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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영웅들의 시대


49) 내쫓기는 손님들


유비군엔 관우와 제갈량, 조조군엔 순욱과 조인, 손권군엔 장소와 주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중 주유의 사망은, 당연하게도 천하를 웅성이게 할만큼 큰 파장을 주었다.


파장속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것은 역시나 주유에게 직접 참패중 참패했던 조조였다.


"주유가 부상과 지병으로 인해 죽어?"


"그렇습니다, 현재 강동에선 모든 장수들과 관원들이 상복을 입고 매우 진중한 장례를 펼친다고 합니다."

-종요-


조조의 입꼬리는 숨기고 싶어도 숨기지 못할만큼 올라갔다. 실은 섬길 생각도 없어보였지만..


"하하하하! 잘됐군! 잘됐어! 내 죽은 주유를 위로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를 강릉 태수로 임명하고, 손권 또한 그가 바라던대로 거기장군에 임명시키겠네! 으하하하하!"


이때 화흠도 자리에서 일어나 조조에게 간언했다.


"승상, 이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절호의 기회입니다. 속히 합비의 장료 장군과 청주로 돌아간 장패 장군을 호출하고 군사를 파견하여 그대로 강동을 함락시키십쇼!


주유가 죽은 지금이야말로 강동이 가장 취약할 시기입니다!"


-화흠-


조조는 웃음을 멈추고 잠시 고민하더니, 순욱에게 물었다.


"문약, 지금 당장 양주와 예주의 군량미를 전부 동원한다면 얼마나 모이지? 세를 더 걷지 않는 선에서 말일세."


"그정도라면.. 당장은 대략 8만대군을 3달동안 먹일 군량이 나올것입니다. 수달을 기다리면 수확을 할 수 있으니, 그렇다면 남는것은 많게는 11만 대군을 3달 동안 먹일 수 있습니다."


그러자 조조는 손가락을 펼치고 몇번 접다 폈다 하니 관두었다.


"그만두자. 그정도 가지고는 안돼, 지금의 배는 되어야 안정적으로 강동을 공략할 수 있다.


허...지금 당장에도 내 군대가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적벽에서의 손실을 복구하고 또 그것을 유지하고자 하니 비용이 만만찮게 드는구나."


그러더니 아예 책상을 뒤엎고 소릴 지르며 역정을 내었다.


"천하 대부분은 이 조맹덕의 것인데, 관도에서도 하비에서도 들었던 군량이 부족하다는 소릴 아직도 들어야하는것이냐!"


이에 곁에 있던 순유가 날뛰던 조조를 붙잡고 그를 진정시키려했다.


"승상! 방책이 있습니다, 유비와 손권간의 결전에서 쓸 군량이 부족하면 비옥한 땅을 또 구하면 됩니다!"


"어디! 그런곳이 더 남아있긴 하냐!"


"서천이라고도 불리는 익주입니다. 워낙에 외진 지역에 산지까지 있 어 중원 지역과는 달리 출입이 쉽진 않지요.


하지만 수천리에 이르는 그 긴 산맥들의 정기가 분지로 흘러들어가기 에 땅이 비옥해 한고조도 그곳에서 거사를 준비했습니다!"


그 말을 듣던 조조는 다시 또 침착해지더니, 순욱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분명... 익주의 유장에게서 온 사신이 있지 않았나?"


"...있긴 했습니다만.. 승상께서 만남을 거부하시는 바람에, 아직도 이 곳 허도에 남아있습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조조는 일을 순욱에게 맡긴 뒤 홀로 익주에서 왔 다는 자를 따로 불러 직접 만나보고자 했다.


"그대가 바로 장송이라 하는 서천의 사대부요?"


장송은 고운 비단옷을 입었지만 그렇지 못한 흉측한 외모에 요상한 걸 음걸이까지 보여줘 조조는 처음부터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방통도 외모가 좀 꼴불견이긴 했지만 단번에 흉측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는 아니였다.


"그렇습니다 승상, 다름이 아닌 저희 익주의 운명을 승상께서 맡아주 셨으면 합니다." 

-장송-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오자마자 운명이 뭐가 어쩐다는거냐!"


장송은 무릎을 꿇고 가져온 서신을 조조에게 넘겨줬다.


"제 주군 유장은 작위를 부친으로부터 세습받아 날때부터 명망없이 한 주를 통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족한 위엄으로 북쪽으로부터 장로를 막지 못하고 안에서부턴 사대부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손권이나 유비에게 익주가 넘어갈지도 모르니 승상께서.."


그러나 분개한 조조는 편지를 박박 찢어버리고 그대로 종이 뭉치를 그 에게 던진다.


"가관이구나! 가관!!! 네 주군이 못나, 간언을 하는것도 아니고 아예 땅을 남에게 넘겨주려는구나!"


"승상! 익주의 사대부들은 모두 하나같이 충직합니다! 다만 유장이 충신들의 말을 듣지 않아..."


"이것이 첫번째 이유다, 그리고 둘째는! 난 요저번에도 못생긴놈한테 한번 당한적이 있다! 내가 또 그런 말도 안되는 함정에 넘어갈것 같으냐!"


역으로 장송이 곤장을 맞을뻔하기까지 했지만 그전에 열받은 장송이 먼저 자릴 나가 그럴일은 없었다.


