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pectator.co.uk/article/the-long-defeat-of-the-french-language/

브렉시트 이후 모든것이 달라질것으로 보였다. 영어권의 세계 지배가 종식되고, 유럽연합을 세운 유럽 주요국들의 언어가 다시 세력을 떨칠것이라고. 최소 프랑스는 그렇게 믿었다. 파리의 관료들에게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유럽연합내 프랑스어의 지위격상을 시킬 호기였다. 작년, 프랑스 외교관들이 발표하기를 모든 주요 회담은 프랑스어로 말해야되며, 번역 또한 프랑스어로 되어야한다고 했다.


프랑스어는 유럽연합의 3대 사무 언어중 하나이고, 한때는 유럽 경제 공동체의 제 1언어였으나 그 지위를 영어에게 뺏긴지 오래이며 유럽내 모든 기관은 영어화되고 있다. 어떤 프랑스 정치인들은 프랑스어만이 " 유일한 유럽연합 사무어 " 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렉시트가 앵글로 색슨 문화를 몰아낼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하면서.


프랑스 대선 후보였던 에릭 제무르는 브렉시트를 영어 보이콧의 명분으로 삼아야 된다고 까지했다. 영어가 그가 사랑하는 조국 프랑스의 언어를 파괴시키고 있다면서. 제무르는 영국이 나간후로 오직 유럽연합내 두개의 소국인 아일랜드와 몰타만이 공식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프랑스어가 유럽연합의 대표 공용어가 되야한다고 주장했다.



" 저는 프랑스어가 영어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나설때라고 봅니다. 회고해보자면 원래 프랑스어가 유럽연합의 핵심언어였지 않습니까? "


그러나 다른 유럽 국가들은 그런 주장에 딱히 동의하지 않으며, 이렇게 역설한다.

우리는 이미 영어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 실제로 포르투갈이 유럽연합 의장직을 맡았을때, 대사 누노 브리토는 유럽연합 회의에서 영어만을 사용하다시피했다.


그리고 프랑스 대선이 다가온 2022년경, 프랑스어가 국제어로 쓰여야된다는 그 주장에 발틱 국가와 북유럽 국가들은 넌덜머리를 냈다. 왜냐면 그들 국가의 국민 다수는 유창한 영어를 이미 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것이 영어의 쇠락을 알리는듯했으나 역설적이게도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영어는 더 이상 유럽 강대국의 언어가 아니기에 오히려 특정 국가의 국익에 얽매이지 않는 중립적인 공용어로서 더 각광받아 그 이전 어느때보다도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영어의 팽창은 그칠줄 모르고 있다. 현실도피로 유명한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작년에 프랑스 정부가 발행한 새 신분증에 성과 이름을 영어로 병기한것을 두고 " 이것은 영어의 침략이며 반헌법적 " 행위라고 규탄했을뿐 아니라 프랑스 정부를 고소하겠다고까지 협박했다. 이뿐 아니라, 그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영어를 너무 자주 사용하고, 미국의 문화에 대해 심취해있는것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어의 언어적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으며, 마크롱은 최근 프랑스어권 국가들에서 틈만 나면 이를 언급하곤 한다. 실로 이해못할바는 아니다. 왜냐면 프랑스어는 대영제국 최전성기 빅토리아 시대였던 19세기 말엽조차도 영어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리던 국제어였고, 20세기 이전 수백년에 걸친 지배적 언어로서 군림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을 포함한 모든 유럽 강대국들의 상류층은 프랑스어를 교양으로 배웠고, 영국이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럽 강대국 총합의 국력에 오히려 압도당했던만큼.


