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중간에 나도 잠깐 세탁기 돌리는건가 했는데 이후 키리사키가 완전히 애처럼 바뀌는 모습 보고 아 이건 그저 주도권의 전환이구나 깨달음


키리사키는 거칠게 말해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못 거친 일종의 짐승이자 트라우마의 메타포에 가까운 존재임 대하는 사람이 두려워하면 본능적으로 거기에 맞춰 무서운 존재가 되고 내가 주도권을 쥐고 강하게 대하면 그에 맞게 순종적으로 변하는 그런 존재


그 본질을 직시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주도권을 완전히 히사코에게로 넘어오고 키리사키는 더 이상 트라우마가 아닌 그저 흘려보낼 수 있는 기억으로 전락하게 됨. 그렇게 모든 것을 극복해낸 뒤 그와 놀아주는 모습은 타자화된 공포가 아닌 좋든 싫든 자신의 일부였던 죄책감 어린 유년기를 떠나보내는 작별 의식에 가깝게 보임.


이게 실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과정의 모사이기도 한데 아마 마에다 성격을 볼 때 신경과 좀 오래 다녔어도 이상하지 않고 어떻게 나온 이야기인지 알 법도 함. 


다만 갑자기 자살로 보복하자는 이야기는 좀 뜬금 없긴 했는데... 약간 상태 안 좋은 히사코가 직접 낸 생각이면 차라리 납득했을텐데 그게 아니라 멀쩡한 유리한테서 나온거라. 뭐 근데 원작에서도 어차피 죽었으니까 이런 느낌의 생명 경시 풍조 속에서 수십년 동안 사후세계전선을 이끌어 왔을테니 뭐 그러려니 함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