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컴: 딜리버런스의 배경은 1400년대 보헤미아(체코)인데 이 게임은 하다보면 좀 구석진 곳이나 시골 마을 변방에 가면 마치 장승처럼 생긴 구조물(토템)이 자리잡고 있음. 이 토템의 정체는 과거 체코의 슬라브인들이 섬기던 다신교의 신 스반토비트(Svetovid)임.


스반토비트는 각 면을 따라 네 가지 얼굴과 여덟개의 팔을 가진 신으로 묘사되는데 각각의 얼굴은 야로비트(Iarovit, 분노), 포레비트(Porevit, 힘), 루제비트(Rujevit, 발정), 트리글라프(Triglav, 활력)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원초적인 자연 혹은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신으로 여겨지며 얼굴이 여럿이라는 점과 슬라브인 역시 인도유럽인 계통이란 점 때문에 학계에선 인도 신화와의 연관성을 추정하기도 함.


(알폰스 무하作 '스반토비트 신전의 이교 제전'. 무하는 아르누보의 거장으로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슬라브민족주의자면서 골수 가톨릭신자였다는 복잡한 면모를 가지고 있음.)


1100년대 북방 십자군의 기록에 따르면 독일 북부에 살던 서슬라브 계통의 베네티/벤트족(Wends)들은 뤼겐(Rügen)이란 섬에서 스반토비트를 모시는 사원을 짓고 전사들이 그 우상을 수호했다는걸 보면 당시 보헤미아에도 스반토비트나 이와 유사한 토속 다신교를 숭배하는 집단이 아직 남아있었을거로 여겨짐.


하지만 이미 킹덤 컴의 시대가 되는 1400년대쯤 되면 이미 중부유럽과 동유럽의 슬라브족과 발트족들은 1386년 리투아니아를 마지막으로 대부분 기독교로 개종한지 오래라 옛 신들은 잊혀지거나 금기시되어 우상들도 대부분 파괴됐을거임.


그나마 저 토템들은 인게임에서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긴함.


허나 이미 몰락해버린 옛 신들의 영광을 알리듯 쓸쓸히 버려진채 서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