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짧다


언제나 그렇듯 오역, 의역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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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 …….

그로부터 4주간, 발터 조수의 책임은 중대했다. 슈퍼 컴퓨터 에이다가 해독에 전적으로 매달리면서, 42실험실은 「휴가 비슷한」상태에 들어갔다──라는건 즉, 두 박사의 휴가를 어떻게든 즐겁게 보낼 계획을 세워야만 하는거다.

「휴가라고 했지만, 매일 일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명은 말했지만, 다른 한 명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건 도저히 무리인 이야기다.

게다가, 몇 시간 전, 자신의 바보같은 행동탓에 화나게 만들었던 참이다.

벽시계가 조용히 11시를 알린다. 이 일대의 치안은 영국 전체에서도 제일이다. 하지만, 화나서 돌아오지 않은 여자를 생각하면 안심하고 자는게 불가능했다. 청년은 밤이 깊어지는 중, 현관 홀에서 귀가를 기다리기로 했다.

아인슈타인이라면, 룸메이트의 늦은 귀가에 익숙한건지, 1시간 전 「잡니다」 라며 방으로 돌아갔다.

──말은 그랬지만, 더스트 슈트로부터 여기저기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아, 아무래도 방을 정리하는 것으로 엿보인다

홍차 7잔째를 다 마실 쯤에는, 『호밀밭의 파수꾼』도 마지막 1페이지가 남다.

조금 우둔해도 귀염성 있는 주인공은, 작년에 읽었던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한다.

앗.

그러고 보니…….

아까 그 편지도 상당히 기묘했었지…….



Ω :
네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벌써 31일이 되었으려나.

할로윈은 즐기고 있는가?

어딘가의 주교님이 할로윈을 아주 중시하는지라, 본부에는 매년 성대하게 장식을 달아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지. ……그래, 동봉된 사진은 작년의 장식이야.

참고로, 이번 달부터 나의 실험실은 경사가 있어서, 나 홀로 보내게 됐지──라는 이유로, 보는대로 사진도 자신이 촬영해야만 했다.

최근 답장이 안 왔지만, 분명 새로운 만남으로 생활이 활기로 가득한거지? 대서양의 왕복, 아주 즐거웠다고 들었다. 하지만, 북미 지부의 평판은, 본부에선 계속 안 좋아. 만약, 양자 사이에 어떤 재미없는 일이 일어나면, 목을 찔러도 이상하지 않아. ……상당히 골이 깊으니까.

……크크, 나도 바보같군. 신들의 다툼이, 우리에게 어떤 관련이 있다는건지. 아무래도 좋아. 런던의 날씨는 어떤지 모르지만──빈은 오늘, 달이 밝았어. 이런 달은 여간해선 볼 수 없지. 술의 힘도 빌려서, 오늘은 평소에 자주 안 꺼낸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그저 이야기할 뿐, 너는 그저 들을 뿐, 거창한게 아니야.

네가 독서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생각해본 적 있나? 붕괴와의 항쟁 중에, 우리 인류가 몇 번 좌절하고, 비참한 손실을 당했는지. 대체 어디가 뒤떨어져서, 번번이 붕괴에게 선수를 빼앗겨, 싸우니까 피폐해지는걸까.

혹은 이렇게 말해야되나……어째서, 언제나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해버리는 걸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확실하게 진보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이 방해받은 적도 없지. 하지만, 내가 보고 온 것은 그 흐름의 선두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고독하게, 상처받으며, 그리고 때로는 아군이 원인이 되어 패배를 당한, 망설이며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들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더라도 물질적으로는 취약하지. 그 정신은 긴 시간을 걸쳐 이어져, 누군가가 겨우 알아차리는 최고의 보물이다.

전에 성녀 카렌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그 위대한 인격에 반해, 극히 평범한(카스라나의 혈통은 분명 평범은 아니다만……절대적 정의에서는 타인과 다를 바 없지) 소녀의 몸이 얼마나 약하고, 작았는지──속인에게 사형을 선고당하고, 붕괴수 따위에게, 그렇게나 간단히 목숨을 빼앗길 줄은.

그런 도리가 있겠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렇게나 로직에 반하고, 등가교환의 원리를 경시하다니!

