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란달베타모음


그동안 텍스트로 올리지 않은 이유는 브금이나 나름의 효과 같은건 텍스트로 전달할 수 없어서 였음

그런데 이걸 텍스트로 올리는 이유는 영상의 길이가 45분이기 때문, 요즘 사람들은 짧은 영상을 보는게 추세인데 45분은 아무도 안볼게 뻔하잖아.

마지막 편이고 3월 1일자로 에필로그 올라감

오타 있을수 있음 즐감



대지 깊은 곳, 소녀가 사소한 꿈을 꾸고 있다.

꿈과 꿈의 간극에는, 무상한 시편이 깊이 흩어져 있었다.


The flower that smiles today

Tomorrow dies;

All that we wish to stay,

Tempts and then flies.

What is this world's delight? Lighting that mocks the night,

Brief even as bright.


Virtue, how frail it is!

Friendship how rare!

Love, how it sells poor bliss

For proud despair!

But we, though soon they fall, Survive their joy and all

Which ours we call.


Whilst skies are blue and bright,

Whilst flowers are gay,

Whilst eyes that change ere night

Make glad the day;

Whilst yet the calm hours creep, Dream thou - and from thy sleep

Then wake to weep.


꿈이 여명의 거품처럼 사라졌다.

소녀는 어떤 맑은 기체가 자신의 폐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아직도 일어나지 못한것 같았다.

그녀는 머릿속에 있는 잠기운을 몰아내려 했고,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몸과 3분, 30분일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다.



리타

아...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 비앙카님.

약 3시간 45분간 의식이 없었습니다ㅡ 그리고 이게 마지막 주사에요.

그러니까, 주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 누운 자세를 유지해 주세요.


비앙카

으... 대체 주교가 출발하기 전에 너한테 어떤 약을 준거야...

내가 기억하는 원리는... 매우 낮은 농도의 성혈을 사용하면ㅡ


리타

...쉿. 이제 정맥에 주사할테니, 최대한 진정해주세요.


비앙카

아... 미안.

그럼... 나한테 하나만 알려줘...

거품세계를 자르는 건... 성공했어?


리타

...거품세계를 자르는 건 훌륭하게 성공했어요. 다만ㅡ

ㅡ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어요. 그러니, 치료에 협조 좀 부탁드려요.

괜찮아요. 금방 끝날 거에요.


비앙카

...이 약은 정말 대단한걸. 이전보다 더 건강해진 느낌이야.

그래서? 현재 상황은 어때? 그리고... 우린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리타

여기는 지하 깊은 곳, "요새지휘센터"의 의무실이에요. "닻"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요.

당신이 참가했던, 거품세계를 자르는 "파차쿠티작전"은 이미 끝났어요. 의장 쪽에 있던 기초 통계에 따르면, 378명이 작전 중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그중에는, "칼레도니아호"의 1등 항해사, "장·프랑수아·샹폴리옹"씨도 있어요.


비앙카

ㅡ뭐라고?

그녀가... 어떻게...


리타

"샹폴리옹"은 가명이었어요. 슈뢰딩거 박사의 말로는, 그 "고고학자"는 사실 "나폴레옹"의 데이터 파편이 모여 형성된 "스타스피커"라고 해요.


비앙카

...뭐?


리타

긴단하게, 그녀는 이 세계에 있었던 또 다른 나폴레옹ㅡ 우리가 역사책으로 배웠던 것과 가까운 성격의 나폴레옹입니다.

거품세계가 잘린 후, 유럽 파편에 잔존해 있던 붕괴수-나폴레옹의 의지가 융합체를 형성하여, 섬의 가장 중요한 통로를 점거하고 우리의 연락망을 차단하려 했어요.

섬에 있는 3천이 넘는 사람들이 전멸하는 걸 막기 위해, "샹폴리옹"은 "나폴레옹"과 동귀어진 하기로 선택했습니다ㅡ 그녀는 닻을 통해 스스로 무기와 동조하여 붕괴수 융합체에서 "나폴레옹"의 성분을 제거했어요.

그녀의 희생으로 중상을 입은 드라큘라백작 장군, 사나다 유키무라 장군, 카라바조씨, 그리고 2천이 넘는 사람들을 구했습니다...

...또한 제가 지니우스를 가동해, 당신과 함께 강제로 돌아갈 가능성도 막았고요.


비앙카

......


리타

하지만, 붕괴수 융합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축적된 붕괴능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소멸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슈뢰딩거 박사가 새롭게 나타난 대형 결정체를 발견했습니다.

이를 위해, 박사 본인, 시구레 키라 선배님, 롤랑 양이 섬에 남아서 조사를 계속하고 있어요.

...이것이 아까 말했던,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남아있는 문제"입니다.


비앙카

...넌 어떻게 하게?


리타

붕괴능 공격을 통해 결정의 안정성을 시험해야죠.

만약 결정이 안정적이면, 땅속 깊이 묻거나, 우주로 발사해도 괜찮은 선택일 거에요.


비앙카

...하지만 결정이 약하거나, 쉽게 누출이 된다면?


리타

그럼 그걸 전부 폭파시켜야 하겠죠.


비앙카

그... 그걸 어떻게 하려고?



???

흐흐... 당연히 나한테 달렸지.


비앙카

넌... 미니듀?


미니듀

그래, 나다!

"칼레도니아호"의 유일한 기계 종족, 마테오·마리아·보이아르도·아리스토 12세!

아, 방금 이름은 그냥 지어낸 거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러니까, 이게 내가 힘을 완전히 회복하고 난 후 쓸 수 있는 인형 형태야, 이전보다 훨씬 강하지?


