

“노, 농담이 아니야!”

 

“괜찮아!! 우리 이제 갈 거니깐…!!”

 

“다…. 다음에 다시 올게! 그러니까 오늘은 이제 그만하지!”

 

유비 관우 장비가 소리치며 허겁지겁 옷을 챙기며 다급하게 도망쳤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자니 어쩐지 우스워서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고 이내 파안대소했다.

 

“아하, 아하핫! 재밌어! 이거 재미있어!”

 

나는 한참이나 배를 잡고 웃었다.

고블린 따위 일격에 죽여버릴 모험가들이 내 몸짓 한 번에 꽁무니를 빼며 도망가다니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왠지 모를 묘한 승리감에 심장을 사로잡고 있던 그때의 공포가 말끔하게 씻겨 사라진 것 같았다.

 

주체할 수 없는 도취감은 더욱 빠른 성장을 위한 의욕이 되었고 나는 다시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짜내고(?), 씻어내고, 빨아내고, 씻어내고. 그것이 하루 동안 반복되었다.

레온과 삼총사의 소문 덕분일까, 덕분에 물밀듯 손님들이 찾아왔고 데뷔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무슨 연유인지 복수를 다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단골이 생긴 거라 생각하면 되겠지.

 

“으으응~”

 

기지개를 쭈욱 핀 다음,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화장대 서랍은 이미 가득 차 있었고 금화 주머니가 화장대 위에 쌓여있었다.

나는 화장대에 매달려 있는 자그마한 종을 집어서 흔들었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잠시 뒤 허리춤에 칼을 찬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뭐, 별일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뭐 때문에 부른 거야?”

 

“아, 정산하려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조금 양이 많아서요……조금 도와주시겠어요?”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이걸 오늘 하루 만에 다 벌었다고?”

 

“네.”

 

“앞으로도 네 전담으로 도와주마. 대신에 10골드 어때?”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아 참, 저는 진이라고 해요. 아저씨는요?”

 

“아저씨는 아니고…. 자쿠리 라고 한다. 핫산님 부하로 있어. 너에 대해서 듣긴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쿠리님.”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는데 그의 물건이 살짝 커지는 것이 보였다. 뭐지? 아 이러면 가슴이 보이겠구나. 남자란 참으로 쉬운 생물이구나…. 나는 눈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잘 부탁해요…?”

 

“어…. 어? 어! 그래 잘 부탁한다 나도!”

 

‘핫산의 부하면 암살 길드 소속인가? 그럼 강하겠네! 언제 한번 맛을 봐야지…꿀꺽.’

 

 

별관 중앙의 정산소에서 자루에 담긴 금화를 정산했다.

1,200여 골드 중 세금과 자릿세를 제하고 남은 골드는 720골드 정도였다.

 

이것저것 다해서 40% 정도인가 실제로 겪어보니 살인적이네….

오늘 하루종일 상대한 인원이 20명 정도였지…. 다들 중간에 돈을 던지고 도망가거나 해서 수입이 많지만…. 쩝 그래도 김 비서의 한 달 수익을 내가 하루 만에 이겨버렸다는 묘한 성취감이 가슴 뛰는군. 한 차장 형님이 생각나는 밤이다. 소주 한잔 사기로 했는데….

 

그나저나 평소 같았으면 대여섯 번 만에 뻗어버렸을 텐데, 어떻게 지치지 않고 한 거지? 초회복이 어쩌고 했는데 레온의 스킬을 얻은 건가? 나중에 확인해봐야겠어.

흠…. 이거 일거리 빼앗아 간다고 주위 창녀들한테 맞아 죽는 건 아닐지 걱정되는데…….

뭐, 설마 진짜 그러기야 하겠냐만 킥킥.

 

“저기, 자쿠리님 여기 약속한 10골드에요. 그럼 내일도 잘 부탁드릴게요~”

 

그의 손을 잡고 손바닥 위를 감싸듯 금화를 올려놓고서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난 뒤. 신나는 발걸음으로 본관을 향해 나아갔다.

 

“창녀는~♪(뚠뚠) 오늘도~♪(뚠뚠) 열심히~ 일을 하네~♪(뚠뚠)”

 

나는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천에 물을 적셔 몸을 닦아냈다. 이렇게 몸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탕에 들어가서 몸을 푼다.

향주머니를 풀어 넣은 욕조 물은 이미 누가 먼저 몸을 담근 미지근한 물이었지만 따뜻한 물을 만들려고 장작을 태우거나 마법을 써야 하는 세상에서 매번 누가 들어갈 때마다 새로 물을 덥히는 사치를 할 순 없었다. 오늘 아침이 특별한 날이었던 거지…. 아마 내가 나가고 난 뒤 다른 사람들이 그 물을 사용했을걸?

