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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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영웅들의 시대


41) 역변해가는 전세


이미 한참전에 강릉을 떠났던 조조는 급한 마음에 양양을 거치지 않고 달려가 완을 중간 휴식 지점으로 정했지만, 떨쳐내지 못했던 수침 심 때문인지 허도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에 따라 그를 배웅 나왔던 조창, 가후 그리고 조비등은 자연스럽게 완에 남아 조조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아버지, 예주에서 온 전령의 서신입니다."

-조창-


3명은 교대로 번갈아가며 조조를 다른 이들과 함께 보좌하고 바깥의 일들을 전해주는 역할을 맡았었다.


그리고 밀봉된 서신을 열어보고 내용을 확인하자 한층 우울해져있던 그의 표정이 한층 더 흡족해지고, 아예 그것을 허저와 정욱에게 자랑 하듯 넘겨줬다.


"허저, 정욱, 이것 좀 봐라, 역시 묘재는 내 아우다! 손권과 연계해 수춘을 치려던 뇌서를 직접 제압해 사로잡아 죽이고,


장료와 장합이 우금을 상대하다가 도망친 매성과 원술의 개 진란을 궁지에 몰아붙이고 있다!


주유라면 모를까, 손권만큼은 더 걱정할것도 없겠군!"


하지만 한가지 걸리는게 있었던 조비가 말했다.


"손권이 포위하고 있는 합비성이 방비가 잘 되었을진 모르겠지만, 그곳을 지키는건 비정규군들뿐입니다.


아버지, 제게 여남의 병력 절반을 주신다면 반드시 손권의 포위를 풀도록 해보겠습니다."


물론 조조는 우습다는듯 넘겼다.


"네가 뭔데 그 백전백승의 장수들을 감히 넘봐? 두고봐라, 장료든 묘재든간에 반드시 합비의 포위는 풀리게 되어있다."


늦은 밤의 회의가 끝나고 조비는 언제나 그랬듯 완성의 성벽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 완성에 있으면, 언젠가 한번 죽은 형님이 돌아올것 같소."


그리고 그를 수행했던 진군과 사마의도 항상 그와 함께 했었다.


"공자, 언젠간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소인도 간절히 빌도록 하겠습니다."

-진군


그러나 사마의는 평소와는 달리 아무말도 꺼내지 않고 침묵해있었다.


"...중달은 왜 장문과 다르게 말이 없소?"


"밀서가 하나만 저희에게 도착한것이 이상합니다. 지금쯤이라면 조인 장군에게서도 와야할텐데 말이죠."


한편 조조는 허저를 뿌리치고 가후만을 불러 은밀히 두번째 밀서를 보여줬다.


"황수아가 내게 몰래 넘겨준 밀서중의 밀서다. 읽는것만으로도 삼군 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지. 편지는 당양의 만총에게서 왔네."


"...저번에 주유에게 성공한 함정이 되려 독으로 돌아왔군요. 주유가 죽었다는 소문 하나에 넘어가, 역으로 함정에 걸리고 장수 십여명을 잃었다라...


유강의 하후돈님은 아직입니까?"


"관우가 그곳을 지키고 있네. 양양의 병력만으로는 돌파하기 힘들걸세, 여차하면 더 많은 장수들이 그곳을 지킬 수도 있지."


계속해서 답답해져가는 상황에 가후는 하는 수 없이 정말로 아껴뒀던 말을 꺼냈다.


"강릉은 이제 버리십쇼."


조조가 딱히 큰 충격을 받은것은 아니였지만 표정은 더욱 더 어두워졌다.


"....진심인가?"


"당양으로 가는 샛길이 아직 남아있을때 퇴각해야합니다. 장수들이 전부 다 죽어가는것을 아무리 그래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죠.


여남의 이통과 조엄님에게 전 병력을 인솔하고 당양을 통해 조인 장군을 구원하라하십쇼, 상사령이 진작에 보낸 편제 덕분에 출전 명령만 내려진다면 언제든지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상태일것입니다."


그의 말에 조조는 밀서를 횃불에 대 불을 붙이곤 창문밖으로 던져버린 다음 이번엔 스스로가 밀서를 썼다.


"밀서를 3장 쓰겠네. 하나는 조인을 구원할 이동에게, 하나는 퇴각해야할 조인에게, 하난 관우의 시선을 끌어야할 하후돈에게."


말 그대로 대패중 대패를 한 조인은 다시 성 앞에서 군영을 설치하는 주유를 보고 무엇을 할 수 없었다.


