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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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영웅들의 시대


42) 다시 한번 발등이 찍히고


하후돈의 거세진 공세를 수상하게 여긴 제갈량은 이를 신호로 여기곤 그날밤 관우를 불러 명했다.


"관장군은 알려드린 곳에 군을 매복하여 조인을 사로잡으십쇼, 이번에 야말로 그 자를 처단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지만 밖은 하후돈이 밤낮으로 공격을 퍼붓는데, 군의 심장인 이 내가 빠진다면 필히 패하지 않겠소? 조인도 중요하지만, 이곳이 뚫린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들의 공격은 결국 눈속임이니까요."


한편 주유군은 산개해 포위를 펼치려 할때 기회를 엿보던 조인군은 그대로 탈출을 감행했다.


"보십쇼 대도독,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퇴각합니다! 어서 추격명령을 내려주십쇼!


감녕등 여타 모든 무장들은 환호하며 무기를 위로 들어올렸다.


"여몽, 감녕! 적의 선두를 향해 강타해라! 나머지는 놈들의 허리와 후미를 공략한다! 잘만하면 조인의 목도 가져갈 수 있다!"


조인군도 역시나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선두는 나를 따르라! 앞에 있는 모든것이 적이다! 우리가 멈춘다면 다른 자들도 모두 죽는다!"


조인과 서황 다음으로 용맹한 악진이 선봉을 자처해 기를 쓰고 가로막는 적들을 베며 어떻게든 길을 열려고 했다.


"저기 서황이다!"

"서황을 죽여라!"


후미는 강직한 서황이 남아 늘 그렇듯 홀로 수많은 적을 상대했다.


"덤벼라! 이 서황! 너희 따위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중군의 조인에게도 역시나 많은 적들이 그를 노리려 덤볐지만 관우와 비등한 무력을 지닌 그가 한번에 대여섯명을 베어 죽이자 무작정 그에 게 접근하는 자는 더 없었다.


"죽고 싶은자, 나 조인을 막아봐라!"


하지만 끈질기게도 그들을 놔주지 않는 주유의 지휘는 전장을 압도해 그들을 서서히 조여갔다.


성앞 평야 한복판에서의 격전은 갈 수록 비명 소리가 선명해졌고 선혈과 밟혀 다져진 육편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먼저 부담이 온쪽은 결국 조인이였다.


"뭐냐! 왜 더 나아가지 않고 정체된것이냐!"


"조인 장군! 선두가 전방을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의 저항이 너무나도 거세 악장군이 버티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수많은 강동의 용장들 때문에 그들을 홀로 맡았던 악진군도 서서히 뒤로 밀리고 있었던것이다.


"지금 이 기세를 유지해라! 단숨에 놈들을 파고들고 격파해야한다!"


특히 감녕의 활약은 그들에게 있어서 재앙과도 같았다.


"내가 악진에게 직접 가겠다! 하후상! 중군 1천을 지휘하고, 다시 중군 의 위치로 후퇴하는 자들을 베어라!


나머지 중군은 선발대와 합류해 강동군을 쓸어버리자!"


조인은 아예 말에서 직접 내리고 창을 들었다.


하후상은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어쩔 줄 모르며 그를 말렸다.


"자..장군..무모합니다! 그런 위험한 일은 소장에게 맡겨주십쇼!"


"나도 이제 중군이다! 제군들! 모두 돌격!!!!!"


후방의 서황과 하후상을 믿고 죽음을 각오하여 전방으로 돌격하는 조 인군에 다시 강동군의 군세는 전방으로 쏠렸다.


"서성, 반장, 능통! 선발대의 감녕과 합류해 조인을 막아라! 이것이 최후의 결전일것이다!"


다시 조인이 직접 적의 무리를 계속 베어가며 남은 악진의 선발대의 사기를 올려주었기에 치열한 전투는 이어졌다.


그러나..


"저..저기 지원군이다! 우릴 구할 지원군이다!"


때마침 허저와 이통의 여남군이 합류하여 상황은 급변했다.


"조인 장군! 여기 이 허저가 왔소! 모두들 힘내시오!"


허저의 기병대와 이통의 병사들은 말 그대로 적을 밀어붙여 조인에 대한 포위를 최대한 무마시키려고 했다.


"나 이통이 살아있는 한, 조인 장군께 털끝 하나 대지 못할것이다!"


특히나 이통이 직접 창을 휘두르며 적들을 베고 정말로 조인에게까지 가 그를 구출해내는데 거의 성공했다.


"이통! 내 자네를 다시 봤네! 자네야말로 진정한 무인일세!"


"장군, 제가 퇴로를 준비하겠습니다!"


허저의 경우 잡졸들보다 이름 좀 날리는 강동의 무장들을 홀로 상대해갔다.