 

“킁킁….”

 

복숭아 같은 과일 향이 났다. 꽃은 비싸니까 향주머니도 과일 껍질로 만드나 보네.

뭐, 아까까지만 해도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지만…….

심지어 칫솔을 준비하지 않아 은색 슬라임으로 양치를 시도했다가 토할 뻔한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살균 효과가 있다고 들었는데 비린내 나는 은단 맛이라니…. 우웩.’

 

한숨을 쉬고 있는 참에 아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 잠깐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아, 네…. 들어오세요.”

 

어두운 안색으로 아레인이 들어와 내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저, 아침에 레온 말인데요….”

 

그녀의 설명은 이러했다. 원래 예의가 바르고 팁을 많이 주기로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지 찾아가 물어봐도 그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내 체액의 미약 성분 때문이겠지…. 다른 손님들이 파산 직전까지 해대고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던지고 도망간 것도…. 나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띄웠다.

 

“괜찮아요. 그나저나 정산한 내역은 들으셨나요?”

 

아레인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답답한 심정이겠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저 이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알겠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한 일이다.

 

“하아, 어쩔 수 없군요. 수입도 상급 창녀보다 좋으니 더는 말릴 도리가 없어요. 알겠습니다. 진의 의사를 존중할게요. 대신에 몸을 너무 막 쓰진 말아 주세요?”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레인이 마주 웃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 욕실 밖으로 나갔다.

 

“하아암….”

 

천천히 피로가 몰려왔다. 아차차, 욕조에서 잠들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지.

욕조에서 나와 수건으로 물기를 머금은 살결을 닦아내고 머리를 닦았다. 이놈의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긴 것인지…. 수건 한 장으로는 도무지 다 닦아낼 수가 없네. 다른 수건을 꺼내 머리를 말리고 바구니에 놔둔 하얀 천 옷을 둘렀다.

 

뽀송뽀송해진 기분을 느끼며 내 방으로 가고 있는 도중 핫산과 마주쳤다.

왜일까, 나도 모르게 죄라도 지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면서 고개를 돌리는 와중 스치듯 시선이 마주쳤다. 곁눈질로 나의 기색을 살피던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스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갑작스러운 감정. 이 곤혹스러운 감정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방안으로 도망쳤고 그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내 뒤를 따라왔다.

 

“진!”

 

그의 부름을 뒤로한 체 침대에 파고들어 이불을 뒤집어쓰고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스스로 괜찮다고 설득했던 모든 일이 그의 눈을 바라본 순간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바닥 모를 부끄러움이 되어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설마, 그저 이용하고자 했을 뿐인데…. 내가 정말로 그를 좋아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런, 하고 그가 한숨을 쉬었다.

 

“진, 그대는 아직도 내게 과분해. 정말이야.”

 

핫산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후우…. 내가 그대의 기색을 살핀 건 오늘 하루가 고단했을 거라 생각해서 그런 것이지 결코 그대를 함부로 생각해서가 아니라네. 내 눈을 봐주게. 내 명예를 걸고 증명해 보이겠네.”

 

그도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들었을 텐데 아직 날 사랑해주는구나…. 나는 여태껏 그를 이용하려고만 했는데…….

 

살짝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가 뚫어지게 나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을 마주하자 이상하게도 모든 설움과 불안이 눈이 녹듯이 녹아내리며 사라졌다.

나는 정말로 그를 좋아하는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잘 안 보여요……. 여기 와 줄래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이불 틈을 벌리자 수줍은 얼굴로 들어오는 핫산.

 

그러나 그는 부끄러운 기색도 잊고 그저 말없이, 나의 눈동자에 그의 눈동자를 비추었다. 

자신이 얼마나 진심인지 내가 알아봐 주기 바란다는 듯이.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남자였다.

 

아래에 거포가 달렸지만.

 

 

 

 

이 세계에 끌려온 지 석 달하고 보름쯤 되던 날.

남는 돈으로 비싼 향수를 사서 선물하는 등 텃새에 맞서 별의별 대응을 다 해봤지만, 나는 결국 주변 창녀들의 “장사가 되지 않는다”라는 항의에 어쩔 수 없이 별관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화가나 씩씩거리는 날 달래주던 핫산을 보며 아레인이 같이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오는 게 어떠냐며 제안했고 나는 술을 마시러 가고 싶다고 했는데…….

 

핫산 곁에 붙어 있는 날 보고 비웃으며 무시하는듯한 술집 주인의 얼굴과

“꼬맹이한테 줄 우유는 없다”라는 말에 남자일 때의 오기가 발동해 열이 받은 나는 카운터에 돈을 던지며 말했다.

