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헤번레 전체 스토리의 스포를 포함해 게임 폴아웃 시리즈, SOMA 스포일러 있음























난 메구밍이 탈주하는 거에 대해 굉장히 흥미로움

챈에서나 일본쪽 여론에서나 메구밍이 "전역런" 했다는 거에 초점을 맞춰서 보기에 마냥 비호감으로 보는 것 같음.


근데 난 다른 시선이 한 가지 있음. 메구밍 쉴드도 칠 겸 그걸 소개하고자 함.




메구밍은 자신이 휴먼-나비인 걸 알고 나서 마음이 참 착잡했을 거라 생각함.


그 고뇌에서 '의식이 복제되었다고 해서 내가 과연 그 사람인 것인가?' 라는 생각은 분명 자리 잡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난 통속의 뇌, 의식 복제, 복제 인간 같은 소재를 정말 좋아함.


그렇게 메이저한 장르는 아니지만, 인간을 타 대상으로 복제한다라는 SF적 소재와 관련해 다양한 미디어 작품들이 꽤 나와있음.


그런 작품들을 즐기면서 나는 항상 이 주제로 상상 겸 고뇌를 하고 있음.



이러한 소재를 이용한 아일랜드, 오블리비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그 박사와 같이 영화도 기억나긴 하지만 영알못이라 자세한 설명이 불가능해서 타 게임과의 접점을 위주로 다뤄보려고 함.




첫 번째, 폴아웃 시리즈

이 게임은 헤번레처럼 세기말 게임답게 다양한 설정이 등장함.


3, 뉴베가스 시리즈에서는 세상이 멸망하기 전 똑똑한 놈들 모아다가 아예 컴퓨터로 만들어 버린 캐릭터가 나오기도 하고


폴아웃 4에서는 아예 신스라는 인조인간이 나오기도 함.


신스라는 캐릭터의 주제 의식은 아예 새로운 사람인 척 연기를 해 사람 사이에 섞이거나, 기존의 사람을 죽이고 동일한 모습으로 잠입한다. 그게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것인데, 이 주제 의식에서 벗어난 캐릭터가 하나 있음.



바로 폴아웃 4에서 게임 초반부터 만날 수 있는 '닉 발렌타인'이라는 캐릭터임.


이 닉 발렌타인이라는 캐릭터는 형사를 복제한 캐릭터로, 세상이 멸망하기 전의 닉 발렌타인이라는 형사를 복제해 로봇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임.


이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닉 발렌타인이라 생각하지만, 닉 발렌타인이 아니라고 생각함.


이게 뭔 개소리냐, 머릿속은 닉 발렌타인 생전 경험이 꽉 차있지만 스스로가 원본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음.




이 혼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얻는데, 원본 닉 발렌타인의 부인은 에디 윈터라는 살인마에게 살해 당했음. 우연치 않게 이 에디 윈터가 세상이 멸망한 후에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 거임.


그러면서 폴아웃 4의 주인공, 플레이어와 에디 윈터를 찾아가 담판을 짓게 됨.


담판을 짓고 나서 하는 대사를 보면


"과거의 내 존재 하나하나가 모두 닉의 것이었네. 윈터의 죽음으로 과거의 마지막 증거가 완전히 파괴되고 나서야, 마침내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지."


"하지만 자네와 함께 지내면서 이제 와서야 깨달은 건, 윈터를 쓰러뜨리는 일은 닉이나 제니, 심지어 자네나 나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네."


"그건 정의, 옳은 일을 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네. 선한 행동, 그건 우리 것이지. 우리가 해냈던 선행들은 오로지 우리만 가진 기억이고."


"그리고 만약 그게 닉의 것도 아니고 인스티튜트의 것도 아닌, 이 세상에서 오로지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난 기꺼이 죽을 수 있네."


닉 발렌타인은 스스로가 원본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를 찾아 만들어나가는 길을 선택한 거임.


메구밍 또한 4장 전편에서의 서술로는 이런 길을 선택한 느낌은 아니지만, 4장 후편 PV를 보면 메구밍이 혼자 탐험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원본 간사이의 구세주, 사이킥커의 메구밍이 아니라 멸망한 세상 속 휴먼 나비 메구밍이라는 스스로의 의지를 찾아나가는 전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함.




두 번째 게임, SOMA


이 소마라는 게임은 헤번레처럼 게임 스토리가 진또배기인 게임이라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라면 여기서 글을 읽는 것을 멈춰라 아쎄이.

















이 소마라는 게임은 공포게임이라는 탈을 쓴 철학 게임인데,


주 된 내용이 "복제된 내가 진짜 나인가? 컴퓨터로 복제된 의식, 외형이 달라도 그것을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를 논하는 게임임





사진 속 캐릭터는 이 게임의 주인공 사이먼임.


이 게임의 주인공 사이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즉 2015년까지 살던 사람인데,


교통사고로 인해 영구적 뇌 손상을 입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설정임.