14세기경, 프랑스어는 영국, 플랑드르, 나폴리, 시칠리, 그리고 예루살렘의 법정, 학계, 시인들에게까지 사용되곤 했으며 당시 지중해를 누비던 베네치아 상인들은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 프랑스어는 세계 방방곡곡에 쓰이며 그 어느 나라의 언어보다 더 듣기 즐겁고 세련된 언어이다 "

영국에서 또한 프랑스는 지배계층의 언어로 군림했었다. 조지 갤러웨이가 스코틀랜드 국민투표에서 배녹번 전투를 언급하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양쪽 왕국의 국왕들은 모두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은 영어에 존재하는 30% 가 넘어가는 프랑스어 어휘들은 단순히 노르만족이 영국을 정복하면서 일어난 결과물이라는것이다.


역사적 사실은 이와 다르다. 프랑스어 어휘는 윌리엄 왕의 잉글랜드 정복보다 한 참 후엔 14세기 이미 영국 귀족들이 영어를 일상어로 사용할때 더 많이 수입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인지해야될 사실은 당시 프랑스는 서구 문명의 문화를 선도하는 중핵이었다는것이며 파리의 대학생 3분의1은 무려 영국에서 올 정도였다. 고급 언어로서 프랑스의 위상은 영어에 존재하는 상당수 군사용어나, 법학 용어가 프랑스어에서 유래되게끔 하였고 이게 어느정도냐면 아예 프랑스어 기원인 법 전문용어만 따로 추려 " Law French " 라고 부를정도이다.


한 예를 들자면 1663년 시인으로 유명했던 찰스 세들리가 1주일동안 수감되었을때 영국 법원이 댄 이유는 ' il monstre son nude Corps in un Balcony in Covent Garden ' 직역하자면 정부를 욕보이기 위해 거리에 오줌병을 투척한 죄라는것이었다. 법관이 판결을 내리며 한 말 또한 Law French의 예시에 부합하는데 그들이 공공의 도덕의 수호자라며 'de touts les Subjects le Roy' 이다.

또 다른 잔존하는 프랑스어는 건지어 즉 노르만 프랑스어로, 몇주전에 저녁 초대를 받았을때 옆에 앉은 중후한 신사분은 건지어를 태어날때부터 말했다. 그러나 건지어 화자는 이제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이런 프랑스가 한 때 압도적인 국제 공용어였다는 역사적 사실은 프랑스 관료들이 장밋빛 희망을 그리게끔 하는 주요 이유이다.


실제로 1858년까지 영국의 여권은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만 발행했다. 왜냐면 당시 최강국이던 영국에서조차 프랑스어는 불가침 수준의 국제어로서의 위상이 확고했기 때문에. 실제로 1차대전 당시 영국에 주재하던 프랑스 대사인 폴 캠본은 영어를 단 1마디도 못했다. 심지어 런던에 22년 넘게 거주하면서 말이다. 왜냐면 영어를 안해도 영국 중산층 및 상류층에는 프랑스어가 통했기에.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말한다:


"‘캠본의 자신을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자의식은 프랑스 외교관들이 공유하는 의식을 넘어, 프랑스 그 자체를 의인화한것과도 같았다. 1898년부터 1920년까지 영국에 주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캠본은 영어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영문서 및 영어로 된 담화는 불어로 번역해달라고했다. 심지어 "yes" 와 같은 아주 단순한 영어조차. 그는 많은 프랑스 엘리트가 그러했듯이, 프랑스어야 말로 이성과 합리성을 아우르는 세계 유일의 언어이며, 영국에 프랑스인들을 위한 학교가 세워지는걸 반대했다. 왜냐면 그가 보기에 영어로 교육받으면 우월한 프랑스인들이 백치가 될 것이라고 보았기에."

이쯤되면 영불협상이 어떻게 그토록 매끄럽게 나아갔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캠본은 영국이 마땅히 1차대전에 참전해야 한다며, 이런 발언까지 했는데 "나는 영어사전에서 '명예' 라는 단어가 지워지는게 마땅하다고 본다" 이와 반대로, 영국에 주재하던 독일대사는 영어를 유창하게 했을뿐 아니라, 영국의 관습을 따랐고, 영국의 스포츠를 즐겼음, 영국의 의복까지 입었는데, 이는 영국인들이 보기에도 영국의 전형적인 신사 이미지를 따라가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었다.


