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튀김이란 무엇인가?
튀김(Deep frying)은 말 그대로 뜨거운 기름에 무언가의 식재를 담구듯이 익히는 조리법으로, 우리나라에선 그러한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음식들을 총칭하여서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튀김이란 것은 어디에서, 어느 곳으로부터 시작되어 나타난 것일까? 크리스마스하면 치킨. 오늘은 튀김이라는 조리법과 그로 인해 생겨난 음식의 역사에 대해 한 번 알아보고자 한다

물론 기념일로서 근본 따지면 크리스마스 치킨은 튀김이 아니긴 한데, 느그나라에서 알 빠는 아닌 듯 ㅋㅋ
이하 정보는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유튜브 각종 블로그 및 해외 정보 사이트를 기반으로 하여 취합하였으므로 정확하진 않을 수 있으니 흥미 유발용으로만 읽어주길 바람. 반박시 니 말이 맞음







일단 튀김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그러나 생각만큼 다른 일반적인 조리법에 비하면 그렇게 길지만도 않다
당연하게도 정말 '최초'의 튀김이라는 조리 방식이 발견된 역사는 언제였는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이제 막 완전하다고 할 수 있을만한 현재의 진화 형태를 갖추고 무리 생활을 이루며 수렵으로 살아가던 우리들의 먼 선조 인류들에게 있어 튀김이란 조리 방식은 말도 안될 정도의 사치 그 자체인 조리 방식이었다. 당장 굶어죽게 생겨서 구워먹기도 바쁜데 뭔 얼어죽을 튀김이냐고 ㅋㅋ

그러나, 그럼에도 현재의 우리 인류에게서 발견될 수 있는 '거의 최초'라고 부를만한 사료들은 있다.




바로 이 음식. 이 음식은 잘라비예 (Zalabiyeh, زلابية) 라고 불리는 음식으로 줄비야, 질라피라고도 부른다. 현지에선 지금은 바리에이션이 많지만 주로 잘레비 (Jalebi)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는 듯. 이 음식은 얇게 만든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넣고 튀기는 것으로 완성되는 요리로, 말하자면 원시 도넛이나 꽈배기 쯤 되는 요리이다.
이 요리의 조리법이 기록된 것은 약 9~10세기, 아랍 지역인 바그다드의 작가였던 이븐 사이야르 알-와라크 (Ibn Sayyar al-Warraq)가 작성한 요리책인 키타브 알-타비흐 (Kitāb al-Ṭabīkh, كتاب الطبيخ)이다. 뭔가 대단해보이는 이름이지만 사실 별 거 없이 그냥 '요리책'이란 뜻으로, 편찬자였던 그는 아바스 왕조의 후원을 받아 132개의 챕터로 나뉜 약 600종의 요리 레시피를 기록하여두었다고 한다.

이 쯤에서 확실히 앞서 말하였던 것처럼 생각보다 길지만, 생각보단 짧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요리법' 자체가 기록된 것이 아닌 '튀김 요리' 자체의 역사는 이 이상으로 길다. 왜냐하면 이 요리 자체가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현대의 레반트 지역 부근. 유대교, 그리고 기독교 및 개신교 신자들에게 있어선 더욱이 익숙할만한 지명인 이른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약속의 땅' 으로 잘 알려진 가나안 지역에서이기 때문이다.



(삼하 13:7)다윗이 사람을 그의 집으로 보내 다말에게 이르되 이제 네 오라버니 암논의 집으로 가서 그를 위하여 음식을 차리라 한지라
(삼하 13:8) 다말이 그 오라버니 암논의 집에 이르매 그가 누웠더라 다말이 밀가루를 가지고 반죽하여 그가 보는 데서 과자를 만들고 그 과자를 굽고
(삼하 13:9) 그 냄비를 가져다가 그 앞에 쏟아 놓아도 암논이 먹기를 거절하고 암논이 이르되 모든 사람을 내게서 나가게 하라 하니 다 그를 떠나 나가니라
(삼하 13:10) 암논이 다말에게 이르되 음식물을 가지고 침실로 들어오라 내가 네 손에서 먹으리라 하니 다말이 자기가 만든 과자를 가지고 침실에 들어가 그의 오라버니 암논에게 이르러
(삼하 13:11) 그에게 먹이려고 가까이 가지고 갈 때에 암논이 그를 붙잡고 그에게 이르되 나의 누이야 와서 나와 동침하자 하는지라
(삼하 13:12) 그가 그에게 대답하되 아니라 내 오라버니여 나를 욕되게 하지 말라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마땅히 행하지 못할 것이니 이 어리석은 일을 행하지 말라