게임의 설정 상 죽기 전 그는 뇌과학자에게 자신의 뇌를 스캔, 즉 완전히 데이터화 해달라는 부탁을 함



그렇게 그는 죽었고, 게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의 세상은 혜성이 지구로 충돌해 지구는 멸망했고, 남은 인류가 심해 기지에서 산다는 설정임.


주인공은 게임이 시작되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났지 싶은 생각을 하며 다시 의식을 되찾는데


주인공은 자신의 뇌를 스캔한 박사가 헛짓거리를 한게 틀림 없다며


심해 기지를 돌아다니며 이상한 로봇 만나고, 자신을 살해하려는 이상한 괴생물체에게서 벗어나다




괴생물체에게서 벗어나게 도와준 캐서린이라는 여성과 무전을 통해 연락하며 그녀가 있는 기지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캐서린이라는 '사람'은 뇌가 데이터화된 단순히 화면 속의 사람이었음.


그녀는 인간의 최후의 보루가 제일 깊은 바다에 있다며 자신은 신체가 없기에 사이먼에게 도움을 요청했음.


어차피 멸망한 세상이었기에 사이먼은 그 요청을 받아들이고 다시 모험을 떠남.


아까 말했지만, 사람 최후의 보루는 제일 깊은 바다에 있었고 더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잠수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는데,


의자에 앉으면 자동으로 잠수복을 갈아입혀 주는 시스템인 줄 알고 사이먼은 의자에 앉았음.

새롭게 깨어난 사이먼은 이러한 슈트를 입고 의자에서 일어나 탈의실에서 나왔는데









이상하게 사이먼 자신의 목소리가 옆방에서 들리는 거임.


"아직 옷 갈아입는 게 끝난 게 아닌거야 캐서린?"


"의자에 묶여있어서 힘들어."


와 같은 말이 말이야.


바로 그거임. 캐서린도 사이먼도 단순히 의식 자체는 데이터 덩어리였고 게임 속에서의 사이먼은 로봇 비슷한 거에 복제된 거임.


이 사실에 사이먼은 절망하는데, 절망한 사이먼에게 캐서린은 두 가지 제안을 함.


[1] 의자에 묶여 있는 사이먼을 강제 종료 시키고 심해로 들어간다.

[2] 의자에 묶여 있는 사이먼을 그대로 두고 심해로 들어간다.


둘 중 어느 선택지를 고르든 심해로 가게 되고, 그 사이에 캐서린과 사이먼은 이러한 대화를 함.


"우리가 죽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 만약 무슨 사후세계 같은 게 있다면 내 자리를 이미 뺏기지 않았을까?"

"진짜 나는 수백년 전에 죽었는데 내 자리가 있을까? 탈의실에서 죽인 사이먼은 어떨까?" [1]

"천국에는 이미 똑같은 복사본들로 넘치지 않았을까? 누군가 나에게 사칭이라고 말하진 않을까? 완전 운이잖아, 나에게 맞는 몸에서 깨어난다는 건..."

"운이 좋지 않다면 탈의실에서 썩어가겠지. 내가 어떻게 알 길이 없잖아?"

"너는 "사이먼이 맞는 신체에서 깨어나라"라는 스위치라는게 없다는 걸 알잖아? 그는 아직도 자기가 진짜 사이먼이라고 할꺼야." [1]

"맙소사! 이건 말도 안 돼.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한 거지..." [2]

"넌 어떻게 그게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거야!! 내가 보기엔 늘 하던 내 스스로의 그대로였어. 뭐라도 말좀 해봐. 제발..."

*[1] [2] 선택지에 따른 대사




폴아웃의 소재나 SOMA의 대사들에서 볼 수 있듯 복제된 인간이 자신이 복제품이라고 인식했을 때 어떻게 생각할지 사람들은 지금까지 상상해왔음. 사이먼처럼 절망하거나, 닉 발렌타인처럼 새로운 길을 닦거나.




메구밍은 그 두 모습을 다 보여줄 거라 기대되기에 세상을 지키기 위해 부대에 남는다. 라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보다 나는 여전히 입체적이고 호감인 캐릭터라고 생각함. 4장 전반 마무리에서 사이먼처럼 절망하는 루트를 탔고, 4장 후편 PV에서 닉 발렌타인처럼 자신의 길을 닦는다는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으니.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메구밍이 전역하게 된 이유를 볼 때 메구밍의 시선으로 본 사람이 그닥 없음.


군필 플레이어인 우리는 메구밍을 인간이라고 인지하고 있기에 단순히 폐급 행동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리고 우린 관찰자니까.




나처럼 과몰입하지 않거나 이 소재가 익숙하지 않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음.


하지만 그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기에 챈럼들도 다른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하고 오늘 이렇게 글을 써봤음.




현실에서도 인공지능의 진화가 굉장히 빠르고 로봇의 진화 또한 빠른데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판단하는데에도 이 주제는 굉장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함.

"형태가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의 감수성과 감정을 가지고 인간의 요소를 담고 있을 때 그것을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