"나 능통! 여기서 니놈을 죽이겠다!"


"능장군, 이 동습도 돕겠소!"


두 사람이 휘두르는 검을 일합에 창으로 받아내고 역으로 힘겨루기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가소롭진 않지만, 딱 거기까지다! 흐아아아압!"


"크어어억!"

"으아악!"


"마.. 말도 안돼...저 두 사람을 혼자서...?"


무력으로는 강동군에서 순위권을 차지하던 2명이 일격에 밀리곤, 이에 감녕이 나서려기까지 했다.


"저놈부터 쓰러트리지 않으면, 조인도 잡을 수 없다! 모두 공...!"


하지만 이때 강동군의 진영에서부터 징소리가 울려 퇴각의 신호를 퍼 트렸다.


"대도독, 이렇게 조인을 포기하셔도 괜찮으신겁니까?"


"자경, 이번엔 여기까지요. 3만은 족히 되는 지원군이 왔으면 우리도 어쩔 수 없지, 형남 4군이 전부 유비 손에 넘어간것은 아쉽지만, 강릉 과 그 관할 지역이 우리 손에 들어왔으니 문제 없소."


강동군은 일사분란하게 포위망을 풀어가고 그렇게 조인을 놔주었다.


길고 긴 강릉 공방전이 끝나, 승자로서 유유히 빈 강릉성으로 찾아갔으나...


"대도독! 강릉성이 유비군에게 넘어갔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그들을 진동시켰다.


"뭐라!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제갈량과 관우는 분명 유강에 있지 않느냐! 어떻게 유비군이 강릉을 접수한거냐!"


"아군이 대부분 군영을 비운 사이, 조운의 기병대가 대놓고 빈 성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떻게든 성을 탈환하고 싶었만, 수적으로 열세인데다가 조운이 성을 지키니 섣불리 공격할 수 없었습니다! 죽여주십쇼 대도독!"


믿기지 않았던 주유는 곧바로 군에서 이탈해 단기 필마로 강릉까지 질주했다.


"대도독!"

"대도독을 따라라! 어서!"


전령의 보고대로 급히 강릉성 앞까지 간 주유와 강동군은 정말로 성벽 위에서 단단히 무장된 초운과 그의 병사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조운! 여긴 우리 강동의 땅이다! 손유 연합을 체결했으면서 감히 먼저 어기는 것이냐! 당장 성문을 열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나서겠다!"


주유의 협박에도 당당히 서 있던 조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말을 받아쳤다.


"대도독께선 분명 패한다면 저희가 강릉을 손에 넣기로 인정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주공에게 다 들은 소식입니다!"


"뭣...!"


두 사람에게 무심코 전했던 그 말이 비수로 돌아온 셈이였다.


당장이라도 공격을 개시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주유라도 동맹의 완전 파기를 함부로 결정할 순 없었기에 성 앞 군영으로 후퇴했다.


"대도독, 말씀하신대로 이릉성의 병력을 완전 철수시켰습니다."


강릉이 유비에게 넘어갔으니 그것과 형남 4군의 존재 때문에 이릉도 실질적으론 고립되어버려 그곳을 지키던 자들을 모두 이도로 이동시켰다.


모두가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할때, 이마의 핏줄이 굵게 솟은 주유는 차던 검을 내동댕이치고 소리쳤다.


"제갈량!!!!! 한때는 존경했었던 양반이 감히 나를 속여?!!! 들어라! 역 으로 유강으로 처들어가 제갈량과 관우를 인질로 삼아 강릉을 탈환하 겠다!"


육손이 잔뜩 흥분한 그의 팔을 붙잡고 진언했다.


"진정하십쇼 대도독, 영악한 그라면 벌써 유강을 떠났을 것입니다. 지금은 군을 재정비하는게 우선입니다!"


노숙도 나서서 어떻게든 상황을 호전시키려한다.


"유비와 제갈량의 이런 농간을 보고만 있을 순 없죠. 제게 정예병 5천을 주신다면 유비와 협상을 해 반드시 강릉을 탈환하겠습니다!"


달아오르던 화를 어떻게든 가라앉은 주유는 몰려오는 복통을 다시 참는데 애썼다.


"...이제 중요한것은 합비다! 여몽은 군 1만을 데리고, 하구를 통해 손권님의 합비공략을 돕고, 감녕과 능통은 5천 군사로 노숙을 호위해라...!"


주유와 손권의 2로 공격중 1로가 좌절되었으니 이제 믿을것은 손권의 합비 포위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조의 지원군은 계속해서 예주에 잇따르고..


"이런! 적의 기습이다! 모두들 신속히 대열을 맞춰 후퇴해라!"


"한당은 강동군의 원로 장수다! 목을 베어버리고 군공을 세우자!"