비앙카

...크, 크긴 크네.


미니듀

주인보다 35분 28초 먼저 의식을 해복해서, 저 결정을 정화할 프로그램을 정리해뒀지.

그럼 더 늦기 전에, 출발하도록 할까?


셰익스피어

어. 몸은 회복했어?


비앙카

선장!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미구엘

음, 우리는 보호를 받았으니... 피를 흘린 영웅들에게 감사를 해야지.


셰익스피어

...그래서, "성검"이랑 같이 전장으로 돌아가려고?


비앙카

응. 미니듀가 남은 붕괴능을 처리할 수 있다고 했어.


셰익스피어

화이팅. 그게 바로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니까.


미구엘

......

내가 들은 동방의 철학에서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숙명"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더구나.

하지만, 예언가들의 입에서 나오는 "숙명"과는 달리, 이런 "숙명"은 사소한 인생에 묻혀버릴 때가 많지.

오직 진정한 용기와 지혜를 가진 자만이, 인생에서 자신의 "숙명"을 깨닫고ㅡ

ㅡ이를 이용해, 남들이 말하는 "기적"과 "불가능"한 것을 이루어낸단다.

비록, "기적"의 대가가 가혹할지라도;

비록, "숙명"의 실현 방식이 우리의 한숨을 부를지라도ㅡ

그 모든 것 또한 이 세계가 선택한 역사, 무수한 가능성 중에서, 다양한 인연으로 인해 결국 우리 곁의 "운명"이 되는 것.

얘들아,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떤 철학에서든지, "운명을 바꾸는 것"은 "운명을 갈구하는 것"이나 "운명을 저주하는 것"보다도 훨씬 의미 있는 일이란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 세계는 다시 시작할 수 없단다. 슬픔의 이유를 듣기보다, 할 수 있는 일을 세보는 게 훨씬 좋은 것이지.

얘들아, 너희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단다... 저 앞에는 수많은 세계, 수많은 위험들이 너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니, 힘내거라. 고인을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열어준 길을 가는 것임을 기억하거라.


비앙카

...네!


리타

정말 감사합니다, 세르반테스님.


비앙카

한번 와보긴 했었지만... "닻"을 지키는 중앙요새는 정말 크다니까.



???

아, 다행이다, 따라잡았네요!


비앙카

...롤랑! 붕괴능 결정에서 돌아온 거에요?


리타

롤랑님, 대체ㅡ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롤랑

아, 아니... "일"이라고 할것까진 아니고요.

슈뢰딩거 박사가 관측하고 있는 결정의 붕괴능에 이상 파동이 나타나서, 의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절 보낸거에요.

절단작전 이후에도 세계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라, 섬의 통신이 회복되지 않았기에ㅡ 이렇게 수동으로 전달할 수밖에요.

...아. 여러분은 지금 북해쪽으로 지원 가시는 건가요?


비앙카

물론이죠. 원래 이러려고 한 거니까요.


롤랑

다행이네요. 비앙카양이 있다면, 시구레 키라양도...

아, 아니, 아니에요. 좀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비앙카

......?


롤랑

결정을 조사하던 중 실수로 "화상"을 입고 말았는데, 팔과 눈에 붕괴능 침식으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거든요.

물론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리타

......


비앙카

쳇. 제발 별문제 아니였으면.

롤랑, 의장 쪽에 가서 이 상황들을 알려주세요. 저와 리타는 시구레 키라 쪽으로 가볼 테니까요!


롤랑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럼, 의장에게 보고한 후, 도울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그쪽으로 가겠어요. 괜찮나요?


비앙카

네, 부탁드려요!


동방에는, 가뭄을 표현하는 단어로, "적지천리"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북해의 작은 섬은, 거품세계 절단 작전과 이후의 혼전으로 인해 지옥이 되었고ㅡ

ㅡ아직 굳지 않은 용암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단어의 정의를 의심케 했다.


???

......


리타

저, 저기ㅡ



비앙카

버텨요! 시구레 키라! 붕괴능이 의지를 침식하게 두지 마세요!


시구레키라

진정해! 비앙카!


틀렸어! 난 붕괴에 침식되지 않았어!


비앙카

키라 선배!

몸이 이미 심하게 침식되었다고요! 보이지 않는 거에요?!


시구레키라

내 어디가 침식되었다는 거야? 내 몸 어디에ㅡ

(...쳇. 그런 거구나.)

(이러면 시간만 낭비할 텐데... 하지만, 그렇지 않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잘 들어, 오만한 후배!

나와 동화된 표식들은, 붕괴에서 온 게 아냐!

이건 살아있는 생명체, 내가 동료 이름의 절반으로 부르는ㅡ

ㅡ"니구라스"야!


비앙카

...?!


리타

"니구라스"... 이 이름은 당신이 속해있던 설랑소대의 "슈브·니구라스"?

ㅡ수차례 "부활" 했다는 전설의 발키리?


시구레키라

...그래.

이 아이는 자신의 자가수리 세포로 숙주의 손상된 장기와 조직을 대체하지ㅡ 이게 바로 "슈브·니구라스"가 여러 번 부활할 수 있었던 비밀이야.


비앙카

무슨 소리에요?


시구레키라

서두르지 말고... 우선 내 말을 들어.

니구라스는 특정 자격을 가진 자의 생명력을 강화시킬 수 있지만, 자신의 생존을 숙주에게 의존해야 해.

제 2차붕괴의 전장에서, "슈브·니구라스"의 신체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이게 날 선택한 거야.

