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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영웅들의 시대


46) 유비, 강동으로 가다


시간이 지나고, 아직 감부인의 묘에 놓여졌던 꽃들이 시들지 않을때 강동의 제갈근은 우선 강릉에 있던 아우 제갈량을 찾아갔다.


"아우님, 그동안 잘 계셨는가? 어디 전보다 더 수척해진것 같은데!"


"하하하... 형님이야말로 점점 타고 오신 말과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역시 친형제 사이여서 그런지 농담 따먹기는 기본이였으며 그것보다 더한 이야기도 오갔다.


그리고 유비 앞에 정식적으로 제갈근이 찾아가는데...


"소인 제갈량이 좌장군..."


"그냥 유황숙이라 부르게. 군사의 형님이나 되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존칭을 쓸 필요는 없네."


"예, 유황숙."


이외에도 갖가지 형식적이나마 있던 절차들 또한 이처럼 그냥 넘어갔다.


"그래서, 손장군께선 내게 어떤 소식을 전해주려 하길래 이런 호화로운 사신단을 다 파견한거요?"


"저희 주공께선 여동생이신 손상향님과 유황숙 사이의 혼인을 주선하셨습니다."


"...뭐요?"


목가적인 분위기가 금새 깨져버리고, 어색하다 못해 섬뜩한 기운이 방을 덮쳤다.


"내 부인이 죽은지 얼마나 됐다고, 손장군께선 이런 재미있는 농담을 하시는거요?"


"주공께선 진심으로 손유연합의 미래를 걱정하고 계십니다.


여씨들도 한고조와 번쾌 장군의 능력을 알아보고 딸들을 그들의 신부 로 만들었듯, 주공 또한 유황숙의 포부를 인정하고 계신 셈이죠."


그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순간 들었던 노여움을 풀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


"베짱 한번 좋구나! 다른 자들 같았으면 함부로 입을 여는것조차도 힘 들어했을텐데!"


그리고 제갈근은 가지고 온 서신을 두 사람에게 넘겨주는것으로 침묵을 지킬 수 있었다.


"...내 다른 이들과도 이야기를 좀 해보겠네. 혼사 문제는 역시 어느정도의 고민은 해야하지 않겠나?"


"네, 유황숙,"


제갈근을 일단 다른곳으로 돌려보내고 두 사람은 급한대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마량, 장완과 가장 믿을 수 있는 관우, 장비, 조운 세 사람을 불렀다.


편지를 가장 먼저 읽은 관우는 단호히 말했다.


"척봐도 손권의 농간입니다. 더 말할 가치도 없군요, 강릉이 뺏긴것이 억울하여 이런짓을 벌이는것 아닙니까?"


나름대로 매사에 신중했던 조운도 이번엔 관우처럼 극구 반대했다.


"뿐만 아니라 거기장군으로 임명받는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도 있습니다. 반드시 거절하십쇼. 이건 음모입니다!"


하지만 마량의 의견은 두 사람과는 사뭇 달랐다.


"두 장군의 말씀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간과하신것이 있다면.. 손권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란 말이죠."


장비가 마량의 말을 듣자, 그가 한 말을 다시 풀어서 말했다.


"선생, 그렇다면 너무 뻔한 수법이라 함정이 아니라는거요?"


"정확힌 저휠 시험에 빠뜨리게 하는것 같습니다. 함정은 아니고, 혼인을 추구하는것도 더더욱 아니라면..."


여태까지 입을 다물었던 제갈량이 심사숙고 끝에 말했다.


"그렇다고 주공을 강동으로 그냥 보낼 순 없습니다. 한나라 전체가 걸린 일이니까요."


모두가 깊이 고심할때 장완도 입을 열었다.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이후 시간이 날이 저물어질 정도로 지나자, 제갈근이 있는 역관으로 발걸음들이 옮겨진다.


"유황숙? 벌써 마음을 다 잡으셨습니까?"


"그렇소, 손장군의 부름인데 어찌 내가 망설일 수 있겠소!"


같은 시각, 하구의 부도록 노숙과 대도록 주유도 자신들이 모르던 사이 벌어진 혼담을 전령으로 온 여범이 이제서야 와서 알게 되었다.


"혼례라니, 그게 정말인가?"


"저도 놀랐습니다. 다른 자들의 반대도 여럿 있었지만 장공, 보공등 기둥이 될만한 호족분들께서도 이번 일에 찬동하셨습니다."


주유와는 달리 부동의 자세와 표정으로 생각하던 노숙은 그제서야 고민이 풀렸다.


"이건 유비를 꿰어내기 위한 수만이 아닌것 같습니다."


"자경, 그게 무슨 말이요?"


똑같이 이해한 참모 육손이 대신 답변했다.


"주공께선 유비의 부인이 죽은 일을 일거양득의 기회로 쓰시려는 겁니다.


한편으론 유비를, 한편으론...자신의 말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자들을 가려내기 위함이죠."


