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andal Beta 비주얼노벨 버전



아침 5시.

트럭의 운전석보다 커 보이는 둔중한 장치 속에서, 안전벨트를 한 소녀가 전원을 켰다.

전원버튼 위에는 녹이 슬어버린 페인트 휘장: 일련의 읽을 수 없는 러시아어가 로켓 형체를 감싸고 있었다.


И...н...т...е...р...к...о...с...м...о...с...


Интеркосмос(Interkosmos)



근 반세기 전, "천명" 조직의 도움 아래, 인류는 여러 나라에서 우주인들을 달로 보내는데 성공했다.

이 기계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그 영광스러운 시대의 유산이다.


"예열완료.

현재 시뮬레이션 배율, 0.2.

운행 시작."


이 고대기계가 기름 냄새와 소리를 내보내는 동안, 소녀의 허리춤에서, 대기압 시스템이 지구의 중력과 평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의 발목과 무릎은 체중의 20%만 견디게 되고ㅡㅡ

이러면, 소녀는 수십 킬로미터를 관절에 과도한 무리나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달릴수 있다.


아침해가 떠오른다.

발키리·듀란달은, 매일의 훈련을 시작했다.



"평균 심박수 125... 좋아, 단련 효과가 좋은걸."


"그럼[비앙카]님, 아침을 가져와도 될까요?

오늘의 디저트는, 새로 구운 나폴레옹이랍니다."



주: 밀푀유(mille-feuille)는 퍼프 패스트리 3단과 크림이나 잼 2단으로 만들어진ㅡ케이크입니다. 나폴리의 피자에서 영감을 받아 발명되었다고 전해집니다.

"Napolitain"("나폴리"의 형용사)와 "Napoleon"("나폴레옹")의 철자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 디저트의 이름은 영어로 "Napoleon"이 되었습니다.

p.s. 1812년에 러시아와 전쟁중에서도, "나폴레옹"은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케이크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우후후, 맞아요.

오늘 같이 특별한 날은 기념 케이크가 필요한걸요."


"오늘? 2월 28... 아니, 29?

아.

......

벌써 4년째구나.

너랑... 그들을 알게된 지.

...나도 벌써 이 "듀란달"이란 이름에 익숙해졌네.

......"


"주교님이 실행할 계획을 선택하실 거에요.

그리고 우린 결국, 우리의 약속을 지키게 되구요."


"...물론이지.

그게 바로 소녀 비앙카의 최우선 순위인걸."



천명조직의 발키리 기록보관소에는, 살짝 노래진 서류가 조용히 놓여져있다.

이 기밀이 해제된 문서의 서두에는 이렇게 쓰여있다ㅡㅡ


기밀작전: "LONELY PANTHALASSA"

개시시간: 2012년 2월 29일

작전지점: ■■■■■■■■·"양자의 바다"

작전목표: ■■■■■■■■■■

집행요원: 비앙카·"듀란달"·아타지나 (12), 리타·로즈바이세 (16)

작전상태: 종결

해제심사: 오토·아포칼립스


그렇다.

이 이야기는, 2016년 2월 29일에서 1461일 앞으로ㅡ

비앙카와 리타가 "양자에 바다"에 도착한 첫날로부터 시작된다.



"젠장, 이 피난민들은 순 겁쟁이야!

어느 시대든지, 전부 똑같아!

이렇게 하루 건너 굶고 있으면서, 우릴 바다로 보내주고 싶지는 않은건데?!

어떻게 이렇게 패기가 없을 수가 있지?!"


"그들이 죽기 전에, 전업 선원이 된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분명 신화속의 바다괴물 "레이아탄"이 두려운 거겠죠?"


"그래도ㅡ 이렇게 섬에 갇혀있고 싶다는거야? 이런건 조개나, 꽃게가 사는거 아니냐고?"


"이런 말이 있죠: '쪽배는 해안에 가깝게.'"


"......뭐?"


"비앙카님, 소위"보통사람"들은, 비관적인 현실주의자랍니다: 성공에 대한 보상보다, 실패로 인한 대가를 우선시하기 마련이에요.

게다가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바다, 미지의 세계ㅡ의지할 수 있는 사실이 거의 없다면, 끔찍한 소문들이 앞으로 나오게 되죠.

"레비아탄"이란 이름이 암시하듯이...

그들의 무의식에선, 바다로 나가는게, 자연을 거스르는 것ㅡ

ㅡ자살의 한 종류라는 거죠.

그러니까, 그들의 눈에 당신과 전, 하늘 높은줄 모르는 "미친 모험가"인 셈이에요."



"그리고ㅡ

ㅡ리타씨, 내가 오늘도 많이 말해주지 않았어?

아무 데나 "님님" 거리지 좀 말라니까... "오글거린다" 라는 의식이 없는거야?

난 그저 이 임무 시작 직전에 만난 평범한 발키리, 당신은 그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내 부관이 된 사람ㅡ

ㅡ제발 주교를 모실때나 쓰는걸 나한테 쓰지 마!"