그때는 나도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다른 세계에 와 있었어.

그리고 니구라스의 "의식"... "감정"인가가... 내 머리와 공명하기 시작했지.

이 느낌을 묘사하기는 힘들어, 이 니구라스는 복잡한 사고를 가진 생물이 아니여서, 그저 자신의 각종 본능만을 내 의식에 던져놓거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게 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이 세계로 데려왔다는 거랑, 생각보다 내 몸에 잘 결합했다는 거야.

이 세계의 사람들은 날 "닻"에서 복제된 "스타스피커"로 보았고, 나도 그 새로운 신분을 받아들이기로 했지.

애초에... 그렇게 참혹한 전쟁을 경험하고 나니까...

...솔직히, 난 원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비앙카

그 말은... 당신은 그때부터, 줄곧...


시구레키라

...이런, 지금은 회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방금까지 설명한 건, 내가 붕괴에 침식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고 한 거야ㅡ

갑자기 어떤 충격파 때문에 의식을 잃었는데, 내 몸의 니구라스가 위험에 반응했나 봐.


비앙카

...갑자기 어떤 충격파?


시구레키라

그래. 부끄럽지만, 난 결정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라, 그저 의식을 잃고...

...내가 깨어났을 땐, 니구라스의 보호 아래 마그마에 떠다니는 나를 발견한 거지.

롤랑양과 슈뢰딩거 박사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이미 어떻게 되진 않았을까 걱정ㅡ


리타

ㅡ안돼!


비앙카

왜, 리타?


리타

비앙카님, 잊으셨나요, 방금 전 롤랑님을 만났을 때...


비앙카

앗!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롤랑이 말한 건ㅡ



롤랑

결정을 조사하던 중 실수로 "화상"을 입고 말았는데, 팔과 눈에 붕괴능 침식으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거든요.

물론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슈뢰딩거

...불행히도, 붕괴에 의지를 침식당한 사람은, 바로 롤랑 본인인 것 같군요.


비앙카

박사! 괜찮아요?


슈뢰딩거

저는 괜찮습니다.

이 신체는 에너지 충격에 대해선 안정성을 쉽게 잃지만, 불가역적인 피해가 남지는 않으니까요.

...그저 인간형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입니다.

방금 여러분이 한 대화를 들었습니다. 제 증언을 더하자면ㅡ

저와 시구레 키라양을 습격한 충격파는, 롤랑의 몸에서 나온 겁니다.

제 몸에 달라붙어서, 폭발하더군요.


비앙카

그, 그럴리가...


시구레키라

......

롤랑이 그런 걸 할 이유가 없는데... 만약ㅡ


슈뢰딩거

ㅡ붕괴에 침식 당하지 않았다면 말이죠.

제 신체가 모이는 시간 동안 섬 전체를 둘러봤습니다. 우리가 관측했었던 붕괴능 결정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비앙카

그럼... 그 말은...

롤랑... 이...


미니듀

...세상에.

우리가 그녀를 그냥 요새로 보내버렸잖아!


몇 분 전.

"여자"가 요새의 텅 빈 복도를 서둘러 걸어갔다.

그녀의 목표는 명확했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이 만신창이인 거품세계에서, 자신만이 유일하게 고귀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 그녀는 인류에게서 기원했지만ㅡ

하지만 인류는 원숭이와 자신을 동류라 보지 않는다, 그녀는 "유인원"과 "벌레"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겐, 그 나폴레옹조차도 그저 늙고 고집 센 아버지였을 뿐.

...이 몸은 수많은 의지가 동조화된 결정체.

자유를 구속하는 "뇌"가 제거되고, 그 추악한 괴수의 형체가 제거되자ㅡ

ㅡ신의 자손은, 불완전한 "스타스피커"를 통해 인간계에 강림했다.

...그렇다, 스스로를 "신의 자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강하지 않았기에, 자그마한 속임수를 사용해야 했다.

그녀가 성공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기다리고 나면, 이런 변장은 필요 없을 것이다.

..."롤랑"의 의지는 아직 몸속에 살아있다. 하지만 이 완전한 정신에 있는 사소한 신경세포, 영혼을 대표하지 못하는 껍데기일 뿐.

밤을 새는 사람들은 눈이 건조한 것을 상관하지 않고, 긴 걸음을 하는 사람은 근육의 고통을 상관하지 않는다ㅡ

사마귀가 아무리 앞다리를 휘둘러도, 바퀴의 방향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신의 자손은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찮은 저항을 즐기면서, 요새의 텅 빈 복도를 서둘러 걸어갔다.


소로

어? 롤랑?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롤랑

아뇨, 잘 되고 있습니다, 의장님.

두 발키리가 저쪽에 지원을 와줬기에, 슈뢰딩거 박사가 절 여기로 보낸 거에요.


소로

오, 그렇군요. 불완전한 "스타스피커"기에, 붕괴 저항능력이 그들보다는 낮으니까요.

휴... 우리의 일이 엉망으로 되어서, 아직도 수습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다윈

그... 애초에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롤랑

그래도, 저는 여러분이 정말 기뻐할 줄 알았아요, 의장님, 사령관님.


다윈

...?



롤랑(?)

우린 이건 정말 나쁜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도 그럴게ㅡ 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이, 여러분의 앞에서 태어났잖아요?


다윈

크... 윽...


롤랑(?)

아. 목을 잡혀서 정말 고통스럽겠어.

이거 미안한걸? 하지만 이 세계에서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니...

...의장처럼 쉽게 죽게 둘 수는 없지.