"..저놈 말대로라면 한중의 장로가 독립을 했으니.. 어차피 각개격파하는것도 늦지 않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어찌됐든간에 주유의 죽음은 형주의 유비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주유가 죽고, 노숙이 다음 대도독이 되었으니 우리 입장으로서는 한 숨 놓인 셈이로군요."


"그렇네 공염, 조조와 손권, 양측 세력이 모두 억눌리니 우리는 힘을 키 우면서 익주로 들어갈 때를 기다리면 되는걸세."


제갈량이 각군을 감독하러 갈때 유비는 주로 장완과 마량을 통해 정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마량이 또 한마디 올리는데..


"다 좋지만, 조조가 만약 힘을 회복한다면 가장 처음으로 잃어버린 형주를 노리지 않겠습니까?


그리 된다면 손권도 그 틈을 타 저희 형남 4군을 노릴지도 모릅니다."


"아닐세, 손권이 지금 당장 열성적으로 노리는것은 예주와 양주지. 오히려 그는 지금 우리가 조조를 적당히 견제해주길 바랄걸세, 그래야 합비를 공격하는게 더 쉽지 않겠는가?"


"그렇군요..."


유비는 제갈량이 알려준대로 지도를 찍어가면서 다시 설명했다.


"노숙이 이곳 하구에 있으면, 손권과 여몽은 오에서 넘어가 북진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도 승리하긴 쉽지 않을꺼다. 합비에 장료씩이나 되는 장수가 있으니 말이다."


주유의 성대한 장례식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바쁜 시국이니만큼 정무와 군사는 멈출 줄 몰랐다.


주유의 병세 악화로 인해 발발했던 반란들도 진압군의 활약으로 금새 제압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성과를 보여줬던건 다름 아닌 하제였다.


"소장 하제가, 돌아가신 대도독과 주공께 심심한 위로를 드리고자 감히 주대독의 일족들을 노리려고 했던 산적들과 반란군의 수급 1천개를 가져왔습니다!"


손권은 수급과 소금만 담긴 무거운 상자가 100개가 바깥에 쌓여있는 것과 반란군 우두머리의 수급함을 보니 웃으면서 말했다.


"공근의 식솔들을 지켜주느라 고생했소, 이정도면 그도 하늘에서 웃을 수 있을것이요. 근데 오자마자 다시 부탁해서 미안하지만..이번엔 다른 장군을 지원했으면..."


"물론입니다 주공!"


다행히 대도독 교체로 인한 혼란기도 저물어가고 있었지맴 어째 보여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자경은 어디있지? 자포, 노숙이 어디있는줄 아나? 아까까지만 해 도 둘이 같이 있지 않았나."


"저와 장례식장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온 빈객을 한 사람 보더니 그를 찾으러 뛰쳐나갔습니다. 저도 자세한 내막은 잘..."


손권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노숙이 그런 짓을 하다니..게다가 대도독으로서의 신분도 망각하지 말아야하지 않나. 대도독이 품위가 있어야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급하게 노숙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자경! 대체 무슨일이요! 후임 대도독이 그리 쉽게 전임의 장례식 자릴 비워도 되는거요?"


"주공, 죄송합니다. 허나 고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 있었기에..."


노숙의 신호에 따라 문이 다시 열리고 지저분한 용모의 누군가가 나타났다.


"소인 방통, 손장군을 뵈옵니다."


당황한 손권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장소를 보자, 그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뒤 다시 노숙을 보고 물었다.


"이분은 천하제일의 기재중 한사람, 바로 봉추 선생님이십니다!"


방통도 웃으면서 노숙에게 맞춰주었다.


"허허허..제 본명보단 별명이 더 잘 알려져 있긴하죠!"


손권과 장소도 방통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봉추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있긴 했다.


"그럼 그대가 정말로, 적벽에서 연환계를 맡아준 그 봉추란 말이요?"


"그렇습니다!"


이런 형편없어보이는 필부가 그 주유, 제갈량과 맞먹는 천재라고 생각하니 손권도 그를 수상하게 느꼈다.


"...주유와 그대의 재주를 비교하면 어떻소?"


방통은 갑자기 구부정하게 낮추던 몸을 바로 일으켜 세우며 대소했다.


"하하하하하! 어찌 주유 따위의 재능을 감히 제게 넘보게 한단 말입니까!"


예상외의 방통의 행동에 노숙과 장소는 기겁했고, 손권은 아예 표정을 찡그렸다.


"여봐라! 당장 저 오만방자한 미친놈을 쫓아내라!"


주위의 시종들이 웃음을 멈추지 않던 방통을 끌고 나가더니 장소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내려놓으면서까지 손권을 붙잡으며 말렸다.


"주공, 안됩니다! 저자가 진짜 봉추라면 정말로 능력이 주도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수도.."


"자포는 가만히 있으시오, 그대도 같이 쫓기고 싶은거요?!"


방통을 데려왔던 장본인인 노숙도 마찬가지로 빌었다.


"봉추 선생은 장자방과 견줄 수 있는 자입니다. 그런 자를 이리 쉽에 버리시면..!"


"나의 정치에서 품위를 망치는 불품없는자는, 아무리 장자방이라 해도 용서치 않을거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