자신이 알고 있던 어리숙한 손권이 그런 수를 다 생각해내니 느낌이 여러 의미로 새로웠다.


아무튼간에 이건 역시 기회였다.


"여범, 유비가 이걸 승낙한다면 사실상 그는 우리 손안에 드는것이네. 자넨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입니다. 유비의 세력은 강대하나 그를 쥐어잡을 수 있다면 무서울것이 없죠!"


주유의 생각을 간파해낸 노숙이 그를 극구히 말렸다.


"대도독! 유비를 붙잡는것이 역으로 화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자경, 이는 모두 강동을 위한 일이요. 부디 날 막지 마시오!"


"유비가 인질이 되어 제갈량과 관우를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조조는요? 손유 연합이 사실상 완전히 붕괴된것을 안다면, 한달이내로 모든 정비를 마치고 다시 총공세를 펼칠것입니다.


현재 조조에겐 10년동안 전쟁만해도 충분한 물자가 있지만, 강동과 절반만의 형주로는 10년은 고사하고 8년, 9년이 지난다면 군영의 창고엔 쌀 한톨도 남지 않겠죠.


유비나 우리나 아직 준비가 마쳐지진 않았습니다. 유비를 처단해도 안심이 놓일때까진...10년은 기다려주십쇼!"


노숙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탁은 주유의 성질을 건들이기 쉬웠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대도독의 자리에 있는지는 알고 그런 소릴 하는 게요! 선 주공이 돌아가신 날 내가 어떤 마음이였는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한적이 있는게요!"


평소같았으면 노숙에게 하지 않았을 말이였지만, 순간 감정이 격정되서 그런지 그렇게 화를 내며 자릴 떠났다.


"자경은 하구를 지키고 계시오! 육손과 여범은 날 따라라, 내 직접 주공을 뵙겠다!"


육손도 마지 못해 노숙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던 찰나, 그가 육손의 팔을 붙잡는다.


"백언, 부탁이네, 대도독이 치명적인 실수를 벌이게 둘 수는 없네!"


"걱정마십쇼 부도독, 저도 부도독과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일개 참모일뿐이지만 어떻게든 힘이 닿는데로 대도독을 말려보겠습니다."


주유, 여범등이 유비와 제갈근보다도 먼저 오에 도착해 손권을 만나 유비를 잡아둬야할것을 주장했다.


"자네 말은, 유비가 자릴 비운 틈을 타 우리가 형주를 흡수하고 거기에 이어서 비옥한 서천을 쳐서 장악하자는건가?"


"그렇습니다. 유비가 인질로 강동에 잡혀있다면 제갈량이라도 감히 우릴 거스를 수도 없을텝니다. 명분도 부족하지 않으니, 하명만 해주신 다면 유비를 주지육림에 빠트리도록 하겠습니다!"


손권은 아끼는 화분에 물을 주는것을 마치곤 고개를 주유에게로 돌렸다.


"공근,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한 황실의 숙부씩이나 되는 사람을 함부로 연금시킨다면 그건 벌 받을짓이지.


육손, 여범. 자네들은 먼저 나가 유비를 맞이하고 따로 안내해주시게. 지금은 공근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어."


두 사람을 돌려보내고 주유와 오랜만에 차를 나눠마시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주공, 유비는 결코 얕볼 상대가 아닙니다. 기회가 왔을때 그를 꺾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조조와 대항해야합니다!"


"관우, 장비, 제갈량, 조운은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 단, 유비는 예외일세. 어디 도망이나 쳐 내 도움이나 받으려는 양반이 무슨 위험이 되겠는가?"


이제서야 주유는 손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달았다.


"주공... 안됩니다..."


벌벌 떨리는 주유의 입술에 손권은 자신의 입장에 쐐기를 박았다.


"유비는, 내 적수가 못돼."


때마침 오로 온 유비와 제갈근은 강동 땅을 밟자마자 육손과 여범 두 사람을 만났다.


"유황숙, 강동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헌데 뒤에 계신 무장은..."


유비는 자신의 뒤에 선 거한을 아주 자신있게 소개했다.


"인사하시오, 이자가 바로 내 자랑스러운 아우, 관우요!"


소문으로만 듣던 관우를 직접 두 눈으로 보니 두 사람도 벌벌 떨 수 밖에 없었다.


"과...관장군이라면 그 안량과 문추를 죽인...?"


이렇게 된다면 유비를 강동에 묶어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막혀버리니, 육손도 속으로는 주유의 말이 실행될리가 없어 안심했다.


...됐다. 따로 별 수를 쓰지 않아도 부도독께서 우려하신 일은 터지지 않겠구나...


이때 손권의 시녀 하나가 급히 이리로 달려와 육손을 찾았다.


"육손님, 큰일입니다! 손권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대체 무슨 일이요?"


"주유님께서 위독하십니다, 어서 가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