다윈

큭...


롤랑(?)

하하하하. 그래, 고통, 무력감, 절망, 좌절, 그리고 분노의 표현을 좀 더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야.

그런데 우리는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하지?

자기소개?

그래, 처음 만날 때의 에티켓은, 당연히 자기소개를 하는 거지.

음... 그러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름을 지어줘야 하잖아?

그래... 사령관 언니는... "신의 자손"인 우리에게 어떤 이름이 어울릴 것 같아?


시구레키라

정신차려, 발키리!

본부로 돌아가! 너무 늦었을까 걱정이야!


슈뢰딩거

!

시구레 키라! 발 밑을 조심하세요!


시구레키라

?!

이... 이건...


비앙카

...지진? 화산폭발?


슈뢰딩거

...망할, 상황이 점점 통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리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계신가요, 슈뢰딩거 박사님?


슈뢰딩거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근원이 어디든 간에...

...어떤 힘이, 지금 "닻" 자체를 부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 거품세계에게는ㅡ "종말의 날"이겠군요.


시구레키라

네 말은... 이 거품세계가, 불바다로 변해버린다는 말이야? 여기처럼?


슈뢰딩거

그렇진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지역은 이렇게 심하지 않아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이 특정 "닻" 시스템이 붕괴한다면... 거품세계는 시공파편에 말려들어가,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양자의 바다의 바닥에는, 이런 세계의 잔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잔해에서는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만을 무한정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구레키라

그런...


비앙카

저기요! 아까 지금은 정보 공유할 때가 아니라면서요? 방금은 멍하니 있지 말라고 했잖아요!

박사, 방금 말한 "닻"을 침식하는 "힘", 우리가 막을 수 있나요?


슈뢰딩거

...이론상으로는요. 하지만, 현재 "닻"의 통로가 불안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가는 것이 극도로 어렵습니다.


비앙카

아까는 여기로 바로 왔었는데요?


슈뢰딩거

그건 아직 닻이 안정적일 때입니다!

현재의 에너지 파동은 너무 격렬합니다, 시공에서 자신의 몸이 찢기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습니까?

아무리ㅡ


리타

여러분! 보세요! 저기 무언가 날아오고 있어요!


???

크아아아아아ㅡ



베르트랑

발키리들, 여행자들! 위기를 만나고 말았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진 않은가?

용의 화신 베르트랑 준장, 그대들에게 보고하네! 매일 20년씩은 젊어지는 기분이야!


비앙카

용장군? 잘 됐다, 좋은 타이밍에 오셨네요!

그런데... 어, 어떻게 여기 나타나신 거에요?


베르트랑

유카탄에서 붕괴능의 이상 파동을 느껴, 이미 황제와 전투를 시작했나 걱정하고 있었는데ㅡ

ㅡ세계의 균열로 날아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서둘러 나오니, 눈앞에 지옥이 펼져져 있더군!

ㅡ어떤 난관에 부딫히고 만거냐?


비앙카

...짧게 말할게요, 용장군! 지금 우리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요새로 가야 하는데, 공간통로가 매우 불안정해서 뛰어들 수가 없어요!


베르트랑

오... 그렇다 해도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그대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함께 "공간터널"을 돌파하지, 나는 별문제 없을 거라네!


비앙카

다행이다! 그럼 가요!


베르트랑

아, 잠시만ㅡ


비앙카

ㅡ네?


베르트랑

ㅡ그대들에게 또 다른 도움의 손길이, 여기로 오고 있다.

...보거라.



지미

비앙카, 오랜만이네요!


비앙카

지미? 그리고 파일럿씨?


만프레트

하하, 겨우 공간파동이 어떻게 이 "붉은 남작"의 날개를 막겠나?

그래도 이 기계는 진짜 용처럼 부드럽진 않아서... 그와 나란히 날긴 했지만, 착륙할 곳을 찾아야 하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비앙카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들이 여기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걸요?!


지미

비앙카, 박사님ㅡ 현재 상태는 어떤가요?


비앙카

"닻"을 돌파해서, "와카터널"의 중심 구역으로 돌아가야 해! 맞죠, 슈뢰딩거?


슈뢰딩거

...맞습니다. 늦기 전에 말이죠.

당신과 리타는 베르트랑 장군과 함께 돌아갑니다, 시구레 키라와 전 "붉은남작" 개량형에 타겠습니다ㅡ

ㅡ누가 먼저 도착하든, 경보를 울리고, 롤랑의 위치를 찾는 겁니다!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지금이 바로 세계를 구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의문이 있다면, 나중에 해결하도록 하세요!



베르트랑

...세상사 무상하군.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일이 일어나다니.

이미 늦었겠지만, 황제 폐하께 하고 싶었던 말은ㅡ

ㅡ젊었을 적의 그 "보나파르트"가, 항상 폐하의 마음속에 있다는 거였다.


비앙카

......


베르트랑

아, 너희 젊은이들은, 이런 노인네와 같이 감상에 젖지 않아도 된단다.

우리는 친구들을 잃었었지만: 이제는 반세기 넘게 파란이 없지; 그리고 너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지 않나.


리타

......


베르트랑

황제가 황제였을 때, 그가 계속 일하고 있었을 때, 우리는 그에게서 "슬픔"이란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계속 행동하는 비관주의자"라고도 했었지.

그부터가 비관주의자였다: 그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계속 저항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고, 동정심이 우리를 어둠에게서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단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절대 소극적으로 되거나, 물러나지 않았어: 자신의 힘이 약하다는 걸 알아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지.

