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예수께서는 부자들이 와서 헌금궤에 돈을 넣는 것을 보고 계셨는데 마침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작은 동전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가난한 과부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넣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예물로 바쳤지만 이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가진 것을 전부 바친 것이다."

루가의 복음서 21:1-4 (공동번역성서)

신약에서 언급되는 과부의 헌금은 "중요한건 액수가 아니라 마음이다"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성경의 대표적인 일화중 하나임. 그런데 과연 여기서 과부가 헌금한 동전 두 닢은 얼마였길래 예수도 구차하다는 표현을 쓴걸까?


과부가 헌금한 동전의 정체는 렙톤(λεπτόν, Lepton)으로 당대엔 지역 시장에서나 쓰는 가장 작은 화폐 단위인데 사진속 렙톤은 실제 기원전 1~2세기의 물건으로 예수가 실존했다면 이야기속 동전은 이거였을 가능성이 높음. 


<티베리우스의 초상화가 새겨진 데나리우스, 티베리우스는 실제 예수 생몰년도 당시 로마 황제라서 그 유명한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에서 언급된 동전은 이거일거임>


신약에선 렙톤 말고도 드라크마, 데나리온, 고드란트등 당대의 화폐 단위들이 많이 언급되는데 이 가치를 현대 대한민국의 원 단위로 환산해보면 과연 그 가치는 얼마일까? 완전한 1:1 대치는 할수 없겠지만 먼저 성경등에서 당대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 품삯으로 언급되는 은화 데나리온/데나리우스(Denarius)와 비교한다면 1 데나리온은 64 쿼드란/고드란트(κοδράντης, Quadrans)에 해당함. 그런데 렙톤은 이 쿼드란의 절반(2 렙톤 = 1 쿼드란)에 해당함.


이걸 현대 한국의 최저시급인 9,620원 그리고 8시간 근로를 기준(76,960원)으로 계산한다면 2 렙톤은 현재 가치로 약 1200원 정도임. 이걸 일용직 일당을 감안해 두 배로 잡아 14만원으로 계산해도 2200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음. 말그대로 과부는 예수의 표현처럼 구차하다면 구차한 돈을 헌금한 거임.


동시에 이 일화는 당시 지역 사회가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한 과부를 방치한거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데 특히나 현대에는 정부가 복지 정책을 하지만 당시엔 종교가 이 역활을 대신했는데 종교가 그 역활을 대신하지 못하고 고액을 내는 부자들과 그들에게만 아부하는 성직자들에 대한 냉소이기도 함. 실제로 저 에피소드 이후 예루살렘 성전의 장엄함에 감탄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는 저거 조만간 다 무너질거다 라고 쓴소리를 남기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