이 구절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잘 알려진 다윗의 장자이자, 희대의 근친충인 암논이 자신의 배 다른 누이인 다말을 꼬시려들려 하는 부문이다. 이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주제와는 관련이 없으니 차치하도록 하고, 구약성서에 포함되는 사무엘기에 포함되는 이 구절에 언급되는 저 '밀가루를 가지고 반죽하여 만든 과자' 라고 언급된 것이 바로 위의 잘라비예로 파생된 튀김 요리의 기원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원문에서는 해당 구절은 튀김 (לְבִיבוֹת)으로 언급되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튀김의 역사는 기원전 약 2000년으로까지 돌아가며, 그 이전에도 '기름을 통하여 튀겨낸 요리'에 대한 발상은 누군가로부터 생겨나 일반적으로 퍼져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요리책에서도 적혀졌듯 이 때까지 사용된 기름, 즉 식용유는 모두 동물로부터 나온 것. 주로 양과 돼지기름(Lard)이 많이 쓰였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튀김의 문화는 피어나고 있었으니, 아랍 지역보다도 더욱 먼저 튀김이란 음식 문화가 피어난 곳은 바로 고대 문화의 많은 상징처들 중 한 지역으로 돋보이는 고대 그리스이다. 고대 그리스에선 약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알음알음 튀김을 통한 조리 방식이 생겨나지고 있었으며, 이들에게 튀김의 재료로 사용된 것은 여신 아테나와 그 축복을 받는 도시, 아테네의 상징수였던 올리브 나무의 열매로부터 추출한 식물성 기름이었다.



당연히 그리스 문화를 너무너무 사랑한 로마에서도 기원후 1세기부터 그 튀김 문화가 변주되어 프리게레 (Frigere) 라는 조리법으로 대중적인가와는 별개로, 일반적이게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과는 별개로 초기에는 그 요리 자체가 크게 융성하진 못하였는데, 튀김 요리가 퍼지지 않은 것엔 우선 맛의 문제가 있었는데, Maurizio Bettini가 저술한 책 Homo Edens에서는 이렇게 적혀있다.

" ··· 우리의 조상들은 특별히 튀긴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피키우스가 말하기를 요리에 사용될 액상식품을 음식에 부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게 만들어지도록 하였다고 한다. ··· "
( ···our ancestors did not particularly like fried foods. So much so that Apicius says that the cooking liquid was then poured on the food so as to make it soft and succulent again··· )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올리브 오일은 로마인들에게 있어선 주로 화장품과 같은 미식(美食) 혹은, 종교 의식이나 군인들을 위한 물자로서 사용되었을 뿐 튀김 재료로서 주방에서 그 모습을 빛내었던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기본적으로 로마의 튀김 요리에 대한 기반이 결국 올리브 오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계 때문이었는데, 올리브 오일은 그 자체로선 다소 떫은 맛이 있고 쉽게 산패되는 성질을 가졌기때문에 당시의 시대적 환경에 있어선 수확지로부터 신선한 올리브를 구하여 튀김용 기름으로 사용되는 것은 결코 가성비 좋은 선택은 아니었고, 그 결과물도 그리 바삭하고 맛있는 튀김 요리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발휘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타 지역으로부터 돼지기름과 버터를 이용한 튀김 방법이 전하여지고, 이를 통한 튀김 요리가 만들어지며 로마에서도 튀김에 대한 사랑은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의 각 지역과 아라비아 반도에도 튀김 요리에 대한 조리법이 퍼지게 되니, 이보다 다음 세기인 10세기 이후의 이스라엘과 이집트 및 중동 지역, 스페인과 포르투갈, 서유럽과 북유럽 부근에도 차례차례 새로운 튀김 요리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지역 일대에 전래되어 14세기부터 모습을 드러낸 튀김 요리 팔라펠 (Falafel)
병아리콩이나 또는 누에콩을 갈아 둥글게 빚어 튀긴 요리로, 기원은 이집트에서 처음 발견된다.


유럽에 전래되어 13세기 모습을 드러낸 튀김 요리, 퍼넬 케이크 (Funnel cake)
독일에서는 드레히더쿠헤 (Drechderkuche), 핀란드에서는 티파레이패 (Tippaleipä)라고 불린다고 한다.