이 세계에서, 오직 행동만이 의미를 가져오고, 행동만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이해했던 것이다.

행동 없는 생각은, 그저 일종의 오만일뿐이지.


리타

"도리를 알기는 쉬우나 행하기는 어렵다". 동방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베르트랑

그거야. 황제는 우리에게 경고를 하시곤 하셨어: 생각 없는 행동, 행동 없는 생각ㅡ 둘 다 위험하다고 말이다.

전자는 그저 앉아서 말만 하고, 불평을 하지; 그리고 후자는 의기만 넘쳐, 일을 혼란에 빠트리고.

황제께서는 이 균형을 잡는 게 어렵다고 하셨다ㅡ 스스로도 <민법전>을 편찮하고 나서야 좀 나아졌다고 하셨으니.

그는 그의 <민법전>이 사고와 행동의 완벽한 조합이라 생각해, 절대 버려지지 않을 거라 하셨다.


비앙카

...발키리의 일은 세계를 구하는 거에요. 절대 역사에서 버려지지 않아요.


베르트랑

하하하하, 네 말이 맞다. 너희의 일은 모든 일의 초석, 너희가 배신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거야.

너희도 알고 있듯이, 황제는 자신의 이익을, 프랑스의 이익을 위해 전 유럽을 희생했다... 결국 자신의 치명적인 오점이 되었지만 말이다.

베토벤조차도 그를 위해 쓴 교향곡의 제목을 뜯어, "보나파르트"에서 "한 영웅"으로 바꿔버렸으니까.

전세계와 비교했을 땐... 그저 일개 황제, 그저 수천만의 프랑스인, 너무나도 적은 수였어.


비앙카

그래도...

...사실, 아무도 우리가 하는 일이, 인류의 이익이 된다거나, 문명의 진보를 부른다고 보장할 수 없잖아요?


베르트랑

그렇게까지 생각하다니, 정말 착하구나.

너희가 알려준 사정을 보면, 황제는 아마도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자신과 신하들을 하나로 융합해 새로운 생명이 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대가가 뭐란 말인가? 그 백성들과 충성심을 가진 이들이, 그와 하나 되어 전력을 다해 아집의 길로 달려가고 있구나.

어쩌면 인류의 조각을 들어내고, 하나가 되는 것이 붕괴를 초월할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르지만ㅡ

ㅡ우리 앞에 놓인 예시가 너무나 절망적이구나, 한 명의 기형적인 욕망에서 탄생한 괴물이라니.

...안타깝게도 이미 황제폐하의 진정한 반쪽이 함께 떠나버려, 남아있는 잔당들이 더욱 날뛰고 있고.


비앙카

......


미니듀

주인, 지금은 슬퍼할 때가 아냐.


비앙카

알고 있어. 진정으로 세계를 구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차분해지지 않으면 안 되니까.


리타

비앙카님, 베르트랑 장군님ㅡ 보세요, 공간균열의 입구와 매우 가까워졌어요.


비앙카

좋아. 그럼 바로 들어가자.

미니듀, "닻"의 파동의 주의해서, 그때그때 목표 위치를 조정해줘.


미니듀

...맡겨두라고!



스타스피커의 유해가 점점 사라져간다, 닻을 제어할 수 있는 중앙 모니터실에는, 이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옛 왕의 잔해에서 태어난 새로운 악마가, 거품세계 중앙에 거미처럼 자리를 잡고, 사냥감의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

...옛 세계와 작별하기 전에, 너희는 결국 우릴 찾고 말 거야.

우리가 이 세계의 신을 초월하기까지... 5분 남았어.

하하, 우린 정말 궁금하단 말이야, 너희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비앙카

이상해... 왜 여기에 아무도 없는 거지...


리타

비앙카님ㅡ 앞을 보세요!


비앙카

?!


시구레키라

비앙카, 리타? 너희들이 어떻게 반대쪽에서ㅡ


비앙카

ㅡ그건 제가 묻고 싶은 거에요!

우리 착륙지점에서 롤랑을 찾으려 갈라지지 않았어요? 대체 어떻게 만나게 된 거에요! 이 통로들은 원형이 아니잖아요!?

용하고 와트 일행을 출발지에 두고 온 거에요?!



슈뢰딩거

......

여러분... 길을 오면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까?


비앙카

네, 경찰 한 명도 안 보이던데요! 만약 붕괴가 요새를 침입했다면, 전장이 이렇게 깨끗할 리가ㅡ


슈뢰딩거

확실히 붕괴는 의도적으로 전장을 청소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두 발로 이 통로가 둥글다는 걸 증명했으니, 제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ㅡ

우리 발밑에 있는 요새의 일부가, 이미 "닻"의 질서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비앙카

...무슨 의미에요?


슈뢰딩거

비앙카, 생각해보세요.

이 요새는 "닻"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지어졌습니다. 그럼 "닻"그 자체는 무엇일까요?

대형 거품세계의 코어로 이루어진 조직, 그리고 수많은 페이지의 작은 공간을 질서 있게 모아주는 "책등".

...아니, 이런 상황에서는, 컴퓨터의 엉킨 전선이 좀 더 예시에 적합하겠군요.

어쨌든, 이 요새가 닻에 너무 가깝기에, 각기 다른 세계의 조각을 가진 독립공간으로 간단하게 분해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만남은 각자 "이 세계"의 반바퀴를 돌고 만난 것이란 거죠.


비앙카

그... 그러니까, 요새 자체가 분해되어서, 우리가 가야할 곳과는 다른 조각을 찾았단 거에요?