장패의 공격에 진란과 매성을 구원하려했던 한당도 퇴각하고, 산에서 장료를 상대로 농성을 벌이던 그들도 거의 전멸해갔다.


"큰일이다! 장료가 중앙을 돌파해 이쪽으로 온다!"


-진란-


"모두 산에서 벗어나 도망쳐라! 산물...!"


-매성-


어떻게든 산지에서 최후까지 발악을 해보려고 했지만, 엄청난 무력 앞 에선 그정도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타아아아앗!"


한꺼번에 무기를 들고 덤비던 두명을 일격에 참살해 마침내 장료는 잠 산을 평정시켰다.


노숙이 예정대로 강릉성으로 사신을 자처해가자 똑같이 막 성 안으로 들어가려한 유비가 그들을 반겼다.


"노숙공, 손유 연합 체결 이후로 오랜만입니다!"


"저도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유황숙. 하지만 회포를 풀 시간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죠."


두 사람은 서로 원하는대로 강릉에 대한 이권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강하에서의 유황숙의 혜안이 없었더라면 적벽의 승리도 없었겠죠. 단, 무릇 이미 잡은 먹잇감을 뺏는것은 금수나 하는짓이오.


드넓은 형남 4군과 강릉으로 땅을 서로 나누는것이 손유 연합의 본질을 이어가는데도 좋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유황숙께서 한 황실의 일원이라지만, 형주땅에선 결국 저희와 똑같이 손님의 신분이니까요."


노숙은 평소 명분을 앞세우던 유비에게 똑같이 명분으로 강릉을 취하려고 했지만 유비는 그리 신경쓰는것 같지 않았다.


"잘 말해주셨소 노숙공, 내 안 그래도 빈객으로써 해야할일이 있어서 그랬소."


명분이 없다는 말에 그렇게 답변하니 노숙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설마..."


가래 섞인 기침 소리와 여러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고 시종들의 부축을 받고 있는 유기가 나타난다.


"노숙공, 죄송합니다... 갑작스레 건강이 악화된 바람에... 이렇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유비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명분이 부족하면 말 그대로 살아있는 명분이 였던 유기를 나서게하면 그만인것이였다.


'유비 이 자가...!!'


즉, 어느 방향으로도 지금의 강동은 강릉을 받아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대도독을 볼 낯이 없구나. 역으로 우리가 유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명분이 없어지는건 우리쪽 아니더냐!'


다행히도 안좋은 유기의 안색을 어떻게든 위안으로 삼는 수 밖에 없었다.


"유황숙, 그렇다면 유기 공자가 안 계실땐 정말로 강릉을 넘겨드리실겁니까?"


"그렇습니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노숙공이 원하시는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였지만 별 수가 없었다. 이런 약속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자경! 대체 왜 그랬소! 그런 약조를 한다는것 자체가 형주에 대한 통치를 인정한다는 소리 아니요!"


별 소득 없이 반쯤 껍데기뿐인 약조만을 가져오자 주유가 불같이 화내는것은 당연한 수순이였다.


그래도 노숙은 끝까지 논리로 다른 이들을 설득시키려 했다.


"첫째, 우리 군은 지금 적벽에 이은 강릉 공략으로 인해 이미 너무 피로가 누적된 상태요. 둘째, 유기가 살아있는한 유비는 넘쳐나는 명분을 가질것이요.


가장 중요한 셋째는, 조조와 유비 모두 세력이 건재하거나 아니면 더 성장중에 있다는것입니다 대도독."


주유도 그것을 모르진 않았지만 속이 너무 분하였다.


"얼마나 많은 피해를 감수하고 형주를 노렸는데...!"


육손도 이번엔 주유보다 노숙의 편을 들어 당장의 유비와의 접전은 피하려 했다.


"행여나 우리가 유비와의 결전을 치른다면, 병마의 손실을 회복한 조조나 조인이 처들어올때 대비할 방법이 없죠,


지금은 오자서처럼 때를 기다리셔야합니다."


아직도 할말이 남은 노숙은 다시 말을 이었다.


"걱정되는것이 바로 그겁니다. 유비라면 조조 때문에 우리가 형주에 더 이상 큰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것을 잘 알고 있을테죠.


형남 4군에서 더 남쪽인 교주의 사섭은 우리에게 우호적이라 유비가 공격할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것은..."


한편 이 모든 판을 계획한 제갈량은 하후돈의 후퇴를 목격한 후 계속 유강에 남아 어떤 지도를 보고 있었다.


"강릉은 예정대로 넘어왔다. 그 다음은..."


동쪽으로는 형주를, 북쪽으로는 옹량주를 두고 있던 천하의 요새.


"서천이로군." 


"서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