"...알겠어요, 비앙카님."


"......"


"실례하오.

두 아가씨들... 오늘 이 섬에 처음 오신거요?"


"...네.

38분 25초ㅡ 아니, 26초ㅡ 된 신입이에요.

하지만, 당신처럼 "곤경"에 처한게 아닌, "탐사"에요.

물론, 특정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ㅡ우린 이 세계에 머무르며, 당신들과 함께할 겁니다.

저는 비앙카·아타지나, 여긴 부관 리타·로즈바이세ㅡ 더 물어볼 거라도 있으신가요?"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긴데요?"


"미안허이! 나이를 먹고나니, 아무일이 없어도 웃는걸 좋아해서 말이야. 모험가양들은 신경쓰지 마시게."


"......"


"본론으로 들어가자면ㅡ

자네들이 모두를 모아, 다 함께 "레비아탄"을 물리치고 바다를 열려고 한다는 걸 들었다네."


"맞아요.

그런데 아무도 모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요!"


"하하... 당연한걸세. 다시 말해보자면, 그들은 전사가 아니니ㅡ

지옥을 보고 돌아온 영웅들과 비교하기란 불가능하지."


"당신은... 어떻게..."


"하하하하. 자네도 내 나이쯤 먹고, 사람 눈을 보기만 하면, 알 수 있을걸세!

내 이름은 미구엘일세. 단도직입으로 말하지ㅡ

두 용맹한 전사들이여... 자네들은 왼팔 병신인 늙은 수병의 위대한 사냥을 도와줄 생각이 있는가?"


"네?"


"그 말은..."


"내 말은, 내가 자네들에게 배를 제공하고, 항해를 해주겠다는거네.

ㅡ그저 갈댓배라도 괜찮다면 말일세, 하하!"



"아, 바다여, 나의 오랜 친구여!

그대의 관대함에 감사드리며, 이 곰팡이 슨 배가, 오늘도 무사하기를!"


"...뭐야, 갑자기 시나 읊기는."


"하하하... 봐라, 이 갈댓배는 3년간 뻘을 먹어왔지만, 아직도 이리 튼튼하단다!"


"......"레비아탄"이 그렇게 오래 이 섬을 포위하고 있던거에요?"


"글쎄, 아마 더 오래갈 지도 모른단다. 일단, 근처에 둥지를 튼건지 떠나려 하질 않거든.

아. 우리가 도착한지 1년째에는, 좋은 생선을 많이 잡았단다!"


"...그때, 주변에 다른 섬을 발견하신 적이 있나요?"


"오, 그런건 없었지.

근처에 섬도 없을뿐더러ㅡ 충분한 준비 없이는, 콜럼버스 조차도 항해하려 하지 않으니 말일세."


"...그건 물이랑 식량 말하는 거에요?"


"물론 그것도 필수지만ㅡ

ㅡ중요한건, "튼튼한" 배가 있어야 한단다.

용골! 삼각돛과 사각돛! 이런게 가장 중요하지.

네 앞에 있는 카누같은 녀석? 말도 마라. 여기는 태평양 같이 평온한 바다가 아니란다."


"......"


"하지만, 우리가 "레비아탄"을 처리한다면, 큰 배를 만들수 있을만큼 충분한 사람들이 우리의 희망사항을 들어주겠지."


"진짜요?"


"하하. 인간은, 자신감으로 사는 생물이 아니더냐?

예들들어, 스페인 병사들이 야만인을 상대로, 그렇게 적은 수로 많은 승리를 했을까?

그건 정말로 그들을 물리칠 만큼 강했던게 아니라ㅡ 적이 승리의 희망을 느낄수 없게 한거란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100, 200의 탐험가가, 수백만 명이 넘는 페루를 정복했겠느냐?

레판토 해전의 승리도, 적을 기세에서 눌렀기 때문이지ㅡ 급하게 준비된 베니스 전함 때문이 아니란다."


"당신... 스페인 제국 시대에서 왔군요?"


"오, 아가씨는 눈썰미가 좋군.

자랑하는건 아니지만ㅡ 실수로 이세계에 오기 전에는, 뛰어난 전사일 뿐만 아니라, 책을 좀 쓴 문화인이기도 했다네."


"흥, 말하는걸 보니까, 팔린 책이 거의 없는거 같네요?"


"음... 그게 너희 400년 후의 시대에서도 유명한지는 모르겠구나.

<갈라테이아>, <페르실레스와 시히스문다의 여행>,

ㅡ그리고, <라 만차의 돈 키호테>."


"당신은...

당신은... 세르반테스신가요?"