슈뢰딩거

...아뇨. 앞은 맞지만, 뒤쪽 절반은 아닙니다.

시구레 키라, 당신의 몸에 있는 그... "니구라스"에... 붕괴능을 감지하는 기관이 있습니까?


시구레키라

기관? 네 말은 항상 알아듣기 힘들단 말이지... 있어, "니구라스"는 내게 주변의 대략적인 붕괴능 분포 상황을 알려줄 수 있어.


슈뢰딩거

...그럼 우리가 앞서 조사했던 결정을 감지할 수 있습니까?


시구레키라

......

그런데... 좀 애매하게 느껴져.

내가 느끼기에는... 우리 맞은편에 있는 벽에 있는 것 같아. 아마도지만.


슈뢰딩거

아닙니다. 제 "후각"도 제게 같은 곳을 알리고 있습니다.

음. 그럼, 아주 간단하겠군요. 비앙카ㅡ


비앙카

제가 뭘 하면 되는데요?


슈뢰딩거

ㅡ당신의 성검을 들어, 저곳의 공간을 자르세요.

우리가 찾는 악당의 두목이, 저 벽 너머에 숨어있을 겁니다.


비앙카

그렇게 간단한 거에요?


슈뢰딩거

이렇게 간단합니다.


비앙카

...좋아요.

갑니다!



???

이런, 이런.

역시 너희들이야. "라니냐"는 정말 오래 기다렸다고.


비앙카

다, 당신은ㅡ


시구레키라

ㅡ로, 롤랑?


"라니냐"

아... 이 몸의 원래 주인을 말하는 건가.

스타스피커, 기사 롤랑, 그녀는 지금 우리를 이루는 수많은 세포 중 하나에 불과해.

특별하지도 않고, 별다른 의미도 없어. 사고조차 불가능할 테지.


비앙카

...그러니까 넌 고작 빌어먹을 기생충이라는 거군!


"라니냐"

칫. 비천한 생물이, 경솔하기까지.

이 세계에 있는 각종 생물들은, 모두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에서 진화를 시작한 것ㅡ 어떤 세계에 있는 다윈이 발견한 건데, 우린 너희 전부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

그럼, 이 진실에 비유해 말하자면ㅡ

ㅡ우리, "라니냐"는, "나폴레옹제국"의 모든 백성들과 너희의 기사 롤랑과 함께, 붕괴의 아름다운 영향을 받아 "진화"한 거야.

그녀는 우리의 뼈가 되고, 우리의 지혜를 넓혀주었어. 너는 우리 몸에 있는 뼈가 머리를 질투한다고 생각해?


시구라키라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라니냐"

웃기나 보네, 시구라 키라양? 너도 그 생물과 융합한 덕에 우리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것 아니야?

네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가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나 우월하기 때문에 아닐까?


시구레키라

...역겨운 기분만 들게 만드는구나.


"라니냐"

하. 그럴지도.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너무 아름답게 태어났으니까.

생각해봐, 이렇게 많은 우연이 발생해서 나온 결과를ㅡ

우선, 우리의 황제, 나폴레옹씨, 자신의 통치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 우리를 그의 신체 부품으로 사용했고;

그다음, 위협을 제거하고픈 너희의 그 공화국이, 무작정 거품세계의 일부를 잘라내, 우리의 정신과 육체가 붕괴능 작용에 의해 한데 섞이게 했고ㅡ

그리고는 황제와 대립하는 존재가 그와 동귀어진, 우리는 "통 속의 뇌"가 되어, 붕괴능 결정에 갇혀버리고 말았지;

하지만 마지막에, 이 불완전한 스타스피커가 우리 앞에 나타나, 우리가 그녀의 신체를 이용해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주었어.


비앙카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지금 롤랑에게 동정심을 가지게 하려는 거야?


"라니냐"

하하, 정말 성급한 꼬마네.


비앙카

너... 난 널 전장에서 붕괴에 침식된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아!

빨리 롤랑의 몸에서 꺼져, 성검 "듀란달"로 죽여주겠어!


"라니냐"

이런 이런. 성급하고 무례한 게 양아치가 따로 없네. 네 동료들은 자제력이 좋은거 같지만ㅡ

ㅡ안타깝네. 이번에는 네가 옳았고, 저들이 틀렸어.


비앙카

...뭘 말하는 거야?


"라니냐"

우리가 또 "힌트"를 알려줘야 하나?

네가 날 위협하고 있을 때, 우리와 "닻"의 동조가 이미 끝났어. 이제부터, 우리가 "닻"이고, "닻"이 우리야.

그리고 너희들은ㅡ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가, "라니냐"를 막을 수 있는 마 지 막 5 분 을 날려버렸어.

...정말 불쌍해.


슈뢰딩거

"닻"과... 동조?


"라니냐"

아, 우리의 친애하는 박사. 당신이라면 분명 이 문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겠지.

세계를 제어하는 "닻"ㅡ 만약 누군가 진정으로 동조했다면, 그 사람은 그 세계를 초월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법칙을 이용할 수도 있지.

그러니까... 우리, 신의 자손 "라니냐"는ㅡ

지금 너희들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이 세계의ㅡ 신이 되었어.


시구레키라

그... 그럴 리가 없어! 지금까지 "닻"의 정보량의 천만 분의 일이라도 동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ㅡ

ㅡ너는 그저, 허세를 부리고 있는거잖아?!


"라니냐"

허세? 아니, 틀렸어, 아이돌 양.

"라니냐"는 한 명이 아냐, 만 명, 십만 명이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넌 상상하지도 못할 거야.

