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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영웅들의 시대


47) 깎여가는 생명


삼국지-영웅들의 시대


47) 깎여가는 생명


손권의 발언은 사실상 주유에겐 노숙이상으로 완벽한 대치점이었다.


유비를 결국 낮잡아보지 않고, 진정한 적수로 인정하는것은 결국 주유뿐이였던 것이다.


이때의 충격과 불안이 무언가 그에게 영향을 준것은 분명했다.


'유비를 사로잡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형주에 대한 우선권은 사실상 그들이 가진다..우리 말을 들을리는 더더욱 없고.. 결국 그와의 공존을 해 야한다는건가? 그럴 순...!


정신을 차려보니 손권을 눈앞에 두지 않고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


말 그대로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린 상황.


'...뭐지. 왜...갑자기 머리가 이렇게 아프고, 앞뒤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걸까..


젊은 나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수수께끼의 병...


"여봐라...누가 여기 좀.."


조조를 이겼던 그 주유도 하늘의 뜻 앞에선 다른 방도가 없어진것이다.


"아..."


전신의 힘이 풀리고, 의식이 흐릿해지자 금방 몸의 균형을 잃어버린다.


그가 진정으로 다시 제정신을 차렸을땐 저번처럼 또 다시 낯선 천장이 그를 반겨줬다.


그리고, 더는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도,


"...대도독."


그 옆에는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게도 노숙과 육손이 있어주었다.


"자경... 내가 대체 얼마나 여기 있었던거요?"


노숙은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쳤다.


"무려 나흘이요, 나흘 동안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하고 이곳에서 눕고만 있었소! 겨우겨우 종들이 입을 벌려가며 먹인것이 있으니 다행이지, 정말로 큰일날뻔 했소!"


"여몽 장군은 곧 이도에서 오실껍니다. 대도독, 한동안은 정말 요양에만 전념하십쇼. 그동안은 저희가 군무를 맡겠습니다."


이와중에도 그는 떨리는 손의 감각이 이전만 못하고, 머리에 들어오는 정보들이 이전보다 늦게 들어오고 있음을 계속 지각하고 있었다.


"유비는...그대로 형주로 떠난건가."


"예정되어있던 혼례는 모든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시키고, 약 반시진 전에 이곳을 떠났습니다. 또한..."


육손은 관행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던 노숙을 고개를 저으며 말리더니 노숙도 자신이 하면 안될 말을 했다는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또 무슨 일이요.."


"하...최대한 공근을 쉬게 놔두고 싶었건만."


이때부터 노숙의 말이 한층 더 풀어졌고, 육손은 결국 하는 일이 남았는지 자릴 비웠다.


심각한 병때문에 간절해진것처럼 주유의 요청에 따라 나홀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하나하나씩 알려주었다.


"십중오육은 내가 쓰러졌단 소식을 듣고 움직인 반란군들이로군..진압군은 어찌됐는가..?"


"여대, 하제, 능통, 장흠, 주태같은 믿을만한 장수들이 움직였네. 아직 들리는 소식같은건 없지만 분명히 일이 잘 풀릴걸세."


이외에도 문제가 될만한 다른 일들은 노숙과 여몽, 그리고 육손등이 나서서 일을 잘 처리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자경은 역시 내가 없어도 알아서 전부 다 할 수 있었구려."


"내 공근만은 못하지만, 공근이 할 수 있는 일중에서 내가 못하는 일은 많지 않지. 허허허..."


주유도 이제서야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었다.


"자경 덕분에 돌아본 내 인생을 보자면, 난 항상 강박에 시달렸소. 뛰어 난 초인인 누군가는 강동을 위해서라면 조조, 원소같은 강적에게 맞서 기 위해 모든것을 불태워야한다고 생각했지.


오만한 소리같아 보일 수는 있겠지만 우리중에서 가장 뛰어난 내가 살아있을때 모든것이 끝난야한다고 봤소,


자명은 뛰어나지만 너무 뜨겁고, 백언은 현명하지만 아직은 미숙하고, 자경은 믿을 수 있지만 나에겐 있는것이 없으니까."


그런 고백에도 불구하고 노숙은 그저 웃을 뿐이였다.


"그래서 그렇게 평소에도 독박이나 쓰고 다녔던거요? 하하하하, 공근도 결국 사람인데 별 수 있소?


저기 저 장강도, 단순히 본인의 힘만으로 길게 늘어진것도 아니요. 수천리의 풍수지리가 하나 되어, 강이 그런 형태가 된것이지."


주유는 노숙의 손을 붙잡곤 말했다.


"내가 지금에서야 깨달은 바가 두가지가 있소. 첫째는 이젠 내가 없어도 셋이 힘을 합친다면 나를 넘을 수 있다는것이고..


둘째는 자경, 당신이야말로 나보다 더 진정한 대도독에 가깝다는 것이


요."


차가운 바람이 밤공기를 엄습하고 유린했다.


제갈량은 그래도 밤하늘을 보며 하늘의 뜻을 힘이 닿는데로나마 읽으려했다.


"...곧 대장이 하나 죽는구나. 누구인가, 초초인가, 손권인가, 조인인가, 아니면..."


자릴 진작에 빠져나간 육손은 오밤중 손권을 찾아가 큰절부터 올렸다.


"이밤중에 왠일인가?"


"신, 육손. 큰 마음을 먹고 이 자리에서 상소를 올립니다.


부디 부도독 노숙을, 대도독으로 임명시켜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