그 뿐 아니라 독일 대사 린초우스키 공의 친우였던 플레스 공, 블뤼허 공, 뮌스터 공 모두 영국 여성을 부인으로 두었다. 1911년 베를린 저녁에서, 영국 장성을 기렸는데, 독일의 유명인사 40명이 접대했다. 이 중 그 유명한 티르피츠 제독도 포함되어있었고 그들 모두 영어에 능통했다.


이런 한때 프랑스어가 구가했던 우위는 오늘날 소위 앵글로색슨에 대한 강렬한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대영제국 시절에조차 실현되지 못했던 세계 영어의 출범은 프랑스인들이 싫어하는 미국적 가치의 승리를 의미한다. 자기 주장이 강렬할뿐 아니라, 일에 집착하며, 피상적인데다, 고상하지 못하다고 프랑스인에게 느껴지는 그런 가치와 문화 말이다. (사실 이는 상당히 불공정한 낙인이지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영어에 대해 혐오하는 이런 많은 요소들은 정확히 120년전까지 세계 불어에 대해 당대 사람들이 말하던것과 일치한다. 18세기 프랑스 국경 바깥에 거주하던 유럽인들은 프랑스어의 전파와함께 그들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적 가치가 훼손은 물론 오염당한다고까지 생각했다. 한 예로 폴란드 분할이 이루어지던 시기, 폴란드,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의 왕 및 귀족들은 모두 단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했다. 그렇다. 그것은 프랑스어다.


그리고 이러한 중유럽 및 동유럽 귀족 및 상류층에서의 프랑스어의 지배적인 위상은 무려 20세기 초까지 이어진다. 비단 러시아에서만이 아니라, 찰스 왕이 루마니아를 방문했을때도 루마니아 엘리트들은 모두 프랑스어로 소통하고 있었다.


오늘날, 루마니아인들은 영어 화자가 프랑스어 화자의 2배를 넘으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루마니아 이외 지역에선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현상이다. 레바논의 경우십자군 시절 이래 프랑스어를 선호했던 지역임에도 점차 프랑스어보다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알제리인들의 경우, 딱히 프랑스를 애호하지 않지만, 프랑스 제 2 식민제국의 첫 식민지임에도 불구, 프랑스어 대신 영어를 제 2 언어로 채택했다.


심지어 중동의 극악무도한 ISIS 와 같은 테러집단조차 락까에 영어 교육 시설을 2개나 세운바 있고, 프랑스 식민지이자 앞마당으로 유명한 세네갈에서조차 프랑스어는 쇠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왜냐면 프랑스어는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식민주의 및 제국주의 표상과 같은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어가 가장 심각하게 쇠락한 지역은 그 어느곳도 아닌 18세기 프랑스와의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했던 영국일것이다.


솔직히 말해 18세기가 막 시작하던 시점만 하더라도, 프랑스의 국력과 인구는 영국의 그것을 압도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비효율적 체제와 정부의 무능함 때문에 그들은 거둘수 있는 세금임에도 제대로 거두지 못했고, 프랑스 해군은 영국 해군을 따라가지 못했으며, 북미 식민지에서 후일 미국이 되는 영국의 13주 식민지는 프랑스의 캐나다 식민지 대비 인구가 20배에 달했고.


이에는 다대한 이유가 존재하겠으나, 프랑스인들이 보기에 도르도뉴나 루아르와 같은 온화하고 비옥한 지역에 거주할때, 플리머스나 보스턴같은 보다 우중충하고 척박한 영국 지역보다 자기 고향을 떠나 대서양을 건널 이유가 적다는것도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후 프랑스의 인구 성장은 정체하기 시작했고, 체급경쟁이란 측면에서 여타 강대국들 대비해서 한참 못해져버린것이다.