걱정 마, 좋은 일도 하나 있으니까.

황제의 계획은 거위의 배를 가를 뿐이었고, 공화국의 절단 계획도 자포자기에 불과했어.

오직 운명에게 선택받은 성령인 우리만이ㅡ 이 세계의 기나긴 존재에, "내일"과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지.

그 증명으로...

그래, 우선 우리가 너희를 위해 방금 죽은 사람들을 이 세계에 복제해줄게, 어때?


비앙카

무슨ㅡ


"라니냐"의 몸에서 붕괴능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진정으로 끔찍한 것은ㅡ 이 에너지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데 모여 친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윈(?)

......


중갑병사D(?)

......


중갑병사G(?)

......


"라니냐"

이런, 뭔가 잘못되었잖아.

맞다, 우리가 잊고 있었네ㅡ 이 사람들의 정신이 너무 맛있어서 우리가 다 소화해 버렸더니, 뱉을 수도 없게 되었잖아.

어쩔 수 없지... "감동적인 재회" 같은 건 여기 없었던 걸로 하자ㅡ

ㅡ아니, 만약 너희들도 우리에게 먹히면, 다시 한 몸에서 재회할 수 있을지도?



비앙카

미친 자식!


"라니냐"

하! "듀란달"을 믿고 공격하는 거야?



ㅡ이 "롤랑"이라는 이름의 신체가 눈앞에 있는데, 감히 물고기에게 수영을 가르치려 해?!


비앙카

...검이... 부러졌어?


"라니냐"

왜, 넌 지금까지도, 이 검의 약점이 "완전한 형태" 그 자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좋아, 네 동료들의 수준은 부족한 것 같으니, 우리는 우선 널 처리하고...


리타

꿈도 꾸지 마세요!



"라니냐"

응? 빙결공격?

농담도ㅡ

ㅡㅡㅡ

ㅡㅡㅡ

ㅡ이런 힘이 내게 통할 거 같아?!



슈뢰딩거

ㅡ아뇨. 하지만 방금전 당신처럼, 소중한 시간을 벌었습니다.

비앙카! 자신의 의지로 "듀란달"의 보석을 가동하세요!

현재 주인은 당신이니, 분명 당신의 의지에 대답할 겁니다!


비앙카

...알겠어요!

(롤랑의 성검...)

(만약 네가 그녀의 명성을 구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만약 네가 적을 파괴하기 위해 내 몸을 빌리고 싶다면...)

(...내 마음에 대답해줘! 불멸의 칼날!)


"라니냐"

이럴리가ㅡ

이게ㅡ 뭐야?



비앙카

원래... 이런 거였구나.

무기로써, 혼강은 발키리의 신체를 대신해서, 붕괴능을 방출하고, 제어하지...

하지만 그 반대로, 발키리 또한 자신의 신체를 통해 혼강이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어!

그러니, "라니냐", 이 세계의 쓰레기...

이게 바로 우리가 출발 전에 성검으로 준비했던 널 위한 정화 프로그램이다ㅡ

ㅡ죽어라!


비앙카

ㅡ롤랑!


시구레키라

진정해, 비앙카. 신체의 붕괴능이 네게 전부 흡수당해서, 잠깐 기절한 것뿐이야.

그보다...


슈뢰딩거

네...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있군요.


비앙카

...?


리타

슈뢰딩거 박사님... 무슨 의미신가요...?


슈뢰딩거

...아. 당신들의ㅡ 성검도 예외는 없죠ㅡ 붕괴능 감지는 저나 시구레 키라에 비해 떨어지는군요.

방금 정화 프로그램이 붕괴능에 포함된 의지를 "삭제"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붕괴능이 이미 "닻"과 깊이 연관되었다는 겁니다ㅡ 성검을 사용한다고 해도, "닻" 깊은 곳의 에너지만을 제거할 뿐, 거품세계 바깥을 제거하지 못합니다.

...마치 세제로 오염된 강을 정화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비앙카

그래서... 이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죠?


슈뢰딩거

이 거품세계는 일시적으로 평화를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붕괴능이 "닻"을 침식하기 시작해, 아마 5년 이내에 완전히 녹여버릴 겁니다.


비앙카

...이게 녹아요?


슈뢰딩거

네. 이 거품세계는 이제 무수한 조각으로 분열해, 종말을 향할 겁니다.

이 과정은 "라니냐"가 죽고 1초 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대화하는 시간에도, 거품세계는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융해되고 있습니다.


비앙카

ㅡ이, 이럴순 없어요!


슈뢰딩거

그렇습니다. 아무도 이런 운명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다행히도, 지금 상황에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했습니다만...

...이건 당신에게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가져오므로, 당신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합니다.



비앙카

상관없어요! 무슨 말을 해도ㅡ 이 세계를 완전히 구할 수 있다면, 전 완전 동의하니까요!


슈뢰딩거

흥분하지 마세요.

제가 생각한 이 방법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라니냐"의 사악한 계획을 대신해, 이 세계의 "죽음"을 미루는 것뿐입니다.


비앙카

...?


슈뢰딩거

그리고.

이 방법을 실행하면, 우리 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 죽어가는 거품세계에 갇히게 됩니다ㅡ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거품세계의 시공균열이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키기에, 그들과 작별할 시간도, 그들에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줄 기회도 없습니다.

심지어, "듀란달"을 수리할 기회 또한 잃어버리게 됩니다.

ㅡ하지만 동시에, 제가 보증하건데: 이 세계는 숨을 고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을 겁니다.