카렌의 짧은 인생을, 나는 영원히 잊지 않아.

나는 확신하고 있다. 인류의 최대의 적은 붕괴 같은게 아닌,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약하고, 영웅은 모든 사람을 구하려 해도 못 구하지. 우리는 너무나도 물러서, 영웅의 뜻을 의심해버려. 우리는 너무나도 맥이 없어,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진정한 정의를 돌아보지 않아. 우리는 너무나도 약해서, 서로를 위협해야 잠깐동안의 평화를 얻어, 「질서」다 「윤리」다 화려한 단어를 늘어놓고 비열한 마음을 숨기지.

성녀……그녀가 성녀인 연유는, 본질적으로는 우리와 다를게 없는 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녀만은, 우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약함을 겁내지 않았다. 그 마음 안에서 솟아나오는 용기는, 우리에게 있어 그야말로 해님같은 존재지.

적어도 나는……그녀와 달리, 약한 겁쟁이고.

우리는 모두, 「공포」라는 이름의 원죄를 짊어지고 전전긍긍하면서 인생의 답을 찾아다닌다.

성녀는 우리를 조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들이 이렇게 살아간다 의식할 때마다,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을 때려 죽이고 싶어지지.

생각해보게. 만약, 우리가, 사람들이 약함에서 해방된다면, 「자신은 약하다」라는 마음의 깊숙한 바닥에 뿌리내린 공포를 뿌리채 뽑는게 된다면……그 때, 창조된 새로운 문화는 얼마나 관용하며, 얼마나 자신과 활력으로 가득할까! 그러면 그 「붕괴」도, 분명 우리 앞에선 사소한 존재가 아닐까?

그런 세계야말로, 자신들의 성녀를 지키는게 가능하다.

그런 세계야말로, 성녀에게 지켜질 가치가 있다.

만약, 만약 카렌이 다시 한 번 세계에 빛을 발할 수 있다면, 이번에는, 너무나 작은 우리 때문에 고생하지 않을거다.

오랜만에 와인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조금 술기운이 돌았군. 이 편지도 네가 본다면, 의미모를, 엉망진창인 문장이겠지.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지금까지는 계속 기관의 일원으로서 이야기했다만, 오늘은 아주 평범한 연구자로서 독선적인 푸념을 말하도록 하지.

아까 말한 동경하는 세계가, 정말로 찾아온다고는 생각 안 한다. ……그래도 좋아. 그렇다고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많아──그렇지?

오늘은 조금 이상한

너의 친구 fool α가

1955. 10. 28

벽시계의 바늘이 60°더 나아가, 날짜가 변했다.

발터는 조용하게 8잔째 홍차를 붓는다.

철컥.

철컥철컥.

철컥, 철컥철컥.

문 쪽에서 드디어, 열쇠 구멍을 찾는 술주정꾼 특유의 소리가 났다.



테슬라 : 응? ……너, 아직 안 잤냐.

비틀대는 걸음에 술기운 가득한 얼굴──틀림없이 취해 있었다.

발터 : ……어. 위로 가서 잘래?

천연 파마 소녀의 명령을 떠올려, 평소처럼 행동한다.

테슬라 : 위? ……응, 응!

트윈테일로 묶인 머리카락이 풀린 것도 신경쓰지 않고, 빨강머리는 난폭하게 양손을 휘둘렀다.

테슬라 : 너……잠깐만 따라오라고.

발터 : ……어, 나?

테슬라 : 돼, 됐으니까……빨리!

테슬라 : ㄴ, 너……말고, 누구 있어?……냐고!

술 덕분에 조금 품격을 없는 「어른」은, 그대로 철퍼덕 옆의 소파로 쓰러졌다.



테슬라 : ……너, 듣고 싶은거 없어?

발터 : 듣고 싶은거 없다?

발터 : ……뭐를?

테슬라 : ……속터지네. 너, 하원 의원인지 뭔지냐? 듣고 싶은게 없다는 건 들은 적 없다, 라는 질문은 하란거야.

테슬라 : ……이 내가 드물게 진지하게 말해주는거야, 귀 파고 얌전하게 물어봐!

빨강머리 술주정꾼은 멋대로 욕하면서, 코트를 부모의 원수같이 소파의 등받이에 던졌다.