 

“이 가게에 있는 가장 독한 술로 가져와.”

 

주위는 일제히 조금 뒤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묘한 흥분감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뭐 남자들밖에 없는 술집에서 술 취한 여자 상대로 뭔가 해보겠다는 이런 생각이었겠지만.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카운터에 커다란 병을 올려놓고 술집 주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자, 여기 있소. 대신에 토하면 오늘 청소까지 하고 가야 할 줄 아시오.”

 

“좋지. 대신에 내가 다 마시면 넌 오늘부터 내 동생이다.”

 

“하하하! 좋다!”

 

뚜껑을 열자 강렬한 알코올 냄새가 풍겨왔다. 70도는 넘어 보이는데?

핫산이 손을 잡아끌며 제지하려 했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술을 흘리듯 목구멍으로 들이붓기 시작했다.

 

흥미진진하게 보던 구경꾼들도 이내 숨죽이고 가게에는 꿀꺽꿀꺽하고 술을 넘기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술 한 병을 비워버렸다.

 

“오오오오오오오!!!”

“누님 화끈하구만!!”

 

우레와 같은 함성을 뒤로 한 채 나는 손에 든 술병을 쾅! 하고 카운터에 내려찍으며 술집 주인을 보고 말했다.

 

“동생!”

 

“크윽...”

 

“어쭈, 이 새끼 봐라. 동생!! 대답 똑바로 안 하나!”

 

씨익 웃으며 군대식 꼬장을 부리며 술집 주인을 보자 구경꾼들이 웃으며 술집 주인에게 야유를 보냈다.

 

“우우!!! 어서 누님이라 불러라!”

“그래! 내기에서 졌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졸렬하다!”

 

“큭…. 예. 누님.”

 

분한 듯 이를 갈며 굴욕적인 대사를 말하는 술집 주인을 보고 나는 구경꾼들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승리 포즈를 취하고선 V를 날렸다.

 

뭐, 독 내성 덕분에 버티는 거지만.

 

살짝 취기도 오르고 분위기도 타버린 나는 “다음으로 내 동생이 되고 싶은 놈은 누구냐아~”라고 외치며 시비를 걸고 다녔고 이윽고 만취해 경비대장으로 있는 레온까지 출동하고 나서야 겨우 소동은 진정되었다.

 

밖으로 나오자 업히라는 핫산의 배려를 거절하고 네발로 기다시피 집으로 향했다.

집이라고 해봤자 창관이지만….

 

“우, 우욱”

 

당장이라도 토할 것처럼 새파란 얼굴로 입을 막고 있는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핫산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 내가 말렸거늘….”

 

“오…….”

 

“뭔가.”

 

무표정보다 더욱 표정이 없는 표정. 삐진 듯이 툴툴거리는 핫산에게 나는 핵폭탄을 터뜨렸다.

 

“오줌…….”

 

“!!”

 

핫산이 나를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어 올리더니 믿기지 않는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얼굴을 쳐다봤지만 나보다 더 당황해서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는 핫산.

 

“그…. 읏, 처…천천히…!”

 

“하지만…!”

 

달릴 때마다 방광 안에 가득 찬 액체가 출렁거리며 격하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었고, 그때마다 찌릿찌릿한 자극에 핫산의 품으로 파고들어 움찔움찔하며 몸을 배배 꼬는 것도 잠시.

 

“히야앙~!!♥

 

이내 엄청난 해방감과 함께 뜨거운 황금빛 급류가 뿜어져 나왔다.

 

 

 

본관에 들어서자 의자에 앉아 눈을 껌뻑거리며 졸고 있던 아레인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마중을 나왔다.

 

“아, 두 분 기분전환은 어떠셨나요? 재밌게 즐기셨……?”

 

이상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뒤집어쓴 핫산을 본 아레인의 표정은 말 그대로 넋이 나가 있었다.

 

“목욕 준비 좀 부탁하겠소, 아레인.”

 

“아으……. 네에….”

 

 

욕탕의 준비가 끝나고 핫산과 함께 욕실로 들어온 나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론 내가 오줌을 지리는 바람에 둘 다 더러워졌고 아무리 볼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라지만 오줌을 싸 갈긴 상대와 같이 입욕이라니. 허들이 너무 높은 것 아니야?

 

핫산이 이쪽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가 한 발자국 다가올수록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이 뛰었다. 마침내 그의 가슴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물줄기가 슬그머니 주르륵 머리카락을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이제는 씻는 것마저 혼자 못하는 건가. 정말이지 어린아이도 아니고 매번 자기 마음대로…. 그렇게 마시지 말라고 했거늘 오늘은 또 고집을 부리질 않나.”

 

“.......”