저, 시구레 키라, 당신들의 오토주교, 아니면 "네겐트로피"의 누군가가 그 시간동안 도움을 줄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게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결정권자의 각점에서는, 앞의 것들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못하겠죠.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ㅡ 이 세계의 운명이, 당신과 묶인다는 것입니다.


비앙카

설마... 당신이 바라는 건...


슈뢰딩거

네, 바로 "그거"입니다.

자칭 "신"이라 불리는 "라니냐"의 자리를 대신하여, 이 거품세계의 존망을 당신에게 고정하는 겁니다ㅡ

ㅡ당신이 살아 있다면, 이 세계는 존재합니다; 반대로, 당신이 사망하면 자신의 붕괴를 시작하겠죠.

이전에 생각해보진 않았었지만... 당신은 그 "듀란달"의 보석의 그릇 역할을, 원래의 혼강 신체보다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라니냐"의 남은 붕괴능을 "닻"과 완전히 분리하지 못하더라도ㅡ

ㅡ우리는 "듀란달"의 보석을 이용해, "닻"을 연결된 거품세계와 붕괴능과 함께 당신의 신체에 봉인하는 겁니다.


비앙카

...어? 몸에요? 문자 그대로?


슈뢰딩거

문자 그대로입니다. 당신의 신체로 "듀란달"의 검을 대체하는 것과 같습니다.

형이상학의 "반전"이 한 대상의 외부면을 내부면으로 전환하는 것처럼ㅡ

ㅡ이 "듀란달"의 에너지 조작기술을 통해, 당신을 기준으로 거품세계를 당신의 외부에서 내부로 "반전"시키는 겁니다.

"반전"이 적용되면, 정상적으로 "지니우스"를 사용해 천명본부로 돌아갈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이 거품세계는...

철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하자면ㅡ

ㅡ당신만의 "작은 우주"가 되는 겁니다.


비앙카

...


슈뢰딩거

물론, 당신에게 정신적인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당신은 발키리, 그러므로 천명의 사람들이 당신에게 인체실험을 진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디 앉아서 연구를 하면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때쯤이면, "닻"이 더욱 부식되고 파괴되어, 지금처럼 "듀란달"의 보석을 사용해 "반전"시킬 기회도 잃게 되겠죠.

제 붕괴능을 맡는 "후각"을 통해 판단해보면... 안정적으로 "반전"을 실행할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 정도 남아있습니다.


비앙카

...박사, 이제 충분히 들었어요.

그냥 저한테, 이 "생명의 지푸라기"로 어떻게 세계를 구할지 알려만 주세요.

저는 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 그들 중 일부는 이 세계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했어요.

그러니, 뭐가 되었든, 전 이 세계가 종말의 운명을 맞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여기까지 여정을 왔으니, 지키는 것도 끝까지 돕겠어요.


슈뢰딩거

...비앙카. 당신은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입니다.



시구레키라

하지만... 그렇게 쉽게... 한마디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거야? 이 세계를 책임질 수 있어?!


비앙카

...선배, 발키리의 인생은, 항상 이렇지 않아요?

우리는 전사에요, 예기치 못한 때 죽을 수도 있는 사람, 모두의 운명을 자기 어깨에 짊어지는 사람.

그래서 우리는 이 파멸의 시작을 무시할 수 없어요ㅡ

그도 그럴게, 처음부터 우리는 이미 우리 인생을 이렇게 살기로 결정했잖아요.

만약 이 일에 주저하는 사람은...

그들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은 거에요ㅡ

ㅡ"발키리"가 된다는 것이란, 바로 이 세계의 아름다움을 위해 싸운다는 것을요.


시구레키라

......



비앙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사람"이라 불리기 충분한 "사람"들을 위해ㅡ

ㅡ그들이 내게 마음을 주었으니, 이제 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치겠어.

성검! 만약 네 의식이 남아있다면, 만약 네가 아직도 날 주인으로 받아들인다면ㅡ

ㅡ지금부터, 나와 함께 내 한계를 뛰어넘어라!



리타

갑자기 빛나는 갑옷이 몸을 감싸기 시작했어요... 비앙카님과 성검이 더 깊게 융합을 하는 건가요?


시구레키라

공간이 왜곡되기 시작했어! 저 뒤에... 저건 블랙홀?!


슈뢰딩거

아뇨, 저건 "지평선"이라 불러야겠군요ㅡ 블랙홀은 저걸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불멸의 칼날" 스스로가 제가 말한 "반전"의 의미를 잘 이해한 것 같군요.


시구레키라

세계 전체를 뒤집어서... "조금"의 부피도 없이 다른 세계에 넣는다고?


슈뢰딩거

거품세계 자체가 매우 작기에, 비앙카와 "듀란달"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리타양, 당신들의 "지니우스"를 준비하세요. 시구레키라, 격렬한 상태를 대비해 "니구라스"를 착용하세요.

롤랑은 "닻"에서 만들어진 스타스피커, 언제든지 비앙카가 저 거품세계로 빨려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모두들... 이제 작별을 할 시간이군요.


비앙카

박... 사...


리타

비앙카님? 억지로 말씀하실 필요는ㅡ


비앙카

괜찮아...

지금... 적응하고 있으니까...

느껴져... 내 몸에 있는 세계가...

어떤 사람은 푸른 하늘을 반기고...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 포옹하고...

...난 모든 사람을 소중히 대할 거야.

ㅡ리타, 지금이야! "지니우스"를 가동해!

"반전"이 곧 끝나, 그리고 이제 양자의 바다에서 공허가 쏟아질 거야!


리타

네! 비앙카님!