테슬라 : ……알고있겠지. 내 이름은 니콜라라고!

테슬라 : 이건 일단, 여자 이름이기도 하니까, 쓰는거야.

테슬라 : 하지만, 여권은…….

테슬라 : 하하하하, 막상 말하려니 부끄럽네.

발터 : 아아……그러니까…….

발터 : ……니콜라는 가명?

테슬라 : 무, 뭐어……그런거지.

테슬라 : 프레데리카 니콜라 테슬라……본명이 이거였나.



테슬라 : 시발, 완전 독일 암퇘지같네!

발터 : 어……하지만, 귀여운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테슬라 : ……흥.

주정뱅이의 불만가득하게 자세를 바꿔, 다리를 꼰다──

테슬라 : 남자는 다 그렇게 말하더라.

테슬라 : 니콜라같은 남자도 여자도 안 쓰는 이름, 사실은「흥미」없잖아.

발터 : 에……어으, 그, 그렇지는.

테슬라 : 아 진짜 「여자애」로 취급하는 생활 따위, 엿같다고.

주정뱅이의 어조가 갑자기 빨라졌다──

테슬라 : 진짜 개노답 멍청이네. 성별이나 인종같은 시덥잖은 것으로, 사람의 개성이 정의된다고 생각해?

테슬라 : 뇌가 포르말린에 절여지기라도 했어!?

테슬라 : ……하지만 불행한 건, 세계에서 대다수의 인간은 자기가 자기를 묶고, 시시한 레테르로 자신의 인생을 정해버렸단거지…….

테슬라 : 이런 「규제」에서 누군가가 날아가려고 하면, 관계없는 타인이 마치 인생을 잡쳐준 것처럼, 근거없이 큰소리치며 소동부려.

테슬라 : 자신들의 신분이,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구에 지나지 않은 것을 잊고서.

테슬라 : 처음부터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건, 인류가 만들어낸 허구, 설정에 지나지 않는데.

테슬라 : 그래! 허구야!! 허구!!

테슬라 : 천명도 허구, 영국도 허구, 좌측통행도, 화장실은 남녀 따로따로도, 전부 허구라고!

발터 : 하아…….



테슬라 : 후우……네가 거위같은 얼굴을 하니까, 깜빡 열중해서 이야기를 주입해버렸네.

테슬라 : 니콜라 테슬라, 사람들이 부르길 「술 빠는 순간 수다쟁이」가 되는 박사!

빨강머리 소녀는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 앞에 있던 홍자를 제 것인 양 마셨다.

테슬라 : 너넨 모두, 나를 박사라고 부르지만──나, 아직 졸업 안 했거든.

발터 : ……하?

테슬라 : 그렇게 놀랄 일이야……?

테슬라 : 사정으로 휴학이나, 퇴학하는 사람도 좀 있잖아.

발터 : 그치만……여기서 연구하던거 아니었어?

테슬라 : 아아, 그건 따로고.

테슬라는 어쩔 수 없단 모양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테슬라 : 플랑크 교수는 이론 연구자야──내 이번 연구도, 플랑크 교수 밑에선 졸업 못 해.

테슬라 : 게다가, 새집 머리 녀석……요 최근에는 에이다를 쓴 가상 테스트밖에 시키지 않았다고!

테슬라 : 1, 2번 침실을 날린걸로, 그렇게까지 하는거야?

테슬라 : 아, 그렇지.

테슬라 : 에이다가 누군지 모르겠네?

발터 : ……에이다라면 오늘 만났어.

테슬라 : 흐~응──그럼, 이제 그것의 분석은 끝났단거지?

발터 : 아니……4주나 걸리나봐. 아직 결과는 몰라.

테슬라 : 그래…….

테슬라 : 그럼, 오늘은 철야로 놀아도 된단거네! 하하하하하!

발터 : 처, 처, 철야?



테슬라 : 당연하지, 멍청아!

테슬라 : 4주야!

테슬라 : 꼬박 1달이라고, 알겠어!?

테슬라 : 그렇게 길게 에이다를 못 쓰면, 장기 휴가나 다름없지……틀려?



테슬라 : 하하하하하! 휴가다, 휴가! 마음껏 놀자판인 나날이 기다리는구나!