 

투덜거리는 소리 뒤로 또 한 번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물기에 젖은 나를 바라보다 코를 잡고 비틀었다.

 

“왜 이렇게 개구쟁이인지. 원”

 

시선이 마주치자 살포시 웃어주는 그. 처음으로 혼내는듯한 모습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 긴장감은 순식간에 참을 수 없는 설렘으로 바뀌었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며 귀까지 붉게 물든 상태로 신음하듯 입을 열었다.

 

“지……. 지니는 어린아이니깐 씻겨주세요….”

 

이미 독 저항으로 술이 깬 지 오래였지만 취한 척 연기하며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

 

“하아…. 유녀(幼女)의 탈을 쓴 탕녀(婸女)를 사랑하게 되다니…….”

 

그의 입술이 내게 다가왔고 나는 어긋나지 않도록 달라붙었다.

 

“으음……. 응….”

 

내 입술 사이로 술 내음이 섞인 숨이 새어 나왔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가 혀를 집어넣었다.

 

“우으……. 응아……. 응….”

 

입가에서 침이 흘렀다. 내 목덜미를 따라 천천히 흐르는 침을 그가 혀로 훑었다.

 

“하으읏…….”

 

입술과 혀로 목덜미를 핥으며 내 가슴을 문지를 때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로 유두가 스치며 자극에 신음이 튀어나왔다.

 

“하아……. 아읏……. 으응.”

 

핫산이 짓궂은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내게 물었다.

 

“아까 오줌을 쌌으니 깨끗이 씻겨야겠군”

 

그렇게 말하면서 그가 내 클리토리스 부근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하복부에서 시작된 전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만 같은 쾌감…. 유두를 괴롭히던 손이 더욱 빨라지고 이제는 클리토리스를 직접 문질렀다.

 

“으읏! 으으으……하아아♥……앗, 하앙♥……으읍……응, 아.”

 

지나치게 자극적인 쾌감에 내가 비명 섞인 신음을 내지르자 그가 입술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계속되는 그의 애무에 균열의 입구가 파르르 떨리면서 아교처럼 끈적하고 반투명한 애액이 마치 남성의 정액처럼 질척질척하게 쉼 없이 질질 흘러나왔다.

 

“이제……. 이제 넣어주세요. 핫산…….”

 

“음. 아직 더러운데”

 

마치 그와 처음 관계를 맺었던 날이 떠오르는 듯한 상황…. 나는 그의 손가락에 묻어 번들거리는 애액을 내 혀로 손가락을 핥아가며 청소했고 그제야 만족한 그는 날 양손으로 날 번쩍 안아 들고 욕조로 들어갔다.

 

나는 양팔로 그의 목을 감싸 꽉 껴안고 매달려 입술을 내밀었고 그는 입을 맞춤과 동시에 커다란 자지를 아무런 예고 없이 내게 쑤셔 박았다.

 

“으응, 읏――, 으으으응♥

 

그가 움직일 때마다 주변으로 물이 격하게 첨벙거렸다.

살짝 파인 쇄골에 물이 고이고 내 몸의 라인을 따라 작디작은 실개천을 그리면서 미끄러졌다.

유두, 손끝, 엉덩이에서 방울져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

 

“하으으윽! 하…. 핫산. 이제, 처…. 천천히잇♥

 

“으윽…. 고집쟁이 오줌싸개 아가씨는……! 으럇!!”

 

“흐그읏?!♥

 

그는 나의 말을 들을 무시한 채 더욱 피스톤 질을 빠르게 가속하며 말했다.

 

“혼이 나야 하네만?!”

 

“아아아!! 더는 안대! 가…! 주거엇!♥

 

내 질벽이 쉴 새 없이 꿈틀거리며 경련하듯 움직였다. 몸은 뇌의 통제를 벗어나 초 단위로 끊임없이 오르가즘에 시달리고 있었고 팔은 이미 힘이 풀려 뒤로 넘어가려는 것을 핫산이 겨우 당겨 지탱해주는 덕에 버티고 있었다.

 

“하, 핫산……제에발……쥬거――♥ 으앙♥, 아, 응♥……”

 

나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 힘차게 자지를 내 보지의 가장 안쪽까지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뿌리에서 끝으로 꿈틀거리는 감각과 함께 뜨거운 정액이 터져 나왔고 내 질벽은 꿈틀거리며 게걸스럽게 액체를 집어삼켰다.

 

“하으읏……. 으으응....♥

 

“후우….”

 

나는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듯 그의 품에 기대었다. 이대로 곯아떨어질 것 같은 피곤함이 닥쳐왔고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이마에 입 맞춰 주었다.

 

나는 그렇게 스르르 눈을 감고 잠들었고 그날 이후부터 핫산과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