스페인에 전래되어 16세기에 모습을 드러낸 튀김 요리, 삔따로하 엔 아도보 (pintarroja en adobo)
사용된 재료가 이전 요리들과 같은 밀가루 반죽이 아닌 생선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포르투갈에 전래되어 16세기에 모습을 드러낸 튀김 요리, 페이시뉴스 다 오르타 (Peixinhos da horta)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튀김으로 만들어진 요리는 에피타이저와 같은 '간식'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이후인 대항해시대. 포르투갈 선교사들은 긴 항해 끝에 일본에 도달하고, 튀김 문화는 머나먼 바다 건너의 땅 일본에까지 전해지게 된다. 당시 전국시대를 종결시키고 천하인(天下人)의 자리에 오른 오다 노부나가에게 선교사들은 별사탕과 양초 등을 조공으로 바치고 나가사키 항구에서의 무역을 허가받게 된다. 우마우마한 콘페이토를 바치는테치 ww

이 때 포르투갈과의 외교를 통해 우리도 잘 알다싶이 대표적으로는 조총. 그리고 가톨릭 문화와 빵, 그리고 그 제조법 등을 전해받게 되는데, 사실 튀김 문화까지 일본에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은 처음에는 없었고, 그저 우연의 산물로 전해지게 된 것이 사소한 계기로 추정되고있다.



그 사소한 계기는 바로 사계의 제라는 지금은 없는 가톨릭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사계절에 각각 3일씩 단식·금육하며 기도하던 날로, 이 사계의 제를 포르투갈어로 부르던 것이 쿠아투아르 뗌뽀르 (Quatuor Tempora)이다. 즉 당시 무역 중 일본에 체류 중인 포르투갈의 선교사들은 사계의 제를 지내는 기간동안 육식을 할 수 없어 그 대체제로 다른 것을 먹었던 것인데, 마침 항구와 인접해있는 나가사키이고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이였기에 주로 나가사키에서 자주 유통되었던 새우나 기타 생선같은 것들을 기름에 튀겨 앞서 말하였던 튀김 요리인 '페이시뉴스 다 오르타' 를 만들어 먹은 것이다.

때문에 당시 나가사키의 사람들은 그러한 선교사들의 특이한 것을 먹는 조리 광경을 보며 무엇을 먹는 지 궁금해하였고, 그에 대해 선교사들은 " 사계의 제(= 쿠아투아르 뗌뽀르)를 하는 기간이기에 먹는 것이오 " 라고 답하였을 것임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기적의 일본식 쟈플리시에 의해 그 말이 와전되고 조리법이 전해지며, 변형의 변형을 거쳐 탄생한 음식이 바로 지금 우리도 잘 알고있는 일본의 대중적인 튀김요리, 덴뿌라가 탄생된 배경인 것이다.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 일본의 튀김 요리, 덴뿌라 (天ぷら, 天麩羅)
표기는 포르투갈어를 음차한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



그리고 에도 시대에 이르러, 일본에선 유채꽃 재배를 통한 채취가 크게 늘며 식용유를 이전보다 구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고, 4면이 바다라는 섬 나라의 특성상 신선한 수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당시 평민들을 사이로 반찬으로서, 혹은 빠르게 먹고 떼우기 쉬운 패스트 푸드로서도 큰 인기를 얻었고, 거리엔 그러한 노점들이 크게 확산되었다. 꼬소하고 바삭한 튀김의 매력은 당시에도 어딜가지 않았기에, 주로 평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던 덴뿌라는 사무라이와 같은 지배 계층에서도 체면을 챙기기 위하여 삿갓이나 천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노점에 드나들거나, 혹은 하인을 시켜 덴뿌라를 가져오게 하는 일들이 알음알음 많았다. 그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덴뿌라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그게 죽은 원인이 아닌가 하는 설도 돌 정도니, 과연 역사적으로도 튀김은 야스라고 할 수 있다


이후로도 18세기를 전후로 프렌치 프라이가 만들어지고 19세기부터 피쉬 앤 칩스, 프라이드 치킨, 도넛과도 같은 레전드가 될 현대식 튀김 요리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으나 거기까지 써내려가기 시작하면 다큐 한 편 나올 것 같아 일단 이 쯤에서 줄여본다. 크리스마스에 여친은 모르겠고 1년동안 수고한 나 자신을 위해서 치킨 한 조각정돈 뜯어보는 게 어떨까? 긴 글 읽어줬다면 고마워,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