발터 : …….

테슬라 : 뭐야, 멍때리고. 술 가지고 와!

발터 : 잠, 아씨……그만두라니까.

발터 : 상당히 취했잖아……더 마시려고!?

테슬라 : 무~슨 등신같은 소릴 하는거야!



테슬라 : ……네쪽이야말로 취한거 아니냐. 하하하핳하하!

테슬라 : 이렇게, 너랑 제대로 대화하잖아, 계속 마실 수 있단 증거야!

테슬라 : 안 가지고 않으면…….

테슬라 : ……직접 가지러 갈거다.

이리저리 말하는 사이에, 흔들흔들대는 테슬라는 2층으로 올라갔다.

목표는 명확하다──2층 복도 막다른 곳에 있는, 그 화려한 색깔의 냉장고겠지.

발터 : 야……안 된다니까!

말 만으로 테슬라를 멈출 수 없다고 깨달은 청년은, 쫓으면서 그녀의 손을 쥔다.



테슬라 : ……잠깐, 뭐하는거야!

테슬라 : 손, 놔!

발터 : 또 마실 생각이잖아. 안 놓을거야.

청년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가, 테슬라의 다른 한 손을 쥔다.

테슬라 : 하아? 다시없을 휴식니까, 어찌 즐길지도 내 마음대로아냐?

테슬라 : 1, 2잔으로 째째하게 구냐, 쫌생아!

주정뱅이 소녀는 불만을 얼굴로 보이면서──밀가루를 물에 끓이는 것처럼 양손을 흔들어, 발터의 손에서 빠져나가려 한다.

테슬라 : 이게! 이게!

테슬라 : 변태! 치한!

테슬라 : 놓으라니까!

발터 : …….

테슬라 : 빨랑 놔! 놔라했다, 놔!

발터 : ……좀 더 자신의 몸을 격려하라고.

가자고 하는 표정을 짓는 청년──양손을 잡힌 빨강머리 소녀는, 마치 장난감 가게에서 억지쓰며 땅에 드러누워 떼를 부리는 아이같았다.

테슬라 : ……고집으로도 안 놓을건가보네.

발터 : 말하는걸 안 들으니까……나는 안 놓을거야.

테슬라 : …….

발터 : 벌써 엄청 취했다고, 방에 돌아가서 자자.

테슬라 : 뭐야! 평소처럼 괜찮아! 완전히, 안 취했거든!



발터 : ……그거, 주정뱅이의 단골 멘트잖아.

테슬라 : 안 취했다면 안 취한거야!

테슬라는 털썩하고 땅에 앉고는──이번에는 뭔가가 떠올랐는지 뛰어 오른다.

테슬라 : 알았어. 안 마실게.

발터 : ……속이면 안 돼.

테슬라 : 안 속여!

술 냄새를 풀풀내면서, 소악마적인 미소를 짓는다.

테슬라 : 단, 그 대신…….

테슬라 : ……잠시만 어울려줘.

발터 : …….



테슬라 : 어울려준다면, 안 마실게.

발터 : …….

테슬라 : 진짜라고, 진짜! 거짓말 아니라니까.

발터 : …….

발터 : ……알았어.

청년은 실은 예감을 느끼면서 수긍한다──

발터 : 그래서, 뭘 할거야? 벌써 밤인데?

테슬라 : 하하하, 밤이니까 그런 재미도 있는거지.

발터 : 하?

발터 : 무, 뭐야 갑자기, 이상한 소리마!

발터 : 버, 범죄자가 될 생각은 없어, 나는!

테슬라 : 크큿, 쑥스러워하긴.

발터 : 어, 어디가!

발터 : 안 쑥스럽거든!

테슬라 : 헤헤헤헤, 부끄럽대요 부끄럽대요!



테슬라 : 얌마, 발터! 남자라면, 와보라고──

퍽!

뒤에서 날라온 사전이, 시끄러운 여성의 후두부에 직격한다.



아인슈타인 : 밤인데 시끄럽잖습니까!

아인슈타인 : 둘 다 빨리 자세요! 당장!

아인슈타인 : …….

아인슈타인 : ………….

아인슈타인 : ……………….

아인슈타인 : 발터……꿈틀거리면서 안 움직이는데, 이거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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