상대적으로든 절대적으로든 영어의 성장과 팽창은 그야말로 입이 떡벌어질 수준이다. 사실 영국인들이 북미에 첫 발을 내딯던 시점만 하더라도, 미주대륙에는 독일어 화자가 영어 화자의 5배나 많았다. 그러나 이 비율은 현재 완전히 역전되었고 독일어 화자는 영어에 대부분 동화되었다. 뮐러는 밀러가 되었고, 슈미츠는 스미스가 되었다.


프랑스의 국제어로서의 지위는 20세기가 막 시작할무렵까지만 하더라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1759년에 아브라함 평원에서의 패배 이후 북미지역을 프랑스가 상실한 이래, 미국이 대영제국을 추월하고,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등 강대국 전부를 합친것을 넘어선 체급을 지닌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여 세계화를 주도하자, 서구의 소통과 학문 언어로서 그리스어, 라틴어, 프랑스어 다음을 이을 타자는 단 하나만 남게 되었다. 그렇다. 영어이다. 그런데 영국입장에서 이는 좋지많은 않다.


왜냐? 영어는 한때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언어이자, 많은 이들에게 자유와 해방과 동의어로도 비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재, 영어는 음지와 뒷골목에서 쓰이는 저열함의 표상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 어리석은 구호를 내건 젊은 시위대가 욕설이나 음담패설을 하는걸 보면 자국어가 아닌 대부분 영어로 하고 있다. 그것이 폴란드의 바르샤바일지라도 말이다.

영어가 전파되는곳은, 어리석음도 전파되고 있다. 영어를 통해서 영어권에 떠도는 우스꽝스러운 여러 사상과 문물도 급속히 전파되는 매개로 영어가 사용되고 있음에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마치, 고대 그리스어 사용 커뮤니티에 급속히 정교회가 파고들었던것처럼 그리고 중세와 르네상스기 서구의 지식인들은 전적으로 라틴어에 의존했던것처럼 말이다.


현재 가치체계 - 계승 이념, woke, PC주의, 그걸 뭐라 부르든간에, 영어가 그 전도체가 되어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PC는 용어의 의미와 뉘앙스를 바꾸고 기존에 사용하던 몇몇 구절에 대해 불쾌한 이미지를 입히고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언어 및 단어에 대해 낙인을 씌우고 이는 비영미권의 많은 정치인들이 짜증을 내는 이유기도 하다. 그들의 문화와 역사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억지로 영어로 번역하여 영미권 기자들 제멋대로 재단하고 있다는점에서.

영어가 계속 퍼져나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미권의 사상은 더욱 많이 수용되고, 심지어 프랑스 일각에서 미국적 사상이나 PC주의에 대한 반대조차 세계 여러 보수층들이 바라는것보다 훨씬 미약할지 모른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는가? 프랑스는 유럽에서 맥도날드가 가장 많은 국가란것을. 물론 이에 대한 반향또한 존재한다. 비단 프랑스뿐 아니라, 영어를 유럽에서도 가장 잘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에서조차, 네덜란드어로 "너 영어할줄 알아?" 는 모욕으로 느끼는 네덜란드 인들이 있으며, 교육에서 영어 사용을 가급적이면 줄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브뤼셀의 프랑스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되돌릴수 없는 역사의 파도를 이미 균열이 가고 있는 댐으로 막아볼려하는 중과부적의 발버둥일 확률이 높다. 솔직히, 민족주의적 이유 몇가지를 제외하면 국경과 국적을 넘어 소통이 가능한 단일 세계어의 출범을 반대할 제대로 된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허나, 프랑스의 희망회로와 달리 프랑스는 세계는 커녕 유럽에서조차 지역 공용어 지위를 회복하지 못할것이다. 그래서 최근 르 피가로지에서는 복고주의자들의 가슴 한켠에 불을 지피는 라틴어를 유럽연합의 공식어로 하자는 주장을 제시했으나, 이는 프랑스어 공용어 주장보다 더 현실성 떨어지는 망상이 아닐까.


번역출처: https://m.dcinside.com/board/war/358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