주: 미구엘·데·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은 스페인 문학계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스페인어를 세르반테스의 언어라고도 합니다. "그의 <돈키호테>는 문학계 첫 "현대소설"로 통합니다. 세르반테스는 1571년 10월 7일 레판토 해전에 일반 병사로 참가하였습니다. 8년후에 기록된 공식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이 해전에서, 세르반테스는 고열로 인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중대장과 동료들은: 자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선실에 들어가 누워있으라고 하였다. 세르반테스는 불평하였다: 내 의무를 다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 하느니, 신과 왕을 위해 죽겠소... 그는 동료와 중대장하고 함께 투르크에 맞섰다. 전투가 끝난 후, 그의 영웅적 행동을 들은 주안 장군은 그에게 추가로 금화 4개를 하사했다... 이 전투에서, 그는 가슴과 손에 부상을 입었고, 그의 왼팔이 으스러졌다."




"쳇. 당신은 좀 더 전장의 노기사일 줄 알았는데요... 이런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아니라."


"하하하하! 비앙카양, 무언가 기쁜일을 들었는데, 왜 기뻐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바다에 나가면, 모두가 더 진지해져야 한다네."


"흥. 걱정도 많으시네요. 10살에 발키리가 된 이후부터, 전 한 번도 진지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요.

제게 낚시나 배타는걸 가르치셔도, 전 잘할 자신 있으니까요!"


"아. 말이 나온 김에...

...세르반테스 선생님, 바다에 나간 다음, 해야할 일을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 거 같으신가요?"


"하, 괜찮네 리타양. 계속 "미구엘"로 불러주게나.

일을 분담하는거야, 간단하지.

나는 선장이네, 돛을 책임지고,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정하겠네. 그리고 두 사람은ㅡ

비앙카양, 창과 총을 다룬다고 했으니, 작살 던지는걸 맡아주게:

리타양, 리타양은 섬세한것 같으니, 작살의 줄이 한데 꼬이지 않게 맡아주게나."


"줄? 뭘 하려고요?"


"당연히, 당겨서 그 바다괴물 가까이 가는거지.

안그러면 그걸 어떻게 죽이겠나? 다시 말하지만, 우린 그 몸을 가져가서 모두에게 증명해야 하네."


"...만약 "레비아탄"이 우릴 적극적으로 공격하면 어쩌죠? 이 갈댓배로는... 조금..."


"선장이 조류를 잘 이용한다면, 직격으로 맞을 일은 절대 없을걸세!

아직 섬 주민들에게 설명을 안 해줬나? 그 바위도 부순다는 "총"ㅡ 자네들이 뭐라고 부르더라?"


"...이전 문명 범용성 예장 작전 병기 "제2성유물". ㅡㅡ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은 아니잖아요?"


"하하하하! 사람이 늙으면, 그렇게 긴 문장은 기억을 못해.

일단, 그 무적함대의 대포보다 강한 무기를 가졌으니ㅡ

우리가 타고 있는건 팔랑거리는 갈댓배가 아니라, 천하무적의 구마전함이구만!

기억해두게ㅡ

"레비아탄"이던, 바다괴물이던, 전부 평범한 동물일세. 그저 조금 큰 것 뿐이지."


"ㅡ그리고 용맹한 사냥꾼은, 사냥감이 다가와도 두렵지 않은 법이죠."


"ㅡ좋아! 바로 그걸세!

가세! 우리가 죽여서 그 피를 뽑고, 지느러미를 잘라버리는거네!"


"할아버지, 잘 보시라구요: "천명"의 발키리가, 어떻게 싸우는지 말이에요!"



이 작은 섬을 걸어도 보고, 바위 언덕에 올라 높은 곳에서도 보았지만: 바다 한가운데에 와서, 두 발키리들은 "상륙지점"의 왜소함을 정말 잘 느끼고 있었다.

갈댓배가 15분 정도만 움직였는데도, 뒤에 있던 십수 명의 "피난민"들은, 이미 알아볼 수 없는 푸른의 암초로 변해, 손을 들어 올리면 지평선에서 지워질 것만 같았다.

정오의 햇빛이 바다에 흩뿌려져, 반사되는 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노인은 긴 노를 저어, 쪽배를 안정적으로 파도 사이에 놓았다.




"조심하게. 이제 곧 올걸세."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래도, 이제 시간이 되었어."


"...시간?"


"바다에 나온 사람의 숨결을 맡고, 그들의 배를 따라잡기 까지, "레비아탄"은 대략 15분 정도 걸린다네."


"잠깐ㅡ

ㅡ그렇구나! 그래서 배를 여기서 멈춘거네요!"


"그렇네. 이 발밑에 있는 5미터 길이의 산호가 수직 방향 공격을 받지 않게 보호해주니까.

하지만, 애초에 우린 우리 자신을 미끼로 쓰기 때문에ㅡ 주저하면 우리의 목숨을 잃는걸세.

그리고 진정한 기회는, 한순간에ㅡ

ㅡ가만, 이게 무슨 소리지?!"


"기계음?!"


"저기! 물 밑에서 뭔가 탁한게 흘러 나오고 있어요!"


"저건... 피?

무언가 "레비아탄"과 싸우고 있네! 물 밑에서!"


"ㅡ물 위로 올라와요!"


"이건..."



"...잠수함?!"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