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피셜 주의)

 

헬다이버. 통제 민주주의의 수호자. 자유의 창끝. 기타 등등. 우리다. 

내가 코흘리개일 때만 하더라도 자유 기념 공원의 조각상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런 영웅들이었다. 그게 아니란 걸 안 건 스무 살에 입대하고 스물한 살에 헬다이버 훈련 과정에 자원했을 때였다.

 화성의 훈련장에서 보낸 반 년은 허구한 날 동기들이 죽어나갔다. 진짜로. 저격 훈련 과정에서 박격포를 사람 거르는 체처럼 쓰는 건 그때는 정말 무서웠지만 지금 와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망할 깡통 새끼들.


마지막으로 기초 훈련 코스를 한 바퀴 돌고 망토를 받았을 땐 모든 통제 민주주의의 적을 불태울 미래에 굉장히 흥분했었다. 훈련장에서 본 기름벌레들은 멍청했던 동기들 몇을 찢어발기기에는 충분했지만 기관총을 갈기는 것만으로도 만사 오케이였으니까. 엔젤스 벤처에 투입되었을 때도 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멍청한 차저들은 우리를 보면 달려들다 벽에 머리를 박고 기절하기 일쑤였고, 궁둥짝에 8mm 탄을 한 다스정도 부어주면 발발 떨다 푹 죽어버렸으니까. 타이탄은 무서웠지만 그래봤자 380mm 포탄 한 발이면 허리가 박살나 죽는 거대 벌레일 뿐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렇게 첫 실전을 마친 나는 죽음조차 초월한 민주주의의 화신이 된듯한 기분을 느꼈었다. 얼마나 씨x 순진했는지. 그건 사흘만에 깡통 새끼들이 총알로 부정해줬다.


 말레벨론 크릭에 처음 강하한 날은 난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 거다. 수두룩빽빽한 숲 한가운데서 그나마 괜찮은 개활지에 착륙하고 3초 뒤에 그게 깡통 새끼들의 화력집중구역인걸 알았다. 착륙 3초 뒤에 분대장 머리통이 날아갔으니까. 바로 엎드렸고, 우리 분대 기관총사수가 순식간에 찢겨나갔다. 그 친구는 죽기 직전에 함선에 개틀링 포격 요청을 했지만, 막상 도착한 건 비처럼 내리는 380mm였다. 깡통 새끼들이 신호 교란을 걸어서 구축함이 우리가 무언갈 원한다 싶으면 아무 거나 갈겨댄 거였다. 젠장, 그 멍청한 함장놈은 고통스럽게 질식해 죽었기를 빈다.


 그 때 각성제 기운에 취해서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는 단편적인 기억밖에 없다. 숨 쉬기가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복귀하고 보니 갈비뼈가 죄다 부러져서 폐를 스펀지같은 꼬라지로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소대원 20명 중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3명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우리 구축함이 깡통들 궤도 방어 포대에 박살나서 다른 부대 함선이 구조 겸 인원 보충 겸 해서 우릴 싣고 온 거였다. 버넌 웰스에 있는 군병원에서는 전사자 폐를 내 원래 폐 대신 이식했고, 박살난 갈비뼈 대신 티타늄 프레임을 그 자리에 붙여 놓았다. 


 내가 운이 없는 줄 알있는데, 말레벨론에 간 다른 부대들도 우리랑 마찬가지였다. 깡통들의 헐크인가 뭔가 하는 보행병기는 무반동포를 세 발이나 맞아야 겨우 무력화되고, 깡통들 조립라인은 창문에 수류탄을 까넣지 않으면 대전차 미사일로도 간신히 부수는 돌덩이었다. 깡통들의 철벽 앞에서 우리는 그냥 깨진 계란 신세였다. 


 수십만 헬다이버들의 희생으로 깡통들을 상대하는 교리를 만들었지만, 단축 훈련을 받는 신병들이 얼마나 이걸 잘 알지는 모르겠다. 지난주에도 신병 몇몇이 오토마톤과 참호 끼고 총알을 주고받다 그대로 10초만에 찢겨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