"... 내가 승리에 오만해져 이런 실수를 해버렸구나."


서황과 하후상은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그를 위로했다.


"장군! 아직은 더 싸울 수 있습니다! 힘을 내십쇼!"


"그렇습니다, 서장군의 말씀대로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승상께서도 지원군을...!"


"그래, 지원군이 오겠지. 하지만 분명 그건 강릉을 위한 지원군이 아닐걸세."


"...예?"


조인은 낙담하듯 말했다.


"나는 오랜 세월 승상과 함께 전장을 누볐다. 만약 이번일이 그분의 귀에 들려간다면, 분명 퇴각하라는 명령과 함께 그것을 도울 지원군을 보낼걸세.


강릉은...더 지켜봤자 시간벌이밖에 더 되지 않네. 지금 우린 주유를 이길 수 없어."


서황은 어느정도 그의 말을 이해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다른 장수들에게도, 병사들에게도 행장을 꾸리라고 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다보니 강릉 장수들중에서 거의 유일하다 싶이 빠져나온 만총도 조조의 밀서를 받게 된다.


"이... 이건..! 결국 승상께서 강릉을 버리시는구나


"만총님! 여남에서 온 지원군이 당도했습니다!"


이동, 허저같은 걸출한 무장들과 후방 지원을 맡았던 조엄까지 여남의 전 병력 3만하고도 3천이 당양으로 집결해왔다.


"이 태수님, 다른 청주나 연주, 서주의 병력들은 집결하지 않는겁니까? 그들마저 합친다면 강릉을 다시 탈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강릉을 넘겨주었다간...!"


"손권의 합비 공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주의 병력들은 전부 수춘으로 집결하고 있어 합비를 구원할 예정입니다!"

-여남태수 이통-


이통의 말대로 손권은 주유와는 달리 아예 일방적으로 공세를 밀어붙여 합비를 공략하려 하였다.


"막아라! 어서 막아라! 지원군이 며칠 뒤면 당도할것이다!" -장제-


지금 합비는 체계가 상당히 갖춰진 성이였으나 이정도의 전력차이로는 버티는것이 고작이였다.


"손유, 우리는 지금 적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졌는데 어째서 합비 공략이 늦어지는것이냐!"


하지만 예상보다 계속해서 밀려지는 합비 공략에 손권의 인내심이 더 먼저 바닥날 지경이였다.


"적의 정신력이 대단할뿐, 수적으로도 질척으로도 우리가 우월합니 다. 이럴때를 대비해 매수해둔 친란과 매성이 조조군을 견제하고 있을 테니 주공께선 안심하십쇼."

-손유-


이때 잠산을 정찰하러 간 손교가 막사 안으로 급히 들어와 손권에게 말했다.


"큰일입니다! 하후연의 지원군이 예주로 들어와, 뇌서를 격파하고 장 합과 장료를 잠산으로 보내 진란과 매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손교-


"잠산은 험한 산이지 않느냐, 공격해봤자 애먹는건 그쪽인데 뭘 그리 놀랐지?"


"제가 봤습니다, 놈들이 그것을 강행돌파해 고지로 향해가고 있으니 어서 지원군을 파견해야합니다!"


새로운 적군의 등장에 손권도 머리가 아파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손교의 말대로 지원군을 보내려고 한다.


"한당에게 1만 병사와 부장으로 손교를 맡길테니, 어서 가서 조조군의 포위망을 풀어라!"


"네!"


수춘의 장패도 제때 당도한 하후연 덕분에 마음놓고 수춘성을 놔두고 출정할 수 있었다.


"손관, 오돈, 윤례! 모두 들어라! 합비로 가 애송이 손권을 박살내자!"


상처를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자 이도를 벗어나 주유는 전장으로 나섰고, 유강의 하후돈도 명을 받고 더욱 더 매섭게 유강을 공격했다.


"하후돈! 고작 이정도로 이 관운장을 잡으려는것이니!"


"관우! 오늘 드디어 네놈의 오만함을 벌해줄 수 있겠구나!"


관우의 천리행 이후로 각 군의 큰 산봉우리와도 같은 두 사람의 일기토가 다시 성사된것은 덤이였다.


조인도 하후돈과 마찬가지로 조조에게서 퇴각명령을 받고 예정대로 주유가 본격적인 공격을 펼치기 전에 도주할 준비를 거의 마쳐놨다.


"내일이면 강릉을 벗어난다! 5일치 식량만을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